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읽는 즐거움 (필로소픽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2601113</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at, 20 Jun 2026 11:54:01 +0900</lastBuildDate><image><title>필로소픽</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82601113232765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82601113</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필로소픽</description></image><item><author>필로소픽</author><category>책</category><title>세계 정세와 가자 지구에 관한 지젝의 철학 에세이 - [제로 포인트 - 그저 행동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올바른 말을 해야 한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2601113/17333486</link><pubDate>Sun, 14 Jun 2026 07: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2601113/1733348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22138600&TPaperId=1733348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91/28/coveroff/k22213860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22138600&TPaperId=1733348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제로 포인트 - 그저 행동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올바른 말을 해야 한다</a><br/>슬라보예 지젝 지음, 이혜진 옮김, 배세진 해제 / 우중몽 / 2026년 05월<br/></td></tr></table><br/>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1946년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태생으로 80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생산적이다. 그는 지치지도 않고 한결같이 우리 시대의 온갖 정치경제적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수십 종의 책들, 왕성한 대중 연설들이 보여주듯 그는 '현행성의 철학자'이다.<br/> <br/>​<br/>철학 전공자도 아니고 철학에 대해 체계적인 조예도 없지만 지젝의 책을 두 가지로 구분할 수는 있다. 우리 집 서재에 지젝의 책을 꽂는 방식이기도 하다. 슬로베니아 라캉주의 헤겔주의자인 학자 지젝이 쓴 이론서들과 현실 참여적 지식인 지젝이 쓴 국제정세 관련 논평/에세이들이다. 『제로 포인트』 는 후자에 속한다. <br/>​<br/>『제로 포인트』의 1부는 세계정세에 관한 철학적 개입 에세이들이고 2부는 가자 학살에 관한 에세이들이다. 2부는 2023년 10월 17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개막전 연설 이후 벌어진 해프닝 이후 쓴 글들을 엮었다. 이 책을 소개하는 문구 중 '가자를 위한 철학'은 2부의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br/>​<br/>​<br/>『제로 포인트』  1부에서 독자인 우리는 지젝의 해석을 거친 우리 세상의 생김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1부에서 지젝은 '우리의 사회, 경제적 제로 포인트뿐 아니라 글로벌 전쟁의 위협과 강간 문화까지, 각기 다른 영역에서 하강 나선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일반적인 개요를 제공하고자 한다.'라고 말한다. <br/>​<br/>우리 시대는 어떤 시대인가. 지젝의 언어를 그대로 가져왔다. "정치 대신 전문가들의 행정, 집단적 권리와 연대가 아닌 개인의 자유, 사회 복지보다는 민간 자선, 예술 대신 문화, 계급투쟁 대신 특정한 정체성, 사랑 대신 섹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단어 두 개를 더 추가해 보자. '우파 포퓰리스트', '글로벌 자본주의'. 그리고 더욱더  강조돼야 할 단어들도 있다. '금융의 광기', '경제 정치', '연성 파시즘 등. 국제 정서와 관련해서는 가자 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상이다. <br/>​<br/>한편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모두는 우리 세계의 문제에 어떤 식으로든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젝의 이야기에는 '좋은 사람은 없다. 그저 어느 정도 나쁜 사람들과 결코 쉽지 않은 선택들이 있을 뿐이다.' 한국 사회 역시 분열과 갈등이 폭발하고 있지만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드론 폭탄에 찢겨 죽는 수준은 아니다. 경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절대적 빈곤으로 굶어죽는 사람들이 최소한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br/>이 덕택에 '각자 자신 특유의 '자기 돌봄', 자신의 삶에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사소한 것에  집중하는 분산된 개인들'로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다. <br/>​<br/>우리 시대에 대의는 사라졌다.  지젝은 스스로를 '평화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대부분 단순히 자신들의 편안한 삶을 지키고 있을 분이고 그런 생활방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우크라이나를 희생할 것이라 말한다. 나는 그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br/>​<br/>2부는 가자 지구 참상과 관련하여 지젝이 일기처럼 써 내려간 에세이들이 엮여 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하여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헬리나 코번, 라미 G. 쿠리 지음, 동녁 출판사, 2025), 『이스라일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일란 파페 지음, 교유서가, 2025) 등을 읽었기에 지젝의 논평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평소 좋아하는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의 지젝을 향한 비판과 지젝의 반론,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유발 하라리, 노엄 촘스키 등이 가자 지구 참상과 국제 정세와 관련해 내놓은 논평들에 눈길이 갔다. <br/>​<br/>2부에서는 지젝이 거듭하여 강조하는 것들이 있다. 심지어 2부 제일 마지막 글은 &lt;다시 또 요약&gt;이다. 지젝은 새롭고 독창적인 반전에 반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요약하는 것은 '본성을 거스르는 무언가'라고 한다.   먼저 가자 지구 사태와 관련해서는 둘 다 그 땅에 대해 일정한 권리를 가지고 공존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이 비극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상호 인정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실행하지 않는 그것 말이다.<br/>​<br/>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우리 집 지붕에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고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이제 그 어떤 글을 읽더라도 "당신의 고통을 이해합니다'라는 위선적인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피해자를 향한 동정심에 깃든 비밀스러운 주이상스를 끊임없이 의식하는 독자가 되었다. 나는 나의 위선적인 면을 깨달은 상태까지는 왔지만 지젝이 말하는 '그들과 함께 싸우고 싶다'까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지젝이 지치지 않고 논평을 쏟아내고 글을 써내려가는 이유는 그의 글을 읽는 이들이 웬만하면 '제대로 된 말'을 하길 원해서 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다면 그다음 해야 할 것은 사라져 버린 유럽 계몽주의 시대에 존재했던 '대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정치적 투쟁'에 참여하는 것이 여전히 나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면 적어도 자기 안의 위선이라도 깨닫자. 