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 어문학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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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53

작품이 작가의 거울이라고 하면, 엔도 슈사쿠는 정말 착한 사람일 것이다. 작품에서 착함이 듬뿍 베어 있으니 말이다. 나는 무종교인이지만 엔도 슈사쿠는 정말 좋다. 만약 종교를 가져야 한다면 천주교를 믿을 것이다. (갑자기? ㅋ)


이번에 읽은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에는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모든 작품에서 엔도 슈사쿠의 자전적 느낌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밑줄을 그을 수 없을 정도로 내용, 문장들이 정말 좋았다. (사실 책 읽는 동안 연필이 없어서 못그었지만...)


리뷰를 잘 써보고 싶지만, 읽은지 좀 지나서 자세히 쓰긴 좀 그렇고...


<그림자>는 독실한 믿음이 있었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종교를 버렸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믿음을 간직한 신부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침묵의 현대판 버젼이라고나 할까? 겉으로는 배교하였지만 마음속에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신부님을 보면서 꼭 종교라는게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아야만 하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잡종견>도 좋았다.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때문에 마음의 짐을 가지고 사는 한 소년,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했던 강아지 '구우'. 그 소년은 성인이 되어 잡종견 한마리를 또 키우게 되고, 이름을 다시 '구우'로 정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개를 버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주인공은 어렸을적 상실해버린 개와 엄마를 떠올린다.


<6일간의 여행>은 작가인 주인공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위해 친척들을 만나러 가면서 듣게되는 충격적인 어머니의 과거를 담고 있다.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어머니는 주변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린다. 결국 아버지와 이혼하게 되고, 주인공은 아버지와 사는데, 그런 아버지를 무능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6일간의 여행을 통해 주인공은 어머니가 남긴 잔혹한 흔적을 알게 되고,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느낀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자신의 행복과 욕망을 위해 주위를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 사람이 어머니 처럼 가까운 사람이라면?


<노방초>는 부부의 예루살렘 성지순례기를 그리고 있는데, 성지순례라는게 단어처럼 그렇게 성스러운건 아니라는, 힘든 여행 중 하나일 뿐이라는, 오래전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신에 대한 믿음 보다는, 예루살렘을 갔다 왔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 성지순례를 하는 사람에 대해 간접적으로 비판하려 했던걸까?


<나른한 봄날의 황혼>은 완치한 주인공과 병원에서 죽을날을 기다리는 한 여인, 그리고 과거에 경험하고 들었던 죽음에 대한 기억이 뒤섞인 이야기인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주인공은 완치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병실에서 키우던 구관조에게 이렇게 말을 건낸다. "하느님은 정말 있을까?" 죽음을 직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까운 사람을 잃은 사람들에게 하느님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엔도 슈사쿠의 자전적 이야기인게 확실한 <만약> 역시 좋았다. 만약 이사람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누구나 해봤을텐데, 엔도 슈사쿠는 만약의 배후에 어떤 것이 있지 않을까라는 말을남긴다. 알수는 없지만...


이러다가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을 모두 소개할까봐 그만써야겠다 ㅋ 엔도 슈사쿠는 장편도 잘 쓰지만 단편도 아주 잘 쓰는거 같다. 엔도 슈사쿠의 팬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단편이지만 장편만큼의 깊이와 울림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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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9-13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석원이 궁금할 땐? 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09-13 18:31   좋아요 0 | URL
<보통의 존재>? ㅋ 이 책 너무 좋았는데 리뷰 쓰려니 쓰기 힘드네요 ㅋ

미미 2023-09-13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이야기만 읽다 중단한 상태예요.
새파랑님이 천주교를 믿고 싶다 하시다니 슈사쿠의 큰 그림? ^^

새파랑 2023-09-13 21:52   좋아요 1 | URL
역시 벌써 가지고 계시는군요~!! 최근에 엔도 슈사쿠의 작품이 땡기더라구요 ㅋ 리뷰를 급하게 써서 좀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좋았습니다~!!

