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삶의 음악
안드레이 마킨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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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4012

˝그의 안에 불행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공포도 느껴지지 않았다. 불안도 후회도 없었다. 그가 헤치고 나아가는 이 밤은 불행과 공포와 만회할 수 없이 산산조각 나 버린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이 모두가 이미 음악이 되어 오로지 그 아름다움으로 존재했다.˝


예전에도 비슷한 말을 쓴 것 같은데, 세계문학을 읽다 보면 각 나라마다 어떤 특성같은게 느껴진다. 독일은 좀 냉철하고, 남미는 좀 환상적이고, 프랑스는 좀 낭만적이고, 우리나라는 좀 착하고, 일본은 좀 특이하고....


그렇다면 러시아는? 러시아는 뭔가 순박하고 순응적인 느낌이다. 러시아 남자들은 맨날 보드카 마시고 그래서 좀 거칠거란 선입견이 있는 한데, 책을 읽다보면 러시아 남자들처럼 여자에게 순종적이고 순애보적인 사람도 없다...


결이 다르긴 하지만 ‘안드레이 마킨‘의 <어느 삶의 음악> 앞 부분에서 화자는 한 기차역에서 기차가 연착되는 걸 당연시하는 상황을 겪으면서 ˝호모 소비에티쿠스‘ 라는 단어를 경멸적으로 떠올린다.

[간혹 발생하는 기차의 연착을 제외하고는, 자기들이 사는 나라는 천국이라고. 느닷없이 확성기에서 전쟁의 발발을 알리는 냉혹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대도 이 무리는 몸을 털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전쟁을 맞을 준비를 하고 고통과 희생을 감수할 것이다. 누추한 이 기차역, 철로 너머로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의 추위 속에서, 굶주림이든 죽음이든 삶이든 그 모두를 당연한 듯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P.19



˝호모 소비에티쿠스˝라는 단어는 아이러니 하게도 소련의 철학자이면서 소련에서 추방되어 독일로 망명한 철학자 ‘알렉산드르 지노비예프‘가 발명한 신조어라고 한다. 아, 러시아에 대한 내 생각이 단순한 편견은 아니었던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된 샘이다...



<어느 삶의 음악>은 피아노 연주자인 주인공 ‘알렉세이 베르그‘가 레닌-스탈린 시대와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반체체 인사로 낙인찍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되고 목숨마져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여 도망자 신세가 되는데,


우연히 목격한 전투에서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망자 ‘세르게이 말체프‘를 발견하고, 그의 군복을 입고 그의 이름으로 위장하여 군인이 되고,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공을 세우지만 결코 자신의 위장신분을 밝힐 수 없어서 괴롭게 살아야 했던, 음악을 할 수 없었던 ˝호모 호비에티쿠스˝ 피아니스트의 이야기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났기에, 어쨌든 살아남아야 했기에, 자신을 숨길수 밖에 없었고, 전쟁에 참가해서 타인을 죽여야 했고, 신분이 탈로날까봐 아무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게 살아야 했던 주인공 ˝알렉세이 베르그˝. 그의 위장은 언제까지 숨겨질수 있을가? 언젠간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을까?


처음 읽었을 때는 ˝호모 소비에티쿠스˝라는 단어가 단순히 러시아인에 대한 조롱을 의미하는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두번 읽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원래 어원 자체는 조롱이었을지 몰라도, 작가인 ‘안드레이 마킨‘은 ˝호모 소비에티쿠스˝라는 단어를 통해 어떤 시련을 당해도 묵묵히 참아내고 결국은 이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러시아인을 위로하려고 했던게 아니었을까?

주인공인 ‘알렉세이 베르그‘가 화자인 ‘나‘에게 경험담을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의 작품인 <어느 삶의 음악>은, 초반부의 난잡한(?) 기차역 배경만 잘 통과하면 아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다. ‘알렉세이 베르그‘에게 음악이 있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주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본다.


Ps. 요즘 1984BOOKS 책들에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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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4-02-25 15: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라별 문학 너낌... 공감합니다.
저는 북유럽... 북유럽 쪽이 뭐랄까, 김빠진 탄산수(콜라X, 사이다X)같고요, 아프리카는 식초 두세방울 넣은 알로에 주스 같아요ㅎㅎㅎ

새파랑 2024-02-25 20:19   좋아요 1 | URL
ㅋㅋㅋ 식초 넣은 알로에 주스라니 왠지 어떤 느낌일지 알것 같습니다~!! 전 그나마 프랑스랑 러시아가 취향에 맞더라구요~!!!