우리는 우리의 이데올로기적 환상을 알면서도 그것이 깨지기를 원치 않는 존재이니 말이다. <br/>​<br/>* 이 책은 @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91/28/cover150/k22213860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2912882</link></image></item><item><author>필로소픽</author><category>책</category><title>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다룬 압도적인 과학지리서 - [지도로 보는 지구의 역사 - 빅뱅부터 행성 지구와 인류의 미래까지, 300가지 지도와 인포그래픽으로 만나는 과학]</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2601113/17326449</link><pubDate>Wed, 10 Jun 2026 07: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2601113/1732644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12139660&TPaperId=173264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71/33/coveroff/k11213966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12139660&TPaperId=1732644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도로 보는 지구의 역사 - 빅뱅부터 행성 지구와 인류의 미래까지, 300가지 지도와 인포그래픽으로 만나는 과학</a><br/>크리스티앙 그라탈루 지음, 이충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05월<br/></td></tr></table><br/><br>『지도로 보는 지구의 역사』&nbsp;는 138억 년 전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부터 포화 상태에 이른 행성 지구의 오늘까지, 이 긴 시간 동안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했었고 존재하는 생명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출판사는 이 책을 '과학 지리서'라고 소개한다.&nbsp;<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이 책은 지구와 생명체들의 역사를&nbsp;생물물리학 관점으로 설명한다. 즉 인간동물의 역사를 자연에서 따로 떼어 구분하지 않는다.<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 생물물리학 : 물리학의 눈(법칙과 도구)으로 생명 현상을 분석하는 학문. 그동안 생물학이 "생명체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떻게 행동하는가?"라는 현상과 분류에 집중했다면, 생물물리학은 "생명체도 결국 우주의 물질인데, 어떤 물리적 법칙(역학, 열역학, 전자기학 등)에 지배를 받으며 움직이는가?"를 탐구한다.&nbsp;<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이 책에서 자연과 인간동물을 분리하여 생각해온&nbsp;서구의 이분법적 자연관은 통하지 않는다. 이 자연관은 책에서&nbsp;'과학의 역사'라는 일종의 과학사 특집 코너의 어느 글 딱 하나에만 나온다. 이 글마저도 이러한 서구의 이분법적 자연관이 보편적이지 않다고 설명한다.<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생물물리학 세계에는 은하 간 공간에서부터 원자에 이르기까지&nbsp;세계는 결코 '자연'이라 불리지 않고,&nbsp;인간동물도 지구 표면에 사는 전체 생물의 일부로서 포함된다. 인간중심적 사고가 보편화된 이후 자연은 인간동물의 생존과 번영의 도구로 전락했다. 그 결과 지구 온난화와 생물종 감소, 다양한 형태의 오염이 심화되었고, 이제서야 인간동물들은 지구 생태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런 우려는 이 지도책을 출판하는 결정에 한몫을 했다고 한다.<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138억 년에 이르는 억겁의 시간 속에 지구라는 행성에서 펼쳐진 생명 현상의 동역학을 일반적이면서 열린 관점으로 다루기 위해&nbsp;세계적인 지리역사학자 크리스티앙 그라 탈루뿐만&nbsp;아니라&nbsp;고고학, 천체물리학, 생물학, 기후학, 역사학, 행성학 등 3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여기에&nbsp;프랑스 최고의 역사 전문지 &lt;역사(L'Histoire)&gt;의 방대한 아카이브가 더해져&nbsp;300가지 지도와 인포그래픽으로 지구 행성의 역사를 살펴본다.<br><br>『지도로 보는 지구의 역사』&nbsp;는 역사책&nbsp;『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nbsp;와 함께&nbsp;지구라는 행성에서 펼쳐진 생명체들의 이야기와 그중 하나인 인간동물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풍성하게 보여주는 역작이다. 나는 그 어떤 글을 읽더라도 이 두 권의 책과 함께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문학을 읽을 때도, 국제 정서를 다룬 슬로베니아 출신 문제적 철학자의 글을 읽을 때도, 오늘 자 국제란 뉴스를 볼 때도 이 두 권의 책을 함께 펼친다.&nbsp;<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 이 책은&nbsp;지구에서 살아간 사람들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리학으로,&nbsp;사회들과 생물물리학 세계들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 작용의 복잡성뿐만 아니라, 그것을&nbsp;지도와 간단하고 명확한 모형으로 표현하려는 과학적, 교육적 필요성에 중점을 두어 기술한다."<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총 9개의 역사의 층<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이 책은 지구의 역사를 총&nbsp;아홉 가지의 '역사의 층'으로 구분한다. 각 역사의 층이 책의 각 부에 해당한다.<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nbsp;1. 빅뱅에서 행정 지구까지&nbsp;2. 핵에서 성층권까지&nbsp;3. 생명의 행성&nbsp;4. 사람 동물&nbsp;5. 순화&nbsp;6. 대농업 시대&nbsp;7. 자원의 세계화&nbsp;8. 화석 탄소 시대&nbsp;9. 포화 상태의 행성<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138억 년에 이르는 우주 전체 역사를 24시간으로 압축하여&nbsp;각 역사의 층이 일어난 때를 보여준다. 우주의 역사를 24시간으로 축약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스토리텔링 기법이다.&nbsp;<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널리 빅뱅이 일어난 때가 0시라면 지구의 탄생은 오후 4시 11분에 일어났다. 지구에&nbsp;생명현상이 일어난 것은 조금 뒤인 오후 5시 55분이다.&nbsp;인간동물은 자정을 조금 앞둔 밥 11시 59분 18초에 지구 행성에 등장했다. 농업을 시작하고 온갖 사회를 만들었다가 해체하고 산업화를 시작하는 등 우리 인간동물의 성문화된 역사책을 가득 메우는 이야기들은 불과 자정 1초 전에 시작된 것들이다.&nbsp;<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협소한데다가 뒤틀리기까지 한 인간동물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우주적 관점에서 지구 행성의 역사를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균형 잡히고 겸손한 태도로 지구 행성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인간동물은 지구의 지배자도 주인도 아니다. 그저 무수히 많은 생명체들과 비물질 존재들과 함께 더부살이하는 존재일 뿐이다.<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과학사에서 일어난 역사적 순간들<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책 중간중간에는 어두운색 배경의 특집 페이지가 끼여있는데, 이 특집은 과학사에서 일어난 역사적 순간들을 다룬다. '과학의 역사'라는 코너로 코페르니쿠스 혁명, 지구의 크기 측정, 평면 지도 제작, 기후 이론, 진화론, 선사학, 농업의 시작, 과거의 기후 측정, 인류세의 출발점&nbsp;등을 다룬다.&nbsp;<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138억 년 전 빅뱅으로 탄생한 지구라는 행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구물리학과 생물학 지식뿐만 아니라&nbsp;'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축적되어온 인간의 집단적 앎에 대한 지식도 필수이다. 과학사를 다룬 교양 과학책들 중에는 벽돌책 두께를 가진 것들도 많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러한 과학사의 영역 중 소수의 주제들만 선택했다. 이 주제들은&nbsp;현대 사회의 주제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과학의 역사' 코너에서도&nbsp;서구 중심적 역사관과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벗어난 설명이 돋보인다.<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자연의 지배자이자 주인"이라는 제목의 글(p220~221)은&nbsp;인간 동물이 자연의 지배자도 아니고 주인도 아니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데카르트는 그 유명한 책 《방법 서설》 제6부에서 "우리는 불, 물, 공기, 별들, 하늘,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물체의 힘과 작용을 알고... 그것을 같은 방식으로 사용함으로써 자연의 주인과 소유자가 될 수 있다."라고 썼다. 이 유명한 문장은 지난 3세기 동안 널리 받아들여졌고, 과학과 기술의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자연을 인간동물과 분리한 뒤, 이 자연을 도구처럼 마음껏 휘둘러왔다.<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한편 이 글에서는 이러한 자연/문화 이원론을 바탕으로 체계화된 서구 사상의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많은 사회에서 인간과 나머지 세계 사이에 서구의 것만큼 극단적인 대립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학자 필리프 데스콜라가 체계화한 세계와의 관계 형태 분류는 '자연'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회적 구성이라는 견해를 보여준다. 데스콜라는 육체성과 내면성이라는 두 축을 기준으로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를 애니미즘 토테미즘, 자연주의, 유추주의 총 네 개로 분류한다.&nbsp;여기서 자연주의 사회(서구 사회)만 인간과 비인간(자연)을 구분하고 자연을 대상화한다.