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3
최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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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65

"이별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 같고, 포기를 위해 꿈꾸는 것만 같다. 가방에 국어사전이 있었다면 '허무'라는 단어를 찾아봤을 거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과 '허무'가 딱 들어맞는 단어인지 확인해 봤을 거다."


가끔 과거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고등학교때 이런 선택을 했었더라면, 대학교때 이런 선택을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때문에 말이다. 현재에 불만이 있고 힘들고 그런건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갈증이 남아있나보다.

[눈앞의 어려움을 해결한다고 내 삶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란 사실을. 어질러진 방을 내 손으로 치우고 나는 다시 방을 어지르겠죠. 먼지는 쌓이고 벽지는 낡아가고 어딘가에서 계속 나쁜 냄새가 올라오겠죠. 나는 구제불능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겠죠. 이 권태와 환멸, 손쓸 수 없다는 우울과 허무, 계속 잘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은 대체 어디에서 흘러오는 겁니까.] P.73



최진영 작가의 <내가 되는 꿈>은 이런 내 아쉬움에 대한 답을 준 작품이었다. 후회하지마라고, 아쉬워하지말라고, 오지 않은 미래를 벌써부터 걱정하지 말라고, 오늘을 즐기고 오늘의 나를 사랑하라고, 너는 혼자가 아니였다고...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무수히 쌓여진 결정체이기 때문에, 과거 어느 한순간이 바뀌었더라도 크게 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 뒤돌아보지 말자, 이젠 책만 열심히 읽자...




<내가 되는 꿈>은 10대의 나(과거)와 30대의 나(현재)의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진행되다가 어느순간 하나로 이어진다. 어디선가 비슷한 소재의 책을 읽엇던것 같은데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내가 두번째로 만난 최진영 작가의 작품인데, <구의 증명> 급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줘서 좋았다. 그리고 차 보닛 내용은 <구의 증명> 급이었다...최진영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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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10-23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갈수록 제 취향이 분명해지면서 ~했더라면...하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드네요.^^ 새파랑님의 결론에 공감합니다. ‘이젠 책만 열심히 읽자‘ㅋㅋㅋㅋ

새파랑 2023-10-23 17:43   좋아요 1 | URL
미미님의 취향은 전 우주의 책을 다 섭렵하시는거 아니었나요? ㅋ

아 책만 읽을 수 있는 날이 몇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쟝쟝 2023-10-23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정말 좋아요!! 웃기구 슬프구!!

새파랑 2023-10-23 17:44   좋아요 1 | URL
공쟝쟝님께 인정받기는 쉽지 않은데... 최은영 작가에 이어서 2픽이 최진영 작가님인가요? ^^

공쟝쟝 2023-10-23 18:49   좋아요 1 | URL
네 그런 것 같습니다 ㅋㅋㅋ 최진영 이거 하나 밖에 안 읽어놓고 ㅋㅋㅋㅋ 엄청 공감했거든요!!! 최근에 읽은 에세이에서도 공감 ㅋㅋㅋ 더 읽어봐야겠어요! 저의 한국 소설 작가는 최은영-한강-황정은 인데 최진영 작가님도 한 권 더 읽어보고 한 줄 넣을까 싶네요!!

페넬로페 2023-10-23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돌아가도 제가 바뀔 자신도 없고 나란 인간은 그대로 일 것 같아요.
그냥 지금부터 좀 더 열심히 살아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이 책도 찜합니다^^

새파랑 2023-10-23 17:45   좋아요 1 | URL
이러나 저러나 결국 나는 뭐 별다를게 없는 나인거 같습니다 ㅋ 전 그냥 받아들이고 이대로 사는걸로 ^^

이 책 재미있습니다~! 세시간이면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물감 2023-10-23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고 이 책 대출중이라 못빌렸어요.
혹시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읽어보셨나요? 최진영 좋아하시면 이것도 강추입니다. 근데 저도 아직 못 읽었습니다. 이것도 대출 중이라...

새파랑 2023-10-24 06:52   좋아요 1 | URL
<당신 옆을 스쳐간...> 좋군요~! 물감님 강추라니 일단 찜하겠습니다~!!

희선 2023-10-24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은 하나여도 어딘가에 지금까지 자신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죠 그때 그때 자신... 그것이 다 자신이겠죠 그렇게 생각하고 싶네요


희선

새파랑 2023-10-24 06:53   좋아요 1 | URL
저 표지가 내안의 무수한 나를 표현한거더라구요. 정직한 제목 정직한 표지 정직한 내용이었습니다~!!!

모나리자 2023-10-24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이 많고 마음이 복잡할 땐 책이나 읽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물론 집중하기 어렵지만요. 걱정하다가 시간 날리고 나면 그것도 허무하고 낭비니까요. 새파랑님 독서 화이팅 입니다. ^^

새파랑 2023-10-24 16:16   좋아요 1 | URL
심난할때는 책보는게 최고인거 같습니다~!! 술은 백해무익...

모나리자님도 화이팅 입니다~!!!