페크pek0501 2024-02-25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라별 정리가 깔끔해서 좋네요.^^

새파랑 2024-02-25 20:20   좋아요 0 | URL
좀 더 다양한 나라를 정리했어야 했는데~~ 이 책 완전 괜찮습니다~!!!

페넬로페 2024-02-26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계 문학 마니아답게 새파랑 님의 각 나라 문학의 분석은 날카롭고도 정확합니다.
안드레이 마킨,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읽어봐야겠어요.
러시아 문학 좋아하잖아요 ㅎㅎ~~

새파랑 2024-02-26 12:40   좋아요 1 | URL
...날카롭고 정확한가요? ㅋ 러시아가 요즘 하는건 별로인데 문학은 좋죠~!! 이 작가는 프랑스로 망명한 러시아 출신인데, 그래도 러시아 배경에 러시인 출신이니까 러시아문학으로 봐도 될거 같습니다~!!
 
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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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4008

"정말로 네가 예전과 그렇게 다르다고 생각해?"
"모르겠어. 어쩌면 참을성이 더 많아졌겠지. 나 자신에게 거는 기대는 확실히 낮아졌고."


내가 소설을 주로 읽는 이유는 간접체험 때문이다. 매일 접하는 일상적인 이야기 보다는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흥미가 많아서, 과거를 살아볼수 있는 고전을 좋아하고, 다른 나라를 경험할 수 있는 외국 소설을 좋아한다. 뉴스로 접할 수있는 이야기나 인문학, 역사 분야는 아직 내 취향이 아니다.

그래서 공감이라는 부분은 내가 책을 읽는 이유의 우선순위에서 약간 밀린다. 하지만 '앤드류 포터'의 <사라진 것들>은 달랐다. '간접체험' 보다는 '공감'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앤드류 포터'는 15편의 단편을 통해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우리로부터 '사라진 것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인상적인 작품들과 감상평을 간단히 적어보자면...




어린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과는 어딘지 다르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더 이상 예전처럼 웃고 놀 수 없는, 가족이 생기면서 책임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그래서 뭔가가 변화되고 위화감을 느끼는 40대 남자의 이야기인 <오스틴>.

우리가 잃버버린 청춘, 그때와 지금은 뭐가 달라진 걸까?

[마치 그들은 멈춘 시간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고 그동안 나만 다른 곳에서 결혼을 하고 자식도 낳으며 늙어간 것 같았다.] P.9 (오스틴)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 욕망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빠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그냥 지켜만 볼 수 밖에 없었던, 그래서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 '나',

[나는 잔을 내려놓고 마야를 바라보았다. 벌써 마야가 떠나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빛이 어딘가 달랐다. 아마도 그 때가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 그런 감정을 느낀-이미 가버 린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낀-내 인생의 유일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P.58 (넝쿨식물)


하지만 연인이었던 그녀는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그냥 저냥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갑작스럽게 죽게되고, 몇년 후 그런 그녀가 나에게 남긴 그림 하나를 우연히 발견한 후 그녀를 추억하는 이야기인 <넝쿨식물>.

왜 나는 나를 떠나간 그녀를 원망하거나 미워할 수 없었던 걸까? 왜 그렇게 담담하게 보냈던 걸까? 다시는 만날수 없는 그녀를 떠올리면서,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그리고 내게서는 무엇을 원했을까? 라이어널에게서 원했던 것과 같은 것일까? 마야와 나는 우리 인생의 두 해에 가까운 나날을 밤마다 나란히 누워 함께 잤는데 지금도 나는 내가 마야를 진정으로 알았는지 궁금하다. 혹은 마야가 나를 진정으로 알았는지.] P.65 (넝쿨식물)




40대에 접어든 나는, 첼리스트인 아내 '내털리'에게 어지럼증과 균형감감 이상이라는 증상과 신경질스러운 모습을 보게 되고, 그녀의 이런 증상이 파킨스병과 연관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우리 몸은 더이상 건강할 수 없고, 삶도 과거와는 같을 수 없으며, 불길한 미래가 안오기만을 바래야만 하는 이야기인 <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허약해 지는 건 몸 뿐만 아니라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갑자기 나에게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이 가끔씩 떠오른다.

[지금까지 여러 달을 지나는 동안에도 우리는 계속 기다려온 것만 같았다. 이 회 색 지대를 부유하면서 어떤 미래가 올지 모르는 채로 모든 결과를 조마조마 걱정하고, 혼자 있는 순간에는 요즘 우리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 어떤 느낌을 견디면서 기다리고 있 었다. 그것은 우리의 몸이 엄청나게 허약하며, 갑작스럽고 불가해한 방식으로 우리를 배반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었다.] P.92 (첼로)




언제나 함께일것만 같았던, 영원한 관계일 것만 같았던 친구들. 하지만 영원한 건 없다. 오랜 세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었지만, 어느 순간 더이상 필요가 없어지고, 불편해지는 시기가 오게 된다. 그런 시기가 왔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는 않고, 말하기는 더 쉽지 않겠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불편한 진실...돌아보니 너무 많이 와버려서, 이제는 친구들 없이 나를 그릴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린 '나'에 대한 이야기인 <라인벡>.