&nbsp;그리고 지구 전체를 놓고 보면 이러한 자연주의에 해당하는 곳은 서유럽과 한반도+일본 두 곳 밖에 없다. (한국이 포함되어서 인상 깊었다)<br><br><br>인간동물에 대한 이야기<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나는 우주적 관점에서 책을 읽기 위해 늘 노력을 하는 독자라고 감히 말하고 싶은데 역시나 인간동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나 보다. 이 책에 실린 방대한 지구 역사의 이야기 중 나의 독후감에 골라온 것이 결국 인간동물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내가 이것을 골라온 의도는 분명 더 있다.&nbsp;<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font-family: &quot;Noto Sans KR&quot;,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Arial, &quot;Malgun Gothic&quot;, &quot;맑은 고딕&quot;, helvetica, &quot;Apple SD Gothic Neo&quot;, sans-serif;">전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빅히스토리 전문 이야기꾼 유발 하라리 덕분에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용어에 무척 익숙하다. 우주적 관점에서 지구의 역사를 다룬 책들도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꽤 많다. 성실하고 친절한 역사와 과학 분야 커뮤니케이터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빅히스토리 관점에서 인간과 지구의 역사를 다룬 책들을 꾸준히 접해온 덕분에 이 책&nbsp;『지도로 보는 지구의 역사』에 등장한 인류의 대장정에 관한 지도와 호모 사피엔스의 이종 교배에 관한 인포그래픽을 보다 감동적으로 대할 수 있는 독자가 되었다. 우리 독자들은 그간 읽어온 것들이 서로 만나 섞일 때 크나큰 행복을 느낀다. 『지도로 보는 지구의 역사』는 페이지 페이지마다 내게 행복감을 안겨 준다.&nbsp;<br><br>&nbsp;이 책&nbsp;『지도로 보는 지구의 역사』는 탁월한 지은이들이 모여 우수한 아카이브 중에서 지도와 인포그래픽으로 변환될만한 앎을 선택한 결과물이다. 생성형 AI에서 결코 받을 수 없는 신뢰감을 준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들이 넘쳐나는 요즘 학습자들은 선택에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 나는 평생토록 역사를 공부할 학습자이자 독학자이다. 내겐 너무나 든든한 두 선생님이 존재한다. &nbsp;『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와&nbsp;『지도로 보는 지구의 역사』라는&nbsp;선생님들이다.<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71/33/cover150/k11213966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3713394</link></image></item><item><author>필로소픽</author><category>책</category><title>사물과 공간에 스민 기억 - [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 - 그곳에 살아 있는 감각과 기억에 대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2601113/17311084</link><pubDate>Mon, 01 Jun 2026 13: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2601113/1731108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02138608&TPaperId=1731108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90/99/coveroff/k50213860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02138608&TPaperId=1731108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 - 그곳에 살아 있는 감각과 기억에 대하여</a><br/>아키코 부시 지음, 박지영 옮김 / 멜라이트 / 2026년 05월<br/></td></tr></table><br/> 내가 '아키코 부시'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작년 가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온라인 서재 계정의 주인이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이라는 책을 호평했기 때문이다. <br>나는 '침묵', '드러내지 않기', '도피', '숨기', '침묵', '듣기' 등을 주제로 한 책을 좋아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는 스스로를 더 있어 보이게 연출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매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이것이 얼마나 지치고 소모적이고 파괴적인지 깨닫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기 증명과 매끄러운 자아 연출이라는 시대적 부름에 자유롭지 못하지만 어쨌거나 예전보다는 나은 형편이다. 그런 내가 아키코 부시의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을 사서 읽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이번 책 『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 는 '집'이라는 공간의 모호한 이면에 주목한다. 지은이는 책의 프롤로그에서 이 책은 '안정에 관한 이야기며 동시에 불안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한다.​집은 우리의 많은 것들을 알려준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것들의 영향을 받고 상호작용한다. 언어화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들이 있다. 집은 종종 후자에 속한다. 우리는 '집'이라는 공간과 늘 상호작용했지만 언어에 탁월하게 민감한 몇 명을 제외하고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사춘기 무렵부터 독립할 때까지 살았던 나의 어둡고 좁았던 방은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br>" 우리는 집에서 때때로 혼동, 실수, 착오를 경험한다. 그리고 그 경험은 마음속 불편함의 정체를 파악하는 계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무엇인가 어긋나 있는 듯한 느낌이 때로는 어떤 진실을 드러내기도 하니까. "<br>독자인 나는 '집'이라는 공간을 배경에 얽힌 지은이의 기억을 하나하나 경청했다. 지은이는 동남아시아에 살다가 미국으로 건너와 전형적인 농가의 형태였던 단층 목조주택에서 살았다. 지은이가 유년 시절 사랑했던 공간인 거실과 거기 있었던 회전의자 이야기를 들었다. ​기억이라는 불완전한 것은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 속에서 길어올린 '모호한 진실'을 이야기하는데 동원된다. <br>지은이가 현재도 거주하고 있는 허드슨 밸리의 집 이야기를 듣는 것은 특히 좋았다. 이 집은 18세기 초에 지어졌고 남편과 함께 두 아들을 길렀던 공간이다. 오래된 집은 끊임없는 보수가 필요하다. 소비주의 시대는 '새것'과 '신상'을 찬양한다. 집도 마찬가지다. 입지 좋은 곳의 '새집'이 가진 경제적 가치는 어지러울 만큼 찬양되니 말이다. ​집이라는 공간 안을 메운 물건들 중 오래된 것이 찬양받는 것은 그것의 경제적 가치가 있을 때에 한한다. 낡고 오래되었으며 당근 거래에 무료로 내놓아도 아무도 관심 주지 않을법한 헌 물건은 반(反) 자본주의적 존재이다. 그러나 지금은 잊었지만(어쩌면 잊음을 강요당했지만) 한때 우리 모두가 알았다. 나의 손때 묻은 오래된 물건들의 가치와 그 애틋함을. 비인간 존재인 물건은 인간동물인 우리와 상호작용한다. 사물들은 그 목적을 다하면 사라지지만 그것은 결핍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 나름의 생명력을 다하고 그것이 가진 기능이 존재했던 자취를 남기고 사라지는 것이다. <br>책의 1부 &lt;INSIDE&gt; 집안에 대한 이야기 중 '바람'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한국의 선풍기가 등장한다. 이 글에서 밑줄을 그었던 부분은 다음이다.​"주거 공간은 안전하고 편안해야 한다는 믿음, 소비재에 대한 집착, 불가사의한 문화적 신념 등이 뒤엉킨 요인들로 인해 특히 집에 대한 유난하고도 기이한 불안이 탄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p74)​책의 2부 &lt;OUTSIDE&gt; 는 집이라는 공간 밖을 배경으로 한 저자의 기억과 사유에 대한 글을 모았다. 아파트 공화국에 살고 있는 나는 자연이 펼쳐진 공간이 무엇인지 글로만 읽었다. '편애의 기술'이라는 글에는 자연을 주제로 쓴 글을 질색하고 안 읽는 지은이의 친구 브룩 이야기가 잠시 나온다. 나는 질색까지는 아니지만 경험이 없어서 자연을 묘사하는 글이 몇 페이지 이상 길어질 때는 종종 집중력을 잃는 편이다. ​"장소나 공간은 다른 무엇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타인의 삶을 엿보게 해준다"(p181)<br><br>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집이라는 공간이 우리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지. 우리는 스스로를 과하게 노출하는 집에 타인을 초대하기 꺼리기도 한다.<br> 나는 아키코 부시의 『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 를 읽으며 저자가 살고 있는 허드슨 밸리의 집에 초대받은 기분이 들었다. 이 집은 오래되었지만 우아하다. 두 세기가 넘은 오래된 집을 깨끗하고 정갈하게 유지하기 위해 집안 곳곳의 먼지를 털고 바닥을 쓸고 구석구석 닦았던 집주인의 부지런함이 시선이 던지는 곳마다 느껴진다. ​지은이의 집에 초대받았으니 구석구석을 눈에 담고 갈 것이다. 1826년산 코로넷 리버티 동전이 있을 지은이 책상 위 창턱도 꼭 보아야지.  문간에 걸려 있는 그 액자 - 이웃 사람이 어린 곰을 조심하라고 써준 쪽지를 액자로 만든 것 -도 꼭 보고 싶다. 