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숨 - 해녀의 삶과 숨 나남신서 1807
고희영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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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주도. 우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뭘까? 쪽빛 바다의 풍요로움과 한가로움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일상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는 휴양지 같은 느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렇지만 제주 바다가 삶의 터전인 점차 사라져가는 해녀들에게 바다는 어떤 의미로 다가 올까? 제주출신의 저자가 뒤늦게 제주 해녀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6년간의 촬영과 그에 대한 기록에 더하여 제주 해녀들의 삶을 들여다 보게 되었네요. 깊이있게 속속들이 알게되지 못하겠지만 여지껏 너무나 관광객의 관점에서 겉모습만 바라보는데서 벗어난 다른 시각에서 볼수 있게되었으며, 나 자신의 삶도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네요. 다큐멘터리 영화를 위해서 그런것인지 친숙한 제주바다 이야기라서 그런지 아니면 책속에 상황에 맞는 사진들이 많아서 그런까닭인지 책을 읽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마음의 울림을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우도 해녀들에게 제주바다는 말그대로 삶의 터전이다. 자식들의 학비요, 서방님의 술값이요, 집안의 살림을 일구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힘들고 위험하여도 자신의 능력만큼 노력만큼 거짓없이 거두어 들일 수 있는 곳 또한 바다인 것이다.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힘든 곳이지만 해녀들에게는 바다속에 있을때 세상의 고민거리를 잊을 수 있고 마음의 힐링을 받을 수 있는 곳 또한 바다인 것이다. 도심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먹고살기 위한 직장이라기보다는 농부들의 집앞의 농지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엄마도 해녀고 딸도 해녀인데, 바다에서 딸을 잃거나 엄마를 잃어도 또 그곳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해녀들의 모습이다. 그들인들 어찌 그 바다가 원망스럽고 무섭고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살아있는 또다른 가족들을 위해서 그들은 그 곳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녀들이 오히려 물질을 하는 동안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60년 70년을 넘게 물질을 해온 그들에게 다가오는 바다의 의미를 어찌 쉽사리 짐작을 할 수 있을까? 단지 그럴것 같은 느낌만 있을뿐...

자연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평등할것만 같은 해녀들도 숨을 얼마나 견딜수 있는가에 따라서 상군,중군,하군으로 나뉜다고 한다. 숨의 길이에 따라 더 깊은 바다로 갈수 있기에 당연히 상군들이 더 많이 수확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더 깊이 내려가야 하는 까닭에 더 위험한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상군,중군,하군은 노력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난다고 한다. 그러기에 자신이 가진 범위를 넘어서고자 노력하면 할수록 위험만 하다는 것을 해녀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만을 가지는것에 만족하는 것이다.

삶의 터전에서 하나라도 더 얻으려는 노력은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전복하나 더 따겠다고 조금더 지체하는 순간 자신의 숨의 길이를 넘어서는 순간 물숨을 들여마시게되고 바다는 삶의 터전에서 죽음의 장이 되는 것이다. "조금 더"라는 그 욕심이 화를 자초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해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욕심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관광객의 눈이 아니라 한꺼풀 벗고 들여다 본 그들의 삶에서 배워야 할점은 많은 것 같다. 더불어 저자가 겪었던 것처럼 친해지기까지 참으로 어렵지만 그 담장을 넘어 들어가면 또다른 따스한 마음이 있는 것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람의 믿음을 얻기까지 어떠한 노력을 해야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 깊은 마음속에서 우리의 부모님의 마음을 보는것 같다.

책을 덮고 나서 머리속에 그려본 우도 앞바다의 쪽빛 바다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슬픔과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낸 마음들이 담겨 있기 때문인것 같다. 그 바다로 지금 달려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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