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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리니름 다량 포함!)
엄마니까, 엄마라서,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를 가장 사랑하고 가장 잘 아는 것도 엄마요,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엄마의 선택은 아이를 위한 최선일까? 설마, 그럴 리가. 결혼도, 출산도 안 겪은 사람이 뭘 알겠냐!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상당할 것 같다. 하지만 아는가? 그런 사람은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는 걸) 책의 내용 같은 최악의 상황은 배제하더라도, 지나친 맹목성과 과한 애정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크게는 범죄의 원인이 되고, 작게는 마음의 병이 되니까. 뭐든지 지나쳐서 좋을 게 없다는 중용의 미덕은 자식에 대한 애정에도 유효하다. (책에서 엄마 캐릭터가 더 부각되기 때문에 그렇게 썼을 뿐, 기본적으로 한쪽만 지칭한 얘기는 아니다)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 것보다, 억지감동으로 포장하려다 결과적으로 짜증만 제대로 돋운 허술하고 상투적인 결말보다 더, 더 불쾌함이 들끓게 한 것은 엄마 사라의 캐릭터였다. 아무리 내 아이를 살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엄청난 모성애의 화신이어도, 어떻게 치료용 맞춤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거룩한 목적이 있다면, 또 하나의 생명을 오로지 "사용" 목적으로 만들어도 되는 걸까? 그것까지도 자식을 위한 부모의 마음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절로 소름이 끼친다. 소설에 그친 문제가 아니라 이미 현실이기에 더더욱.
게다가 애초의 목적대로 모든 생활과 상황이 케이트를 위해 돌아가고 존재하는 안나를 보면서, 아무리 그녀가 안나 역시 아픈 케이트와 똑같이 사랑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지 않느냐 부르짖어도 쓴웃음만 나올 뿐,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과연 안나에 대한 사랑이 (낳은 정은 없어도 키운 정은 있..다고 쳐서;) 케이트에 대한 사랑과 같은 것일까? 차라리 아니라고, 그게 어렵다면 같지는 않다고 (같을 수 없다고) 인정하고 이해를 구했다면 그나마 인간적으로는 보였을 것을. 이미 그녀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결코 해서는 안 될 최악의 선택을 했고, 그 대가를 가련한 자식들까지 치르게 만들었다. 자식인데 안나 역시 사랑하지 않을 리가 없지 않느냐는 설득력 없는 항변도,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을 가족이기에 마땅히 감내해야할 희생으로 포장하는 것도, 사라의 캐릭터에 치를 떨게 하는 것에 크게 일조했다. 가족이라도 자발적이지 않은 강요된 희생은, 소름끼치게 끔찍한 폭력일 뿐이다. 엄마의 권위를 내세워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짓을 어쩌면 그렇게도 모를 수가……. 편향적인 모성애도 모성애의 일부는 분명하지만, 반감을 가질 정도로 그려지는 것은 정말 참아주기 괴롭다.
'이런 게, 이래서 가족이구나' 싶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엄마도, 아빠도 아니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괴로움으로 차라리 망가지려한 제시, 힘겹고 죄스러워 죽길 원한 케이트, '사용'되기 위해서 존재함에도 모두를 사랑한 안나, 이 눈물겨운 삼남매... 스스로도 버거운 긴 시간동안 서로를 지탱해준 그들이, 끝까지 인내하며 책을 읽게 했다. '피'가 섞여있기 때문에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질기고 무서운 인연이 가족이라지만, 꼭 "피"가 섞여야 가족이 아닌 것처럼 아무리 '피'가 섞인 가족이어도 아껴주고, 이해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경우가 오죽 많은가. 하물며 어쩔 수 없는 이유라도 긴 시간 강요된 일방적 희생과 인내는 가족의 붕괴를 가져와도 무리가 아니었을 텐데... 세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고 가엾어서, 설마 했던 최악의 결말이 맞아떨어진 것에 더 화가 난다. 작가의 역량 부족으로 초반의 흐름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것인지, 민감한 사안을 다루다보니 필히 훈훈한(어디가!) 결말이 필요해서 성급하게 뭉뚱그려 마무리 지은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벼랑 끝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을 괴롭게만 만들 수도 있으니, 더는 유사한 글이 나오지 않았으면 싶다. 개봉예정인 동명 영화가 (원제 My sister's keeper 그대로) 일으킬 파장이 벌써부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