나는 왜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모든 청춘을 쏟았던 걸까? 그래도 그 시절의 추억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여전히 나를 위로하긴 하지만...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꿈에서 깨어났는데 그 꿈을 꾼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 P.127 (라인벡)




나의 능력이 부족해서 직장을 잃었지만, 나에 대한 의심보다는 친구의 모함에 의해 직장을 잃었다고, 그래서 나를 누구보다도 챙겨주는 그 친구의 선의를 의심하고 질투하고 상처주는 이야기인 <실루엣>.

나이가 들수록 실패와 잘못의 원인을 타인과 주위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나의 부족을 인정할 수 없어서 그런걸까? 아님 나를 탓하기에는 내가 너무 가여워서 그런걸까?

[대화는 한참을 그런 식으로ㅡ어색하게 띄엄띄엄ㅡ뚜렷한 방향도 목표도 없이 계속되었다. 분명 폴과 개릿은 어떤 화제를 피하고 있었다. 예컨대 내가 심리학과에서 일하던 시절, 폴의 연구 주제, 개릿이 이룬 업적을 비롯해 내가 예민하 게 반응할 거라고 판단되는 모든 것들을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공통의 관심사 없이는, 애초에 오래전 우리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했던 그런 주제들 없이는, 할 얘기가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P.178 (실루엣)




우울을증 겪고 있는 아내, 그리고 세탁실에 생겨난 벌집... 아내는 가끔 따로 지내고 싶다며 나와 아이를 남겨 두고 다른 숙소를 얻는다. 그렇게 나는 멀어져 가는 아내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고, 아이는 엄마의 존재를 그리워하면서도 원망한다. 떨어져 지낼수록 가족의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그리고 결국 폭발한다. 가족의 갈등과 함께 (은유적으로) 늘어나는 벌에 대한 이야기인 <벌>.

도대체 그렇게 가까웠던 마음은 무엇때문에 멀어지는걸까? 한 사람을 안다는건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

[그때 나는 갑자기 깨달았다. 우리가 다른 단계로, 좀더 깊은 단계로, 끝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저멀리 마당 끝자락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지만 그곳 어둠 속 어딘가로 그들이 돌아왔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세탁실 벽 주위를 느린 동작으로 선회하며 아마도 그 숫자를 점점 불려가고 있을 그들이.] P.230 (벌)





그래도 역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은 표제작인 <사라진 것들> 이었다. 주인공인 '나'와, 부인인 '타냐'에게는 최근에는 자주 보지 못했지만, 오래된 친구인 '대니얼'이 있었는데, 어느날 그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다. 죠슈아 국립공원에서 실종된 것이다. '대니얼'에게는 '앙투아네트'라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나는 '대니얼'의 짐 정리를 도와주기 위해 '대니얼'의 집으로 간다. 아내에게도 함께 가자고 하였지만 그녀는 거부한다. 그곳에서 그는 친구의 여자친구인 '앙투아네트'와 기묘한 이틀을 보낸다.

과거 '대니얼'의 연인이었을 거라 추측되는 '타냐', 최근에 나는 '타냐'와의 관계에서 위기를 겪고 있었는데, '대니얼'이 실종되고 나서는 그 위기가 더 커짐을 느낀다. 나는 나의 상실과, '타냐'의 상실, 그리고 '앙투아네트'의 상실 사이에서 뭔가 다름을 느낀다. 오래된 친구의 상실과 함께 찾아온 불안감과 기묘함.

도대체 나에게 '사라진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친구? 아내? 마음? 아니면 바로 나 자신인지도 모른다.

[마침내 눈을 뜨고 앙투아네트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있었다. 미소를 짓지는 않았지만 슬퍼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보기만 했고, 그래서 나는 그녀도 아마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우리는 아주 이상한 이틀을 함께 보냈다고, 그리고 내가 떠난 뒤 우리는 아마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고. 어쨌든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할 이유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에겐 아직 반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이 순간이 계속되는 척할 반시간, 어둠 속에서 고요히, 하지만 둘이서 함께 물에 뜬 채로 누워있을 반시간, 해가 뜨고 어둠이 걷히면서 이젠 떠나야 한다는 것을, 거의 두려움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끼며 깨닫기 전까지의 반시간.] P.325 (사라진 것들)






쓰다보니 주저리 주저리 글이 길어졌는데...<사라진 것들>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 책은 '40대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청춘에 관한 이야기들' 이라고 하고 싶다.