 
라우루스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지음, 승주연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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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63

"천사들은 힘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지치지 않는다네. 만약 자네가 자네 힘의 한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자네 또한 지치지 않을 걸세. 아르세니,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자는 물에 빠질 것을 두려 워하지 않는 자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나."



<라우루스>는15세기 페스트가 유행하던 러시아를 배경으로, '아르세니', '우스티나', '암브로시우스', '라우루스'로 살아갔던 '아르세니'에 대한 일생을 담은 작품이다.


'아르세니'는 할아버지로 부터 배운 약초에 대한 지식과 성스러운 치료 능력으로 주위의 아픈 사람들을 치료한다.

["우리 모두는 아담이 간 길을 가고 순결을 잃으면 비로소 우리가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단다. 아르세니야, 울면서 기도하렴. 그리고 죽음은 아픈 이별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거라. 죽음으로써 해방되는 기쁨도 누리게 될 테니 말이다."] P.49



하지만 자신의 아내와 아들은 살리지 못한다. 그는 죄책감 때문에, 아내와 아들에게 속죄하기 위해 그이곳 저곳을 순례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을 계속 치료한다.


이렇게 순례하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태어난 아내와 아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는 의사일까? 아님 러시아 중세 시대에 환생한 예수일까?

[아르세니가 우스티나에게 말했다. "마치 내가 먼 과거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구려. 사람들도 그때 치료하던 사람들과 비슷하고 증상도 비슷해서 한때 내가 치료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도 든다오. 시간이 과거로 돌아갔거나 내가 어떤 원점으 로 다시 돌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오. 그렇다면 돌아가는 길에 당신을 만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오."] P.442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고 가독성도 좋지만,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솔직히 잘 모르겠다. 대단히 어려웠다... 한번 읽고 이해하기에는 내 이해력이 많이 모자랐다. 하지만 말할 수 없는 감동과 무거움을 느꼈다. '아 명작이구나, 쉬운 작품이 아니구나' 이런 느낌? 뭔가 성스러움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성경이 이런 이야기일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

["저는 이제 제 삶이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저는 아르세니였고, 우스틴이었고, 암브로시우스였으며, 이제는 라우루스가 되었습니다. 서로 닮지도 않았고 서로 다른 이 름과 서로 다른 몸을 가진 네 사람의 삶을 살았습니다. 루키나 마을의 금발 소년이 저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을까요? 기억을 함께 공유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제가 오래 살면 살수록 제가 가진 기억이라는 것은 지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순간부터 제 기억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저는 서로 다른 시대에 저였던 사람들과 저를 더 이상 연관지어 생각할 수 없 습니다. 삶은 모자이크와 유사해서 여러 조각으로 흩어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P.494



성경하니 예전에 읽은 코멕 메카시의 <더 로드>가 갑자기 생각나는데, <더 로드>랑 비교하면 <라우루스>가 훨씬 재미있고, 더 성스로웠다.


오랜만에 읽은 어려운 책이었다. 그래서 리뷰에도 쓸 말이 별로 없다... 일단 완독학 것에 의의를 두고, 꼭 재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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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10-16 1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쓸 말이 별로 없다.. ㅎㅎㅎ 완독에 축하드립니다. 어려운데, 또 재미있고 가독성이 좋다는 건 의외네요.

새파랑 2023-10-16 18:30   좋아요 1 | URL
감히 이런 책에 제가 리뷰를 쓰는게 맞는걸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 뭔가 이 책을 읽은것 만으로도 구원받는 기분이었습니다 ~!!

잠자냥 2023-10-16 19:50   좋아요 2 | URL
이 책을 마침내 다 읽어서 구원받은 느낌인데…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10-16 20:02   좋아요 1 | URL
앗 들킴....
잠자냥님 이 책 좀 읽어주십시요~!!

페넬로페 2023-10-16 2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럴 때 많아요.
감동받고 뭔가 있는 느낌인데
막상 글 쓰려면 뭐라고 얘기해야할지 잘 모르겠는 거요.
저는 완전 처음 듣는 작가인데
새파랑님께서는 제가 모르는 작가 소개해주는 책 전도사 같습니다
역시 👍👍👍

새파랑 2023-10-16 20:19   좋아요 1 | URL
저도 북플에서 좋다는 글 보고 읽은거여서 ㅎㅎ

표지의 느낌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사실 리뷰를 잘 써보려고 했는데 이 책이 옆에 없어서 그냥 썼습니다. 줄거리 생략 ㅋㅋ

yamoo 2023-10-17 0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첨 듣는 작가여서 검색을 해 봤는데, <비행사>의 작가군요! 비행사 사 놓고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는데 언제 읽을지....어려운 책이라는 새파랑 님 언급에 저도 보고 확인해 보고 싶네요~^^

새파랑 2023-10-17 12:14   좋아요 0 | URL
역시 읽어보셨군요. yamoo님에게는 쉬울거 같습니다. 제가 워낙 배경지식이 없어서 ㅜㅜ

어려워도 좋았습니다~!!

yamoo 2023-10-17 13:06   좋아요 1 | URL
ㅋㅋ 새파랑님...비행사 사놓고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다구요~~~~ㅎㅎ
읽어봐야하는데...건너 뛰고 새파랑님이 <라우루스> 어렵다고 하시길레...어려운 지점을 확인해 보고 싶어서요..^^;;

새파랑 2023-10-17 13:18   좋아요 0 | URL
앗 ㅋ 감기가 들어서 정신이 없네요 ㅜㅜ

책이 어렵게 읽히는건 아니고 정말 좋은데 뭔가 성스럽습니다 ㅋ 읽어보면 아실겁니다~!!

