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를 배우는 수업이지만 곁다리로 삶과 철학에 대한 내용이 풍성한 강의이다. 문체가 강의를 직접 듣고 있는 것 같은 구어체인데다 공손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읽는 내내 위로 받는 듯한 기분 좋음을 유지시켜준다. 그 느낌이 처음 부터 끝까지 지속되고 있어 나중에는 건성건성 읽게 되는 단점이 내겐 있었던 것 같다. 좋은 말도 오래 들으면 좋은 줄을 모르고 익숙해 지는 것 처럼. 어려운 공부를 오래 하신 저자의 공부 경험들이 자주 등장한다.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더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리라 의외의 학습법, 자기계발서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좋았던 구절은 스피노자의 욕망에 대한 부분“욕망은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것이죠. 중요한 것은 욕망과 관련하여 무엇이 자기 능력을 증대시키고 자유롭게 만드는지 아는데 있다고 말합니다”
나무랄때 없는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살고 있는 정인에게 갑자기 등장한 내게만 보이는 남자는가만히 지켜봐주고 지지해주고 같이 시간을 보내주면서 정인의 삶 속으로 파고 들어 결국 그녀의 영원한 사랑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내게만 보이는 남자가 시간이 되어 떠나갈때 끝났다면 아무렇지 않게 만족한듯 사는 삶 속에서도 작은 위로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보다 더 행복할 수 있구나. 내지는 짧은 일탈을 통해 내 삶을 되돌아보는 뭐 그런 감상이라고 있었을텐데. 영원한 우리 사랑 따위를 끝까지 끌고 가는 데서 작정하고 유혹하니 다 넘어오더라 류의 남성판타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애석하다.
자소설이라하니 작가가 주인공일터이다. 그래서인지 내면의 속 깊은 이야기들이 내밀하고 디테일하다. 그의 어린시절은 나와도 닮아 있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사람 그 자체. 뭐든 사람들이 두렵고 자꾸만 광대짓을 하는 것도 나랑 같아서 내심 속을 들킨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의 훗날이 더 궁금해지기 사작했다. 그런데 그는 끝까지 나약했고 성장, 성숙하려들지 않았고 자기연민에 빠져 자기보다 더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을 착취하며 산 비겁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기분 나쁘고 그가 싫었다. 비참한 결말은 스스로 만든 당연한 것인데 그로 인해 피해 입은 여자들이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