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무늬영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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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69

"그때 갑자기 안 거야. 그걸 주우려면 살아야 한다는 걸.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걸."


한강작가님의 작품을 읽을때는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한다. 절대 가볍게 읽을수 없기에, 읽고나서 한동안 우울감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왜 힘들걸 알면서도 읽느냐고 묻는다면, 한강 작가님의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고통스럽지만 언젠가는 마주해야 하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해준다.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이번에 내가 읽은 작품은 한강 작가님의 세번째 단편집인 <노랑무늬영원> 이다. 특징이라면 우울함은 여전하지만 더 짙어졌고, 기존의 단편집과 비교할때 서사가 복잡하며 좀더 인간 내면을 파고들었다는 점을 꼽고 싶다. 이번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 모두 너무 좋았다. 완벽했다. 그중 몇 작품만 감성평을 적어보자면...



1. 회복하는 인간

주인공은 발목이 삐어서 한방 치료를 받다가 화상을 입는다. 그리고 화상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죽은 언니를 떠올린다.


통념속에서 살아갈수 없는 주인공과, 반대로 통념속에서 살아갔던 언니. 생각의 차이로 인해 주인공과 언니는 친해질수 없었고, 언니가 부탁해서 알게된 언니의 비밀 때문에 이후 언니와의 사이는 더 멀어진다. 그 간극은 언니가 투병으로 사망할 때까지 가까워 지지 않았다. 언니의 사망은 그녀에게마음의 큰 상처로 남는다.

[난 정말 모르겠어, 사람들이 어떻게 통념 속에서만 살아갈 수있는지, 그걸 어떻게 견딜 수 있는지. 당신에게 등을 돌린 채 화장을 지우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거울 속에서 얼핏 어두워졌다. 거울을 통해 당신의 눈을 마주 보며 그녀는 대꾸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하지만 그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통념 뒤에 숨을 수 있어서.] P.57


하지만 인간은 상처에서 치유된다. 마음이든, 몸이든 말이다. 발목의 상처가 나아지는것과 동시에 언니에 대한 마음의 상처도 점차 회복한다. 의지만 있다면 어떤 아픔도 언젠가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회복할 수 있다. 그게 인간의 강점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은 모른다. 목이 말라서 눈을 뜬 차가운 새벽, 기억할 수 없는 꿈 때문에 흠뻑 젖은 눈두덩을 세면대 위의 거울 속으로 들여다보리라는 것을 모른다. 얼굴에 찬물을 끼얹는 당신의 손이 거푸 떨리리라는 것을 모른다. 한번도 입 밖으로 뱉어보지 않은 말들이 뜨거운 꼬챙이처럼 목구병을 찌르리라는 것을 모른다. 나도 앞이 보이지 않아. 항상 앞이 보이지 않았어. 버텼을 뿐이야, 잠시라도 애쓰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그저 애써서 버텼을 뿐이야.] P.62




2. 에우로파

여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나, 그리고 그런 나를 이해해주는 여자사람 친구 인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성 정체성이 있음에도 나는 인아에게 왠지 모를 감정을 느낀다. 그리움이려나.

[잊을수 없는 여름밤의 한순간 이었다. 인아의 노래가 아름 다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청춘의 한복판에 있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 순간 인아를 사랑하게 된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다만 인아의 노래가 갑자기 끝났을 때, 지난 이십여 년 동안 억눌러왔던 생생한 갈망이 단박에 빗장을 끄르고 내 심장 밖으로 걸어 나온 것을, 그 어둡고 남루한 골목 한가운데서 나를 마주보며 서 있는 것을 알아보았다.] P.76


인아가 해준 여장을 한 나는 인아와 함께 밤거리를 걷는다. 사람들의 노골적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아가 나의 손을 잡고 걸어줬기 때문이다. 사랑이 아님은 분명한데 어쩔수 없는 끌림. 어쩌면 여자인 인아에 대한 동경 인지도 모른다.


나와 인아의 관계는 영원하진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서로에게 상처를 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이상한 관계를 포기하고 싶진 않다. 지금 두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결코 이성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것이다.