이제 어느정도 삶을 경험한 나이가 되고보니, 얻는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아졌고, 희망보다는 후회가 늘었으며, 몸은 더이상 건강하지 않다는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사라진 것들>을 읽는 내내 나의 지나간 청춘과 내게서 사라져 버린 것들을 돌이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수도 없는, 그저 추억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뭐 그렇다고 지금이 나쁜건 절대 아니지만...)

이래서 책을 끊을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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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2-17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 어제 잠깐 리뷰 쓰다가 임시저장 해둔 상태인데.. ㅎㅎ 새파랑님이 잘 요약해주셨네요!^^

새파랑 2024-02-17 17:04   좋아요 1 | URL
앗 ㅋ 밀린 리뷰나 써보자고 해서 썼는데,

책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서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읽었습니다 ~!! 먼가 급하게 쓴다고 두서없이 썼습니다...

미미 2024-02-18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밀린 책이 많아서 엄두를 못 내는
소설인데 평이 다 좋네요.^^

새파랑님이 책을 끊으면 안되죠 술도요ㅎㅎ

새파랑 2024-02-18 18:19   좋아요 1 | URL
오늘은 오후부터 각잡고 조셉콘래드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ㅋ 재미있네요~!!

당분간 주말은 술 안마시는걸로 하고 있습니다ㅋ

페넬로페 2024-02-21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간접체험과 공감을 다 할 수 있는 소설을 원하는데 새파랑님께서는 간접 체험이 우선이시군요 ㅎㅎ
이 책 좋다는 평이 넘 많네요
기대됩니다^^

새파랑 2024-02-21 10:05   좋아요 1 | URL
이 책 정말 좋습니다. 2024년 올해의 책~!! 페넬로페님은 이 책 완전 좋아하실거 같아요~!!
 
지극히 낮으신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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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87

"잉크로 쓰인 모든 길을 웃음으로 해방시킨 지슬렌 마리옹에게"


<지극히 낮으신>을 읽고나면 저연스럽게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를 검색할 수 밖에 없다. 1181년 이탈리아의 아시시에서 태어난 그는 "역사적으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며 그의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프란치스코처럼 헌신했던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는 성인이다.(라고 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여자를 기다린다고 하자. 그녀는 올 것이다. 그렇게 말했으니까. 약속했으니까. 이 길을 따라 올 것이다. 우리는 지평선에 눈을 고정하고 그 풍경을 바라본다. (그녀는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이미 여기 와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풍경 속에는 다양한 규모의 대상들(숲, 집, 도로)이 있다. 마침내 그녀가 나타나는 순간 그것들이 풍경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다. 길 끝에 보이는 가느다란 실루엣이 대번 숲과 집들과 도로보다 더 커다랗게 보인다. 측량기사의 눈에는 먼 곳의 한 작은 점에 불과한 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는 온 우주보다 더 큰 무엇이 된다. 우리는 바라는 것을 보기 마련이다. 우리의 희망에 상응하여 보기 마련이다. ] P.44



보뱅은 이 작품에서, 성경의 한 구절과 그의 삶을 바탕으로 하느님과 믿음과 사랑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성경의 한 구절은 바로 이것이다.

'아이는 천사와 함께 떠났고, 개가 그 뒤를 따라갔다.'

당신은 이 문장에서 무엇이 보입니까? 처음 읽을때는 그냥 그런 문장이었지만, 다시 읽었을때는 확실히 '개'가 눈에 들어온다. '개' 라고? 보뱅 처럼 나도 아이와 천사를 따라가는 '개'가 그려졌다. 때로는 앞으로 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옆에서 나란히 걷기도 하고, 뒤에서서 앞서가는 아이와 천사를 보며 멍멍 짓는 '개'의 모습. 아무 댓가없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따라가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어쩌면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자 순수한 마음이 아닐까?

[이 문장은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에게 딱 들어맞는다. 우린 그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지만, 그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누군가에 대해 안다고 하는 것이 그 사람을 알 수 없게 만들어 버리니까.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안다고 믿으며 그 사람에 대해 말함으로써 그의 참 모습을 놓치기 일쑤니까. ] P.12



'보뱅'이 그린 '프란체스코'의 모습은 마냥 성스롭지는 않다, 일반적인 남자의 모습이다, 단지 남들보다 더 자신에 대한 그리고 신에 대한 믿음이 크고 남들보다 더 순수하고 연민을 느낄 뿐이다. 왜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잃어가는 걸까?