희선 2023-10-18 0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할 수 없는 감동과 무거움 그리고 성스러움을 느낀 책이군요 다시 태어난 아내와 아들을 만나고 싶어하다니... 다시 태어난 사람을 알아볼지...


희선

새파랑 2023-10-18 12:55   좋아요 0 | URL
책이 정말 성스로웠습니다 ㅋ 제목부터 성스로움~!! 결국 마지막에는 자신의 과오를 극복하긴 합니다~!!
 
풀꽃
후쿠나가 다케히코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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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62

˝과연 내가 그렇게 눈부시게 과거를 살았을까? 사랑받을 수 없었던 나, 그저 사랑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면서도 가슴속의 고뇌로 마음이 찢어지던 나, 그런 나는 정말로 옛날에 한 점 후회 없이 살았을까? 그리고 또 하나의 의문.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왜 나를 떠나갔을까?˝



고독하다는 건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받아들여질 수 없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 이 책의 주인공 ‘시오미‘는 고독했다. 그렇기 때문에 살려는 의지를 상실했다. 그래서 폐 질환을 가지고 있던 그는 성공확률이 극히 낮은 폐 절제 수술에 자신의 몸을 맡긴다. 결국 수술은 실패로 끝나고 죽은자가 된다. ‘시오미‘는 어떤 사랑을 했길래 그렇게 고독했던걸까? 그렇게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던 걸까?

[˝나는 옛날부터 고독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를 떠나갔다. 하지만 사랑하고 있을 때 나는 살아 있었다. 그때는 생명의 충족감이 있었고,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황홀감이 종종 나를 찾아왔다. 그런 행복은 어디로 갔을까. 아아, 바로 지금 이렇게 살아 있다고 강렬하게 외치고 싶은 그 불타오르는 영혼의 환희는 어디로 갔을까. 강한 의지로 일관된 고독, 영웅의 고독, 그리고 하루하루의 삶 속에 빠져 떠밀려가는 듯한, 이런 나약하고 가련한 고독은 대체 뭐란 말인가. ˝] P.63




이 작품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요양원에서 만난 나와 30살의 ‘시오미‘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곳에서 나는 언뜻 보면 밝아보이지만 어딘지 초연한 듯한 ‘시오미‘를 알게 된다. 그는 폐 절제 수술을 들어가기 전에 자신이 살아돌아오지 못할 경우 나에게 두권의 노트를 맞기면서 그것을 읽어봐달라고 한다. 결국 그는 수술실에서 살아오지 못한다. 무리한 수술을 말렸어야 했을까? 말렸더라도 막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미 그는 스스로 생을 포기하고 있었기에 말이다.

[˝나처럼 예술가도 아닌 인간에게 인생이란 그가 살았던 하루하루와 함께 끝나는 거야. 미래라는 게 없어. 죽음이 있을 뿐이야.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야. 현재라는 건 없어. 그래, 대부분은 현재조차도 없지. 거기엔 과거가 있을 뿐이야. 물론 그건 진짜로 사는 건 아냐. 오늘이라는 하루를 살지 않고 뭘 산다고 하겠어. 하지만 많은 사람은 과거에 의해 살고있어. 과거가 그 인간을 결정해버리는 거지. 산다가 아니라 살았다야. 죽음은 단지 표시일 뿐이야.˝] P.41




2장은 ‘시오미‘의 첫번째 노트로, 10대의 ‘시오미‘는 1년 남자 후배인 아름다운 청년 ‘후지키‘를 마음에 품는다. 우정인지, 사랑인지 햇갈리는 관계. 하지만 이건 자신이 봐도, ‘후지키‘가 봐도, 주변에서 봐도 사랑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선배를 따르던 ‘후지키‘는 이런 ‘시오미‘의 애정을 부담스러워 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멀리 하려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오미‘는 고독해진다.

[왜지? 하고 나는 속으로 물었다. 다같이 행동하겠다. 단순히 그 뿐인 걸까, 그게 아니면 내가 싫은 걸까. 하얗게 빛바랜 실의의 기억이 내 의식 속을 재빨리 스쳐갔다. 후지키를 알게 된 지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시오미 선배, 시오미 선배, 하며 무슨 일만 있어도 친하게 다가와 매달리곤 했다. 그것이 가을이 되고, 내가 후지키네 집에 가끔 놀러오면서 어머니와 지에코와도 어울리게 된 후로 후지키는 조금씩 내게서 멀어졌다. 나와 만나는 걸 피하고, 나와 이야기하는 걸 피한다. 대체 왜일까. 왜 그렇게 내게 차갑게 대하는 걸까.] P.93



받아줄수도 없고, 인정받기도 쉽지 않은 ‘시오미‘의 감정은 그칠 줄 모른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후지키‘는 병으로 갑작스럽게 죽는다. 아무 의미도 없게된 ‘시오미‘의 사랑. 그런데 정말 아무 의미가 없었던 걸까?

