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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 - 사랑의 모든 순간, 당신에게 건네는 그림의 위로
김선현 지음 / 허밍버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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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치유 전문가인 김선현 교수의

<그림 처방전>이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임상 현장에서 '사랑과 이별'에 대한

상처 회복에 테라피 효과가 있었던 55점의

그림을 엄선해 엮은 책입니다.

전시장을 찾는 발걸음, 못 가더라도 자신의 공간에서 그림을 찾아서 보는 이들. 우리는 왜 그림을 본능적으로 찾고 있는 것일까요. 시선을 머물게 하는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그림만 한 게 또 있을까 싶어요.

생각을 비우게 했다가도 생각을 하게 하는 그림. 그래서 매일 우리는 이미지를 만나고 있는 거겠지요. 그 가운에 나의 정서에 깊이 다가오는 그림을 만날 때 그 기쁨을 맛보면 그림을 찾아 나서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게 되죠.

책 안에서 마음에 품고 싶은 두 작품을 만났습니다. 편하게 넘기다 그림에서 오는 감정이 무엇인지 내가 느낀바와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바가 같은 결인지 비교해보세요. 관점의 차이를 보는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그림 치유 책에선

그림과 작가에 대한 지적 연구를 하기보다

그림을 보고 마음에 드는 감정을

찾아 들어가게 됩니다.

의자에 기대어 마음의 빗장을 풀고 여인을 바라보는 남자의 자세를 보면 여유를 느낍니다. 마음을 풀며 이야기를 한다는 게 자꾸 쉬워지지 않아 자기만의 방으로 들어가 나와 만나고 있는 저라서 그런지 이 남자에 눈길이 절로 갑니다.


타인과 관계를 나누다 보면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관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케렌시아(Querencia)'가 필요한 때입니다. 케렌시아는 피난처, 안식처, 귀소본능을 의미하는 스페인어로 투우장에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소는 투우사의 싸움에서 지치거나 죽음이 다가온다는 것을 예감하면 자신만의 케렌시아로 이동해 숨을 고른다고 합니다. 즉, 케렌시아는 지친 심신을 달래는 장소인 것이죠.

삶의 쉼표가 필요한 순간 따뜻하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나만의 케렌시아를 만들어 보세요. 어떤 공간이 될 수도,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케렌시아는 어디에 있나요? 55p

저는 사람보다는 공간을 찾는 사람입니다. 어릴 때도 지금도 여전합니다. 그래도 혼자서라도 전환할 수 있는 힘이 있어 다행이지요.

공간에서 어떤 상태로 있을 때 편안한지 잘 안답니다.

... 두 사람 사이에 놓은 탁자처럼, 사랑에도 서로 간의 안전거리가 필요한 법입니다. ...... 그가 잠시나마 내 곁에서 편히 쉬게 도와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쉬어 갈 수 있는 장소. 우리는 그런 곳을 '안식처'라고 부릅니다. 돌아갈 곳, 나를 기다려 주는 누군가가 있자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정신없고 힘겨운 일상에 잔잔한 평화를 안겨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보다 더한 든든함은 없을 것입니다. 58p

어디에서 안식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잔잔한 평화를 전하는 사람이기보다는 들판에서 한껏 전투를 치르는 용사 같았던 저는 나이가 들며 한풀 꺾인 기세로 지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식을 전하는 자는 아직 되지 못했습니다. 어찌 그게 쉽겠습니다.



2



그림을 마주하며 그림 속 주인공은 왜 그랬을까 생각하며 저를 들여다 봅니다. 책속 그림엔 주로 여성이 등장합니다. 남자 독자들이 이 책을 펼친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어요. 너무 말랑말랑할 것 같아요.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는 감정을 다루는 데 좀 더 자연스러운 여성들이 즐겨 볼만한 것 같아요.