[그렇긴 해도 그에겐 할 말이 조금 더 남아 있다. 그가 말한다. 너를 사랑한다고. 너를 그렇게 조금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너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해서, 사랑할 줄 몰라서 미안하다고, 빛에 다가갈수록 어둠으로 가득한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사랑을 할수록 자신이 사랑할 자격이 없는 사람임을 알게 된다. 사랑에선 진전도, 언젠가 도달할 수 있는 완벽의 지점도 없기 때문이다. 어른스럽고 성숙하며 이성적인 사랑이란 있을 수 없다. 사랑 앞에선 어른이 없으며 누구나 아이가 된다. 완전한 신뢰와 무사태평을 특징으로 하는 아이의 마음, 영혼의 방치가 있을 뿐. 나이는 합산을 하고, 경험은 축적을 하며, 이성은 무언가를 구축한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마음은 아무 계산도 하지 않고, 축적 하지도 구축하지도 않는다. ] P.139



이제 어느정도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삶은 힘들다. 그리고 아직도 모르겠다. 삶의 의미가 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책도 이렇게 계속 읽어야 하는건지...(눈이 나빠지면 어떻해 해야하지?) <지극히 낮으신>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에 대한 답을 독자에게 준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사랑하라고, 실천하라고.

[당신들은 자신들의 사막 같은 영혼 속에서 완벽을 찾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신들에게 완벽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고 합니다. 둘은 결코 같지 않으며,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P.147

[사랑은 충만한 상태라기보다 우선 결핍이니까요. 사랑은 결핍의 충만함입니다. 맞아요, 이해하기 힘든 일이죠. 하지만 이해 불가능한 일도 그 실천은 참으로 단순합니다.] P.148



보뱅의 글은 언제나 따뜻하다. 그래서 좋다. 그의 작품을 읽는 순간은 잠시 뿐이지만 그 순간만이라도 순수해질 수 있어서 좋다. 마음의 정화가 필요한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사랑을 하는 그는 공을 들고 벽 앞에 선 아이 같다. 그는 자신의 말을 던진다. 빛을 발하는 말의 공 '너를 사랑해'는 혼자서 둘둘 감긴다. 그는 그 공을 벽에 대고 던지지만, 남은 세월 내내 벽은 그에게서 날마다 멀어져 간다. 되돌아오기를 기대하며 수천 개의 공을 던지지만 돌아오는 공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그는 멈추지 않는다. 언제나 미소 띤 얼굴이며, 믿음을 잃지 않는다. 그에게는 놀이 자체가 보상이다. 사랑하는 것 자체가 보상이다.]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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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12-18 12: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니 새파랑님 독서왕초보라고 소개글을 쓰셨네요?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ㅋㅋㅋㅋ

눈이 나빠지면 오디오북을 들어야겠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종이책이 좋으니
그날이 최대한 늦게 오기를...이 책 저도 찜!

새파랑 2023-12-18 13:13   좋아요 3 | URL
독서왕초보 소개글이 아직도 있나요? ㅋ 그런데 초보는 맞습니다 ㅎㅎ

보뱅 완전 좋습니다 ㅜㅜ 미미님은 보뱅 취향이실거 같습니다~!!!

은하수 2023-12-18 18:52   좋아요 4 | URL
저도 오늘에서야 봤네요!
독서 왕초보시라니...
미미님 저와 같은 걸 보신~~~ 저도 눈이 나빠지면...
그 부분이 딱 들어왔지 뭐예요
전 눈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으면 싶네요 ㅎㅎ

그레이스 2023-12-19 13:40   좋아요 3 | URL
알라디너들만 알고 있지 보뱅 모르는 분들 많아요
더구나 아시시 프란체스코 재판을 보셨 는데 왕초보라뇨;;;

미미 2023-12-19 13:46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소개글 바꾸셔야겠어요ㅋㅋㅋㅋ

새파랑 2023-12-19 15:30   좋아요 1 | URL
앗 ㅋ 지금 바로 바꾸겠습니다 ㅋㅋ 요즘 연말이라 정신이 없네요 ㅜㅜ

얄라알라 2023-12-30 17:40   좋아요 2 | URL
맞아요 그레이스님,
저도 책 모임 가서 혼자 흥분해서 ‘보뱅보뱅‘했던 기억이^^;;; 알라딘에서는 많이 핫한데 말입니다. 하긴 저도 알라딘에서 보뱅을 알았고, 출판사도 알게 되었고 여기가 시발점이네요

새파랑 2024-01-01 11:03   좋아요 1 | URL
보뱅 저도 북플에서 알았습니다 ^^ 역시 알라딘 👍

서곡 2023-12-23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크리스마스 연휴 즐겁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새파랑 2023-12-23 14:40   좋아요 1 | URL
서곡님 감사합니다~!! 서곡님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연말 연시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독서괭 2023-12-26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말연시에 어울리는 따뜻한 글이네요^^ 새파랑님 연말연시 야근 덜하시길 빕니다..!