페넬로페 2023-09-13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문장 좋은 소설을 좋아하니
엔도 슈사쿠의 단편도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좋은 문장이 많다고 하니 더 기대됩니다.
딸아이가 이석원 책 추천하더군요.
이석원 작가 책도 읽어야 하는데 ㅎㅎ

새파랑 2023-09-13 21:53   좋아요 1 | URL
엔도 슈사쿠의 작품을 야금야금 모으고 있습니다 ㅋ

개인적으로는 이석원 작가님의 초기 글들이 더 좋더라구요 ^^

희선 2023-09-14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종교를 가질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 일은 모르기도 할 테니... 그런 일이 일어나도 괜찮고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힘들 때 기대고 싶은 걸 바랄지도 모르니, 그게 종교여도 괜찮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3-09-14 08:32   좋아요 1 | URL
종교가 있는것도 나쁘지는 않은거 같아요. 믿을수 있는 게 있다는건 좋은거 같습니다. 너무 과도하면 문제겠지만~!!

페크pek0501 2023-09-15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까지 읽어서 완독한 책이 두 권 있는데 내용 까먹기 전에 리뷰를 써야 할 텐데, 하고 있어요. 결국 백자평만 남기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리뷰 쓰는 게 저는 참 어려워요!!!

새파랑 2023-09-15 23:05   좋아요 2 | URL
가끔 리뷰를 쓰면서

‘차라리 리뷰 쓸 시간에 다른 책 읽는게 더 좋을거 같다‘ 라는 생각도 합니다 ㅋㅋ

전 리뷰쓰는게 쉽지도 않고 오래걸리더라구요 ㅜㅜ 잘 쓰지도 못하는데ㅋㅋ

얄라알라 2023-09-17 12:36   좋아요 3 | URL
오! 두 분 고민을 듣고(읽고) 있노라니, 동질감을 느낍니다. 저는 특히 소설의 경우, 책이 옆에 없을 경우 리뷰를 쓸까말까 고민하게 되어요. 원문의 문장을 중간중간 넣어주어야 작가님 고유의 문장과 분위기를 잘 전할 텐데, 제 머릿 속에만 남은 소설로 과연 리뷰를 쓸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그나마 며칠 지나면 어설프게 기억에 의존해 쓰느니, 그냥 100자평이나 남기자 혹은 다음에 다시 읽고 쓰자가 되거든요. 새파랑님처럼, 리뷰 쓸 시간에 책을 더 읽자 할 때도 있고^^

급 동질감에, 긴 주저리주저리 하고 지나갑니다^^;;;

새파랑 2023-09-18 10:26   좋아요 1 | URL
지금 리뷰써보고 싶은 책이 몇권 있는데 하나도 못하고 있습니다 옆에 책도 없고 ㅋ

저도 그래요 책이 옆에 없으면 리뷰를 못쓰겠어요 ㅋ
 

8월에는 북플도 못하고 책도 못읽었다. 먹고 사는데 집중하느라 취미생활을 등한시했다..  그래서 9월부터는 좀 많이 읽어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8월에는 그래도 어영부영 책을 3권 읽었다.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1. 빌러비드 : 토니 모리슨 (N23050)

“당신의 사랑은 너무 짙어. 사랑이 그런 거야. 그렇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지. 옅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

이 문장 하나 때문에 읽은 책이었는데,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너무 극단적인 사랑의 이야기는 마음이 아팠다. 주인공의 행동이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었지만, 불행하더라도 사는게 낫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내용이 많이 무겁고 읽기 힘들었다...



2. 결혼,여름 : 알베르 카뮈 (N23051)

녹색광선의 책인데다가 카뮈라니~!  이건 안살수가 없는 책이다. 일단 구매를 했고, 매일매일 조금씩 읽었다.(하루에 30페이지 정도?) 그런데 너무 오래 잡고 읽어서 그런지, 아님 에세이 장르가 내 취향이 아니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문장들은 아름답지만 내 마음에 들어오지는 않았다.내 마음이 어두워서 그런건지도...9월의 어느 무더운 날에 여유를 갖고 차분하게 다시 읽어봐야겠다.