지은이의 집에서 좀 떨어져 있긴 하지만 전력회사에서 띄우고 갔다는 그 주황색 풍선도 구경하고 싶다. ​나는 언제부턴가 새로운 물건을 사도 더 이상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불경한 소비자가 되어가고 있다. 끊임없이 소비를 해야 자본주의가 굴러갈 텐데. 입지가 좋은 동네의 새 아파트에 입주해야 노후가 보장될 텐데 나는 수십 년째 땅값이 오르지 않는 동네에 살고 있어도 별다른 불만도 불안도 없다. 더 많은 대출을 해서 끊임없이 아파트를 '갈아타야' 은행도 시장도 기뻐할 텐데.​나는 낡고 사소한 것들이 속삭이는 말들이 조금씩 들리려고 한다. 내가 좀처럼 타인과 나누지 않는 경험이다.<br>* 출판사 제공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br>#아키코부시#낡고사소한것들의자리#멜라이트#에세이추천<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90/99/cover150/k50213860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2909995</link></image></item><item><author>필로소픽</author><category>책</category><title>정상인의 틀을 정의하는 문지기들에 대하여 - [지적장애의 얼굴들 - 철학은 지적장애를 어떻게 보아왔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2601113/17280166</link><pubDate>Sat, 16 May 2026 17: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2601113/1728016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138067&TPaperId=172801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7/57/coveroff/k67213806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138067&TPaperId=1728016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적장애의 얼굴들 - 철학은 지적장애를 어떻게 보아왔는가</a><br/>리시아 칼슨 지음, 이예린.유기훈 옮김 / 심심 / 2026년 03월<br/></td></tr></table><br/>나는 사고로 뇌 손상을 입고 신체 안에 갇힌 사람들,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불운이 내 것이 될 수도 있었고, 반대로 우리의 우연적인 행운이 그들의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br/>​<br/>한편 나의 이러한 반응은 적절한 것일까. 나의 반응은 특정한 지식 주장에 근거한 편견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br/>​<br/> “ 우리는 정신지체인이 그 지체 상태로 인해 고통받는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이들에 대한 공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들과 어떻게 공감해야 할지를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감의 원천이 되는 바로 그 상상력이 (...) 그들에게 부재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한다. 우리는 정신지체인이 그처럼 중요한 자원을 결여함으로써 치명적 결함을 지니게 된다고 여긴다. 상상력이 결여되면 그들은 공감의 주체가 될 능력 자체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br/>​<br/>나는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을 자연종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들이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것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 생각해왔다. 나의 모든 가시적 반응 아래 은폐된 것을 파헤치고 싶다. 그래서 내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기여한 상징적 언어나 구조적 기저를 드러내는 『지적장애의 얼굴들』을 읽고 싶었다.<br/>​<br/>이 책을 읽어가면서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향한 그간의 내 반응들을 해석할 수 있는 언어를 얻었다. 나도 어쩌면 지적장애가 있는 개인을 보면서 왜곡된 형태로서의 나 자신을 보았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누가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을 취약하고 고통만 가득하다고 분류하는 것일까. ‘지적장애’라는 언어에 내재한 상징적 폭력은 무엇일까. 누가 개념과 언어를 생산하는 것일까. <br/>​<br/>​<br/>미국 프로비던스 철학과 교수 리시아 칼슨은 지적장애에 대한 철학적 연구를 확장한 선구적인 학자라 평가받는다. 칼슨 교수는 이 책 『지적장애의 얼굴들』 에서 지적장애인을 '결여된 존재', '비시민적 존재' 또는 '동정의 대상'으로 여겨온 시선들을 철학적으로 고찰한다.<br/>​<br/>​<br/>​<br/>이 세상 모든 것들을 검토할 것처럼 보이는 철학자들에게도 지적장애는 생소한 주제였다고 한다. 전통적인 철학적 문제 안에는 지적장애가 포함돼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여러 철학 담론에서 지적장애가 등장했다. 그 논의는 일반적으로 전통적 접근과 비판적 장애 접근으로 구분할 수 있다. 비판적 장애 접근은 전통적 접근 방식에 대한 수정으로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지적장애는 신체장애와 일반적인 장애 논의에 가려져 있었다. <br/>​<br/>이 책의 목적은 지적장애를 철학적으로 사유할 때 따라야 할 이론이나 교리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칼슨 교수는 푸코적 시각과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지적장애 역사를 탐구하여 지금까지 논의된 적이 없었던 부분을 조명하고 논의에 기여하고자 한다. 칼슨 교수는 이 책에서 비판적 장애 접근의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면서 지적장애를 철학적으로 사유한다. <br/>​<br/>​<br/>​<br/>✅지적장애의 역사<br/>​<br/>​<br/>저자는 1부 &lt;지적장애의 역사적 세계&gt;에서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지적장애에서 다양한 얼굴로 지식의 객체로서 형성된 방식을 살펴본다.  '백치'라고 불리던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결핍으로 정의되었다. 그러다가 19세기 전반 백치는 별도의 고려가 필요한 존재로 뚜렷이 구분되기 시작한다. 1848년 미국의 사우스 보스턴에 백치를 위한 실험적 학교가 문을 열었고, 이 학교의 관리자들은 백치 유형학을 만들어 내게 된다. 정신박약자를 수용하는 시설이 만들어지자 새로운 전문가가 탄생했고 이들은 지적장애라는 새로운 지식의 객체의 주요 생산자가 되었다.<br/>​<br/>지적장애를 설명하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양적 관점과 질적 관점이다. 먼저 양적 관점은 백치가 단지 다양한 인간 자질의 '많고 적음', 즉 양적 차이의 문제라고 본다. 백치는 '정상인'과 단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라고 보지 않는다. 19세기 중반부터 현대적 정의에 이르기까지 지적장애는 일관되게 양적 차이 개념을 중심으로 이해되었다. 한편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양적 관점이 결국 정신능력검사로 구체화되어 정신박약 수준을 다양한 지능의 정도로 분류하게 된 것이다. 지능검사가 대중화되면서 백치의 정의는 지능을 나타낸다고 여겨진 수치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었다.<br/>​<br/>질적 관점은 지적장애를 본질적으로 다른 부류, 즉 인간 이하 동물과 같은 존재로 간주한다. 질적 관점에서 지적장애인들은 정상인과 질적으로 구분되는 비인격체 인간이며, 인간보다 동물에 더 가까운 종으로 분류했다. 이 책의 2부를 읽으면 철학 담론에서 철학자들이 어떤 식으로 지적장애의 얼굴에 동물의 얼굴을 덧씌웠는지 알게 된다.<br/>​<br/>1부를 읽으며 지적장애에 대한 기본적인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br/>​<br/>지적장애인들은 언제부터 격리의 대상이 되었을까? 정신박약자 시설과 지능검사의 도입으로 지적장애에 관하여 어떤 지식이 생산되었고 어떤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을까? 이들은 치료가 가능한 존재들인가? 왜 누군가는 백치로 태어나는가? 한편 서구의 역사에서 '백치'의 역사는 왜 백인 백치들에 대한 텍스트만 등장하는가? 정신박약 어머니는 어떤 억압을 당했는가? <br/>​<br/> 1부 덕분에 내 머릿속 개념 사전에 하나를 추가했다. 바로 '시설'이 새로운 유형의 인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정신의학의 발전사를 읽으면 '병명'이 병을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설 안팎의 권력관계에 주목한 1부는 나의 빈약한 개념 사전을 약간은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1부는  어빙 고프만의 수용소 개념을 비롯하여 특히 미셸 푸코의 규율 권력, 아이리스 매리언 영의 억압 개념 등에 관한 그간의 나의 산발적 독서가 나름의 빛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읽기의 기쁨 +_+)<br/>​<br/>“시설이 보여주듯, 어떤 유형의 개인은 지식 생산의 새로운 기술과 함께 등장한다. 이 점은 지능검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능검사는 모론이라는 정신박약의 새로운 유형과 함께 등장했다.”<br/><br/>✅지적장애의 철학적 세계<br/>​<br/>1부를 통해 정신박약자 시설과 지능검사가 도입되면서  의사, 심리학자, 입법자, 여성 현장 연구원, 페미니스트 운동가, 개혁주의자들이 지적장애에 관한 지식을 생산했다. 