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기억해야 한다~! 다시 마음이 착해졌다.


사람들은 인생이 괴로움의 바다라고 말하지만, 우리 존재의 기본값은 행복이다. 우리 인생은 행복의 바다다. 이 바다에 파도가 일면 그 모습이 가려진다. 파도는 바다에서 비롯되지만 바다가 아니며, 결국에는 바다를 가린다. 마찬가지로 언어는 현실에서 비롯 되지만 현실이 아니며, 결국에는 현실을 가린다. ‘정말 행복하구나‘라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불안이 시작되는 경험을 한 번쯤 해 봤으리라. 행복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왜 불안해지는가? ‘행복‘이라는 말이 실제 행복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대신한 언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그 뜻이 달라질 수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이야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이야기의 형식은 언어다. 따라서 인간의 정체성 역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이렇듯 인간의 정체성은 허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규정하는 것도 언어이므로 허상은 더욱 강화된다. 말로는 골백번을 더 깨달았어도 우리 인생이 이다지도 괴로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 P18

둘은 가장 좋은 게 가장 나중에 온다고 상상하는 일이 현재를 어떻게 바꿔놓는지 알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에게는 희망이 생긴다. 한번 더 살 수 있기를. 다시 둘이 만났을 때부터 시작해서 원래대로 시간이 흐르기를 그리하여 시간의 끝에, 모든 게 끝 났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이르렀을 때 이번에는 가장 좋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를. - P23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 P29

어떤 말들은 씨앗처럼 우리 마음에 자리잡는다. "만약 지민씨와 준이 앞으로 결혼하게 된다고 칩시다"라던 외삼촌의 말이 그랬다. 그뒤로 어찌된 일인지 우리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처럼 행동했다. - P31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현이 기억하는 은정은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하는 친구였다. 은정의 말을 듣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때는 그저 은정이 이야기를 재밌게 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게 무슨 뜻인지 잘 안다. - P54

"언제나 마음이 유죄지."
영원한 여름이란 환상이었고, 모든 것에는 끝이 있었다. 사랑이 저물기 시작하자, 한창 사랑할 때는 잘 보이지도 않았던 마음이 점점 길어졌다. 길어진 마음은 사랑한다고도 말하고, 미워한다고도 말하고 알겠다고도 말하고, 모르겠다고도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하고, 말만 하고

마음은 언제나 늦되기 때문에 유죄다. - P196

자신은 이제 새들이 모두 날아가고 난 뒤의 빈 나무 같은 사람이 됐다고 생각했지만, 그 기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한번 시작한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그러니 어떤 사람도 빈 나무일 수는 없다고, 다만 사람은 잊어버린다고, 다만 잊 어버릴 뿐이니 기억해야만 한다고,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고.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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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안좋을때 읽어서 뭔가 잘 이해늘 못한것 같다. 다시 읽어봐야 겠다.


한치 나아가면 한 치만큼의 죄가 펼쳐지고 한자 물러서면 한자만큼의 후회가 남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네. - P5

그 후로도 오쓰야를 봤다고 생각한 찻집 앞을 몇 번이나 지나갔는지 모른다네. 그러던 중 그 찻집이 문을 닫아 버렸지. 그러고서 나의 온 영혼과 온 마음을 흔들어 댔던 오쓰야는 내 마음속에 불완전한 모습을 남긴 채 그 젊은 새댁과 함께 나와는 티끌 만한 교류도 없이 이상한 존재 속으로 모습을 감춰 버렸다네. 그것은 그 무렵 나에게는 죽는다는 것보다도 훨씬 슬픈 이상한 사건이었지. 그걸 생각해 보면 지금도 신비해 무서운 신비야. 한 번 본 사람의 얼굴을 이젠 절대로 볼 수 없다는 건.. 거기에는 밑바닥을 알 수 없는 운명의 신비가 있는 게 아닐까? - P18

그저 우연한 만남이 이런 기적을 나타낸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나는 이상한 광명 속에 내던져진 맹인과도 같다네. 눈 바깥쪽에는 끊임없이 빛이 고루 비치는 광명이 있네. 하지만 눈 안에는 영겁불괴의 암흑이 있을 뿐일세. - P39

