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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2012년에 산 책인데 방금 읽기를 마쳤다. 9년만에 책을 펼친 것이다. 노인과 소년과 바다에서 물고기 잡는 이야기로 단순히 회자되던 책이지만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헤밍웨이의 대표작이기도 하기에 내게 꼭 읽어봐야할 책이었고 그렇게 오랫동안 책꽂이에 꽂혀 내게 암시만 하던 책이었다.
어린 딸이 몇번 꺼내 읽는 것을 보고 물었던 기억이 있다. 저 책 어디가 재미있니? 하면 맛있는 생선들이 나와서 좋다고 했다. 그 맛있는 생선을 책에서 직접 접하면서 내 딸은 예사롭지 않은 음식취향을 가진 아이임을 알 수 있었다. 바다에서 갓 나온 생선의 색과 냄새, 촉감, 생선의 피의 향까지 생생하게 전해지기도 하지만 노인이 날 생선을 즐기지 않는 사람임이 분명한 것도 알 수 있는데 그런 노인의 입장따위 생각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생선회만 떠 올렸음이 분명하다고 생각이 드니 역시 어린 아이가 읽는 문학은 또 다른 것이구나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노인이 기운을 차리기 위해 섭취한 생선들에서 역한 비린내 구역질 그런 것들이 떠 올라 함께 역경을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낚시줄에 손바닥이 패이고 어깨와 등으로 줄을 매고 물고기와 버티는 것은 내 몸도 같이 패이고 결리는 느낌이었으며 몽둥이로 상어를 칠때 전해오는 반동도 내 손에 전해지듯 생생하여 긴장감이 감돌았다.
망망대해 홀로 물고기와 상어떼와 사투를 벌이는 노인에게 두려움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무척 놀라웠다. 순간순간 절망의 순간에도 현실을 직시하고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용기있고 묵묵하게 버텨내는 모습, 정복의 대상이었던 물고기가 든든한 재산 이었다가 함께 가는 동반자이기도 하고 마지막엔 연민의 대상이 되는 과정이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인간관계와도 닮아있어 감동과 재미를 느꼈다. 중간중간 심심치 않게 웃음의 포인트들도 위트있다 느꼈다. 야구이야기, 사투중에 벌어지는 몸개그들. 짧은 길이의 소설임에도 내게 남긴 인상이나 의미들은 적지 않았던 멋진 작품이었다.
말미에 간밤에 입으로 느꼈던 각혈의 느낌이나 가슴통증으로 미루어 보아 갈비뼈 골절로 폐를 다쳤을것 같은데 어려운 생활의 노인이 잘 회복하지 못하고 소년과의 다음 낚시출정은 불가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혼자 안타까웠다. 그래도 5.5미터 청새치를 홀로 잡은 노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