[아무 의미도 없는데, 후지키를 향한 나의 사랑이 아무리 컸다 해도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었고, 사랑을 거부한 후지키도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사랑도, 고독도, 집착도, 거절도, 끝내는 아무 의미도 없게 되었다. 사랑하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모든게 다 허무할 뿐이었다.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던 후지키, 정해진 길 밖에 걸을 수 없었던 후지키, 그리고 그런 후지키를 그토록 사랑 했던 나.] P.146




3장은 ‘시오미‘의 두번째 노트로, 20대가 된 ‘시오미‘는 고등학교 시절 ‘후지키‘의 집에 자주 놀러갔었고, 그의 엄마와 여동생 ‘지에코‘와도 친해졌는데 ‘후지키‘가 죽고 난 후에도 가족들을 지속 방문한다. 그리고 성인이 된 ‘지에코‘와 가깝게 지낸다. 하지만 가치관의 차이로 연인 이상으로 발전하지는 못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음으로는 지에코를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어쩌면 나는 한편으로 나 자신의 고독을 너무나 소중히 했던 것이리라. 후지키 시노부를 잃은 후 나는 인간이 날 때부터 지닌 얼음 같은 고독은, 아무리 활활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으로 태워진다 해도 결코 녹아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 히 알게 되었다. 상처받은 내 마음을 이해하기에는 지에코는 너무나 어리고 천진했다. 그리고 나는 지에코를 사랑하면 할수록 고독하고, 고독을 느끼면 느낄수록 사랑하는 이 마음의 모순을, 나 자신에게도 지에코에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P.207



‘시오미‘는 마음속으로는 그녀를 원하지만, 머지않아 나올 입대 영장 때문에, 내면에 있는 고독 때문에 마음을 열지 못하고, ‘지에코‘는 ‘시오미‘와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기에, 그가 여전히 오빠를 잊지 못하고 자신에게서 오빠의 모습을 찾는것 처럼 느꼈기 때문에, 결국 ‘시오미‘의 군입대를 계기로 두 사람은 그대로 이별한다. 만남의 유지는 그렇게 힘든데, 이별은..한 순간이다.

[그녀는 나를 잊었고, 나는 그녀를 잊었다. 인간은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오래된 기쁨과 슬픔은 전부 의식 밑바닥에 가라앉혀버리지 않으면 안되는 걸까. 사람은 새로운 고민, 새로운 괴로움을 위해서는, 모든 걸 잊을 수 있는 걸까.] P.246




4장은 1장의 화자인 나가 ‘시오미‘가 남긴 노트를 다 읽고 나서 ‘지에코‘에게 노트를 건내기 위해 그녀에게 편지를 쓰는 내용이다. 이미 다 끝나버렸는데,더이상 이세상 사람이 아닌데, 이 노트가 그녀에게 의미가 있을까? ‘시오미‘는 자신이 쓴 노트가 ‘지에코‘에게 전달되기를 바랬을까?


나는 의미가 있다고, 전달되기를 바랬을거가 생각한다. 다시는 못본다 하여도 말이다. ‘시오미‘는 아마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고독을 누군가는 알아주길 원했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다면 너무 의미없는 인생이었을 테니까.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읽기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어떤 문장은 너무 아름다웠고, 어떤 문장은 너무 아팠고, 어떤 문장은 너무 공감했다. 너무 고독해하는 ‘시오미‘가 만약 내 주위에 있었더라면 그에게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을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사랑해야 한다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독도 살아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거니까.

[˝하지만 그런 경우, 사랑의 강함과 고독의 강함은 정비례하지 않아. 상대를 더 강하게 사랑하는 쪽은 오히려 자신의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고 상대에게서 상처받을 때가 많거든. 하지만 설령 상처를 받는다 해도, 언제나 상대보다 더 강하게 사랑하는 입장에서 야 하는 거야. 남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햇볕에 미지근해진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과 같아서, 거기엔 어떤 고독도 없어. 남을 강하게 사랑한다는 건 자신의 고독을 거는 거야. 설령 상처받는 두려움이 있다 해도 그게 진짜 삶이 아닐까? 고독이란 그런 식으로 단련되어 성장해가는 게 아닐까?˝]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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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10-10 17: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불꽃으로도 녹지 않는 얼음 같은 고독‘이라니 많이 슬픈 내용일 듯 합니다. 그러나 독자에게는 좋은ㅋ

‘산다는 게 아니라 살았다야‘ 이 부분도 공감이구요. ^^

새파랑 2023-10-10 18:31   좋아요 1 | URL
제가 좋아하는 전형적인 일본문학이었습니다 ㅋ 표지가 좀 그랬는데 재미있고 감동도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페넬로페 2023-10-10 1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지 않았지만 왠지 아픔이 묻어나오는 소설 같네요.
이 작가 모르는 작가인데 관심 가져봐야겠어요^^
과거에 대한 회한은 항상 남는 것 같아요.