[나직이 소리 내어 인아가 따라 웃는다. 내가 얼마나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 존재하고 있는지 깨닫게 하는 웃음이다. 내가 얼마나 간절허게 여자이고 싶은지 알게 해준 사람도 인아고, 남자의 몸으로 여자를 안고 싶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사람도 인아다.] P.93




3. 훈자

누구에게나 떠나고 싶은 이상향이 있을 것이다. 이 단편의 주인공에게는 '훈자'가 그곳이었다. 주인공은 만년설이 에워싸고 있고 살구꽃이 끝없이 피어 있다는 '훈자'라는 곳을 우연히 알게되고, 시간이 날때마다 그곳에 대한 정보를 찾아본다. 그리고 현실의 갑갑함을 느낄 때마다 '훈자'로의 탈출을 꿈꾼다, '훈자'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오랜 시간 계속되어온 습관이었으므로,그여자는 훈자를 생각하는 일을 멈출수 없었다. 그 여자가 생각하고싶은 것은 훈자가 아닌 훈자였다. 훈자가 아닌 훈자를 생각하는 일은 훈자인 훈자를 생각하 는 일보다 힘이 들거나 거의 불가능했다.] P.117


하지만 직장과 가정과 육아라는 현실앞에서 주인공은 '훈자'를 생각하지 않게 된다. 대신 과거의 인상적이었던 순간들이나 잠시 떠올릴 뿐이었다. 돌아가고 싶은 과거, 도망치고 싶은 '훈자'. 주인공이 느끼는 고통을 누가 이해줄까? 타인의 고통은 타인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무슨 말이든 해줘봐, 그 여자는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계속 가야하는 건지, 당신이 대답해봐. 대답을 듣기 위해 눈을 감은 순간, 비틀어진 마른가지들을 통과한 주황색 햇빛이 그여자의 눈꺼풀을 찔렀다. 눈꺼풀이 홧홧 달아오르기 전에 그 여자는 눈을 부릅 떴다.] P.123




4. 파란돌

<바람이 분다 가라>가 연상되는 작품이었다. 아마 <바람이 분다 가라>의 뼈대가 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화자가 어린시절 사랑했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은 친구의 외삼촌이였던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작품인데, 문장 하나하나에 그리움이 가득하다. 화자는 이제 그를 처음 만났을때 그의 나이인 서른 일곱살이 되었고 첫사랑이었던 그를 떠올린다.

[내 이름을 부를 때 당신의 목소리는 언제나 낮고 부드러웠지요. 실은, 일부러 못 들은 척 해 두 번 부르게 한 적도 여러 번 이었습니다. 그 목소리에 처음 가슴이 두근거린 게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처음 당신을 사랑하기 된 것이 언제 인지도 구별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부터 당신의 얼굴이 내 눈 앞 어딘가에 어렴풋한 그림자처럼 자리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이미 모든 사물 위로 아련히 어려있고, 놀라 눈을 감으면 어두운 눈꺼플 위로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그 느낌이 강한 슬픔과 닮아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P.145


결혼한적은 없고, 무언가에 부딪히지 않아도 피멍이 들곤했던 나약했던 그사람, 아파서 힘들었던 적은 없었지만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던 그사람, 하지만 나 때문에 살아야겠다고 은연중에 고백했던 그사람. 화자는 그사람과 어린시절 잠시 인연이었을 뿐이었다. 이제는 몇십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그때 그 순간들과 그의 말들은 선명하다. 나는 지금의 현실이 고달퍼 죽고싶기도 하지만, 삶에 대한 그사람의 희망이 떠올라 어떻게든 살아보려고한다. 그사람은 그곳에서 잘 살고 있을까?

[거긴 지낼 만한가요. 빗소리는 여전히 들을 만한가요. 영원히 가져오지 못하게 된 감자 생각은 잊었나요. 오래전 꾸었다는 꿈속의 당신, 부풀어 오른 팔로 파란 돌을 건지고 있나요. 물의 감축이 느껴지나요. 햇빛이 느겨지나요. 살아 있다는 게 느껴지나요.
나도 여기서 느끼고 있어요.] P.154


그런 기억이 있다. 어떻게는 잊혀지지 않고, 어느순간 선명하게 떠오르며, 그때 그 순간 만으로도 나를 살아가게 하는 기억. 어떤 시간은 흐르지 않고 그시절에 멈춰 있기도 한다. 좋은 기억이든, 안좋은 기억이든 간에.

[어쩌면 시간이란 흐르는 게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그 때 함께 찾아옵니다. 그러니까, 그 시간으로 돌아가면 그 시간의 당신과 내가 빗소리를 듣고 있다구요. 당신은 어디로도 간게 아니라구요. 사라지지도, 떠나지도 않았다구요. 언젠가부터 당신과 동갑인 남자를 만날 때마다 세월이 변화시켰을 당신의 얼굴을 막막하게 그려보던 버릇을 버린 것은 그때문입니다.] P.154




5. 노랑무늬영원

노랑무늬영원을 아시나요? 표제작인 이 단편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작품이기도 했다. 회복하는 인간을 가장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화가인 나는 출근길에 차를 몰다가 길에서 개를 만나고, 개를 피하려다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한다. 왼손은 으스러지고 오른손도 못쓰는 상태가 된 나는, 병원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누워서 지내만 하는 신세가 된다. 몸이 아프기 전에는 몰랐으나 아프고 나니 모든게 망가졌다. 다정했던 남편은 병수발에 지쳐나가고, 엄마는 더이상 엄마가 아니었다.

