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거칠고 통제할 수 없는 법. 진실을 말하고 세상을 집어삼키고 언제나 ‘더‘ 원하지. 반면에 인간 여자아이는 원해서는안 된다고, 남을 도와야 한다고, 조용해야 한다고 배웠어.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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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사람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조은영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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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첫 날은 너무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언제 끝나”만 머릿속에 든 채 달렸던 거 같다. 그 뒤로 점차 여유롭게 달리기 시작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호모 사피엔스, 호모 에렉투스 처럼 달리는 사람에 대한 학명도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마침 뛰는 사람이란 제목의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생물학자가 쓴 것이라 달리기를 막 시작한 나에게 정보를 그것도 과학적인 고찰을 담은 것이리라 기대하며 책을 구매했다.

저자는 어릴적 숲에서 자라며 먼 곳까지 학교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달리기와 친숙하고 각종 동식물과도 밀접해지는 삶을 살았다. 달리기를 잘하기도 하고 좋아해서 고등학교때부터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활약해 대학을 갔다. 훈련도중 육상선수들이 들던 덤벨을 들어보다 디스크를 다쳤다고… 부상으로 달리지 못하고 어린시절 농장 일을 하며 알게된 곤충과 사냥 동물들에 대한 지식이나 관찰력을 알아본 생물학과 교수의 추천으로 전공을 바꿔 생물학자가 된다. 그것도 30대에 캘리포니아 주립대 정교수가 되었다고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에 나오는데 똑똑한 분이기도 하겠지만 열정이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40에 장년부 마라톤을 시작으로 나가는 경기마다 신기록을 세우고 더 어렵고 힘든 목표에 도전하고 훈련해서 준비하고 뚝딱 해 내시는 걸 보면 그렇다. 경기를 앞두고 부상이 아물지 않은 때 의사들의 만류에도 스스로 판단해서 출전해 완주를 하고 자신의 생체시계를 스스로도 알아 잘 관리하는 것 같지만 달리고 싶은 욕망에 무리한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간적인 면도 있다. 과연 언제까지 달릴 수 있을까.. 달리기를 하면 심박수가 증가하는데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토탈심박수 같은 것이 있어 아껴쓰라는 말이 나온다. 힘들 육체운동 외에 스트레스가 높을때에도 심박수가 올라가니 가능하면 평소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야 오래 살겠구나 싶었다. 근육과 관절들도 많이 쓰면 닳겠지만 아예 안 쓰는 사람 보단 쓰는 사람이 낫고 조금씩 손상되었다가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더 강해지기도 한다고. 대신 큰 부상인 경우 회복이 덜 된 상태로 무리하게되면 더 큰 손상으로 이어져 붕괴된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끝으로 자신이 죽었을때 자신이 살고 있는 통나무집 주변 숲의 흙으로 돌아가 자신을 찾아 온 사람들이 숲의 작은 묘목을 가져가 심어도 좋겠다고 그리고 집 앞 호숫가를 뛰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자연과 달리기로 마무리한 멋진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 분처럼 오랜 세월 달리는 삶과 행복한 작업을 함께 하며 밸런스를 잘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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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생 - 죽음 이후의 삶의 이야기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최준식 옮김 / 대화문화아카데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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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체험을 연구하던 정신과 의사가 실제로 근사체험을 하고 여러 체험자들의 사례를 통해 죽음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이다. 줄곧 스스로 과학자로서… 라고 하면서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내용들을 나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간곡하고 따뜻해서 믿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 내용들이 그동안 내가 몇몇 서양문학에서 죽음을 다룬 내용에서 본 것들과 너무 유사해서 아마도 많은 근사체험자들의 사례가 서양의 문화권에는 나름 퍼져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톨스토이의 이반일리치의 죽음에 나오는 죽기 직전 빛을 보있고 고통이 사라지면서 남겨진 가족들을 연민하며 용서하던 주인공의 모습이라든지. 필립로스의 울분에 나오는 주인공이 모르핀을 맞고 죽음에 이르기 직전 그의 주요 일대기가 주마등처럼 다시 눈 앞에 펼쳐진 것들처럼
죽기 직전 내 삶을 되돌아보고 고통, 갈등, 미움,오해들을 해소하는 과정을 거치고 고통없는 순간을 맞는다니
안심이된다. 맨 뒤에 역자가 쓴 한국인의 죽음관도 흥미로왔다. 불교, 기독교 등 많은 내세를 믿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임에도 현세를 중시하고 죽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에 동의가 된다. 뿌리깊은 유교사상이 여잔히 한국인들의 사고와 인식의 근간이 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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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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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성장을 다룬 에세이구나. 하면서 책을 덮지만 그 전에 어느 과학자의 전기이기고 하고 그 위인의 어두운 면을 철저히 파헤친 르포이기도 하고 나의 상식을 깨 준 과학서이기도 한 매우 특이한 책이었다. 한때 내가 꿈꾸었던 일을 하는 사람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비록 이 작가의 책으로 인해 그의 흑역사가 드러나 불명예스러워지긴 했으나 그가 죽기 전까지 누릴 수 있는 모든 기쁨을 다 맛보고 행복한 인생이었을 것 같아 부럽다는 아니고 그런 비양심으로 사는 말년은 그 전에 비할 수 없이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가 만든 수많은 완모식표본, 그가 갖다 부친 학명들을 생각하면 오만할 수 있었겠다 싶기도 하지만 진정한 과학자라면 더 깊이 인류를 위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행동했어야하지 않았을까. 이런 이들을 거울 삼아 독자인 나는 더욱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 이 책의 매우 긍정적인 면이다.
그리고 책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가 믿고 있던 세계 밖으로 나오는 일.. 기존 질서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지평에서 더 많은 풍요로운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그리고 기존 인식의 틀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다양한 예시와 스토리들로 잘 전달하고 심지어 감동을 주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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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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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H마트에서 울었다면 나는 책장을 넘기며 슥슥 눈물을 닦아야했다. 한국 혼혈인, 미국인2세인 저자의 이야기에 미국에 사는 동생의 아내, 즉 올캐와 그들의 딸을 떠 올리며 보게 되었다. 아이들 여름방학에 맞춰 한국 나들이를 하고 미국에서 한글학교를 다니는 조카가 이 책의 미셀의 나이가 되면 티격태격 모녀지간이 될까 하면서… 그러다 엄마가 말기 암 선고를 받고 곁에서 간병하며 써 내려간 미셸의 심경은 너무 아련하고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미셸에게서 딸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던 거 같다. 내가 죽음에 임박해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해 상상하게 되었다. 지금으로선 전혀 그럴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미셸이 그랬듯이 우리 딸도 나에 대한 애틋함이 있을까하고…
비록 젊은 나이에 말할 수 없는 큰 고통을 겪으며 세상을 떠난 엄마, 그런 상황을 전혀 겪어보지도 알지도 못하는 내가 엄마를 추억하며 음식을 매개로 애도하는 딸의 모습에서 내 엄마를 떠 올리기 보다 내 딸을 생각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궁금해 진다. 내가 슬퍼하는 것 보다 매 딸이 슬퍼할 것에 대해 더 크게 느끼는 탓일까… 책을 덮고 나서 내게 딸이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안도하게 하는 일이 이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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