새파랑 2023-10-10 18:32   좋아요 3 | URL
저도 처음 들어본 작가인데 북플에서 좋다고 해서 바로 사서 읽었습니다~!! 이 책 읽고 어제 밥을 못먹었습니다 ㅜㅜ

scott 2023-10-10 1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가을에 이토록 쓸쓸한 글이 ㅋㅋ 새파랑님의 고독은 책만이 치유 할 수 있음요 ^ㅎ^

새파랑 2023-10-10 21:21   좋아요 1 | URL
아 쓸쓸한가요? ㅋ 요새 가을 타나 봅니다~! 지금 <라우루스>도 읽고 있는데 이것도 쓸쓸하네요 ㅜㅜ

은오 2023-10-10 2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헐.. 술파랑님 저 이거 궁금해요! 이거 새파랑님께 땡투 ㅋㅋㅋㅋ
근데 취중리뷰인가요?? ㅋㅋㅋ
고독하디 실폐가 웬말입니까?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10-10 21:21   좋아요 3 | URL
앗 ㅋㅋ 쉬는시간에 조금씩 급하게 쓰다보니 오타입니다....

업무중에 취하지는 않습니다 ㅋㅋ

전 이 책 너무 좋았습니다~!

얄라알라 2023-10-11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흑...쓸쓸한 아름다움... 책 읽으시느라 식사를 거르심인가요? 새파랑님 ㅎ 역시!!!

새파랑 2023-10-11 07:28   좋아요 0 | URL
식사를 거르는건 아니고 ㅋ 그정도의 열정은 없습니다~! 가끔 시간내서 조금씩 쓰고 다시 일하고, 조금씩 쓰고 일하고 ㅋ

리뷰를 빨리 써야 퇴근하고 책읽을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희선 2023-10-12 0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 이야기가 담기기도 했나 봅니다 이 작가도 폐결핵이었다니... 작가는 괜찮았으려나 찾아보니 일찍 죽지는 않았네요 소설에서는 죽게 하고... 본래 그런 거기는 하겠습니다 처음 좋아한 사람이 죽다니, 그게 상처가 돼서 더 기분이 우울해진 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희선

새파랑 2023-10-12 07:17   좋아요 0 | URL
작가의 사소설 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더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희선님도 이 작품 좋아하실거 같아요~!!
 

리뷰 쓸 여유가 없어어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한 짧은 감상평을 쓴다.


N23059 죽음의 책 ☆☆☆☆☆

˝어떤 이야기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

현대문학 출판사의 세계문학 단편들 중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작품집이다. 총 19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직전에 읽은 <사랑의 책>과 중복되는 작가도 있었고 처음 접한 작가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리처드 매시슨‘이라는 작가의 <뜻이 있는 곳에>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눈을 떠보니 땅 속 관 안에 있는 주인공이 탈출하는 이야기인데, 마치 내가 주인공인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 단편이랑 내용이 비슷한 영화가 있는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호러? 이런 장르는 안좋아하지만 이 작가의 작품은 꼭 읽어봐야겠다.



토마스 만의 <행복에의 의지>도 좋았다. 역시 토마스 만이네~!  라고 감탄했다. 주인공 ‘호프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지병 때문에 살날이 얼마 안남았고, 그가 사랑했던 여인의 부모는 ‘호프만‘의 지병을 이유로 딸의 결혼을 반대한다. ‘호프만‘은 이에 충격을 받고 떠난다. 하지만 사랑의 힘으로, 행복에의 의지로 죽음을 견뎌낸다. 5년이 지났지만 여인 역시 ‘호프만‘을 잊지 못하고, 결국 여인의 부모는 결혼을 허락한다. 그러나...이후 생락...



유도라 웰티의 <클라이티>는 한번 읽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두번 읽었는데 그래도 이해하지 못했다. 갑자기 왜 죽은거지?? 좀 답답했다. 어쩌면 죽음때문에 가장 답답한 사람은 본인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 쓴지도 모르겠다.



제임스 서버의 <쏙독새>는 읽으면서 내가 신경쇠약에 걸리는줄 알았고(그만큼 리얼하다.), 잭 런던의 <불피우기>는 읽으면서 내가 얼어죽는줄 알았다(그만큼 리얼하다 2.)



모파상의 <늙은이>는 장인어른의 임종이 임박하자 주인공 부부가 손님들을 부르고 장례식을 준비하지만 장인어른이 계속 살아있어서 겪게 되는 황당한 이야기인데, 역시 모파상이란 감탄만 나왔다. 삶이 우선인지, 주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우선인지 생각해보게 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죽음의 가장 큰 공포는 본인이 가질 수 밖에 없다.



다른 작품들 역시 대부분 좋았다. 둘 다 좋지만 이전에 읽은 <사랑의 책>보다는 <죽음의 책>을 추천하고 싶다. 역시 난 희극(사랑) 보다는 비극(죽음)이 더 취향인 듯 하다.




N23060 김훈 <공터에서> ☆☆☆☆☆

김훈 작가를 좋아하는 친구에게서 선물받아 읽은 책이다. 일제강점기에서부터 베트남전까지 2대에 걸친 ˝마씨˝ 가족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들의 비극을 매우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영웅이 아닌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불행을 그려서인지 더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문장들은 매우 날카로웠다. 김훈 작가의 작품은 <칼의 노래>만 읽어봤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루 작품들도 읽어봐야 겠다.