한편 철학자들은 지적장애에 관한 지식 생산과 담론 형성에 무엇을 역할을 했을까?<br/>​<br/>이것보다 더 앞서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철학자가 지적장애를 정의해야 할 책임이 있을까? 지적장애의 모든 형태나 사례를 포함하는 하나의 용어를 철학자들이 만들 수 있을까? 혹시 철학자들에게 너무 과한 요구가 아닐까?<br/>​<br/>독자인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점점 궁금해진다. 철학자들은 인간의 모든 삶을 다룬다면서 왜 지적장애에 대하여는 신중했던 것일까<br/>​<br/>책의 2부 &lt;지적장애의 철학적 세계&gt;에서는 철학자와 전문가가 구성한 인식의 대상, 논의에서 배제된 타자의 목소리 사이에 형성된 권력 관계를 탐구한다. 20세기 전환기의 제도적• 시설적 세계에서 현대 철학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을까. 지적장애와 관련된 철학 담론을 살펴보면 가장 선한 의도를 지닌 철학자조차도 지적장애를 다루면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실질적인 해악의 위험을 초래하기도 했다. 철학자는 지적장애에 관한 지식과 담론 생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br/>​<br/>철학 문헌은 지적장애를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드러낸다. 먼저 지적장애를 동물화하는 것이다. 철학자는 지적장애인의 이해관계를 이들과 유사한 비인격체, 비인간 동물에 관한 논의로 자주 격하시켰다. 지적장애인을 비인간 동물과 동일한 범주에 몰아넣고 자신들의 도덕적 정치적 이론의 가장자리 사례로 구성하기도 했다.<br/>​<br/>그다음은 지적장애인을 고통의 얼굴로 드러내는 담론이다. 철학자들은 장애와 고통을 동일시했다. 칼슨 교수는 지적장애에 관한 논의에서 고통이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특정한 사유의 경향이 어떤 문제를 가져오는지 살펴보고 문제와 고통을 경감시키는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br/> <br/>​<br/>나는 인간동물을 비롯하여 비인간동물, 궁극적으로는 지구상 위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의 경이로움과 고통을 읽어나가고 싶다. 기존의 앎을 지속적으로 허물고 새로운 앎을 추가하여 더 겸손하고 덜 무지한 인간동물이 되고 싶다. 성인이 되고 난 뒤 내 앎은 주로 은폐된 것들, 고통스러운 것들에 대한 글들을 통해 성장했지만 동시에 고통을 구경하는 사람이 될까 봐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고 내 존재가 가증스럽게 느껴졌다.<br/>​<br/>이번 책 『지적장애의 얼굴들』에 나와 같은 사람들을 정확히 분석한 대목이 있다.  취약한 인간의 모습 속에서 자기 자신을 상상하는 것은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부정확한 지식과 관련이 있다.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모두 고통받는 존재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책 2부에서 설명한다. 약간 덜 무지한 쪽에 속하는 사람이 지적장애인에게서 동물의 얼굴을 발견하지 않았다고 치자. 그러나 그 사람은 지적장애인의 얼굴에서 고통만을 선택적으로 인식했을 수 있다. <br/>​<br/>지식 생산의 문지기들이 대체로 '정상'으로 분류하는 사람들, 지적장애가 없는 사람들조차도 능력주의 시대에 태어난 탓에 신자유주의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상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탈진과 번아웃 신경쇠약에 시달린다. 우리는 어느 수준에 부합되지 않을까 봐 어느 문턱을 넘지 못할까 봐 늘 전전긍긍한다. <br/>​<br/>이 책을 읽으면서 '정상인'들의 탈진을 지적장애인의 얼굴에 씐 두 개의 가면 짐승의 얼굴과 고통의 얼굴과 연관하여 읽었다. <br/>​<br/>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개념화하고 언어로 구체화한다. 이들의 언어는 제도가 되고 시스템이 된다. 다수는 이 시스템에 종속되어 삶을 살아간다. 우리 삶을 가득 메운 절망과 고통은 많은 경우에 연유가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재확인했다. <br/>​<br/>이 책은 성실하게 읽고 부지런히 생각하여 기존의 인식론적 장벽을 끊임없이 깨부수는 독자가 되고 싶다는 결심에 용기를 준다. 철학 담론을 검토하는 글을 독해하는 것은 이토록 유익하다. +_+<br/>​<br/>“푸코가 "우리는 어떻게 도덕적 주제로서 자신을 구성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 그 질문은 다음과 같은 더 넓은 함의를 내포한다. 우리는 어떻게 도덕 공동체의 경계를 그으며 누가 그 안에 포함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가?  (...)<br/>​<br/>도덕 담론 속에서 지적장애인이 가장 추상적이고 희미한 방식으로 그려질 때, 그런 '비인격체'의 결핍된 삶과 타인과 공동체 속에서 함께 나누는 풍부한 삶 사이에서 깊은 간극이 발생한다. “<br/>​<br/>​<br/>*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7/57/cover150/k67213806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675728</link></image></item><item><author>필로소픽</author><category>책</category><title>폭력을 우회하는 여섯 가지 인식 훈련 - [폭력 : 6가지 우회적 성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2601113/17275622</link><pubDate>Thu, 14 May 2026 09: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2601113/1727562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32137644&TPaperId=172756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58/22/coveroff/k23213764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32137644&TPaperId=1727562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폭력 : 6가지 우회적 성찰</a><br/>슬라보예 지젝 지음, 이현우 외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6년 04월<br/></td></tr></table><br/>‘로쟈’라는 필명으로 널리 알려진 서평가 이현우는 절판되었다가 15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된 슬라보예 지젝의 『폭력』 개정판 옮긴이의 후기에서,  20년 전에 쓰인 이 책이 던지는 ‘폭력’이라는 화두는 여전히 유효하며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br/><br/><br/><br/>인간동물의 세상에서 ‘폭력’이라는 화두가 사라지게 되는 날이 올까? 오히려 이 화두는 갈수록 더 심각하게 느껴진다.<br/><br/><br/>한국 사회에서 가시적인 폭력(지젝은 이것을 ‘주관적 폭력’이라 명명했다)을 당하는 사람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우리는 국가권력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향해 공권력이 총을 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우리는 길을 걷다가 다짜고짜 불심검문을 당해서 몽둥이로 두드려 맞을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우리는 경찰서에 끌려가 취조를 받을 때 신체를 훼손시키는 고문을 받을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우리는 상대방이 나와 다른 종교를 가졌다고 해서 나를 공격할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우리는 요즘의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두드려 패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회사에서 상관들이 아랫사람들 욕설을 사용해가며 모욕하거나 감정이 격해졌다고 정강이를 걷어차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br/><br/>이처럼 명확히 식별 가능한 폭력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국 사회 역시 분노 사회다. 우리를 광장에 나가 촛불을 들게 만드는것은 우리가 구조적 폭력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br/><br/><br/>객관적 폭력은 주관적 폭력에 내재하는 폭력이다. 무엇이 시위대로 하여금 화염병을 던지게 하는 것일까. 무엇이 테러 단체가 비행기를 납치하게 만드는 것일까. 무엇이 외국인 노동자를 멸칭으로 부르는 만드는 것일까. 무엇이 이민자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국경에 벽을 세우는 만드는 것일까. 무엇이 2008년 금융위기를 가져온 것일까. 무엇이 빌 게이츠가 어마어마한 기부를 하게끔 만든 것일까. 무엇이 가자 지구를 불태우도록 만든 것일까. <br/><br/>주관적 폭력 아래 은폐된 진실은 무엇일까. 우리는 손쉬운 분노를 자아내는 주관적 폭력 아래 숨겨진 진짜 폭력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럴 때 지젝이 제시하는 폭력의 삼각 구도 - 주관적 폭력, 상징적 폭력, 구조적 폭력 - 를 하나하나 짚어보는 것은 무척 유의미하다.<br/><br/>우리는 압도적이고 자극적이며 가시적인 주관적 폭력을 직접 다루는 대신 상징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을 일별하기 위해 잠시 물러서야 한다. 지젝이 설명하는 폭력으로 향하는 여섯 가지 우회로를 모두 가보아야 한다. 우리를 구조적 폭력에 둔감하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br/><br/>먼저 지젝이 말하는 폭력은 총 세 가지로 방금 언급한 주관적 폭력이 그 하나고 나머지 두 개는 상징적 폭력과 구조적 폭력이다. <br/><br/><br/>지젝은 상징적 폭력과 구조적 폭력을 묶어 ‘객관적 폭력’이라 말한다. 