3. 눈부신 안부 : 백수린 (N23052)

백수린 작가의 첫 장편이라는데, 첫 장편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좋았다. 일단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 전개도 좋았다. 결말이 좀 아쉽긴 했지만... 내가 찾던 k.h.라는 사람이 꼭 그 사람이었어야 했던가? 설마설마 하면서 읽었는데 설마가 맞았다...(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한 설명은 생략...) 이 책은 리뷰를 쓰고 싶었지만, 페넬로페님이 워낙 리뷰를 잘 써주셔서 생락한다 ㅎㅎ

˝숨기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게 사랑일 테니까. 봄볕이 나뭇가지에 하는 일이 그러하듯 거부하려 해도 저절로 꽃망울을 터뜨리게 하는 것이 사랑일테니까. 무엇이든 움켜쥐고 흔드는 바람처럼 우리의 존재를 송두리째 떨게 하는 것이 사랑일 테니까.˝


Ps. 9월 어제까지 <엔도 슈사쿠 단편집>, <우체국 아저씨> 두편을 읽었는데 완전 좋았다. 주말에 리뷰를 잘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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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9-06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갑게도 한국소설 제외하고 모두 소장하고 있는 책이네요..ㅎㅎ
카뮈는 전집이 있어서뤼..^^ 카뮈는 뭐 대체로 다 좋습니다. 여름 결혼도 전 괜찮았습니다..
근데 토니모리슨의 책은 3권 있는데 그 중 한권이 빌러비드. 물론 아직 안 읽었고 언제 읽을 지 모그겠습니다..ㅎㅎ 그치만 익순한 책이 떡~ 하니 보여 반가운 마음에..^^

열독하시어요~~

새파랑 2023-09-06 10:14   좋아요 0 | URL
카뮈 전집 있으시군요. 엄청 비싸던데 ㅋ 저도 가지고 싶습니다~!!
결혼.여름 평도 좋더라구요. 저도 다시 읽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3-09-06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오랜만이에요^^ 8월 바쁜 와중에도 책을 읽으셨네요! 빌러비드는 읽어야 할 책인데 역시 무거운 책이군요!ㅎㅎ 그나저나 9월 들어온지 얼마 안됐는데 2권을 읽으셨다니! 역시 새파랑님은 마음 잡으시면 뚝딱 해내시는 분!^^ 남은 9월에는 여유가 많아서 즐독하시는 날들이 많으시길 바랍니다.

새파랑 2023-09-06 10:16   좋아요 1 | URL
9월에는 열심히 읽고 써보겠습니다 ㅋ 빌러비드는 좀 저랑 안맞더라구요 ㅜㅜ 화가님도 9월 화이팅입니다~!!

페넬로페 2023-09-06 0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토니 모리슨, 카뮈 다 좋은데요~~
빌리버드 전에 읽었는데 완전 가물가물해요.
눈부신 안부는 저도 중간쯤 예상이 되더라고요.
새파랑님, 9월도 열독해요!

새파랑 2023-09-06 10:19   좋아요 2 | URL
눈부신 안부 페넬로페님 리뷰 너무 좋았어요 ^^ 카뮈 책은 다시 읽어보려고 합니다~!!

미미 2023-09-06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그래도 다 좋은 책들을 읽으셨네요^^ 다시 글 올려주시니
반갑습니다. >.<

새파랑 2023-09-06 10:25   좋아요 1 | URL
제가 좀 평이 좋은 책들만 찾아 읽습니다 ㅋ 책좀 더 많이 읽고 글도 써보겠습니다^^

얄라알라 2023-09-06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러브드를 뭔 뜻인지 이해도 못하고 읽었던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청소년이 이해하기엔 무섭고 어둡고 극단적이고 비통하고....하지만 다시 읽고 싶은.

3권 알차게 읽으셨네요^ ^

새파랑 2023-09-07 08:24   좋아요 1 | URL
제가 바쁠때 읽어서 그런지 잘 안읽히더라구요 ㅋ 빌러비드란 단어 자체만 보면 너무 예쁜거 같습니다 ^^

2023-09-06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07 0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3-09-06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오랜만이에요.빌러비드 저도 꼭 읽고 싶은 책인데 좀 부담스러워서 안 읽게 되네요. 앗 그러고 보니카뮈도 역시 좀 부담스럽...ㅋㅋ
근데 우체국 아저씨는 아가씨죠? ㅋ

새파랑 2023-09-07 08:27   좋아요 1 | URL
빌러비드 쿨캣님은 좋아하실거 같아요. 저랑은 좀 안맞았던것 같습니다 ㅋ

아 제가 우체국 아저씨라고 했군요 ㅋㅋ 제가 아저씨라서 그랬나봅니다 ㅜㅜ

독서괭 2023-09-06 2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오랜만이예요! <빌러비드> 너무 좋았어요. 이렇게나 처참한 이야기를 이렇게 아름답게 써내다니?? 놀랍기도 했고요 ㅎㅎ 새파랑님 좀 덜 바빠지셔서 더 자주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새파랑 2023-09-07 08:28   좋아요 3 | URL
저는 그래도 눈팅은 꾸준히 하고 있었습니다 ㅋ 자세히 못읽었지만 ㅜㅜ 9월부터는 괜찮을거 같습니다 ^^

