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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데르트바서의 집
제랄딘 엘슈너 지음, 루시 반드벨드 그림, 서희준 옮김 / 계수나무 / 2020년 10월
평점 :
독특한 제목의 그림책에 호기심이 일었는데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채의 그림이 정말 예쁘다.
도시를 살아나게 하는 훈데르트바서의 집?
살아난 도시에서의 환상 여행이라니!
예쁜 색채의 그림과 함께 너무 재미있는 여행이 될 것 같았다.
훈데르트바서의 집, 계수나무, 제랄딘 엘슈너 글, 루시 반드벨드 그림, 서희준 옮김
눈길을 끄는 예쁜 책을 책상 한편에 올려 두었는데, 웬일인지 큰 아이가 선뜻 펼쳐보지 않는다.
기다리다 웬일로 새 책을 아직 안 읽었느냐 물으니,
제목이 많이 낯설고, 그래서 왠지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단다.
훈데르트바서.
엄마인 나도 낯선 이름, 낯선 낱말이긴 하다.
나와 함께 새로운 책을 읽어보자고 큰 아이, 둘째 아이를 불러 앉힌다.
둘째는 쪼르르 달려와 옆에 찰싹 붙어 앉는데,
평소 같으면 둘째의 반대편에 붙어 앉아 눈빛을 반짝이던 큰 아이가 둘째 옆에 시큰둥하게 앉는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크고, 잘 정돈된 회색빛 도시.
이 도시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
누가 이 도시를 흐트러뜨리는 거지?
“지붕 위의 마법사가 아닐까?”
레아가 속삭였어.
“숲속의 마녀일지도 몰라!”
레오가 더 작게 속삭였어.
이야기를 시작하자 자신의 예상과 달랐던지,
바로 큰 아이가 가까이 다가앉았다.
독특하지만 예쁘고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는 그림들이 책의 재미를 몇 층은 더 높여준다.
잘 정돈된 도시의 고요한 밤 풍경이 두근두근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는 듯하다.
“와, 예쁘다.”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내 입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큰 아이의 입에서도 “와~” 소리가 자동 발사된다.
책 속 아이들이 사랑하는 “커다란 왕관을 쓴 작은 숲의 왕” 나무가 보인다.
어느 날, 이 사랑스러운 나무 주변으로 공사 차량들이 몰려들더니 공사가 시작되고 아이들은 나무를 걱정하며 슬픔에 잠긴다.
나무와 아이들 사이에 거대한 벽이 세워지더니 나무는 아이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만다.
벽에 그려진 커다란 눈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집집마다 색깔도 모양도 모두 달라.
......
길 아래로 보이는 거리에도
색색깔의 여러 모양들이 강물처럼 흘러갔어.
도시에 신선한 바람이 불어왔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아이들과 나의 감탄사는 이어지고,
어느새 둘째와 내 사이를 파고들며 책 가까이로 눈을 들이밀던 큰 아이는 결국 둘째와 자리다툼을 한다.
“자, 자. 진정하고 큰 보물은 원래 자리인 동생 반대편에 앉자.”
여기 저리 자라나는 나무들을 보며 아이들은 꿈을 꾸기 시작한다.
나는 색색의 나무들이
왕의 나무와 친구가 될 거라고 상상했어.
사람들이 모두 잠든 밤에
나무들은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지붕 꼭대기에 커다란 양파가 햇빛에 빛나고 있었어.
라고 읽자마다 두 아이가 빵 터져서 웃는다.
“엄마, 정말 양파 같아요.”하며 재미있어 한다.
마을에 등장한 마법의 성 같은 건물에 책 속 아이들이 놀라워하며 흥분한다.
덩달아 나의 두 아이도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예쁘고 재미난 모습의 성을 보고 설레는 모습이다.
동화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새로운 집이 완성되고,
아이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커다란 왕관을 쓴 작은 숲의 왕” 나무를 자신들과 함께 사는 이웃 주민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이제 환상적인 여행을 시작할 거야…….
책을 읽는 사이 독특하고 예쁜 그림 속 풍경에 폭 빠져버린 큰 아이는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을 읽은 후 더 큰 감탄사를 터트리고 말았다.
정말 마법으로 만든 것 같다고 연신 감탄하던 바로 그 건물의 실제 사진이 다음 페이지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엄마, 이거 사진 맞아요? 그림 같아요!!!”
“엄마, 정말 지붕이 양파 모양이에요.”
둘째는 질세라 덧붙인다.
“껍질 안 깐 양파요.”
책의 뒤편에 실린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의 실제 사진은 정말 앞의 그림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예쁘고 멋졌다.
책을 모두 읽고 나니 큰 아이가 훈데르트바서가 건축한 다른 건물들도 보고 싶다며 나의 검색을 재촉한다.
기하학적인 직선이 없이 자연을 닮은 곡선을 적용한 건물과 다채로운 장식들, 그리고 그 건물과 기묘한 듯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나무들의 모습이 정말 멋지다.
창문을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건물의 안과 밖을 이어 주는 다리라고 생각한 훈데르트바서.
그의 생태 건축의 원칙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동시에 획일적인 창문이 다닥다닥 붙은 네모 모양의 건물들에 갇혀 있는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인다.
아이들과 훈테르트바서의 건물들이 몰고 온 환상이 공존하는 그 거리를 거닐고 싶다.
“와~ 우리 보물들하고 여기 정말 가보고 싶다.”
하니, 건물 사진들에 집중하던 큰 아이가 난처하다는 듯 말한다.
“엄마, 전 비행기 타는 것 싫어하잖아요.”
알 수 없는 끝을 기다리며 지쳐가고 있는 우리 집콕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신선한 환상의 세계를 선사하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