[나는 이제 그 말을 이해한다. 남편이 사랑스럽지 않아진 것이 아니라, 내 사랑이 메말랐다. 내 사랑이 마르자 삶이 사막이 되었다. 내 사랑이 말라서, 나는 가장 가난한 사람이 되었다.] P.290


이년이 지난 후 퇴원했지만 상태는 더 안좋아졌다. 남편의 지친 모습에서는 사랑이 없었고, 나의 전부였던 그림은 이제 더이상 그릴 수 없게 되었다. 더이상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밑바닥에서, 나는 희망을 본다. 그중 하나는 아주 예전에 잠시 스쳐간 인성이라는 남자에 대한 기억이었다. 사진관에 찍힌 나의 사진을 보고 소진이라는 친구가 연락을 줘서 떠올린 인성. 그는 내가 병원에서 재활하는 동안 낯선 타국에서 죽어갔지만, 그에 대한 연민때문인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전혀 모르는 남자의 이미지가, 십 년이 지난 지금 되살아나, 그 자리에 고스란히 있다. 만일 내가 그 남자와 수작을 나눴다면 이렇게 밝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와 나눈 것은 침묵이었다. 비장하지도 우울하지도 않은, 그저 침묵.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깊이 새겨진 몸의 따스함.] P.270


다른 하나는 친구인 소진의 집에서 본 도마뱀 노랑무늬영원. 앞발이 잘려나갔음에도 다시 새발이 자라서 살아가는 노랑무늬영원을 본 나는 삶의 의지를 다시한번 느낀다. 영원이란 단지 학명일 뿐이지만, 그 단어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거, 이름 있니? 나는 묻는다. 영원이요. 영원? 네.노랑무늬영원.] P.274


다시 작업실에 간 나는 다시 한번 그림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인간은 회복할수 있기 때문에 나약하지 않다. 의지만 있다면 영원할 수 있다. 인간은 강하다.

[어디까지 왔나, 하고 나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어디까지 더 나아갈 수 있을까. 나는 미간을 모은다. 물감이 빳빳하게 굳은 두손을들어 올려 석양에 비추어본다. 뚜렷한 손가락뼈와 관절들 사이로 늦은여름의 플라타너스 잎들이 소리없이 몸을뒤집고 있다. 저것은 빛인가. 저것은 아름다움인가. 생명인가. 다만 그렇게 나는 서있다. 말없이.] P.295




매번 읽을때마다 바뀌는 거 같은데, 한강작가님 단편집 중 <노랑무늬영원>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한강작가님 전작읽기 중 <그대의 차가운 손> 한작품만 남았다. 이런 위대한 작품들을 원어로 읽을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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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04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항무늬 영원이 최고의 단편이라굽쇼? 눈이 번쩍 귀가 번쩍입니다.^^

새파랑 2025-08-05 10:51   좋아요 0 | URL
한강작가님 작품중 안좋은게 없는거 같아요~! 순서대로 읽는걸 추천합니다~!!!

페넬로페 2025-08-04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한강 작가의 작품은 읽기 쉽지 않은데 곱씹어 읽으면 어쩜 이리 글을 잘 쓸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
계속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새파랑 2025-08-05 10:52   좋아요 0 | URL
한강작가님 존경합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다 좋습니다. 깊이가 남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ㅋ 내용은 우울하지만 행복합니다~!!

자목련 2025-08-05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집, 정말 좋죠? 새파랑 님의 리뷰는 더 좋고요.
저도 천천히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새파랑 2025-08-05 10:53   좋아요 0 | URL
완전 좋습니다 ㅋ 평생 소장각에 재독 삼독 사독 해야할 작품인거 같아요~!!

독서괭 2025-08-05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제 한권 남으셨어요? 대단합니다.
‘회복하는 인간‘은 다른 소설집에서 읽었는데요 -에디션이었나?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노랑무늬영원이 새로 갱신된 최고 작품이라니 읽어보고 싶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5-08-06 09:33   좋아요 1 | URL
강추합니다. 한강작가님 단편은 장편만큼 좋은거 같아요~!!
이번달 안에 한권 읽으려고 합니다~!!!
 