N23061 체호프 <체호프 유머 단편집> ☆☆☆☆

오랜만에 읽은 체호프의 단편집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쓴 초기 단편들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진지하고 깊이 있는 체호프를 좋아해서 나랑 그렇게 맞지는 않았다. 물론 재미있게 읽었지만~!!





10월부터는 열독 모드로 들어가겠다고 다짐해본다...(술파랑의 오명을 벗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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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0-06 17: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죽음의 책, 읽고 싶어지네요.
현대문학시리즈 보면 모르는 작가가 많더라고요.

저도 체호프 유머 단편집은 좀 별로였어요.
별로 유머러스하지 않은 듯 했어요.
10 월 새파랑님, 독서 화이팅입니다^^

새파랑 2023-10-06 20:02   좋아요 2 | URL
저도 현대문학 단편집 보면 대부분이 모르는 작가입니다 ㅋ 진지한 체호프가 좋습니다~!! 페넬로페님도 10월 화이팅입니다~!!

미미 2023-10-06 1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죽음의 책>에 있는 쏙독새와 불피우기를 꼭 읽어봐야겠습니다ㅋㅋㅋ
술파랑 더 친근하고 재밌는데 왜 오명인가요!ㅋ
감기조심하시고 건강한 10월 되시길요! ^^

새파랑 2023-10-06 20:04   좋아요 3 | URL
특히 잭 런던 작품이 재미있더라구요~! 마틴에덴이랑 야성의 부름도 좋던데 ㅋ

술파랑 왠지 저랑 잘 어울리긴 합니다 ^^ 미미님도 감기조심하세요~!!

서곡 2023-10-06 19: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행복에의 의지 뒷내용 기억이 안 납니다 ㅎㅎ 궁금해서 찾아봐야겠습니다 ㅋㅋ금요일 저녁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새파랑 2023-10-06 20:05   좋아요 1 | URL
벌써 읽어보셨군요~!! 민음사판으로 토마스 만 단편집 사놓고 안읽었는데 읽으려고 꺼냈습니다 ㅋ 서곡님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서곡 2023-10-06 22:21   좋아요 1 | URL
흐흐 찾아서 확인했습니다 읽는 동안 희미하게 결말이 기억나더군요 참 너무하지 말입니다 좋은 밤 되시길요!

새파랑 2023-10-07 16:07   좋아요 1 | URL
이야기도 재미있고 결말도 너무 극적이어서 좋았습니다~!! 사람의 의지란 참 무서운거 같습니다~!@

은오 2023-10-06 19: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술파랑님.... 술드시느라 리뷰 쓸 여유가 없으신건 아닌지.... 의심스럽네요 ㅠㅠ
저도 이번에 체홉 단편집 샀습니다! 술파랑님은 여행가서 읽으면 좋다고 하셨지만 집에서 읽을게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3-10-06 20:07   좋아요 2 | URL
은오님이 지어주신 별명... 어제 그제 음주해서 오늘은 금주입니다 ㅋ 체호프 단편은 정말 좋습니다~!!

얄라알라 2023-10-11 00:44   좋아요 1 | URL
아하!! 출처가, 아니 술파랑의 발원지? 발원인?^^ 은 바로바로....은오님이셨군요!! ㅋ

새파랑 2023-10-11 07:24   좋아요 1 | URL
모든 문제의 근원은 은오님...

은오 2023-10-11 17:49   좋아요 1 | URL
근원은 사실 따지고 보면 술파랑님의 자기고백인데..


새파랑
전 극 E 입니다 ㅋ 맨날 술마시고 있습니다 ㅋㅋ
2023-09-12 18:52 좋아요 l 좋아요 1

얄님 이거 보세요!!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10-06 21: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술파랑 너무 입에 착착 붙어요 ㅋㅋㅋㅋ 10월엔 열독 응원합니다^^

새파랑 2023-10-07 16:08   좋아요 2 | URL
아이디를 바꿔볼까요? ㅋ 독서괭님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3-10-11 00:44   좋아요 1 | URL
ㅋㅋㅋ독서괭님 ㅋ

희선 2023-10-09 0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랑보다 죽음이 더 관심이 가네요 언젠가 사람은 다 죽으니... 관에 든 채 땅속에 묻히다니... 안 죽었는데 묻은 건지, 그런 일 일어나면 좀 무섭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죽었는지 알았는데 다시 숨을 쉬었답니다

아직 사람이 죽지도 않았는데 장례식 준비를 하다니... 죽으라는 건지 뭔지... 죽기 전에 장례식을 먼저 치르는 사람이 나오는 소설도 있고 실제로 그런 걸 한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희선

새파랑 2023-10-09 08:05   좋아요 1 | URL
가끔 현실에서도 죽은줄알고 장례까지 했는데 살아난 사람이 있다는 뉴스를 본거 같아요 ㅋ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더 극적이어서 흥미가 더 생기는것 같습니다~!!

