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021년 6월
평점 :
1995년 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였고, 뉴스를 볼 시간이 없었다. 새벽별 보고 등교했다가 밤별 보고 하교하던 시기였으니까.
그래서인지 이런 사건이 있었다_정도로만 알고 있을뿐 자세한 내용은 모르는데, (실제로 이렇게 잘 모르는 일이 너무 많다, 꼬꼬무 볼때마다 생각하는 지점)
🧱
삼풍백화점 붕괴는 몇 주기야?
성수대교 붕괴는?
대구 지하철 참사는?
나머지 참사들도 매년 4월 16일에 한 번씩 이런식으로라도 생각들 해주자 쫌.
-우파여신
누군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싸질러놓았는데 삼풍백화점 참사 생존자(산만언니)가 이 글에 대한 답글을 써주셔서 크게 회자되었던 일은 기억한다.
그 글 이후로 그가 딴지일보에 연재했던 내용이 책으로 만들어졌다
급작스런 사고 이후 평온한 삶을 살아가기 힘들었던 그는 이렇게 말한다.
📖 나는 여전히 그들의 권태롭고 지루한 일상이 부럽다 p. 99
세상에 아름다운 흉터는 없다.올해 일흔을 넘긴 우리 이모는 어려서 친구들이 다들 가방 메고 학교 갈 때 자기 혼자 막내 외삼촌을 등에 업고 학교 담벼락을 따라 걸으며 눈물 훔쳤던 이야기를 하면서 여태 운다. 지금까지 나한테 열 번도 더 이야기했는데도 말할 때마다 매번 운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상처의 본질은 이런 것이다. 어떤 슬픔들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덧나고 아물고 덧나기를 반복한다. p. 28
불행의 진면목은 '고독' 이다. 내 마음을 누가 알기나 할까하는, '절대 고독' 말이다. 한데 많은 사람들이 내 말에 공감해주니 그게 그렇게 위로가 될 수 없었다. 감사한 일이었다. 해서 하는 말인데, 나는 세월호가 하나도 지겹지 않다. 제대로 밝혀진 게 하나 없는데 대체 무엇이 지겨운가. 같은 논리엣 하는 80년 광주도 지겹지 않고, 제주 4.3도 마찬가지다. 이 땅의 모든 사회적 참사가 지겹지 않다. 끝까지 이 일에 대해 물을 것이며 평생 기억할 것이다. 같은 시대를 살던 어른으로서 그런 세상을 만들게 두고 그런 배에 아이들을 태우게 했다는 일말의 죄책감을 안고서 말이다. 우리 잊지 말자. 진짜 그러지 말자. p. 215~216
얼마 전 우연히 한 학생이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학생의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왜 그럴까요? 왜 아이들을 잃은 부모에게 그렇게 못되게 굴까요?"
나는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일으킬지 잘 모른다고. 모르면 그럴 수 있다고. 나도 그러했고, 당신도 그렇고, 우리 모두 그럴 수 있다고. 반대로 알면 그럴 수 없다고. 그러니까 알아야 한다고. 그 말을 하며 나는 속으로 또 한 번 다짐했다.
'아, 계속 말해야겠다. 이게 어떤 슬픔이고 고통인지 사람들이 알 때까지 내가 자꾸자꾸 말하고 다녀야겠다.' p. 237
✒️
작가는 자신이 겪은 고통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도 괴로워했다. 그저 평범하게 일상을 누리는 것 자체로도 행복한거라고, 불행이 유리창을 박살내고 들어오니까 행복도 그럴꺼라 착각하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안전하게 잠자고 밥 먹고 생활하는 모든 것들이 행복'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자_고도.
그저 "밥 먹었냐" 하는 집요(?)한 인사로 서로를 돌봐주고 다독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