Y코에 대해서는 왠지 편지를 쓸 마음이 들지 않네. 자네의 편지는, 호의로 가득한 편지는 불행하게도 Y코에 대한 것보다 보편적인 이해를 줌과 동시에 보다 심각한 의문을 던져 주더군. 사람을 의심하면 자기 마음이 시궁창이 되어 버리지. - P142

자네의 패배 위에 축복 있으라.
Y코의 갱생 위에 동정 있으라.
나의 승리 위에 비탄의 눈물 있으라. - P174

이렇게 2년, 3년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어쩌다 자네 생각을 하게 되면 나는 인생 여로의 쓸쓸함을 맛보았다. 어찌 되었든 한번 얼굴을 마주하고 어느 정도까지 마음을 함께 했던 동지가 일단 헤어진 것이 마지막이 되어, 같은 이 지구 상에 호흡하고 있으면서도 미래에 영겁이 되도록 다시는 해후하지 않는… 그것은 얼마나 이상하고 쓸쓸하고 무서운 일인가.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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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페이지에 다 밑줄 긋고 싶은 작품이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아마도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다(어쩐지 그런 것 같다), 나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하지만 한 사람이 직접 당한 슬픔의 타격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측정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이 우습고도 말도 안 되는 시도). - P20

이 순수한 슬픔, 외롭다거나 삶을 새로 꾸미겠다거나 하는 따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슬픔. 사랑의 관계가 끊어져 벌어지고 파인 고랑. - P50

외로움=대화를 나눌 사람이 집에 없다는 것. 몇 시쯤에 돌아 오겠노라고, 또는 전화로) 지금 집에 와 있어요. 라고 말할 사람이 더는 없다는 것. - P54

견딜 수 없었던 하루. 점점 비참해지는 날들, 울다 - P55

내가 놀라면서 발견하는 것, 그러니까 나의 걱정 근심(나의 불쾌함)은 결핍이 아니라 상처 때문이라는 사실. 나의 슬픔은 그 무엇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나는 모자라는 게 없다. 내 생활은 전 처럼 아무 문제가 없다). 그 무엇이 상처받았기 때문이라는 것. - P75

그 누구에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까(그것도 대답을 얻으리 라는 희망을 품으면서)?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그 사람 없이도 잘 살아 간다면, 그건 우리가 그 사람을, 자기가 믿었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많이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까...? - P78

춥다. 밤이다. 겨울이다. 나는 집 안에서 따뜻하지만, 그러나 혼자다. 그리고 이런 밤에 나는 다시 깨닫는다: 이제 나는 이런 외로운 밤을 아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야만 한다는 걸, 이런 고독 속에서 행동하고 일하기, 그러니까 저 ‘부재의 현전과 달라붙어서 늘 함께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 P79

오늘 적막한 일요일 아침, 울적하고 암담한 마음속에서:
지금 천천히 내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매우 엄중한 절망적인 테마가 있다: 도대체 앞으로의 내 삶은 그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 P92

나는 외롭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외로움이 필요하다. - P101

이런 말이 있다(마담 팡제라가 내게 하는 말):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차츰 나아지지요- 아니 시간은 아무것도 사라지게 만들지 못한다: 시간은 그저 슬픔을 받아들이는 예민함만을 차츰 사라지게 할 뿐이다. - P111

1921년 가을
프루스트는 베로날 과용으로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다. -셀레스트: "언젠가 우리는 모두 여호와의 계곡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당신은 정말 죽은 뒤에 우리가 다시 만날 거라고 믿나요
셀레스트? 정말 내가 마망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난 지금이라도 당장 죽고 싶어요." - P167

마망의 죽음은 모든 사람들은 죽는다는, 지금까지는 추상적 이기만 했던 사실을 확신으로 바꾸어주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그 어떤 예외도 없으므로, 이 논리를 따라서 나 또한 죽어야만 한다는 확신은 어쩐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 P216

그녀의 죽음 이후, 그 무언가를 새롭게 ‘꾸미고 만들어가는 일‘이 싫다. 그런데 글쓰기는 예외다. 그건 왜일까? 문학, 그것은 내게 단 하나뿐인 고결함의 영역이다(마망이 그랬던 것처럼). - P235