새파랑 2023-12-27 11:09   좋아요 2 | URL
연말이 없어서 너무 슬픕니다 ㅜㅜ ㅋ 독서괭님은 즐거운 연말 연시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2023-12-26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27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3-12-30 17: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뱅 lover이신 새파랑님의 평에 동의합니다. ˝보뱅의 글은 언제나 따뜻하다. 그래서 좋다. 그의 작품을 읽는 순간은 잠시 뿐이지만 그 순간만이라도 순수해질 수 있어서 좋다. 마음의 정화가 필요한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가벼운 마음]에서처럼 뭔가 가볍고 몽골몽골한 느낌.

새파랑 2024-01-01 11:05   좋아요 1 | URL
저 아직 <가벼운 마음>은 안읽고 아껴두고 있습니다~! 엄청 좋나보네요~!!

알라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사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9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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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86

˝‘사랑‘이라 썼다가, 그 다음은 쓰지 못했다.˝


(누가 물어보지는 않겠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최고의 작품을 꼽아달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사양>을 선택하겠다. 뭐 대부분이 좋긴하지만. <인간실격>은 너무 유명해서 좀 그렇다. <만년>은 좋긴 한데 단편집인데다 초기작이어서 좀 꺼려지고, <달려라 메로스>는 10퍼센트 아쉽다. <쓰가루>는 30퍼센트 아쉽다...



<사양>의 어떤 점이 좋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 책만큼 절망을 우아하고 생동감 있게 그린 작품을 읽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부러질 지언정 꺾이지 않는, 절망속에서도 혁명과 사랑을 꿈꾸는 ‘다자이 오사무‘의 의지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제 삶이 그러지는 못했지만...

[아무래도 이젠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초조감. 이런게 바로 불안이라는 감정일까? 가슴에 고통스러운 파도가 몰아쳐 마치 소나기가 그친 하늘에 허둥지둥 흰 구름이 잇달아 질주해 나가듯 내 심장을 옥죄었다 풀었다 하고, 맥박과 호흡이 흔들리면서 눈앞이 가물가물 어두워졌다. 온몸의 힘이 손가락 끝에서 쑤욱 빠져나가는 느낌에, 더 이상 뜨개질을 하고 있을 수 없었다.] P.54



<사양>의 주인공은 누나인 ‘가즈코‘ 이고, 서브 주인공은 남동생 ‘나오지‘ 라고 할 수 있지만, 책을 다 읽고나면 두 사람은 개별적인 캐릭터가 아닌,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자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에 이유는 없습니다. 다소 변명같은 말을 많이 했습니다. 동생의 입버릇을 그대로 흉내 냈다는 느낌도 듭니다. 오시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한 번 더 뵙고 싶습니다. 그뿐이에요. 기다림. 아아, 인간의 생활에는 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미워하는 여러 가지 감정이 있지만, 그래도 그런건 인간 생활 에서 겨우 1퍼센트를 차지할 뿐인 감정이고 나머지 99퍼센트는 그저 기다리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 행복의 발소리가 복도에 들리기를 이제나저제나 가슴 저미는 그리움으로 기다리다, 텅 빈 공허감. 아아, 인간의 생활이란 얼마나 비참한지!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좋았겠다고 모두가 생각하는 이 현실. 그리고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헛되이 뭔가를 기다려요. 너무 비참해요. 태어나길 잘했다고, 아아, 목숨을, 인간을, 세상을 기꺼워해 보고 싶습니다.] P.95



몰락한 귀족 집안을 홀로 이끈 어머니는 결국 가난한 삶속에서 결핵으로 죽지만 마지막까지 고고함을 잃지 않는다. 아들 ‘나오지‘는 사랑에 괴로워하고 약과 술에 의존하며, 결국 자살을 선택하지만 그의 자살은 단순한 자살이 아닌, 과거를 청산하려는 몸부림으로 다가온다. 혁명과 사랑을 완수하기 위한 희생자로 말이다.

