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2 (단풍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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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편한 편의점 1권이 부품화된 현대 사회 속에서의 관계 회복에 관한 내용이었다면 2권은 삶, 살아가는 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1권에 나왔던 독고씨 대신 이번 불편한 편의점의 야간 알바는 홍금보, 연극 배우로 살고 싶지만 배역을 맡지 못해 편의점 알바를 하게 된, 홍금보라는 별명의 근배였다.

부품화 되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은 요즘 술 소비도 많아진다.

26% 취기에 치통을 잊고 취기에 생의 고통도 잠재워야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꼭 현대 사회가 아니어도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고, 고통을 달랠 자기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취기로 잊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인데 자신을 망가뜨리는 방법이라서 좋지 않다. 맛있는 것 먹기, 예쁜 문구류 쇼핑하기, 마구 웃을 수 있는 유머글 찾아보기. 자기 파괴적이지 않으면서도 고통을 달래줄 수 있을 다양한 방법을 찾아놓는 게 살아가기 위한 팁 정도 되지 않을까?

티비 속 화려한 삶을 보거나 SNS로 접하는 남들의 멋진 성공을 보면서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고통도 현대인의 힘든 삶에 한 몫 하고 있다.

58% 비교 암, 걱정 독. 엄마가 늘 근배에게 하던 말이었다.

“아들.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 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살렴.”

계속 비교하며 살면 불행하다. 그러니 끊임없이 비교하는 것을 내려놓는 것도 고통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렇게 비교와 걱정을 버리니 살아지더라고 근배는 말한다. 갖은 일을 전전하면서도 그저 살아지더라고. 다만 그저 사는 것일 뿐 특별한 의미 따위는 없고 과거도 미래도 없이 당장 죽어도 후회조차 없는 그저 살아질 뿐인 삶.

갑자기 사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사는 게 아닌 진짜 사는 기분이 배 속 깊은 곳에서부터 멀미처럼 요동쳐 숨이 다 가빠왔다.

다시 배우로서 연기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근배는 다시 살 수 있었다. 그저 살아지는 삶이 아닌, 생존이 아닌 진짜 삶.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 가슴이 뛰는 삶을 살아야 한다. 고통 달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고통 외면하는 기술도 좋지만, 그것을 이겨낼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고통을 외면하기만 해서는 이겨낼 수 없다. Confront. 우리는 고통을 주는 것의 정체를 마주 보고 그에 맞서야 한다. 로고테라피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신만의 개인적인 삶의 의미를 찾아야 진정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형태로 삶의 고통을 외면하고, 이후에 다시 마주하는 한 사람이 등장한다. 바로 불편한 편의점 사장님이다.

78% 1년 하고도 4분의 1의 시간 동안 나는 이곳에서 혼자 아닌 혼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비대면의 시절 때문만은 아니었다. 진즉에 필요한 날들이었으나 챙기지 못해 결핍된, 어떤 성분이 담긴 시간에 온몸을 담가야 했다.

그 어떤 성분은 바로 고독이었다. 남편의 장례 후 그 빈자리를 분주한 시간으로 채운 그녀. 편의점을 차린 것도 어쩌면 혼자 있어야 할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던 것 같다고 고백한다. 우리는 홀로 있는 시간을 두려워한다. 고독에 잠기는 그 시간에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분주히 하고 있을 때에는 보지 않아도 되었던 내면의 나 자신.

그러나 기억 상실까지 걸리게 했던 삶의 고통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여 마침내 자기 자신을 찾아냈던 독고씨에게 감화된 그녀는 다시 살아가기 위해 용기를 내기로 한다. 그리하여 홀로 있는 시간에 마주 본 자신의 내면에 있던 문제들을 똑바로 마주보고, 외면하지 않고 공존하며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늘 모든 문제가 해결 가능한 것은 아니다.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평안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일들은 문제를 문제로 바라보고 그저 함께 살아야 하는 것도 있다. 그 또한 스스로의 선택인 경우가 있다. 그럴 때 공존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고통은 그저 꿀꺽 삼켜야 하는 것이다. 외면하는 게 아니라.

고독 속에서 스스로의 문제를 바라보고 공존할 수 있게 된 그녀에게 주어진 다음 삶의 과제는 이제 홀로 선 이들끼리 함께 살아가는 일이었다.

80% “각자를 자각해야 각각이 되는 거야. 가족이자 각각이어야 오래갈 수 있는 거고.”

예전에 유행했던 홀로서기 시에 나왔던 말이었던가. 둘이 만나 설 수 있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야 한다고. 또 둘 사이에 바람이 통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생각났다. 가족 혹은 그처럼 가까운 관계에서 특히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무작정 기대어 서지도 무작정 내 맘대로 휘두르려 하지도 말고 각각 홀로 선 상태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 변화는 스스로 변해야만 하는 것이다. 타인에 의한 변화는 폭력일 수 밖에 없으므로.

93% 나는 잠자코 오늘의 축제를 음미하기로 했다. 인생에 다시없을 이런 날을 단단히 기억해두기로 마음먹었다. 행복한 기억, 특별한 추억 하나로 사람은 살아간다. 나는 치매 예방약처럼 오늘의 이벤트를 복용하기로 했다.

각자 홀로 선 각각이 되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지탱해 주는 것은 서로가 만들어주는 소중한 추억이다. 그런 행복한 기억으로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고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

99% 좋은 관계는 절로 맺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살피고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삶을 지탱해주는 이러한 관계는 저절로 당연하게 생기는 게 아니라 꾸준히 공들여 가꿔가야만 하는 것이다. 불편한 편의점 2권은 삶의 고통을 이겨내고 진정으로 살아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결국 1권에서와 같은 관계로 마무리 된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삶 자체가 바로 관계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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