희선 2023-09-09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천히라도 책을 읽으셨군요 읽기 힘든 책 한권에 뭐라 말하기 어려운 책 한권에 마지막은 아쉽지만 좋은 책 한권... 새파랑 님 구월에도 즐겁게 책 만나시기 바랍니다 하루키 책 벌써 보시는군요


희선
 

N23048

하루키 에세이 세트 세번째 읽은 책은 <장수 고양이의 비밀> 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읽은 하루키 에세이 세트 중 이 작품이 가장 재미있었다. 하루키 같은 사람이 옆에 있으면 심심할 일이 없을것 같다. 하루키 본인은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리뷰 쓸건 없고,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을 소개해본다. 역시 단편의 황제는 체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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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무슨 책을 가져갈 것인가는 동서고금 누구나 고민해본 고전적 딜레마일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독서 성향이 다르고, 여행 목적과 기간, 장소에 따라서도 선택의 기준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결론을 내기는 힘들다. 하지만 만약 당신에게 ‘이거라면 언제 어떤 여행이든 오케이‘라고 생각하는 만능책이 한 권 있다면 인생이 편해질 확률이 상당히 높다.

내게는『체호프 전집』이 그런 책이다. 왜『체호프 전집』이 여행에 최적인지, 적어도 내게는 꽤 명확한 이유가 있다.

(1) 단편소설 중심이라 끊어 읽기 쉽다.
(2) 어느 작품이나 완성도가 높아서 실망하는 일이 거의 없다
(3) 문장이 읽기 쉽고 담박하면서
(4) 내용이 풍부하고 문학적 향취가 충만하다.
(5)사이즈가 적당하고 무겁지 않으며, 표지가 딱딱해서 구겨지는 일이 없다.
(6) 혹 누가 제목을 보더라도 ‘체호프를 읽는다면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니겠군‘이라고 생각해준다. 이건 어디까지나 덤이지만.
(7) 이게 상당히 중요한 점인데, 몇 번씩 읽어도 질리지 않고 매번 새롭게 작은 발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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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판된 체호프의 대표적인 단편집은
열린책들, 민음사, 팽귄클래식에서 출판한 책인데,
셋다 아주 좋다. 혹시 여행을 간다면 체호프 단편집도 함께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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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8-01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세이 세트 중 가장 재밌었다니… 시도해보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보겠습니다 ^^

새파랑 2023-08-01 11:5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제가 아직 에세이 세트 세편밖에 안읽어봐서 ㅋ 이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페넬로페 2023-08-01 0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작가가 체호프에 대해 쓴 이유가 넘 공감되는데요. 그리고 위트 있어요 ㅎㅎ
민음사판 체호프 단편집, 읽어야겠어요.
하루키 에세이 중 젤 좋은게 어떤건가요?

새파랑 2023-08-01 11:57   좋아요 2 | URL
역시 단편은 체호프~!!
이번에 나온 개정판 에세이 말고 좋았던건 <위스키 성지여행>이었습니다. 제가 위스키를 좋아해서 ㅋ

무라카미 T 랑 클래식은 좀 별로였습니다... 관심장르가 아니어서 그런가 봅니다 ㅋ

초란공 2023-08-01 1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익숙한 걸 보니 저도 갖고 있는 책이 2권이네요 ㅋㅋㅋ 새파랑님의 소개로 체호프 입덕하기!

새파랑 2023-08-01 11:57   좋아요 2 | URL
오호~! 제 덕에 입덕하셨다니 영광입니다~!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제가 좋아하는 윌리엄 트레버도 읽어보세요 ^^

초란공 2023-08-01 12:01   좋아요 2 | URL
앗~ 저 <펠리시아의 여정>읽어봤어요!! <마지막 이야기들>이 궁금하긴 했습니다~!