먼저 상징적 폭력은 하이데거가 ‘존재의 집’이라고 칭한 언어를 통해 구현되는 폭력이다. 온갖 멸칭이 난무하는 한국 사회에서 상징적 폭력의 예시를 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상징적 폭력은 습관적인 언어 사용을 통해 재생산되는 사회적 지배 관계나 선동적인 언어 속에서만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형태의 폭력이 언어 자체에 들어 있고, 언어가 의미 세계를 대상에 부과할 때 따라붙는 것이다. <br/><br/><br/>마지막 구조적 폭력은 경제 체계와 정치 체계가 작동할 때 나타나는 파국적인 결과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에는 근본적인 구조적 폭력이 존재하다. 지젝에 따르면 이 폭력은 자본주의 이전 시대의 어떠한 직접적인 사회-이데올로기보다 훨씬 더 섬뜩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대부분은 구조적 폭력에 둔감하다. 나 역시 20대 시절만 해도 자기계발서나 자기위로 서적을 따위를 읽었다. 그러나 이런 책들이 대게 구조적 폭력은 하나도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자연스레 멀어졌다. 누군가가 일터에서 흘린 땀과 눈물, 누군가가 광장에서 쏟아낸 피와 내장들을 하나도 언급하지 않은 채, 너의 행복과 너의 감정만 돌보라고 말하는 책들은 나를 끝없이 생각에 빠트린다. 이 책의 출간된 시대적 역사적 정치 경제적 배경에는 어떠한 구조적 폭력이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더 나아가 이 책은 어떠한 구조적 폭력을 강화하고  기여하고 있는 것일까.<br/><br/>나는 우리 집 위에 드론 폭탄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지 않는다. 나는 출신 국가와 인종과 종교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에게 가시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은 길거리에서 거의 보지 못한다.(구조적 폭력은 서로 가하고 있겠지만) 대신 은퇴 이후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 걱정은 가끔 한다. 이 년 전부터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포함한 일체의 동영상을 시청하지 않는다. 오로지 읽고 읽고 또 읽는다. <br/><br/><br/>그래서인지 이 책에 실린 챕터 중 구조적 폭력을 다룬 &lt;1장 SOS 폭력&gt;이 현재의 내 삶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적 폭력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느꼈다. 왜냐면 지금의 한국 사회는 무척 인상 깊기 때문이다. <br/><br/>코스피가 7,000이라는 숫자가 은폐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폭력은 무엇일까.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배분을 놓고 노사 협상에 들어갔지만 서로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정유회사 4사의 영업이익이 950억에서 5조 9635억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다음 달에 지방 선거를 앞두고 역시나 막말이 넘쳐흐른다. 나는 지젝의 『폭력』을 읽으며 인식의 도구를 훈련한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폭력, 상징적 폭력을 나의 언어로 표현하고 싶다. 이 책에서 지젝이 소환하는 온갖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이론과 개념을 내 것처럼 사용하고 싶다. <br/> <br/>신자유주의 시대는 ‘개인’이라는 근대적 주체에게 삶의 모든 것은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영역이라 명령한다(너의 삶은 너의 것이라 말한다). 우리는 일단 본인의 탓을 한다. 나의 노력이 부족했던 탓이고 그래서 나의 능력이 미천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것을 책임감 있는 태도라 말한다. 능력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구조적 폭력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주의적 공산주의자가 설계해 놓은 세상에서 일과 자율성의 노예가 되어 삶을 일에 통째로 갖다 받친다. 자유주의적 공산주의자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서 일터를 구한 운이 좋은 몇몇들은 ‘경쟁’에서 성공하고 오늘날 사라지고 있다는 중간계급으로 도약한다. 그러고는 니체가 말한 최후의 인간이 되어 간다.<br/><br/>1장에서 대표적인 자유주의적 공산주의자로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 등이 등장한다. 이 책이 20여 년 전쯤 출간되었으니 나는 여기에 샘 올트만, 일론 머스크, 젠슨 황 등의 이름들을 추가하여 읽었다. <br/><br/>우리가 온갖 매체에서 접하는 무수히 많은 폭력적인 이미지 아래 도대체 어떠한 구조적 폭력이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불의에 가득 찬 온갖 사건들을 보고 들으면서 우리는 손쉬운 분노에 휩싸인다. 우리는 무엇에 의해 이 분노가 촉발된 것인지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조차 없는 상태에서 부지불식간에 상징적 폭력을 가하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br/><br/>바로 이때 우리는 지젝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우리는 바로 이 시점에 이 책 『폭력』을 읽어야 한다. 지젝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칫하면 주관적 폭력의 비이성적 폭발처럼 보이는 구조적 폭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잠시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말한다.<br/><br/>지젝은 이 책에서 전 지구적 문제를 다루면서 독자에게 말을 건다. 인도주의적 위기 사태를 보면 즉각 참여하고자 하는 충동이 일어나지만 일단 기다리면서 두고 보라고 말이다. 왜냐면 우리가 느끼는 급박함과 분노는 어쩌면 가짜일 수 있기 때문이다. <br/><br/>우리는 눈에 보이는 주관적 폭력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징적이고 구조적인 폭력, 즉 객관적 폭력을 분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잠시 한발 물러서서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나와 같은 독자들은 읽고 읽고 또 읽기로 한다.<br/><br/><br/>*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58/22/cover150/k23213764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0582215</link></image></item><item><author>필로소픽</author><category>책</category><title>우리는 왜 이토록 릴케의 서한을 사랑하는 것일까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젊은 시인이 보낸 편지 - 릴케와 카푸스 왕복 서한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2601113/17204782</link><pubDate>Wed, 08 Apr 2026 19: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2601113/1720478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6063&TPaperId=1720478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34/83/coveroff/8932476063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6063&TPaperId=1720478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젊은 시인이 보낸 편지 - 릴케와 카푸스 왕복 서한집</a><br/>라이너 마리아 릴케.프란츠 크사버 카푸스 지음, 최성웅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03월<br/></td></tr></table><br/>『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젊은 시인이 보낸 편지』는 그 유명한 릴케의 서한집이다. 테레지아 육군 사관학교 생도였던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1883-1966)는 밤나무 고목 아래서 릴케의 시집을 읽다가 우연히 릴케가 사관학교의 선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당시 카푸스는 갓 스물도 되지 못한 젊은 청년으로 군인의 길에 접어든 상태였지만 릴케와 마찬가지로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도 품고 있었다. 그는 용기를 내어 일곱 살 많은 선배이자 흠모하는 위대한 시인 릴케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릴케에게 답장을 받는다. 그 두 사람은 1908년까지 서신을 교환하다가 점차 소원해졌다. <br/>​<br/>릴케가 시인 지망생 카푸스에게 보낸 편지들을 엮은 책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이하 『편지』)는 전설과도 같은 책이 되었다. 특히 문학계와 예술계에서 이 책은 필독 도서로 여겨졌다. J.D 샐린저는 이 책은 작가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성경 같은 책이라 말했고 피아니스트 임윤찬도 그 특유의 수줍지만 카리스마 있는 말투로 이 책이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팝가수 레이디 가가는 그녀의 콘서트에서 이 책에 나온 어느 구절 전체를 직접 낭독했다고 한다. 