개정판이 나왔길래 다시 읽었다. 여전히 너무 좋다.


토요일에는 여자와 만나고,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사흘동안 그 추억에 잠겼다. 목요일과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의 절반은 다기올 주말의 계획을 세우는데 썼다. 수요일만이 갈 장소를 잃고 허공을 방황했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수요일. - P112

많은 꿈이 있었고, 많은 슬픔이 있었고, 많은 약속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 P104

"난 이상한 별자리에서 태어났어.그래서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반드시 손에 넣었어. 하지만 뭔가를 손에 넣을 때마다 다른 뭔가를 짓밟아왔지.무슨 말인지알겠어?" "조금은요.
"아무도 믿지 않지만사실이야. 3년 전쯤에 그걸 깨달았어.그래서 이젠 아무것도 원하지 말아야 겠다고생각했지" 그녀는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평생그렇게 살아갈 생각이에요?"
"아마도그럴 거야.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아도 되니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신발장 속에서 살면 되겠네요" - P133

우리는 다시 입을 다물있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건 아주 오래전에 죽어버린 시간의 단편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얼마 안되는 그 따스한 추익은 낡은 빛처럼 내 마음속을 지금도 여전허 방항하고 있다. 그리고 죽음이 나를 사로집아서 다시금 무의 도가니에 던져 넣을 때까지의 짧은 한때를 나는 그 빛과 함께 걸어갈 것이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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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최고다. 단편집중 가장 좋았다.

잊을수 없는 여름밤의 한순간이었다. 인아의 노래가 아름다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청춘의 한복판에 있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 순간 인아를 사랑하게 된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다만 인아의 노래가 갑자기 끝났을 때, 지난 이십여 년 동안 억눌러왔던 생생한 갈망이 단박에 빗장을 끄르고 내 심장 밖으로 걸어 나온 것을, 그 어둡고 남루한 골목 한가운데서 나를 마주 보며 서 있는 것을 알아보았다. - P76

당신은 모른다. 목이 말라서 눈을 뜬 차가운 새벽, 기억할 수 없는 꿈 때문에 흠뻑 젖은 눈두덩을 세면대 위의 거울 속으로 들여다보리라는 것을 모른다. 얼굴에 찬물을 끼얹는 당신의 손이 거푸 떨리리라는 것을 모른다. 한번도 입 밖으로 뱉어보지 않은 말들이 뜨거운 꼬챙이처럼 목구병을 찌르리라는 것을 모른다. 나도 앞이 보이지 않아. 항상 앞이 보이지 않았어. 버텼을 뿐이야, 잠시라도 애쓰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그저 애써서 버텼을 뿐이야. - P62

악몽에 무슨 확실한 내용이 있겠어, 그냥 악몽이지. - P73

잊을수 없는 여름밤의 한순간 이었다. 인아의 노래가 아름 다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청춘의 한복판에 있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 순간 인아를 사랑하게 된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다만 인아의 노래가 갑자기 끝났을 때, 지난 이십여 년 동안 억눌러왔던 생생한 갈망이 단박에 빗장을 끄르고 내 심장 밖으로 걸어 나온 것을, 그 어둡고 남루한 골목 한가운데서 나를 마주보며 서 있는 것을 알아보았다. - P76

나직이 소리 내어 인아가 따라 웃는다. 내가 얼마나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 존재하고 있는지 깨닫게 하는 웃음이다. 내가 얼마나 간절허게 여자이고 싶은지 알게 해준 사람도 인아고, 남자의 몸으로 여자를 안고 싶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사람도 인아다. - P93

나는 묵묵히 침대로 다가가 인아에게 입 맞춘다. 인아의 입술에서 쓴 담배 냄새가 난다. 그녀는 아직 나를 비겁자라고 부른 적 없다. 비좁고 높은 평균대 같은, 내가 살고 있는 경계에서 뛰어내리라고 말한 적도 없다. 그저 이따금 함께 밤거리를 걸어줄 뿐이다. 아무일도 우리 사이에 없었던 것처럼 다정하고 무정하게, 수차례 으스러지게 서로의 몸을 껴안고 빗장뼈를 어루만지고, 고통에 가까운 애착을 느끼며 따뜻한 살을 비볐던 일 따위는 없었던 것처럼. - P102

내가 안 죽였어, 라고 그 여지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자신의 목소리를 흔적없이 삼킨 것이 끔찍한 소음이 아니라 더디게 저무는 여름 햇빛인 것치럼, 두 손으로 운전대를 물든 체 미간을 찌푸린다. - P108