새파랑 2023-08-01 12:04   좋아요 2 | URL
개인적으론 트레버는 장편보다는 단편이 더 좋은거 같아요 ㅋ 펠리시아의 여정도 나쁘진 않았는데 좀 아쉬웠습니다 ㅋ

얄라알라 2023-08-02 0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와 말이 통하실 수 있는(앗! 두 분이 이중언어사용자라는 전제로) 새파랑님!
나란히 기차여행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대화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

새파랑 2023-08-02 07:56   좋아요 1 | URL
제가 극 E 여서 하루키가 힘들어할거 같습니다 ㅋ

하지만 일본어를 못한다는...

독서괭 2023-08-02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체호프 단편선 두권인가 집에 있는데 아직 안 읽었어요;; 7번이 가장 충족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새파랑 2023-08-04 16:46   좋아요 1 | URL
역시 없는게 없는 독서괭님의 서재 ㅋ 체호프는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은오 2023-08-02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갈땐 체홉 단편!! 기억해두겠습니다. 전 희곡만 읽었고.. 체홉은 단편이라는 얘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아직 못읽었네요 ㅠㅠ

새파랑 2023-08-04 16:47   좋아요 1 | URL
여행갈때는 체호프~!! 희곡보다는 단편이 더 좋습니다~!! 여행가실때 꼭 챙기세요 ~!!

han22598 2023-08-03 0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의 사랑 체홉! 여행가서 읽어도 좋고, 아무날이 아닌 날에도 읽어도 좋지요..체홉단편은. 내면의 유쾌함을 샘솟게 만드는 작가! ㅎㅎㅎ

새파랑 2023-08-04 16:50   좋아요 0 | URL
han님도 체홉 파 시군요 ㅋ문득 체호프의 단편을 가방에 넣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yamoo 2023-08-31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체호프 출판된 모든 책을 갖고 있습니다. 중복된 단편집들이 여기저기 풀판사에서 어지럽게 출간되어 정신이 없어요. 여기 출판사 단편집과 저기 출판사 단편집 들을 비교해 보면 적어도 10편 중 6편은 중복입니다..ㅎㅎ

제가 읽었던 체홉 단편집 중 지만지에서 나온 유머 단편집이 있는데, 그게 유머집 모음 중 제일 재밌습니다. 거기 가물치 꼭 읽어보세요. 웃겨 죽습니다..ㅎㅎ

새파랑 2023-09-05 11:44   좋아요 0 | URL
다 가지고 계시는군요 ㅋ 저도 여러개 모았는데 다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ㅎㅎ
지만지 유머 단편집을 찾아봐야겠습니다~!!
 
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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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47

"아마도 내가 외롭다고 느끼는 이유는 결코 혼자 있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는 뭘까? '고독은 내가 선택한 것, 외로움은 내가 버려진 것' 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어디선가 비슷한 문장을 본것 같지만...) 둘다 쓸쓸하긴 마찬가지 이다. 그리고 아마 Alone(혼자)은 위 두 단어를 포괄하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고독이나 외로움 보다는 Alone 이라는 단어가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제목도 좋고, 표지도 제목이랑 너무 잘 어울리고. 이 책은 Alone 에 대해서 22명의 작가들이 느꼈던 감정들을 담고 있는데, 작품마다 주는 공감의 정도는 달랐지만 읽는 내내 그냥 힘이 빠짐을 느꼈다. 책의 내용이 우울한건지, 내가 우울한건지...



이 책에서는 '에이미 선'의 <홀로 걷는 여자>랑 '제스민 워드'의 <새로운 희망>이 가장 인상 깊었다. <홀로 걷는 여자>는 모든 것과 작별하기 위해 시베리아로 떠난 '릴리언 올링' 이라는 여자를 작가가 떠올리면서 느낀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냥 떠나고 싶다는 감정이 들 때가 있는데, 작가 는 '릴리언 올링'을 통해 여기 아닌 다른 곳에 있기를 꿈꾼다. 한번쯤은 나도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어서 그런지 작가의 생각에 많이 공감했다.

[오로지 혼자 머물며 머릿속을 말끔히 비워내고 싶다는 생각, 사람들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를 꽉 채우는 대신 반대로 그들을 그리워하고 싶다는 생각, 1980년대 영화에나 나올 법한 낯선 통근자들 무리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대신 고독과 하나가 된 것 같은 경험을 하고 싶 다는 생각,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유콘Yukon강의 시원한 물속에서 수영을 하는 것 같은 상쾌함이 느껴졌다.] P.18



<새로운 희망>은 흑인으로 코로나 시대를 지나가야 했던 차별과 이에 따른 분노, 그리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한 남편에 대한 안타까움을 애절하게 그린 작품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 보다 더 큰 슬픔이 있을까?