예술 작품을 생산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을 음미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편지』는 각별하게 다가온다.<br/>​<br/>​<br/>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젊은 시인이 보낸 편지』는 기존의 『편지』에서는 실리지 않았던 바로 그 '젊은 시인'인 카푸스가 릴케에게 보낸 편지도 함께 싣고 있다. 을유문화사의 책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위대한 시인 릴케와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그 젊은 시인이 주고받은 서신을 함께 읽으면서 우리는 비로소 『편지』의 내용을 더욱 온전히 흡수한다.<br/>​<br/>​<br/>​<br/>『편지』는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을까<br/>​<br/>예술을 소명으로 하지 않는 나와 같은 평범한 독자에게도 이 책은 왜 이토록 영속되는 영향을 주는 것일까. 나는 문학 전공자가 아니고 아직은 문학 애호가라고도 말할 수 없다.(나는 그러나 문학을 동경하고 흠모한다) 또한 예술이나 창작을 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다. 단 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읽기 위해 산다고는 말할 수 있다. 나는 『편지』에 실린 예술과 창작에 대한 릴케의 조언은 삶과 읽기에 대한 조언으로 종종 바꾸어 읽기도 한다. 내게는 뜻이 통하기 때문이다.<br/>​<br/>“ 가능한 비평-미학 나부랭이는 읽지 마십시오. 그것들은 생명력 없이 돌처럼 굳어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편파적인 것들 혹은 교묘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아, 오늘날 그중 한쪽의 견해가 옳다 한들 내일이면 뒤집히기 일쑤입니다.”<br/>_릴케, 1903년 4월 23일<br/><br/><br/><br/>나는 위 문장을 온갖 버전으로 변용하여 읽는다. 나는 문학작품에 실린 해설이나 해제는 꼭 읽고 이름난 작가나 사상가 들이 쓴 예술작품에 대한 비평도 종종 찾아 읽는다. 그러나 나는 수전 손택이나 버지니아 울프의 조언을 명심한다. 문학작품을 내 맘대로 해석한다. 무지와 편견에 가득 찼지만 어쨌거나 나는 내 식으로 해석한다. 거기에 릴케의 조언을 함께 명심한다. 나는 소위 '지식인' 내지는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의 언어놀이에 너무 빠지지 말아야지... <br/>​<br/>“슬플 때면 스스로 고독한 채로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왜냐하면 미래는 언뜻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보이는 '마비된' 순간에 바깥에서 일어나는 시끄럽고 우발적인 사건들보다 훨씬 더 삶에 다가가 있습니다.”<br/>_릴케, 1904년 8월 12일<br/><br/><br/>나는 신자유주의에 염증을 느낀지 오래고 소비와 물질의 신은 내게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나는 관계에 미숙하고 비대한 자아를 가진 한없이 천박한 영혼을 가진 현대인이다. 나는 권태에 빠진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현대인이지만 자본주의식 삶이 별로 살만한 것이 못된다고 생각한지 오래다. 그래서 무가치한 내 삶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종결하는 방법으로 자살사고를 가지고 있다. 그런 내게 릴케의 서한들은 이 세상에 좀 더 존재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조언이 내게도 한밤의 등대가 되어준다. 이 감동과 뭉클함, 그리고 먹먹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br/>​<br/>릴케의 서한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것은 그가 읽는 이의 마음을 두드리고 다정하고 따뜻하게 말을 걸어 오기 때문이다. 릴케의 조언은 보잘것없는 내 삶이라는 것도 내 나름의 방식으로 창조적 생산이 가능한 대상이라고 알려준다. 허무와 회의에 빠진 수십억 인간동물 중 한 개체인 나는 릴케의 『편지』를 읽다가 가슴에 꼬옥 안았다. 아.. 이것이 바로 『편지』의 전설과도 같은 감동이구나.<br/>​<br/>*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34/83/cover150/8932476063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348315</link></image></item><item><author>필로소픽</author><category>책</category><title>평생 함께할 역사지도책 - [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 - 인류의 기원부터 현대까지, 600가지 지도로 살아나는 생생한 역사의 현장]</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2601113/17193210</link><pubDate>Thu, 02 Apr 2026 22: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2601113/1719321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7693&TPaperId=1719321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43/97/coveroff/k85213769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7693&TPaperId=1719321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 - 인류의 기원부터 현대까지, 600가지 지도로 살아나는 생생한 역사의 현장</a><br/>크리스티앙 그라탈루 지음, 정미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03월<br/></td></tr></table><br/>세계적인 역사지리학자 크리스티앙 그라탈루의 『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 는 세계사의 흐름을 무려 600여 개에 이르는 지도와 인포그래픽을 통해 공간에서 펼쳐 보이는 역사지리학 책이다. 프랑스의 유명 역사학자인 파트리크 부셰롱은 이 책의 추천사 성격의 글 &lt;공간에 대한 이야기들&gt;에서 역사를 쓴다는 건 단순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물과 시대 상황, 사건들의 인과 관계는 글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지만 시간이 공간에 남긴 흔적을 풀어내는 것은 훨씬 어려우며, 역사학자는 시간과 공간이 충돌하고 얽히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역사 지도'라 불리는 것으로 시도한다고 설명한다.<br/><br/>이 지도책은 기원전 3000년에서부터 2023년까지의 시간과 공간을 다룬다. 이 책의 초판본은 2019년에 출간되었는데, 당시 이 기획은 프랑스에서는 거의 40년간 시도된 적이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지도책이었다고 한다. 이 지도책은 책의 공동 출판사이자 역사 전문 월간지인 &lt;역사 L'Histoire &gt;에서 수십 년간 축적해온 정밀한 역사 지도가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책은 출간과 동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13개 언어 40개국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한국에서도 출간된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역사 지도책이라는 명성에 맞게 나와 같은 독학자를 비롯하여 학생, 선생님 모두가 평생 곁에 두고 활용할 책이다. 나는 이 '지도책'을 텍스트 중심의 다른 세계사 책들과 함께 활용한다. 각각의 책들은 서로를 보완해 주며 나만의 세계사 선생님이 되어준다.<br/><br/>그리고 지난 4년 동안, 이 잡지의 더욱 향상된 지도 제작 역량 덕분에 개정판에는 더 풍부하고 정밀한 인포그래픽을 담은 100장이 넘는 새로운 지도가 추가되었다. 그라탈루는 제2판 서문에서 이 책은 서구 중심의 관점에 머물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누이트의 이주 경로나 폴리네시아 문화의 확산과 같이 서구 중심의 역사책에서는 보지 못했던 주제들을 담았다. 한편 저자는 이 책이 유럽 중심의 서사를 벗어난다고 해서 '역사를 지도 위에 담는 작업 자체를 멈출 수는 없다'라고 말한다. 책은 21세기의 관점으로 과거를 새롭게 해석하려 하지만 책의 구성에서 몇 장은 유럽에 할애되어 있다.<br/>​<br/>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되었다. 책은 전 지구적 관점에서의 역사 서술, 각 지역의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 전체 구성에 대한 기초 틀 제시, 16세기 이후까지 존속했던 고립 사회에 대한 조명, 15세기를 기점으로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가는 세계를 중심 축으로 구성되었다.<br/><br/>​<br/>전 지구적 관점의 역사 서술에 해당하는 장은 1장(단 하나의 인류/기원전 3000년), 3장(구대륙의 네트워크/신석기 시대~15세기), 7장(유럽의 세계 정복/16~18세기), 9장(유럽의 세계 식민지화), 12장(서구가 지배한 세계/1914~1989년), 13장(1989년 이후의 세계/1989~2023년)이다. 각 지역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에 대한 장은 4장(구대륙의 네트워크/신석기 시대~15세기), 5장(구대륙의 사회들/7~15세기), 8장(유럽/16~18세기), 10장(유럽 이외의 강대국들/18세기 후반~19세기), 11장(유럽의 역사/1789~1914년)이다.<br/>전체 구성을 아우르는 기초 들은 2장(독립적으로 발전하는 세계들)이고, 이 책의 구조적 중심축에 해당하는 장은 6장(15세기의 세계)이다.<br/><br/>이 방대한 역사지도책의 내용을 요약한다는 것은 시도조차 할 수 없으니 이 책의 구조적 중심이라는 6장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6장&lt;15세기의 세계&gt;가 왜 이 책의 구조적 중심축이 되었을까? 15세기는 흔히들 말하는 '대항해 시대'였다. 15세기는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기 시작하는 전환점이다. 