훈자, 천 년 전에 멸망한 훈자국의 유적, 파키스탄 동북쪽 산간 지방의 오지, 그곳에 가려면 두 개의 육로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첫번째는 중국 신장의 국경 도시인 카슈가르에서 꼬박 이들 동안 버스로 달리는 길, 두번째는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버스로 하루 걸리는 길이었다. - P111

오랜 시간 계속되어온 습관이었으므로,그여자는 훈자를 생각하는 일을 멈출수 없었다. 그 여자가 생각하고싶은 것은 훈자가 아닌 훈자였다. 훈자가 아닌 훈자를 생각하는 일은 훈자인 훈자를 생각하 는 일보다 힘이 들거나 거의 불가능했다. - P117

더 이상 그 여자는 훈자를 생각하지 않았다.
훈자인 훈자도, 훈자가 아닌 훈자도 생각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으나, 더 이상 악몽에 시달리지 않았다. - P121

그때까지 그여자는 천백년된 생명체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 거대한나무-여자의 늙고 깡마른 우듬지를 향해 그 여자는 고개를 꺾어 쳐들었다. 무엇인가 기도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말이든 해줘봐, 그 여자는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계속 가야하는 건지, 당신이 대답해봐. 대답을 듣기 위해 눈을 감은 순간, 비틀어진 마른가지들을 통과한 주황색 햇빛이 그여자의 눈꺼풀을 찔렀다. 눈꺼풀이 홧홧 달아오르기 전에 그 여자는 눈을 부릅 떴다. - P123

모든그림이 자화상이라면 나무그림은 인간이 그릴 수 있는 가장 고요한 자화상일거란 생각도 얼핏 했습니다. - P132

선생님은, 종교가 필요할 때가 없으세요?
글쎄, 종교적인 것과 종교는 다른 것이지. 그런데 왜, 요즘 관심이 있어?
그냥.. 인간적인 한계를 느끼서요.
지나가듯 선생님은 말했습니다.
싸워서 이겨야지, 그래야 그림이 되지.
그날 지하철역까지 선생님이 나를 배웅나온 것이 본래 다정한 성품 때문이었는지, 부끄럽게도 나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 P136

여자가 월경을 한다는 것, 피를 흘리며 아이를 낳는다는걸 생각하면 경이로워. 그러니까, 생명은 언제나 핏속에서 시작되는 모양이지. - P141

내 이름을 부를 때 당신의 목소리는 언제나 낮고 부드러웠지요. 실은, 일부러 못 들은 척해 두 번 부르게 한 적도 여러 번 이었습니다. 그 목소리에 처음 가슴이 두근거린 게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처음 당신을 사랑하기 된 것이 언제 인지도 구별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부터 당신의 얼굴이 내 눈 앞 어딘가에 어렴풋한 그림자처럼 자리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이미 모든 사물 위로 아련히 어려있고, 놀라 눈을 감으면 어두운 눈꺼플 위로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그 느낌이 강한 슬픔과 닮아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 P145

그런 생각을 하던 어느 날 밤 꿈을 꿨어. 꿈에 보니 난 이미 죽어 있더라구. 얼마나 홀가분 했는지 몰라. 햇빛을 받으면서 겅중겅중 개울가를 걸어갔지. 개울을 들여다 봤더니 바닥이 투명하게 보일 만큼 물이 밝은데, 돌들이 보이더라구, 눈동자 처럼 말갛게 씻긴, 동그란 조악돌들이있어. 정말 예뻤지. 그중에서도 파란빛 도는 돌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주우려고 손을 뻗었어. - P151

그때 갑자기 안 거야. 그걸 주우려면 살아야 한다는 걸.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걸. - P151

어쩌면 시간이란 흐르는 게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그 때 함께 찾아옵니다. 그러니까, 그 시간으로 돌아가면 그 시간의 당신과 내가 빗소리를 듣고 있다구요. 당신은 어디로도 간게 아니라구요. 사라지지도, 떠나지도 않았다구요. 언젠가부터 당신과 동갑인 남자를 만날 때마다 세월이 변화시켰을 당신의 얼굴을 막막하게 그려보던 버릇을 버린 것은 그때문입 니다. - P154

거긴 지낼 만한가요. 빗소리는 여전히 들을 만한가요. 영원히 가져오지 못하게 된 감자 생각은 잊었나요. 오래전 꾸었다는 꿈속의 당신, 부풀어 오른 팔로 파란 돌을 건지고 있나요. 물의 감축이 느껴지나요. 햇빛이 느겨지나요. 살아 있다는 게 느껴지나요.
나도 여기서 느끼고 있어요. - P154