[청력은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있습니다. 사람은 죽을 때 시각,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을 잃게 돼요. 심지어 자신이 누군지도 잊어버리게 되지요. 하지만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소리는 들을 수 있어요.] P.73



이 책을 통해 이런 고독도 있구나, 저런 외로움도 있구나 하는걸 엿볼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때문에, 어떤 사람은 몸이 아파서, 어떤 사람은 가족 때문에, 어떤 사람은 먹고사는 일 때문에, 어떤 사람은 낯선곳으로 떠났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Alone(혼자) 이라고 느낀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얼마나 쓸쓸한지는 비교할 수 없을것 같다. 고독과 외로움은 상대적이니까, 깊이를 잴 수 없으니까.

[누구도 당신의 슬픔을 향해 공허하다고 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슬픔 속에는 고독함이 존재하고, 이는 오롯이 당신의 것이다. 고독은 참기 힘든 것이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것이다. 당신의 슬픔이 얼마나 계속되어야 하는지 혹은 그 슬픔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떠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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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7-25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려 22분의 글이 엮었으니, 그 중에서 어떤 외로움에 독자인 내가 반응하는가를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겠어요. 새파랑님.. ^^ 22명에 어떤 분들이 있는지 급 한 명 한 명 보고 싶어지네요

새파랑 2023-07-25 08:23   좋아요 0 | URL
22명중에 제가 아는 작가는 딱 1명이더라구요. 줌파 라히리라고 ㅋ 아직 저는 멀었습니다 ㅋ
알라님 말처럼 작품별 반응을 보는것도 재미있을거 같아요~!!

희선 2023-07-25 0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청각이 마지막까지 남는다는 말은 들어봤는데, 죽을 때는 자기 자신도 잊는군요 정말 그럴지... 잊으면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질 것 같기도 하네요


희선

새파랑 2023-07-25 08:24   좋아요 1 | URL
저도 청각이 남는다는 말을 경험해봐서 많이 와닿더라구요 ㅜㅜ 맞는 말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3-07-25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2명의 작가들이 쓴 에세이네요.
단어의 차이가 있지만 고독과 외로움은 언제나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작가들이 쓴 글이라 아름다운 문장이 많을 듯 해요^^

새파랑 2023-07-25 11:57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아름다운 우울이라고 살까요?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니 뷔페 간 기분이었습니다~!!

2023-07-25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목련 2023-07-26 0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에세이 참 좋았어요. 몰랐던 작가도 알게 되고요^^

새파랑 2023-07-27 07:31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도 벌써 읽으셨군요 ~! 외국에세이 공감하기 힘든데 이 책은 좋더라구요^^

하나의책장 2023-07-31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작품이었어요.
새파랑님 말대로 힘이 빠져 글 읽는 순간순간 우울함이 덮쳐왔던 적도 있지만요^^

새파랑 2023-08-01 12:02   좋아요 0 | URL
저도 좋았습니다~! 전 우울할때는 우울한게 땡기더라구요 ㅋ 많은 작가의 이름도 알게되어서 좋았습니다~!!

그레이스 2023-08-01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팬데믹의 상황에서의 차별! 이건 또 다른 외로움인듯요 ㅠ

새파랑 2023-08-01 12:03   좋아요 1 | URL
코로나때의 암담함이 떠올라서 좀 그랬습니다 ㅎㅎ 미국의 피해가 컸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적인 체험기를 읽으니 더 공감이 되더라구요~!!
 
내가 버린 여자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 어문학사 / 200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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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45

"고통스러운 것은 몸 때문이 아니에요. 2년 동안 여기서 지내면서 깨달은 건데요. 고통스러운 것은 이젠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견뎌내는 거예요."


이 책의 제목이 다른 제목이었다면 아마 <침묵>처럼 명작이란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버린 여자>라는 제목 보다 더 적절한 제목을 떠올릴수는 없다.


