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처음 호주로 갈 때에는 그 이유가 ‘한국이 싫어서’였는데, 이제는 아니야. 한국이야 어떻게 되든 괜찮아. 망하든 말든 별 감정 없어......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언젠가는 우리가 달빛 아래 볏짚을 든 채 마주치게 돼 있었어.
우리는 뭐랄까, 전래 동화의 의좋은 형제 같은 처지에 빠져 있었지. 지명이는 나를 아껴. 나도 걔를 위하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우리 사이에 개선되는 건 아무것도 없고, 밤에 서로 상대 몰래 볏짚을 나르느라 몸만 피곤한 상황이었지.
그런 걸 베이스(BASE) 점프라고 한대. 빌딩(Building)이나 안테나(Antenna), 교각(Span), 절벽(Earth)에서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린다고.
높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바닥에 닿기 전에 몸을 추스르고 자세를 잡을 시간이 있거든. 그런데 낮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그럴 여유가 없어. 아차, 하는 사이에 이미 몸이 땅에 부딪쳐 박살나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