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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노래하는 집
송길자 지음 / 예미 / 2023년 6월
평점 :
한 생을 살았어도 인생을 다 모르듯
백록담에 올라서도 산은 다 못 보았네. -한라산에 올라
책을 받아들고 화사한 꽃들이 피어난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하는 새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피어난다.
장마기간이라 하루 종일 뿌연 안개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고 공기도
후텁지근한 날 펼쳐든 책은 송길자님의 시집, '새가 노래하는 집'이다.
늘 노래하는 새들을 좋아했고 인생의 고루함과 힘들었던 생활에서
이리저리 즐겁게 날아오르며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었다는 노시인이
첫 시집을 낸지 거의 30년만에 낸 세 번째 시집이란다.
거의 매일 걷다시피하면서 지냈는데 장마로 인해 좋아하는 산책을
나가지도 못하니 공기 좋은 푸른 숲길을 걷을 수 없고 길가에 피어난
작은 들꽃도 볼 수 없고 파란 하늘마저 보기 힘들어서 답답한 마음을
시를 읽으면서 달래본 날이다.
짧은 글 속에 담겨진 이야기, 풍경, 그리움, 마음, 생각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단어와 문장들이 내 마음과 머릿 속에서 그림을 그린다.
잊었던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영화를 보듯 장면들이 쫙 펼쳐지고
나를 그 시간, 그 감동 속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문 열고 들여다보기에 새배 온 줄 알았더니 심술쟁이 꽃샘바람
이었다고, 떠나는 기차를 보며 목을 길게 뽑은 코스모스가 바람에
살랑이고 있고, 목화 꽃송이처럼 쏟아지는 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동글동글 하얀 민들레 씨앗이 빙글빙글 주위를 맴도는 것만 같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빨간색 털실로 스웨터를 뜨는 엄마 모습도
보았다.
파란 하늘을 자주 올려다본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가며 온갖
그림을 그리는 하얀 구름과 짙은 노을, 분명 어제는 안 보였는데
수줍게 피어나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작은 들꽃을 보았을 때,
엄마가 해주신 맛있는 집밥을 먹으면서 와락 치밀어 오르던 감정,
힘들게 오른 산 정상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드는 생각이나 느낌을
어떻게해야 말로 글로 다 표현 할 수 있늘 걸까?
그 순간을 놓치지않고 마음을 담아서 노래하고 그려내는 시인이 부러
워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