[도대체 나는 그동안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 혁명을 동경한 적도 없고 사랑조차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세상의 어른들은 혁명과 사랑, 이 두 가지를 가장 어리석고 께름칙한 것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쳤다. 전쟁 전에도 전쟁 중에도 우리는 그런줄로만 믿었으나, 패전 후 우리는 세상의 어른들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이건 그들이 말하는 것과 반대쪽에 진정한 살 길이 있는 것 같았고, 혁명도 사랑도 실은 이 세상에서 제일 좋고 달콤한 일이며, 너무 좋은 것이다 보니 심술궂은 어른들이 우리에게 포도가 시다며 거짓을 가르친 게 틀림없다고 여기게 되었다. 나는 확신하련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P.109



딸인 ‘가즈코‘는 사랑하는 두사람의 상실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더이상 과거에 머무르지 않으며, 혁명과 사랑을 통해 앞으로 나아간다, 절망속에서도 희망을 본다. 비록 지금은 ‘사양‘이지만 가즈코의 미래는 다시 떠오를 것이다. 귀족, 결혼, 관습, 도덕 이런 것들은 ‘가즈코‘에겐 그저 ‘사양‘일 뿐이다.

[지나칠 정도로 공손하게 머리숙여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찬바람을 맞으며 전투, 개시. 사랑해, 좋아해, 그리워, 진짜 사랑해, 진짜 좋아해, 진짜 그리워. 보고 싶으니까 어쩔 수 없어,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어, 그리우니까 어쩔 수 없어. 그 부인은 분명 보기 드물게 좋은 분. 딸도 예뻤어. 하지만 나는 신의 심판대에 세워진다 한들 조금도 자신을 꺼림칙하게 여기지 않아.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거야, 신이 벌 하실 리가 없어. 난 털끝만큼도 잘못한 게 없어. 진짜 좋아하니까 대놓고 당당하게, 그 사람을 한 번 만날 때까지 이틀 밤 이건 사흘 밤이건 들판에서 지새우더라도, 기필코.]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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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12-15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사양>이 최고라고 말하겠어요^^

새파랑 2023-12-15 19:26   좋아요 1 | URL
오 은하수님 역시 책을 잘 아시는분~!! 어제 밤에 갑자기 이 책이 생각나서 다시 읽었습니다 ~!!

페넬로페 2023-12-15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양‘의 분위기를 새파랑님께서 찰떡같이 적어 주셨어요.
절망을 우아하고 생동감 있게~~
이 책의 특이한 분위기도 좋았어요.
약간 이해가 안되기도 했지만요^^

새파랑 2023-12-16 09:02   좋아요 2 | URL
왠지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재독했는데 다시 읽으니까 또 다르게 느껴지더라구요~! 갑자기 체호프의 <벚꽃 동산>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M.C ~!!

coolcat329 2023-12-16 0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잘 지내셨죠?
저는 다자아 오사무 책을 한 권도 안 읽어봤어요. 만년은 새파랑님 글 읽고 구입해놨긴 했는데 <사양>을 베스트로 꼽으셨네요. 남매가 작가의 두 자아라니 궁금하네요. 무엇보다 소설이 우아하다니~
무엇에 대한 사양인지도 대충 알겠어요.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났다고 믿는 주인공이 인상적입니다.

새파랑 2023-12-16 09:04   좋아요 2 | URL
이 좋은걸 아직 안 읽어보셨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인간실격도 그렇지만 사양 역시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소설 느낌이 강합니다 ㅋ 좀 우울해질수도 있습니다....

리뷰보면 <사양> 평이 많이 갈리던데 제발 좋으셨으면 합니다~!!

희선 2023-12-17 0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자이 오사무 소설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시는 게 《사양》이군요 다자이 오사무는 한권밖에 못 읽어봤네요 그거 다시 읽어보려고 했는데, 아직입니다

새파랑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3-12-18 11:12   좋아요 0 | URL
인간실격 읽으셨겠군요? 사양도 좋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희선님은 좋아하실거 같습니다 ^^
 

<세설>은 오사카의 상류계층이었지만 이제는 몰락한 네 자매와 당시 오사카 지방의 풍속을 그린 작품이다. 그런데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단순히 풍속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마치 그 시대로 옮겨간 것처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대가의 글쓰기는 이런거구나! 하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자매는 네 자매 이지만, 실제로 함께 생활하고 엮여 있는 건 둘째 사치코, 셋째 유키고, 넷째 다에코 세 자매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그린 세 자매는 모두 매력적이다 (첫째 제외). But 리뷰를 쓰려다가 갑자기 그녀들의 MBTI가 궁금해졌다. 분석해보자면,



1. 세 자매중 유일하게 결혼한 둘째 사치코는 명실상부 이 책의 주인공이 확실하며, 자매들의 구심점이자 내조도 잘하고 자매들도 잘 챙기고 게다가 예쁘기까지 한 팔방미인이다. 게다가 마음은 어찌나 착한지 다른 사람이 기분나빠 할까봐 늘 조심하고 걱정에 걱정이며, 타인을 위해 내 한몸 희생쯤은 당연하게 한다. (MBTI 추측 : ESFJ)