혹시그런 경험 해봤어? 내 안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 들어 있는 것 같은 때. - P175

문득 그는 오래전 단과대 극회에서 조명 기구를 불잡고 씨름하던 어느 날을 기억했다. 그는 꼭 한 학기 동안 그 극회에 몸담있는데, 아마도 일생을 통틀어 그가 거의 유일하게 경험한 사치였다. 방금 내리비친 푸른 새벽빛으로 확연히 느낌이 달라진 리허설 무대를 내려다보며 그는 잠시 이 세상을 벗어난 듯한 황홀함을 느꼈었다.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다시 느껴보지 못한 이상한 기쁨이었다. 무대를 맡은 그녀는 그의 앞에 서 있었는데, 순간 그를 돌아보며 미소지었다. 조명이 마음에 든다는 말을 웃음으로 대신한 것이었다. 그렇게 말없이 말하는 웃음, 군더더기 없이 마음을 전하는 웃음을 그는 처음 보았다. 그때 그녀의 손을 잡았어야 했다고, 그는 오랫동안 자신을 질책하며 후회했었다. - P187

잔멸치 떼를 만난 적이있다. 무수한 은빛의 점들이 일제히 반짝이며 배 밑을 헤엄쳐 갔다. 빠른 속력으로 그것들이 사라지고 나자, 헛것을 보았던 것 같았다. 한순간의 빛, 떨림, 들이 마신숨, 물의 정적이 내 안에 남아있다. 그게전부다. - P211

교훈이란 얼마나 우스꽝스리운 것인지 나는 그때 알았다. 인생은 학교가 아니다. 반복되는 시험도 아니다. 내 원손은 으스러져 버렸고, 그게 끝이었다. 배울 것도 반성할 것도 없었다. 어떤 의미도 없었다. 다시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개를 피하지 않겠지만, 이를 악물고 치어버리겠지만.. 대체 그런 일이 언제 다시 생긴다는 말인가? - P213

나와는 닮지 않은 여자의 얼굴을 나는 그렸다. 어머니는 물론 아니며, 내가 아는 누구와도 닭지 않은 여자. 어떤 영원한 여자. 여성 이상의 여성, 세월의 뒤편에서 낡아가는 사람, 그랬다. 어떤 영원한 사람, 귀신처럼 어른거리는 사람, 흔적인 사람, 그림자인 사람, 혹은, 오래된 집의 마룻바닥에 스민 누대의 일생들의 자취... - P221

그런데, 이제야 나는 깨닫는다. 이 여자의 어딘가가 나와 닮았다는 것을. 과거 속의 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여자는, 이 년 전의 내 갈망이었다. 시간의 뒤편으로 들어가고 싶어 했던 나, 낡은 마룻바닥 속으로 희미하게 스며들고 싶었던 나, 천천히 세월에 지워지고 싶었던, 눈비와 들쥐들과 바람 속에 폐가처럼 무너져 내려앉고 싶었던 나. - P221

나는 이런 것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 오른손이 과연 아물 수 있을지, 작업을 다시 할 수 있을지 조차 확실치 않지만, 다시 그린다면 나는 이런 고요 대신 울부짓고 싶다. 머리를 형클어뜨리고 발을 구르고 싶다. 이를 악물고 동맥을 끊어, 솣구치는 피를 보고 싶다. 이 그림의 놀라운 고요,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의 느낌으로 고여 있는 평화가 나를 구역질 나게 한다. 이 평화는 내 것이 아니다. 나는 이제 다른 사람이 되었다. 오히려 죽음 같은 공허, 황무지의 참혹함 그편이 나에게는 진실로 느껴진다. - P222

꿈도 아니고 생시도 아니다. 잠결에만 보는 형상도 아니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두 눈을 멀게 할 듯한 빛의 덩어리가 얼굴을 덮친다. 무수한 은빛의 점들이 회오리처 지나간다. 아침에 눈을 떠, 간밤까지의 내 상황이 고스란히 거기 있어 반복될 것임을 확인할 때, 그래서 굳이 어서 일어나 움직이고 싶지 않을 때. 멍한 눈앞으로 지나가기도 한다. 눈을 휩쓸고, 머리를 휩쓸고, 몸을 휩쓴다. 오래전 여름, 한순간에 보았던 잔멸치 떼가, 믿기지 않는 생생함으로. - P225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전혀 모르는 남자의 이미지가, 십 년이 지난 지금 되살아나, 그 자리에 고스란히 있다. 만일 내가 그 남자와 수작을 나눴다면 이렇게 밝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와 나눈 것은 침묵이었다. 비장하지도 우울하지도 않은, 그저 침묵.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깊이 새겨진 몸의 따스함. - P270

