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극은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그런데 화녕의 시선은 무대에 못 박혀 있었다. 어두운 실내에서 화녕의 눈동자만이 별빛을 담고 반짝였다. 꼭 반딧불이가 그 주변만 날아다니는 듯했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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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녕가
이영희 지음 / 델피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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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서는 황소처럼 콧김만 토해냈다. 절대 울지 않을 것이야! 난 절대 울지 않아! 민들레 풀씨처럼 어린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11


민들레, 앵초, 금잔화, 개나리, 해바라기, 능소화, 할미꽃, 꽃을 사랑해서 꽃으로 글을 쓰는 글쟁이 이영희 작가님이

들려주는 화녕가!

여전히 꽃으로 장식된 아름답고 독특한 표지가 눈길을 끌었고, 그 속에 담긴 사연이 궁금해진다. 또한 이야기 곳곳

에서 들려오는 화녕의 노래와 노랫말이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밤하늘에 어둠을 살라먹은 눈썹달이 걸렸다. 밤은 비밀을 꽁꽁 안고 있었다. -32


이제는 전통 창가와 마당놀이가 아닌 신 유행가와 신파극이 흐르고 있다. 일제강점기. 나라를 잃은 설움, 그 시대의

정서를 담은 화녕의 노래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여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어릴적 뜻모르고 따라부르기도 했던 노랫말,

가사를 시를 읽듯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했다.


인예와 현성의 물음표 끝에 인서는 답을 달아주지 않았다. 그저 찰랑찰랑 윤슬이 가득한 제 안의 우물 물만 들여다 보았다. 75-76


유난히도 자신에게만 서늘하게 대하는 서씨 부인의 모진 냉대를 견디고 있는 인서, 그와 반대로 언제나 서씨부인이 치맛폭에 감싸고 도는 인예, 윤덕심을 뛰어넘는 가수가 되고 싶은 화녕, 아버지를 따라 조선으로 온 킨타로.

사랑을 얻지 못한 자의 울분,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깊숙이 감추어야했던 사람들, 저마다의 가슴 속에는 말못할 사연과 아픔이 가득 차 있었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 지나온 자욱마다 눈물 고였다. (백년설 - 나그네설움)

화녕은 생각했다. 나의 발걸음도 정처가 없다. 난 지금 어떤 길 위를 걷고 있는 걸까? -54


화녕, 당연히 꽃화花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화火였다니.... 불꽃, 화녕의 이름을 지으며 깊은 뜻을 새겼을 아버지

재후가 그녀의 미래를 내다보고 지었을거라는 생각을 하지않을 수 없었다.

인서는 광명회라는 노래극 단원을 모집했고, 9월 창단 기념 공연을 준비하는 그들의 모습이 비로소 제 또래로

보였고, 미래의 푸른 꿈과 사랑을 찾는 청춘들 같아서 어여뻤다.


진주좌의 단 위에 선 내 노래를 들으러 수많은 이들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 순간이 그들에게도 봄날이 되어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진정한 봄날을 함께 기다릴 수도 있을 것이다. -117


그들의 모질고 아픈 인연, 꽁꽁 얼어붙은 차가운 얼음장같은 시대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견디며 살아야했던 그들의 삶,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졌다가 또 따사로운 봄 햇살처럼 활짝 웃으면서 꿈결같이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하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화녕의 노래와 함께!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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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보탠다고 안심이나 위로를 줄 만한 일이 아니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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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같았다. 이럴 수가!
진정 기이한 일이었다! 그는 이 이상한 상황을 마음속에 잘 담아두었다.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고, 지금은 또 다른 사실들을 관찰해야 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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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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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지내다 보니 행복이란 의미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잡아낸 무언가를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추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22


세인트자일리스의 나환자,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캐드펠 수사 시리즈 5권이다!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약국에서 조수로 일했으며, 제 2차 세계대전 중에는 해군으로 참전하기도 했던 그녀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있는 중세시대 역사 미스터리다.

중세 시대의 이야기라고는 하나 시대적인 배경을 빼고 본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과 지혜로 어떤 사건이나 사람들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으로 아무런 탈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결하는 캐드펠 수사, 그의 행보는 조용하지만 늘 정의의 편이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 한순간의 충동적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돌이킬수 없는 행동으로 자신의 인생마저 망치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을 신뢰하는 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배반하거나 속이며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빠지는 이들을 향한 시선에도 자비로움이 느껴졌다.


캐드펠 수사는 나환자들을 위한 치료약을 채우러 800미터 거리에 있는 세인트자일스 병원에 가는 길이다. 그의 든든한 조수 마크 수사가 봉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크 수사를 보면 먼 미래의 캐드펠의 모습이 겹쳐지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그렇다면 캐드펠의 일을 누가 돕고 있는 건지, 허브나 약초, 농장 일로 늘 바쁜터라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며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오늘은 수도원에서 치뤄질 혼례 행렬이 도착하는 날이란다.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이기도 하지만 마치 명절같은 분위기로 격리되어 지내고 있는 나환자들 역시 호기심을 갖고 쳐다보고 있다.

그 중에서 유독 마크 수사와 캐드펠 수사의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었다. 감이 온다. 분명 눈여겨봐야할 인물이리라.


신랑과 신부행렬을 지켜보면서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아한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정략결혼일까? 그들이 보여준 사소한 몇 가지의 행동에서 성격이나 인품을 엿볼 수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캐드펠 수사의 시선을 끄는 인물도 있었으니 앞으로 일어날 미궁속으로 빠져버린 사건을 해결하는데 참고할 것이리라.


이베타는 하루 종일 마음을 가라앉히기 보다 간교해지는 법을 배워야 했다. 필요만큼 위대한 스승은 없는 법이다. 저녁 무렵까지, 수도원 출입구를 나서지 않는 한 누구라도 자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끔 해두는 게 그녀에게는 절실했다. 어쨌든, 그녀가 딱히 어딜 가겠는가? -269


문득 수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우리 또한 조심스럽고 신중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하고 있는 말투나 행동, 표정에 많은 신호가 들어있음을 알게 되었고, 좀 더 부드럽고 유연하게 사람을 대하고 대화하는 법, 특징이나 눈여겨보아야할 것을 놓치지않고 살펴보는 관찰력을 배우고 싶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보았고, 많은 사건 사고도 있었다. 긴장감 넘치고 경악했던 순간 또 그들간의 캐미를 보는 재미도 있었으며 사건의 조각들이 딱 맞았을 때의 쾌감과 안도감, 선남선녀의 사랑 이야기까지 제일 무더웠던 2024년 여름을 캐드펠 수사와 함께했다. 곧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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