"그날 버린 그 여자
지금쯤 어디에 살고 있을까?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가 알바는 아니지만
이따금 가슴이 아파오네
그날 버린 그 여자"



이 작품은 버린남자인 '요시오카'와 버려진 여자인 '미츠' 두 사람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전쟁 후 먹고살기 힘들어서 지저분한 방에 살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되는데로 살아가는 대학생 '요시오카'는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어느 잡지에 사연을 기재한 '미츠'에게 연락을 한다.

[이것이 내가 그녀를 알게 된 동기였다. 머지않아 내가 버린 그녀를 만나게 된 최초의 계기이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생에 있어 우연이 아닌 인연이 있을 까? 인생에는 원래부터 우연이라는 것이 작용한다. 앞으로 기나긴 일생을 함께 할 부부도 처음에는 우연히 백화점 식당의 옆자리에서 점심을 먹었다는, 하찮은 사건이 계기가 되어 서로 알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하찮은 것이 아니라 인생의 의미를 푸는 실마리였다는 것을 알기 위해, 나는 오늘까지의 기나긴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P.29



변두리 공장에서 어렵게 일하면서 살아가는 '미츠'는 연락을 받고 그를 만나러 간다. 대학생에 대한 환상때문인지 그녀는 그에게 호감을 갖는다. '요시오카'가 얼마나 불순한지도 모른채... '요시오카'는 '미츠'를 보자마자 큰 혐오감을 느낀다. 그녀의 외모부터 옷차림까지 어느것 하나 맘에 든 구석이 없었다. 하지만 성욕 하나만으로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날 우리가 처음으로 만났을 때 그 여자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기억하기는 힘들다. 정말로 사랑한 여인이었다면 최초의 데이트 때 손가락을 스친 일, 행복해 하는 여자의 웃는 얼굴까지 평생동안 마음에 새겨져 있겠지만, 그 여자는 내게 있어 우발적인 충동으로 만난 상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불량하게 말하면, '꼬셔서, 범하고, 그렇다. 그 다음에는 마지막 전철이 지나간 밤의 플랫폼에서 차가운 바람에 나뒹구는 빈 담뱃갑처럼 버린 한 여자였다.] P.31



결국 술에 취한 '미츠'를 여관으로 데리고 가지만, 첫번째 만남에서는 '미츠'의 강한 거부로 실패한다. 하지만 '요시오카'는 자신이 소아마비를 겪고 있다고, 나와 자지 않는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것이라고 동정과 협박을 하면서 그녀를 압박한다.


결국 두번째 만남에서 두사람은 관계를 갖는다. '미츠'는 오직 그를 위해서 허락한 것이었지만, '요시오카'는 결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관계를 끝으로 '요시오카'는 그녀와의 연락을 끊는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기다린다. 언젠가는 그가 다시 나를 찾을거라는 한가닥의 희망을 가진 채 그녀는 계속 그렇게 어렵게 힘들게 살아간다. 언제나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해, 손해보면서 살아가는 '미츠'는 그런 여자였다.

['책임 같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이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너의 슬픔을 다른 사람의 슬픔과 결부시키는 거야. 그리고 나의 십자가는 그 때문에 존재하는 거야.'

그 마지막 말의 의미를 미츠는 잘 몰랐다. 그러나 바람을 맞으며 서 있던 아이 입가에 벌겋게 부어오른 부스럼이 그녀의 가슴을 죄어왔다. 누군가가 불행한 것은 슬프다. 세상의 누군가가 괴로워하는 것은 슬프다. 그녀로서는 그 부스럼이 점점 견딜 수 없었다.] P.107



'미츠'는 술집, 빠찡코, 업소를 옮겨다니며 살아가고, '요시오카'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 중소기업에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사장 딸의 환심을 사게 된다, 그리고 그녀와의 결혼을 꿈꾼다. 자신의 추악한 욕심을 감추면서 '요시오카'는 그녀에게 어떤 성적 욕망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그는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미츠'를 다시 찾는다.

[그때, 나는 왠지 상당히 오래 전에 초라한 시래기죽을 먹으면서 나가시마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포도 시렁에 손을 뻗어 포도를 따고 있는 처녀들 이야기.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런 처녀들과 사귀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애절한 감정과 더불어 또 다른 감정이 가슴에서 솟구쳤다. 그것은 애절한 감정과는 달리 훨씬 타산적이고 교활한 감정이었다.] P.121



'미츠'는 오랫동안 '요시오카'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정말로 그가 연락했을때는 만나기가 두려웠다. 왜냐하면 그녀는 '한센인병(나병)'에 걸렸다고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그를 만나고 그에게 사실을 말한다. 하지만 '요시오카'는 도망치듯 그녀를 떠난다. 두번째 도망.

