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줄거움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도 이 책의 저자 히로나카 선생의 글을 읽다 보면 공부가 하고 싶어진다. 학문적 성취의 가능성이 있어 보이나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딴 짓에 빠져있거나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줄만 하다고 생각된다. 배움이라는 것이 도처에 있으며 누구에게서도 다 배울 점이 있다는 것, 배움 뿐 아니라 학문에서도 사회에서도 다양성의 중요함을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있으며 이 분의 성취에 큰 몫을 했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은 사고하는 힘과 끈기있게 꾸준히 해 내는 일과 소박한 마음으로 겸손한 태도로 심도있게 다시 생각한다는 소심심고의 자세였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글로 적고 보니 일반적인 공부하는 자세처럼 밋밋해 보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내게 많은 위로와 공감을 주었던 책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 독자적인 인생의 보람을 창조하라고 하신 말씀이 지금 나에게 딱 맞는 말이라 마음 속에 꼭 간직하고자 한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 할머니와 딸과 손녀로 이어지는 여성의 이야기이며 이민자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소녀의 성장이야기이면서 죽음을 맞이한 노년과 가족의 이야기이다. 이 모든 것을 한국의 신화와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한 sf로 잘 버무려 놓았다. 최근 파칭코나 h마트에서 울다 같은 한국적 문화와 정서를 담은 소설들의 성공에 함께하는 소설이라는 느낌도 있고 호랑이나 간간히 등장하는 한국어 단어들이 외국인들에게 고스란히 우리의 것으로 전달될 것을 생각하니 뭔가 벅차오름도 있다. 책에서 릴리가 조아여라는 아시안 여자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스런 말이라든지, 언니와 엄마의 이름이 샘, 존 같은 남자이름인 것이 미국에서 갖는 여러 틀에서 벗어나고자 한 의도 같이 생각되었다. 차별과 가난, 시련을 견뎌낸 강인함으로 자신의 심장을 감추고 살아야 했던 할머니의 아픔을 한국적인 여러 요소들을 통해 손녀가 승화시킨 이야기는 따뜻하고 신비롭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한국인 보다 외국인들에게 더 근사하게 다가갈 것 같은 책이었다.
어떤 이야기들은 무서웠고, 어떤 이야기들은 슬펐지만 두 여자아이는 자랑스럽다고느꼈어요. 제 가족의 이야기였으니까요. 자기 심장을 지키려 싸운수많은 세대, 수많은 여자들의 이야기였으니까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였으니까요. - P311
호랑이는 거칠고 통제할 수 없는 법. 진실을 말하고 세상을 집어삼키고 언제나 ‘더‘ 원하지. 반면에 인간 여자아이는 원해서는안 된다고, 남을 도와야 한다고, 조용해야 한다고 배웠어. - P176
우연한 기회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첫 날은 너무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언제 끝나”만 머릿속에 든 채 달렸던 거 같다. 그 뒤로 점차 여유롭게 달리기 시작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호모 사피엔스, 호모 에렉투스 처럼 달리는 사람에 대한 학명도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마침 뛰는 사람이란 제목의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생물학자가 쓴 것이라 달리기를 막 시작한 나에게 정보를 그것도 과학적인 고찰을 담은 것이리라 기대하며 책을 구매했다. 저자는 어릴적 숲에서 자라며 먼 곳까지 학교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달리기와 친숙하고 각종 동식물과도 밀접해지는 삶을 살았다. 달리기를 잘하기도 하고 좋아해서 고등학교때부터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활약해 대학을 갔다. 훈련도중 육상선수들이 들던 덤벨을 들어보다 디스크를 다쳤다고… 부상으로 달리지 못하고 어린시절 농장 일을 하며 알게된 곤충과 사냥 동물들에 대한 지식이나 관찰력을 알아본 생물학과 교수의 추천으로 전공을 바꿔 생물학자가 된다. 그것도 30대에 캘리포니아 주립대 정교수가 되었다고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에 나오는데 똑똑한 분이기도 하겠지만 열정이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40에 장년부 마라톤을 시작으로 나가는 경기마다 신기록을 세우고 더 어렵고 힘든 목표에 도전하고 훈련해서 준비하고 뚝딱 해 내시는 걸 보면 그렇다. 경기를 앞두고 부상이 아물지 않은 때 의사들의 만류에도 스스로 판단해서 출전해 완주를 하고 자신의 생체시계를 스스로도 알아 잘 관리하는 것 같지만 달리고 싶은 욕망에 무리한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간적인 면도 있다. 과연 언제까지 달릴 수 있을까.. 달리기를 하면 심박수가 증가하는데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토탈심박수 같은 것이 있어 아껴쓰라는 말이 나온다. 힘들 육체운동 외에 스트레스가 높을때에도 심박수가 올라가니 가능하면 평소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야 오래 살겠구나 싶었다. 근육과 관절들도 많이 쓰면 닳겠지만 아예 안 쓰는 사람 보단 쓰는 사람이 낫고 조금씩 손상되었다가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더 강해지기도 한다고. 대신 큰 부상인 경우 회복이 덜 된 상태로 무리하게되면 더 큰 손상으로 이어져 붕괴된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끝으로 자신이 죽었을때 자신이 살고 있는 통나무집 주변 숲의 흙으로 돌아가 자신을 찾아 온 사람들이 숲의 작은 묘목을 가져가 심어도 좋겠다고 그리고 집 앞 호숫가를 뛰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자연과 달리기로 마무리한 멋진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 분처럼 오랜 세월 달리는 삶과 행복한 작업을 함께 하며 밸런스를 잘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