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가락 - 신은 그들의 손가락에 위대한 수갑을 채웠다
사토 다카코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사토 다카코의 전작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가 따뜻한 성장소설의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소매치기와 점술가가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의외이면서도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이번에는 두 주인공 현란한 손놀림을 앞세워서 경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와 신뢰를 이야기한다. 한모금만 읽고 쟁여둘 요량이었는데 시작부터 사건이라, 다음이 신경쓰여서 읽다보니까 마지막 장이었다.

  

소매치기 현행범으로 수감생활을 마친 '쓰지'는 출소하는 날, 공교롭게도 아이들의 그룹 소매치기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이 중 한명의 뒤를 쫓다가 부상을 입고 만다. 쓰러져 있던 쓰지를 구해준 것은 여장을 한 타로카드 점술가 히루마. 경찰이나 병원으로 가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쓰지를 히루마는 자신의 방으로 데려온다. 둘의 기묘한 동거를 시작으로 대수롭지 않아 보이던 이 일이 소매치기 일가, 형사, 정체불명의 소년소매치기단, 그리고 이들의 과거가 뒤얽힌 사건으로 덩치를 부풀려 간다. 여기에 위태로운 신뢰 관계나, 동료애, 몸을 던져서라도 상대방을 지키려는 순수한 사랑같은 것들이 틈틈이 채워넣어진다.

 

타로카드를 사용하는 점술도 그렇지만, 소매치기 수법에 대해서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료조사에 상당한 공을 들인 듯 하다. 그런 노고에 비례해서 '사람'이 확실하게 그려져 있는 만큼 기존에 알던 사토 다카코의 색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등장 인물 누구에게라도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악역조차 미워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금은 곤란하다. 

 

범죄자에 대해서라면 솔직히 나는 너그럽지 못한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이런 좋은 녀석이 왜 소매치기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건지, 출생이라던가, 성장배경이라던가, 본인의 선택이 아니었을 것들에 대해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단순히 정신머리가 썪었다던지, 의지가 약하다던지 하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조금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나란 놈은 어째서 여장을 한 히루마에게 끌리는가? 그런 취향이었던 건가.... 범죄 행위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걸 다 감안해도 뒷맛은 개운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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