얄라알라 2023-10-11 0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술파랑˝ 댓글에서 처음 보고 제가 피식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서 댓글 달았던 기억이 나는데 ...아직 ˝술파랑˝ 애칭으로 불리시는 군요. 사랑 많이 많이 받으시는 새파랑님~~~ 새파랑님은 열독 모드 다짐하실 필요 없이 항상 열독 중~~^^

새파랑 2023-10-11 07:25   좋아요 0 | URL
제가 술을 좋아해서 술파랑이 나쁘지는 않은거 같습니다 ㅋ 더 잘 맞는거 같아요~!! 열독의 의지는 항상 있습니다~!
 

N23058

˝난 그녀를 너무나 사랑해…난 떠날래…˝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얼마나 가련한 지요! 하지만 경멸로도 사랑을 끊을 수 없다는 건 참 지독한 일이죠!



최근에 ‘현대문학‘에서 출판한 세계문학 단편선 시리즈에 꽂혔다. 디자인도 좋고 구성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한 작가의 작품을 몰아서 읽을 수 있다는게 매력적인것 같다. 지금까지는 여섯권? 정도 모으고 완독한건 <윌리엄 트레버>랑 <윌리엄 포크너> 두권이지만...



그래도 일단 한권 한권 모아볼까 검색하던 찰나에 ‘사랑의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현대문학‘에서 출판된 작품중 사랑에 관한17편의 단편들을 엄선한 작품집인데, 다양한 작가의 여러 사랑이야기를 맛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맛있는 뷔페에 온 느낌이랄까?



수록작품을 나열해보면,

1. 달빛 : 기드 모파상 (소장중, 읽은 작품)

2. 낯선 당신, 다시 입 맞춰 줘요 : 대프니 듀 모리에 (소장중)

3. 광란의 40번대 구역에 꽃핀 로맨스 : 데이먼 러니언

4. 메리 포스트게이트 :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5. 정자가 있는 무덤 :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6. 로맨스 무도장 : 윌리엄 트레버 (소장중, 읽은 작품)

7. 목장의 보피프 부인 : 오 헨리

8. 현명한 선택 :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읽은 작품)

9. 파울리나를 기리며 :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10. 그 애 : 캐서린 앤 포터

11. 윈첼시 양의 사랑 : 허버트 조지 웰스

12. 아를의 여인 : 알퐁스도데

13. 4월의 마녀 : 레이 브래드버리

14.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 송이 장미 : 윌리엄 포크너 (소장중, 읽은 작품)

15. 사랑을 하면 착해져요 :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16. 영구 소유 : 그레이엄 그린 (소장중)

17. 어떤 기억 : 유도라 웰티

이렇게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읽어볼 수 있는데 이중 읽어보거나 접했던 작가가 9명, 처음 접했던 작가가 8명이었다.(반타작?)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6번 트레버의 ‘로멘스 무도장‘과 14번 포크너의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송이 장미‘ 였다. 예전에 한번씩 읽었던 작품들인데 다시 읽어도 역시 좋았다.



트레버의 ‘로멘스 무도장‘은 불구의 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매주 무도장 가는 것 만을 유일한 낙으로 사는 ‘브리디‘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족에 대한 의무 때문에 첫 사랑을 떠나보내고 결혼하지 못한 채 가족에 묶여 살아가야 하는 ‘브리디‘는 무도장의 한 연주자를 마음에 품지만, 그 역시 자신과 이어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고 이제는 무도장을 나오지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무도장을 나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약한 꿈을 포기하진 못하는데, 그런 모습을 통해 사랑이란 삶의 다른 이름이진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포크너의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 송이 장미‘는 뭐 별다른 설명이 필요할까 싶다. 이야기의 재미는 물론이고 단편 특유의 여운까지 완벽에 가까운 단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서 가질 수 없다면 죽여서라도 가지고 싶은 사랑이라니. 죽도록 사랑한다는걸 이렇게 차분히 글로 쓸 수 있다는게 놀랍기만 하다. 이런 광기도 어쩌면 사랑의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한참 동안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움푹 파인 그 해골의 환한 미소를 내려다보았다. 그 주검은 한때는 포옹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음에 분명했지만, 지금은 사랑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자신을 저버린 일그러진 사랑마저 정복해 버린, 긴 잠에 빠져 있었 다. 잠옷 아래에서 썩어 간 그의 잔해는 그가 누운 침대에 그대로 달라붙어 있었다. 그의 위에, 그리고 그의 베개 위에도, 끈질 기게 견뎌 온 세월의 먼지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P.358




이 외에도 괜찮은 작품을 간단히 언급해 보자면,


기 드 모파상은 <달빛>은  다른 단편집에서 읽은 작품인데 다시 읽어도 역시 좋았다. 사랑에 빠지는건 어쩌면 타인의 조건 보다는 ‘달빛‘과 같은 그날의 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대프니 듀 모리에의 <낯선 당신> 은 그녀 특유의 스릴러 감성이 느껴지는 단편이었다. 이토록 짧은 단편에 스릴러 요소가 들어가있다니~!  이미 구매는 했으니 곧 읽어야겠다.