이거, 이름 있니?
나는 묻는다.
영원이요.
영원?
네.노랑무늬영원. - P274

나는 이제 그 말을 이해한다. 남편이 사랑스럽지 않아진 것이 아니라, 내 사랑이 메말랐다. 내 사랑이 마르자 삶이 사막이 되었다. 내 사랑이 말라서, 나는 가장 가난한 사람이 되었다. 흔히 들었던 성경 구절을 이제 이해한다. 내가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꾕과리가 되고. - P290

결국 나와 아무 관계 없있던 사람이다. 영원히 비껴가고 말 운명이었던 사람이다. 그의 긴 잠 속에 내 기억도, 설령 형체 뿐이었다 해도, 영원히 묻혀버렸다. 그의 목덜미도, 만져보기 못한 솜털과 따뜻한 살결도. - P292

어디까지 왔나, 하고 나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어디까지 더 나아갈 수 있을까. 나는 미간을 모은다. 물감이 빳빳하게 굳은 두손을들어 올려 석양에 비추어본다. 뚜렷한 손가락뼈와 관절들 사이로 늦은여름의 플라타너스 잎들이 소리없이 몸을뒤집고 있다. 저것은 빛인가. 저것은 아름다움인가. 생명인가. 다만 그렇게 나는 서있다. 말없이.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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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왜 하필 오늘 그 새를 기억했는지 모르겠다. - P9

그 새를 보았던 길모통이에서 걸음을 멈춘다. 진작 새는 치워졌고, 그 평평한 자리에 눈이 쌓여 있다. 눈에서 물기가 빠져나가며 생긴 미세한 구멍들을, 그 위로 바늘 도막들처럼 흩어져 있는 침엽수 잎들을 본다. 고개를 들어 그 잎들이 전나무들에서 떨어졌다는 것을 확인한다. 높고 반듯하게 솣은 그 나무들의 줄기와 가지에도 눈이 얼어 있다. 하늘은 파랑고 차가운 햇빛이 우듬지의 윤곽을 에워싸고 있다. 한동안 고개를 뒤로 젖히고 올려다보다가, 내가 그것들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는다. 냉혹할 만큼 완전하게 은희 언니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P14

사람 몸을 태울 때 기장 늦게까지 타는 게 뭔지 알아? 심장이야. 저녁에 불을 붙인 몸이 밤새 타더리. 새벽에 그 자리에 가보니까, 심장만 남아서 지글지글 끓고 있었어. - P19

시간이 정말주어진다면 다르게 살겠다고
망치로 머리를 맞은 짐승처럼 죽지않도록
다음엔 두려워 하지 않을 준비를 하겠다고
내안에 있는 가장뜨겁고 진실하고 명징한 것
그것만 꺼내놓겠다고
무섭도록 무정한세계
언제든 무심코 나를 버릴 수 있는 삶을 향해서 - P32

베란다 바깥의 차가운 어둠을 오래 내다보다가 책상 앞에 않는다. 노트북 컴퓨터가 켜지는 동안 천천히 마른세수를 한다. 나의 심장이라고 이름 붙였던 파일을 불러내자, 하나뿐인 서늘한 문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문장을 지우고 기다린다. 온 힘으로 기다린다. 파르스름하게 사위가 밝아지기 전에, 그녀가 회복되었다. 라고 첫 문장을 쓴다. - P37

정작가! 원, 알 만한 사람이 이렇게 무해? 아무리 작은 화상도 제때 치료 안 하면 무섭다는 거 몰라요? 손자르고 발 자르는게 남의 일 같아요?
- P47

그해가 지나가기 전에 당신은 늦은 밤 그녀의 방에서 물었다. 난 정말 모르겠어, 사람들이 어떻게 통념 속에서만 살아갈 수있는지, 그걸 어떻게 견딜 수 있는지. 당신에게 등을 돌린 채 화장을 지우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거울 속에서 얼핏 어두워졌다. 거울을 통해 당신의 눈을 마주 보며 그녀는 대꾸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하지만 그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통념 뒤에 숨을 수 있어서.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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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있는데 유쾌하지는 않은 작품이었다.


