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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창비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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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내 덕질에 가끔 참견한다. 왜 좋아하는 거냐며 신기해한다.
바보같은 질문이다. 이유가 있을 리 없다. 존재 자체를 좋아하면 얼굴, 춤, 노래, 말투, 성격, 몸놀림, 최애와 연관된 모든 것이 좋아진다. ‘중이 미우면 승복도 밉다’라는 말의 반대다. 중을 좋아하면 중이 입은 승복의 터진 실밥까지 사랑스럽다. 그런 거다.
- 최애, 타오르다 34p-
처음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게시글과 설명을 봤을 때는 어떤 책일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제목에 ‘최애’가 들어가는데 이게 정말 내가 아는 그 ‘최애’를 의미하는 걸까도 의아했고 ‘타오른다’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일어의 번역임을 감안하면 우리 표현으로는 ‘최애 덕질을 하느라 하루를 불태웠다’쯤의 의미가 될까 싶다.
최애의 폭행 사건은 특히 근 2~3년간 수많은 아이돌들이 사회면과 뉴스에 등장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갔다. 덕질을 하면서 정말 그 최애의 인간적인 면모, 일상의 모습, 그 사람의 인터뷰나 평소 언행을 통한 생각과 가치관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까 싶다. 그렇게 좋아하고 응원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범죄자가 되거나 기만자가 되었을 때의 배신감이란 처음에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런 일들을 여러 번 겪으면서 느낀점은 최애도 어떤 이상적인 존재라기 보다는 직업인의 일종이고 팬과의 업무도 결국은 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심리적 거리를 두고 나니 누군가의 팬이라는 게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그들이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인 노래/앨범/무대는 그 자체로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소비될 때 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니 그들도 누군가의 추억과 취향이 되고 기억으로 오래 남는 직업인으로서 적어도 팬을 창피하게 만드는 물의는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의 화자는 열열한 팬이지만 반대로 연예인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했다. 팀 해체 기자회견장에서 당당히 이제 일반인이니 알은채 하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팬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 만큼 그만두고 싶었던 건지, 그동안 나는 허상의 행복을 응원했는지 묻고 싶은 허탈한 마음이 들것 같다. 실제 은퇴를 결심하는 연예인의 마음은 어떤지 궁금하다. 그리고 떠난 최애는 분유값 벌러 다시 방송에 눈물과 함께 복귀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 읽고 처음 든 생각은 가볍게 읽기 좋은 내용이라는 것이었는데, 서평을 쓰면서 계속 곱씹어보니 생각보다 공감이 많이 됐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