피츠제럴드의 <현명한 선택>은 지금까지 3번 읽었나? 역시 피츠제럴드라는 감탄이 나오는 작품이다. 그 순간에는 절대적이었을지라도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돌아보면 별것 아니었다는게, 사랑의 이면이지 않을까? 위대한 게츠비의 단편 버젼 느낌이다.



하버트 조지 웰스의 <윈첼시 양의 사랑>은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로마에서 만난 이상형의 남자가 있었지만, 그의 성 (스눅스, ‘어리석은‘ 이란 뜻이라고 한다.)이 마음에 들지 않어서,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스눅스 부인이라고 불리는게 창피해서, 지속적인 만남을 주저하는 이야기인데... 하버트 조지 웰스 하면 <타임 머신> 때문인지 SF 작가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작품을 읽고 생각이 바꼈다. 그의 다른 단편이 궁금해졌다. 장바구니에 담았다.



아돌프 비오이 카사레스는 이 책에 수록된 <파울리나를 기리며>를 통해 처음 만났다. 읽자 마자 남미 작가의 작품이란 생각을 했는데, 소개를 읽어보니 아르헨티나 작가였다~!  남미 환상문학의 단편 버젼이였다고 할까? 그의 다른 단편이 궁금해졌다 2. 장바구니에 담았다 2.



그레이엄 그린의 <영구 소유>는 다 읽고 나서 그냥 감탄했다. 그레이엄 그린의 장편은 몇편 읽어봤고 단편은 처음이었는데, 그의 기발한 스토리텔링은 장단편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비현실적이면서도 그럴듯한 사랑 이야기. 집착은 사랑의 다른 방식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이 외에도 괜찮은 작품이 많았지만 다 소개하지 못해서 아쉽다. 남은 연휴기간에는 현대문학의 다른 시리즈인 <죽음의 책>을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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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0-02 10: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현대문학 단편시리즈의 표지가 맘에 들더라고요. 몇 권 모으고 있는 중인데 아직 열심히 읽고 있지는 않네요.
사랑의 책, 죽음의 책도 읽고 싶어요.
근데 넘 절절할 것 같아요.
새파랑님께서는 연휴 기간에 열심히 책 읽으시네요^^

새파랑 2023-10-02 10:57   좋아요 3 | URL
연휴기간에 책을 많이 읽으려고 했으나

이 책 한권밖에 못읽었습니다 ㅜㅜ

현대문학 시리즈 두꺼원서 진입하기가 쉽지는 않은데 한번 읽기 시작하니 너무 좋더라구요 ㅋ

몇권 더 샀는데 곧 책탑 사진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

미미 2023-10-02 11: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이 소개해주신 이야기들 다 재밌어 보여요^^ ‘사랑에 빠지는건 ‘달빛‘과 그날의 분위기다‘오늘의 명언입니다ㅎㅎ

새파랑 2023-10-02 15:36   좋아요 2 | URL
다양한 작품을 접할수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 말을 제가 한건 아니라는 ㅎㅎ 모파상 단편 아주 좋습니다~!!

희선 2023-10-03 0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고 다른 작가 책 보고 싶어지기도 했군요 새파랑 님 같은 사람이 있기를 바라고 책을 이렇게 낸 걸지도 모르겠네요 명절 연휴 길다 생각했는데 겨우 하루 남았네요 저는 죽 게으르게 지내서... 새파랑 님 남은 날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3-10-03 09:21   좋아요 1 | URL
저같은 사람을 낚기위한 딱 좋은 책인거 같습니다 ㅋ

연휴시작이 어제 같은데 벌써 끝나다니 슬픕니다 ㅜㅜ

희선님 남은 하루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10-03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 드 모파상의 <달빛>은 저도 좋았어요.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그려지는 게 있어서 재독할 만해요.
저는 문예출판사 걸로 읽었어요.^^

새파랑 2023-10-03 18:38   좋아요 1 | URL
저는 팽귄 클래식으로 읽었었는데 ㅋ 이번에 현대문학 단편집으로 한번 읽어보려고 합니다~!!

모파상은 장단편 다 좋더라구요~!!!

독서괭 2023-10-04 0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대문학 단편선 저는 그레이엄 그린 하나 갖고 있는데 두편인가 세편 읽고 못 읽고 있네요^^;; 한 작가 작품 모아놓은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한 주제로 여러작가 모아둔 것도 있군요??

새파랑 2023-10-04 07:21   좋아요 1 | URL
어제 <죽음의 책>도 읽었는데, 거기에도 그레이엄 그린 작품이 또 있더라구요. 완전 독창적입니다 ㅋ

이 시리즈 나온지 얼마 안된거 같아요. 이렇게 좋은 작품만 모아놓은것도 좋은거 같아요 ^^

yamoo 2023-10-04 0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사람에 대한 단편 모임집이 이렇게나 굉장한 작가가 모여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구매의욕을 자극합니다!! 당장 주문해야겠어요!! 책소개 감사합니다, 새라팡님!!^^

새파랑 2023-10-04 07:22   좋아요 0 | URL
어제 <죽음의 책>도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사랑보다는 죽음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이 책 중고점에 많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