망각이란 없다. 이제는 그 어떤 소리 없는 것이 우리 안에서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뿐이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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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cutta 2024-03-31 1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판으로 가지고 있어서 몰랐는데
표지 그림의 떨어지기를 멈춘 눈물이 애도의 꽃잎 같네요

새파랑 2024-03-31 13:45   좋아요 1 | URL
아 그런거군요~!! 주말에 읽었는데 괜히 읽고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ㅡㅡ

Calcutta 2024-03-31 14:29   좋아요 1 | URL
부알라(“나 여기 있다.”라는 그 말. 그녀와 내가 평생 동안 서로에게 했던 말).

새파랑 2024-03-31 15:55   좋아요 1 | URL
이 책은 조용한 밤에 다시 읽어봐야 할거 같습니다~!
 

다른 출판사로 다시 읽는 백치는 확실히 처음보다 더 좋았다.




하인이란 대체로 주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리한 법이라, 이 시종의 머릿속에도 이건 다음 두 가지 경우 중 하나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공작이란 작자는 돈이 없어 구걸하러 온 게 틀림없는 일종의 건달이거나, 아니면 자존심이라곤 전혀 없는 그저 바보인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똑똑하고 자존심이 있는 공작이라면 문간 방에 앉아 하인에게 자기 일을 이러쿵저러쿵 늘어놓을 리가 없잖은가. 그렇다면, 이 경우든 저 경우든 이런 자를 들여놓았다고 혹시라도 자기가 책임져야 하지는 않을까? - P37

그리고 기왕에 말씀드리자면, 제 생각에 장군님과 저는 겉보기엔 아주 다른 사람들입니다. 여러 점에서 말이죠. 따라서 저희 사이엔 공통점이 별로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말이죠, 저 자신은 그렇게 믿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저 공통 점이 없는 듯 여겨질 뿐이지, 실제로는 공통점이 무척 많은 경우가 아주 흔하니까요... 그건 그저 겉보기에 따라 서로를 분류할 뿐 아무런 공통점도 찾아낼 줄 모르는 인간의 나태함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 P50

아무것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나스타시야 필립포브나는 (그녀가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게 됐다는 점을 지금 이 순간에 간파하고 그 감정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기 위해서, 토츠키 같은 회의론자이자 세속적인 냉소주의자에겐 대단한 지혜와 통찰력이 필요했다) 그저 자신이 그토록 무섭게 혐오하는 인간에게 실컷 모욕만 줄 수 있다면, 시베리아로 가든, 징역을 살든, 어떤 끔찍한 짓이라도 저질러 자기 자신을 되돌이킬 수 없이 추하게 파 멸시킬 수 있는 여자였다. - P79

열정에 과도하게 빠져버린 인간은, 특히 나이가 지긋한 경우, 완전히 눈이 먼 나머지 희망이라고는 전혀 없는 곳에서도 희망을 품는 법이다. 그뿐이랴, 아무리 지혜로운 자라도 판단력을 잃고 어리석은 아이처럼 행동하게 마련이다. - P91

하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그 순간 그에게 무엇보다 괴로웠던 것은 끊임없이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이었습니다. ‘만일 죽지 않는다면 어떨까! 만일 삶을 되찾을 수 있다면 어떨까 그야말로 무한이리라! 그리고 그건 고스란히 내 것이 될 테지! 그렇게만 되면 나는 일분일초를 한 세기로 만들어 그 무엇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며, 일분일초까지 정확히 계산해서 그 무엇도 헛되이 써버리지 않을 것이다!‘ 이 생각은 마침내 증오감으로까지 변해서, 차라리 한순간이라도 빨리 총살시켜줬으면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는 겁니다. - P110

"당신의 눈을 어디서 꼭 본 것 같군요...... 하지만 그럴 리는 없을 거에요. 나는 한 번도 여기 온 적이 없으니까요. 어쩌면 꿈속에서..." - P190

당신은 두렵지 않다지만, 나는 당신을 파멸시키고 나중에 당신한테 원망을 듣게 될까 두려워요! 당신은 내가 당신에게 영광을 베푸는 거라고 말하지만. - P307

"아니, 자네를 믿어, 하지만 뭐가 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 가장 확실한 건, 자네의 연민이 나의 사랑보다 훨씬 강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지!"