2. 반면 셋째 유키코는 사치코와는 다르다. 완전 내성적이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하지 않으며 소극적이다. 게다가 자신에게 온 전화도 받지 않는다. 전형적인 오사카 전통 여인의 모습이랄까? 그렇다고 자기 생각이 없지는 않다. 다만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세설>의 부제를 짓는다면 ‘유키코 시집 보내기‘ 이다. 읽으면서 내가 답답해지는 순간도 많았다. 왜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말을 못하는지...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너무 사랑스럽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MBTI 추측 : INFP)



3. 막내 다에코는 (당시기준) 현대 여성을 상징한다고 하겠다. 다른 여인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일을 하면서 독립해서 살아가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건 일단 쟁취한다. 그리고 자유연애까지...당시 일본 기준으로는 언니가 시집을 가야 동생이 시집을 갈 수 있었는데, 셋째 언니인 유키코가 시집을 못가다보니 본인도 시집을 못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다에코는 뭔가 막(?) 사는 느낌이 들었다. (MBTI 추측 : ISTP)



4. 그래도 <세설>에서 가장 고생한 사람을 꼽으라면 사치코‘의 남편 ‘데이노스케‘일 것이다. 부지런하고, 착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주고, 부인에게 충성하고, 사고치는 처제들을 뒷바라지 하는 형부인 ‘데이노스케‘는 진정 보살중의 보살이다. 아마 작가인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자의 모습이 ‘데이노스케‘가 아닐까 싶다. (MBTI 추측 : ENTJ)



이지 않을까 싶다 ㅋㅋ <세설>을 읽어보신 분들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다니자키 준이치로‘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 그냥 글 잘쓰는 변태(?) 탐미주의 작가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고, 일본 근대문학의 대가라는 평에 딱 맞는 작가였다.



Ps. 이제 더이상 읽고 싶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은 없어보인다. (유명하거나 괜찮은 작품은 다 읽은듯...) 나중에 종합 페이퍼를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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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3-12-12 1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요새 mbti 공부중이십니까ㅋㅋㅋㅋ 꽤 자주 언급하시네요ㅋㅋㅋ

새파랑 2023-12-12 20:02   좋아요 0 | URL
ㅋㅋ mbti의 특성은 잘 몰랐다가 최근에 좀 알아서 했습니다 ㅋㅋ 사실 이해는 못하고 있습니다 ㅡㅡ

잠자냥 2023-12-12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재미있는 페이퍼인데…. 세설 읽은 지 오래인 데다 MBTI 각각의 특성을 잘 몰라서 매치가 안 되는 안타까움이…. 다니자키 준이치로 mbti는?! ㅋㅋㅋㅋㅋ 혈액형은 B형일 거 같습니다만 ㅋㅋㅋ

새파랑 2023-12-12 20:03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mbti 공부가 필요합니다~!! 다니자키는 P가 확실합니다 ㅋㅋ

B형은 사이코 아닌가요? ㅋ

페넬로페 2023-12-12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의 mbti 분석, 과연 확실한가?}
이 답을 위해서 꼭 이 책을 읽어야겠어요
ㅎㅎ
근데 먼저 mbti 공부부터 해야 하나요?

새파랑 2023-12-12 22:53   좋아요 1 | URL
ㅋㅋ 저도 mbti 인터넷에서 대충 봐서 정확하지 않습니다 ㅡㅡ

세설 재미있어요 ^^

cyrus 2023-12-13 0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INEP로 나왔는데요, 상대방에게 진짜 할 말이 있으면 입 밖에 꺼내기 전에 몇 분 정도 고민해요. 말해야겠다고 결론 내리면 얘기하고요, 아리송하다 싶으면 침묵해요. 저는 나름 사려 깊은 발화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답답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

새파랑 2023-12-13 08:19   좋아요 0 | URL
오 INFP ㅋ 시이러스님하고 유키코 성격이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강단이 있는~!! 책 좋아하시는 분들중에 INFP가 많을거 같아요 ㅋ

유부만두 2023-12-13 0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셋째딸 시집보내기 작전이지만 지루할만 할 때 막내의 사건이 터져줘서 읽었어요. MBTI 오 인물들 보기! 새파랑님의 해석이 참신하네요. ^^

새파랑 2023-12-13 08:21   좋아요 0 | URL
아 ㅋㅋ 진짜 속터집니다. 도대체 유키코 시집은 가는거야? 이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ㅋㅋ

세 자매의 성격이 다 다르니까 너무 웃기더라구요 ~! 그래서 한번 써봤습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3-12-14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세설 읽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파랑 2023-12-14 14:11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은 재미있게 읽으실거 같습니다~! 순한맛 다니자키 준이치로 입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