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표지가 진짜 너무 예쁘다. 읽으면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복숭아나무 컷이 표지에 크게 담겼는데 시원시원하면서도 복숭아가 정말 예쁘게 잘 표현되어서 밋밋하지 않게 눈을 사로잡았다.더불어 책등 부분이 금박으로 되어 있어서 반짝반짝 예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선물하기도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내용에 대한 서평으로 들어가보자면, 술술 읽히는 쉬운 책은 아니라고 느꼈다.아무래도 오래 전 쓰인 작품이기 때문에 문체도 문장도 익숙한 느낌은 아니라서 같은 글도 두세번 곱씹어 읽어야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주 손이 가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애써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 대신에 내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떠올려보고, 나무처럼 자라나는 소년 시절의 헤세를 그려보면서 내 어린 시절도 함께 돌아봤다. ‘복숭아나무’라는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는데, 나무가 쓰러진 자리에 이제껏 새 나무를 심을 생각만 했다면 가장 오랜 친구였던 복숭아나무의 빈자리는 그냥 남겨둬야겠다는 마음이 짐작이 갔다.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잃을 때는 다른 것으로는 대체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남겨두고 추억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고, 대상은 나무지만 살면서 마주하게 될 가까운 사람들과의 이별에서도 비슷한 마음이겠거니 싶어서 나무도 사람도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뒤이어 나오는 시는 ‘온통 꽃이 피어’라는 작품인데, 매일 백가지나 피어나는 생각들을 그대로 제 갈길을 가게 하라는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하루를 바쁘게 지내다보면 어떤 생각들은 시간낭비라고 생각될 때가 있는데, 그런 생각들을 애써 지우지말고 그대로 생각을 피어나게 두는 것이 나의 세상을 넓히면서도 삶의 낙이 될 거라는 게 조금은 위로도 되었다.그동안 흥미진진하게 사건이 전개되는 소설책을 주로 읽었던지라 술술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지만, 날씨가 좋았던 이번 주말에 차분하게 책장을 넘기기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