"그런데 자네의 사랑은 증오와 다를 바 없어." 공작은 빙긋이 웃었다. "그 사랑이 사라져버린다면, 그때는 사태가 더 불행해질지도 모르지. 파르푠 형제, 자네한테 말해두고 싶은 건......"

"내가 칼부림이라도 할 거라고?" - P384

"왜 웃었느냐고? 그냥 떠오른 생각인데, 만약 자네가 이런 불행과 마주치지 않았고 이 사랑이 자네를 사로잡지 않았더라면, 자넨 아마 꼭 자네 아버지처럼 될 걸세.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온순하고 말없는 아내와 단둘이 이 집에 들어앉아 어쩌다 한두 마디 무뚝뚝하게 던질 뿐 입을 꾹 다물고, 누구도 믿지 않을뿐더러 그럴 필요조차 전혀 못 느끼며 그저 음울한 얼굴을 한 채 잠자코 돈이나 벌어들이고 있겠지. 기껏해야 무슨 오래된 옛날 책이나 칭찬하고 구교도처럼 두 손가락으로 성호를 긋는 데 흥미를 느끼면서 말일세, 물론 이건 꽤 나이가 든 다음의 일이겠지만......" - P386

그러자 갑자기 무언가가 그의 앞에 넓게 열린 것 같았다. 불가사의 한 내면의 빛이 그의 영혼을 환히 비추었다. 이 순간은 아마도 반 초 가량 지속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가슴에서 저절로 터져나와 어떤 힘으로도 저지할 수 없었을 그 무서운 비명의 시작을, 그것의 맨 첫 음향을, 또렷한 의식으로 분명히 기억했다. 다음 순간 그의 의식은 순식간에 꺼지고 완전한 암흑이 들이닥쳤다. - P423

"당신이 오지 않으니까 자기도 물론 화가 나 있었죠, 다만 백치한텐 이런 식으로 쓰면 안된다 는 걸 미처 생각지 못했지, 백치는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니까, 그리고 또 실제로 그렇게 됐거든. 아니, 당신은 뭘 엿들어요?" - P580

"그애한텐 당신같은 어릿광대가 필요해요, 이런 어릿광대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당신을 부르는 거예요! 나도 기뻐요, 기뻐, 그애가 이제 당신을 웃음거리로 만들 테니! 당신은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하죠. 게다가 그애는 그렇게 할 줄 알아요, 오, 얼마나 잘하는데!" - P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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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역시 믿고 읽는 최진영 작가님.


연극은 끝났다.
객석은 텅 비었다.
배우의 잘못을 아무도 모른다. - P50

비밀이 필요했어요. 사람들이 내 모든 것을 안다는 거, 끔찍하잖아. 하지만 알고 보니 나라는 사람 자체가 비밀이었어. 당신은 누군가의 비밀이 되어본 적 있나요? - P56

비밀은 묻어버려야지.
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왜 전화를 받지 않습니까?
들키면 안 되니까.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사랑을 감출 수 없어요. - P56

누구나 감추고 삽니다. 한 명쯤은 아무도 모르게. 어둠 속에서. 홀로 사랑합니다. 그러니 당신도 묻어버려요. 마음에 심장처럼. 그럼 들키지 않고 그는 당신이 됩니다. - P57

죽어야 묻지.
묻어야 살아요.
새는 왜 죽었을까요.
땅이 그리웠나 봅니다. - P57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뒤 전원을 끈다. 전원을 꺼버리는 방법도 있음을 이제야 깨달은 사람처럼. 그뿐인가. 그의 전화번호를 차단할 수도 있었다. 전화를 받지않고 답장을 보내지 않는 방법으로, 너는 계속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너를 여전히 찾고 있음을. 그러므로 이 낯설고 커다란 섬에 숨으면서 네가 진짜 원했던 것은...... 어쩌면 기다림.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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