이 시기에 국제 정서는 매우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했으며,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잇는 교역망이 다양해졌다. 특히 포르투갈이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항로를 개척하면서 교육의 범위가 전 세계로 확장되었다. 대서양의 여러 섬으로 진출도 활발해졌고,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건설은 이러한 교역 확장의 경제적 기반이 되었다. 세계사 책에서는 종종 이런 가정을 한다. 만약 15세기 초 중국의 정화의 대함대가 원정(정화의 항해는 1405에 시작되어 1433년에 끝났다)을 계속했다면 역사의 흐름은 바뀌었을까? 중국은 해양 진출 정책을 중단했고 신항로 개척의 주도권은 유럽 국가들에게 넘어갔다. 그리고 역사책에서 마르고 닳도록 들은 이탈리아 중심의 르네상스 시대가 펼쳐진다. 이 책은 그러니까 이 지도책은 르네상스를 지도로 보여준다. 나는 그간 수없이 많은 책에서 르네상스를 오로지 텍스트로 읽었다. 물론 문자들 사이에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한 그림과 건축물에 대한 이미지도 보긴 했다. 이 책에서는 그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두 지도를 보았다. 여행하는 인문주의자였던 '에라스뮈스의 주요 여행 경로'를 그린 지도에서 존 콜렛, 토머스 모어, 자크 르페브르 데타플과 같은 인문주의자들의 이름을 함께 발견한다. 또한 '르네상스 시대의 유럽의 문화에 대한 지도'를 통해 프랑스, 독일, 플랑드르, 스페인 등과 유럽 각국의 르네상스 중심지가 어디였는지 어떤 나라에 영향을 미쳤는지 한눈에 확인한다.<br/>​<br/>이 책과 비슷한 인포그래픽 역사지도책으로는 2008년 구입해서 지금까지도 종종 펼쳐보는 『르몽드 세계사』가 있다. 현대 세계의 역사와 우리 시대의 지구적 이슈와 쟁점을 탁월한 역사 인포그래픽으로 펼쳐 보이는 이 책을 정말로 아꼈다. 현대사 중심이었던 『르몽드 세계사』와 달리 크리스티앙 그라탈루의 『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 는 호모사피엔스 시대부터 2023년까지를 다룬다. 알제리 내전(1990년대), 르완다와 부룬디(1959~1994년),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2022년) 등 인문교양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무수히 많은 글에서 만나게될 이 아픈 역사, 지금도 진행중인 이 아픈 역사를 지도로 만날 수 있다.<br/><br/>또한 한국 사람으로서 12장에 포함되어 있는 '일본의 만행(1931~1945년)' 지도, '한국 전쟁(1950~1953년)' 지도에도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br/>​<br/>이 압도적인 역사지도책  『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는 한 마디로 열공 욕구를 불태우는 책이다. 평생 저와 함께 해요!<br/>​<br/><br/>📚출판사 이벤트에 응모하여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43/97/cover150/k85213769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439759</link></image></item><item><author>필로소픽</author><category>책</category><title>가부장제가 조각내고 찢어온 여성의 신체/존재 그 자체에 대하여 - [조각나고 찢긴, - 여성 바디호러 앤솔러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2601113/17166387</link><pubDate>Sun, 22 Mar 2026 20: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2601113/1716638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52136417&TPaperId=1716638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46/43/coveroff/k15213641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52136417&TPaperId=1716638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조각나고 찢긴, - 여성 바디호러 앤솔러지</a><br/>조이스 캐롤 오츠 외 지음, 신윤경 엮음 / 문학수첩 / 2026년 03월<br/></td></tr></table><br/>『조각나고 찢긴,』 은 조이스 캐럴 오츠, 마거릿 애트우드 등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쓴 바디호러 작품들을 엮은 앤솔로지이다. 강렬한 표지에서 알 수 있듯 조각나고 찢기는 대상은 여성의 신체이다. 여성이 신체를 찢어발기는 것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이다. 가부장제는 여성의 순종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수단들을 발명해왔는데, 대체로 폭력적인 방식이 그 효과성을 인정받았다.<br/>​<br/>조이스 캐럴 오츠는 책의 〈서문〉에서 이 책에 담긴 이야기기 들은 서로 너무나 다르지만, 그 안에는 하나의 맥박 같은 것이 고동치는데, 그것은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강요한 속박에 반항하며 맞서는 맥박이다. <br/>​<br/>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하나 좀 고민했다. 픽션보다는 논픽션을 훨씬 더 많이 읽은 나는 언제나 소설을 읽고 난 후에 쓰는 독후감이 훨씬 어렵다. 고민을 하다가 내 서가에 있는 페미니즘/여성주의/가부장 코너 및 문학비평 코너를 기웃거리다가 로이스 타이슨의 『비평 이론의 모든 것』을 꺼냈다. 이 책의 4장 &lt;여성주의 비평&gt;에서 가부장제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br/>​​<br/>“가부장제는 여성의 자신감과 적극성을 훼손시키는 폭력을 끊임없이 자행하며, 자신감과 적극성을 부재야말로 여성이 선천적으로(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순종적인 존재임을 증명한다고 강조한다.”<br/>_200쪽 4장(여성주의 비평), 로이스 타이슨 『비평 이론의 모든 것』 중 <br/>​<br/>『조각나고 찢긴, 』에 실린 작품 중 타이슨의 가부장제에 대한 설명을 길게 풀어쓴 작품을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조이스 캐럴 오츠의  《평온의 의자(1853년, 뉴저지 트렌턴, 토마스 필 부인의 일기 중에서)》이다. 이 작품은 19세기 중반 ‘히스테리’라는 진단으로 정신병원에 갇혔던 어느 유한계급의 기혼 여성이 쓴 일기를 바탕으로 썼다. 이 여성은 실존 인물인데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했고, 남편의 소유인 육체적 아름다움을 훼손했다는 등의 여러 이유로 정신병원에 갇혔다. 이 작품의 모든 문장은 로이스 타이슨이 말한 ‘가부장제’에 대한 설명을 보충한다.<br/>​<br/>이 작품은 아마도 이 책에 실린 글 중 가장 읽기 쉬운 글이 아닐까 한다.<br/>​1부 &lt;넌 괴물을 만들었어&gt;에서는 리사 림의 《거울과 춤을》(신체 변형 및 훼손 등), 2부 &lt;병리해부학&gt; 중 에이미 라브리의 《육안 해부학》(강간 및 시간, 남근 훼손 및 절단에 대한 암시 등), 3부 &lt;몸에서 벗어나 영원으로&gt; 증 《일곱 번째 신부 또는 여자의 호기심》(강간, 우발적 살인, 시체 수습 등) 등의 많은 작품에서 바디호러 장르가 선사하는 그 강렬함을 체험할 수 있다. <br/>​<br/>‘강렬함’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야겠다.<br/>『조각나고 찢긴, 』에 실린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강렬하다. 이 강렬함은 잔혹하고 역겹고 혐오스럽고 괴이스러우며 공포스럽다. 이 강렬함은 언제든 침범/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약함, 신체 훼손과 변형에 대한 공포, 죽음에 대한 근원적 불안감 등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견디기 쉽지 않은 강렬함이다.<br/>​<br/>한편 내가 픽션보다 훨씬 많이 접해온 논픽션에는 인간동물의 수천 년에 걸친 엽기적이고 잔혹한 일들을 아주 상세하게 기록한 것들이 많다. 현실은 더 픽션보다 더 끔찍했다.<br/>​<br/>어떤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마녀로 몰려 재산몰수/고문/화형으로 삶을 마감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사례, 난징대학살 때 자행되었던 집단강간/살해(아이리스 장 『난징의 강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온갖 전쟁성범죄/강간을 기술하고 있는 이브 엔슬러의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등을 떠올리자 『조각나고 찢긴,』에서 받은 이 강렬함은 조금씩 순화되었다.<br/>​<br/>만약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혐오스럽고 공포스럽게만 느껴진다면, 이 모든 강렬함에 깔려 있는 깊디깊은 슬픔과 억압과 분노를 느끼지 못한다면, 아마도 당신이 현실이 더 잔혹하다는 것을 아직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온갖 종류의 폭력으로 인해 여성을 비롯하여 어느 하나의 젠더 정체성으로 분류되지 않는 사람들, 충분히 가부장적이지 못한 일부 남성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방대한 시간과 분량의 고통의 역사를 써왔는지 몰라서 일 수도 있겠다.<br/>​<br/>​​<br/>*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46/43/cover150/k15213641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6464327</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