[잘 지냈어요? 얼마전 요시오카 씨가 가게에 왔었다는 말을 듣고 놀랐어요. 화내지 마세요. 이제는 저를 찾지 마세요. 어쩔 수가 없어요. 전부터 몸이 아팠고……………] P.181



이후 '요시오카'는 사장 딸과 결혼에 성공하고 안정적인 삶을 알아간다. 그리고 어느순간 떠올린다, 내가 버린 여자 '미츠'는 아직 살아 있을까?

[그러나 왜 이렇게 허전할까? 지금의 내게는 작지만 견실한 행복이 있다. 나는 미츠에 대한 기억 때문에 그 행복을 버릴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왜이렇게 허전할까? 만일 미츠가 내게 무언가를 가르쳐주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우리 인생에 단 한 번이라도 스쳐 지나간 것이 있다면 거기엔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남는다는 사실일까? 이 허전함은 그 흔적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 그리고 만일 이 수녀가 믿고 있는 신이란 존재가 정말로 있다면, 신은 그러한 흔적을 통해서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걸까? 그런데 이 허전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P.300





과연 신이란 있는걸까? 왜 착한사람이 더 고통을 받아야 하는걸까? 왜 나쁜사람에게는 그만큼의 징벌이 가해지지 않는걸까? 이 책이 그에 대한 답을 주진 않는다. 단지 그런 시련에도 어떤 의미가 있을거라는 이야기기를 한다. 그리고 내가 손해를 보는것은 내가 바보여서가 아니라고 위로해준다.

"우리 인생에 단 한 번이라도 스쳐지나간 것이 있다면 거기엔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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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7-17 0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버렸으면서 생각하기도 하네요 그렇게 가끔 생각하는 사람 있겠지만, 생각 안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스쳐 지나는 사람도 뭔가를 남길지... 그러려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은 아니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3-07-17 11:30   좋아요 2 | URL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은 해당 없겠죠? ㅋ 버릴땐 언제고 생각하다니 좀 괘씸하긴 하지만 어쩔수 없나 봅니다~!!

미미 2023-07-17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왜 이러지? 하고 관련 정보를 찾아봤던 기억이 납니다.^^
의외로 주제가 내포하는 의미가 깊었던 것 같은데 다 까먹...ㅋㅋㅋㅋ
새파랑님 별 다섯 주셨다니 준비해두길 잘했네요!


새파랑 2023-07-17 11:31   좋아요 2 | URL
제목이 좀 그래서 그렇지 완전 좋습니다. <침묵>의 인간적인 버젼?

슈사쿠의 <바보> 보다는 좋았습니다~!!

잠자냥 2023-07-17 12:08   좋아요 1 | URL
제목이 참 신파인데 역시 엔도 작품답습니다….

새파랑 2023-07-18 19:44   좋아요 1 | URL
역시 슈사쿠라는 감탄만 했습니다~!! 흔한 이야기도 흔하지 않게 쓰는 엔도의 능력~!!

페넬로페 2023-07-17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엔도 슈사쿠의 작품도 많네요.
이 책도 신과 연관되어 있는 건가요?
저도 참 그것이 의문입니다.
왜 인간의 삶은 공평하지 않고 힘든 사람은 계속 힘들게 사는지요~~

새파랑 2023-07-18 19:45   좋아요 1 | URL
엔도 슈사쿠 작품이 상당히 많습니다 ㅋ 전집으로 내주면 좋을텐데

신과 약간 연관 있습니다~!! 침묵의 현대버젼? ㅋ

독서괭 2023-07-19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한동안 서재에서 많이 회자되었던 엔도 슈샤쿠군요! 제목이 약간.. 유행가 같아서 그런데, 내용을 보니 제목이 딱이네요 ㅎㅎ 요시오카 땜에 너무 화날 것 같지만 읽어보고 싶어요.

새파랑 2023-07-19 22:32   좋아요 1 | URL
책에서는 저런 노래가 있는걸로 나옵니다. 역시 예리하신 토지괭님~!!

혹시 침묵을 안읽으셨다면 침묵 먼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