그녀에게서 쾌락을 얻고, 그 쾌락이 어김없기에 그녀를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다. 그는 얼마간 이것이 상호적이라고 믿는다. 애정은 사랑 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것의 사촌쯤은 된다. 별 가망 없이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은 운이 좋은 셈이다. 그는 그녀를 만나게 되어, 그녀는 그를 만나게 되어. - P8

그는 그녀의 근무시간을 피해 만나면 어떨지 물어볼까 생각해 보았다. 그는 저녁시간을, 아니 밤새도록 그녀와 같이 있고 싶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까지는 아니다. 그는 그녀를 다음날 아침까지 데리고 있기에는 자신에 대해 너무 잘 안다. 냉랭하고 무뚝뚝해지며 혼자 있고 싶어 안달할 것이 뻔하다. - P9

그러고 싶지는 있지만 그의 생각이 다른 아버지, 아니 진짜 아버지 를 향한다. 그는 자기 아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을까? 아니면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생각할까? - P15

그는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본 적 없는 남편에 대한 질투의 그림자가 그를 훑고 지나간다. - P19

"왜냐고? 여자의 이름다음은 자기만의 것이 아니니까. 그건 여자가 세상에 가지고 오는 선물의 일부야. 여자는 그걸 나눌 의무가 있지" - P27

일주일 전만 해도 그녀는 그저 수업을 듣는 예쁜 학생이었다.그런데 이제 그녀는 그의 삶에서 중요한 존재, 숨을 불어넣는 존재가 되었다. - P36

나는 사과 속에 든 벌레 같은 인간입니다. 당신에게 고통을 가한 당사자인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 P57

"우리가 당신들 손에 아이들을 맏기는 건 당신들을 믿을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대학을 믿지 못한다면 누구를 믿겠습니까? 우리는 우리 딸을 독사의 소굴로 보낸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어요. 루리 교수님. 당신이 고매하고 권력있고 온갓 학위를 다 갖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당신이라면, 하느님 맙소사, 나는 나 자신이 이주 부끄러울 거에요. 민약 내가 상황을 잘못 짚었다면, 이제 당신이 얘기할 차레입니다. 하지만 당신 얼굴을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군요." - P58

그렇게 시험의 날이 다기왔다. 그것은 경고도 없이, 나팔소리도 없이 왔다. 그는 그것의 한가운데에 있다. 심장이 너무 심하게 뛰는 것을 보면 멍청한 방식이지만 심장도 그것을 알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와 그의 심장은 이 시험을 어떻게 견더낼까? - P134

그는 생각한다. 이것은 매일, 매시간, 매분, 이 나라의 모든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살아 있음을 다행으로 생각해라. 이 순간, 속력을 내며 달리는 차 안에 포로로 잡혀 있거나 머리에 총알이 박혀 협곡 밑에 있지 않음을 다행으로 생각해라. 루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 P139

"아버지. 사람들이 물으면, 아버지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 지만 애기하시겠어요?"
그는 무슨 말인지 이헤하지 못한다.
그녀는 반복한다. "아비지힌테 일이 있었는지 애기하세요. 저는 저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애기할 테니까요" - P141

"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여긴 시골이에요.여긴 이프리카에요." - P175

소년은 놀라는 것 같지도 않다. 반대로, 이 순간을 대비하고 기다리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의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하다. 그가 말한다. "넌 누구나?" 그러나 그 말은 다른 의미다. 넌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와 있냐? 그의 몸 전체가 폭력 적인 분위기를 발산한다. - P185

"루시. 너는 정말 날 놀라게 만드는구나. 그건 사실이 아니다. 너도 그걸 알고 있다. 페트루스에 관해서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하는데, 만약 네가 이번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면, 이번에 실패한다면, 넌 제대로 살 수 없을 거야. 네게는 네 자신과 네 미래와 네 자존심에 대한 의무가 있어. 내가 경찰에 전화하겠다. 아니면 네가 하든지." - P188

"그건 너무 개인적이있어요. 그들은 제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것처럼 그 일을 했어요. 무엇보다도 그것이 저를 더욱 놀라게 만들었어요. 나머지는.. 에상되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그들이 저를 왜 그렇게 중오했을까요? 저는 그들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 P219

"어쩌면 가끔씩 쓰러지는 것도 우리에게 좋은 일인지 모르죠. 부서지지만 않는다면요." - P235

"이제는 말씀드려야겠군요, 이게 처음은 아니기 때문에 그래요, 페트루스는 꽤 오랫동안 그런 암시를 해왔어요. 그의 가정의 일부가 되는 게 더 안전하다는 거죠. 농담도 아니고 위험도 아니에요. 어떤 점에서 보면 그는 진지해요."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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