책장에 꽂아두고 질문책처럼 짝 펼쳐 그리 한 점 보며 나는 이런데요 작가님은 이렇게 말하시는군요. 그렇게 대화를 이어나가기에 좋습니다.

작가에 대해, 시대적 배경에 대해 기법에 대해 아무 이야기 안하고도 그림을 즐길 수 있는 것도 괜찮지 않아요. 예술을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니깐요. 어딘가에 꺼내놓기 어려운 마음을 위로해주고 작은 용기를 북돋아 주는 책이었어요.

#그림이나에게말을걸다

#그림치유

#사랑

#연애

#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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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 구겐하임 - 예술 중독자 현대 예술의 거장
메리 V. 디어본 지음, 최일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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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 구겐하임:예술중독자
by 을유문화사

가보지도 않았는데 그녀의 이름으로 지은 건축물을 먼저 접하게 되았다. 구겐하임 뮤지엄. 뉴욕, 빌바오 베네치아 최고의 건축가를 모셔다 지은 뮤지엄은 핫플이 되고 도시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이 책을 덮고 나니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미국판으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민들어야 할 정도다.

페기 주변엔 당대의 예술가들이 가득했고 그녀는 실제 그들과도 마음껏 사귀며 자신의 에너지를 성적으로 분출하는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전기답게 그녀의 인생을 구석구석 조명하지만 컬렉터이자 갤러리스트인 페기 구겐하임에 중점을 두고 읽기를 원하는 독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챕터가 충실하게 담겨져 있으니 걱정은 마시길.

본인도 그녀의 복잡하고도 지나치게 성적 중독성을 보이는 부분은 관심이 없는 터라 넘겨버렸다.그녀의 인갱에 집중하고픈 순간만 생각해도 충분하니까.


지금 현대미술 대가로 추앙받는 예술가들을 소개한 페기 구겐하임.
그녀에겐 마르셀 뒤샹이라는 든든한 예술 멘토가 있었다.

1938년 런던에서 갤러리 '구겐하임 죈'을 열고 장 콕토, 브랑쿠시, 칸딘스키 등을 선보이고 뉴욕 금세기예술갤러리에서는 1941년 '31인의 여성 화가전'을 열어 프리다 칼로, 캐링턴과 함께 미국 화가 도로시아 태닝도 소개했다.

1943년 잭슨 폴록을 위시한 미국인 예술가들만 등장한 첫 번째 전시도 펼쳤다. 폴록의 천재성을 보고 후원했던 것은 국제미술의 축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오는 데 있어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미국이 현대미술의 주름을 잡게 된데는 폴록이라는 천재적 감각을 지닌 예술가를 알아보고 발굴한 페기 구겐하임의 역할을 잊어서는 안된다.

예술가를 빛나게 한 세기의 컬렉터. 우리도 지금 작고한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을 보려고 줄을 서며 전국 미술관이 전시를 유치하려고 애를 쓰지 않는가. 예술가 위에 그들을 살아가게한 후원자로서의 페기 구겐하임이 크게 더 조명되기를 바란다.


#예술
#구겐하임미술관
#아트컬렉터
#을유문화사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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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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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앤 마크스는 <비비안 마이어>를 열며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나 1949년 카메라를 접한 이후 15만 장에 이르는 사진을 남긴 비비안 마이어의 생을 추적한다.

본인이 사들인 네거티브 필름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시험 삼아 인화해 본 사진들에 매료된 청년은 그중 몇 장을 인터넷 사진 공유 사이트에 올렸고,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무명작가의 작품에 열광했다.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작가의 작품과 삶이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강연과 전시가 열렸다. 베일에 싸인 작가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다큐멘터리 영화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비비안이 태어난 곳이나

성장한 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했도

비비안에게 가족이나 친구가 있었는지

무엇 때문에 사진을 찍었는지

왜 직업 사진작가가 되지 않았는데

어째서 찍은 사진 대부분을 현상하지 않았고

자신의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았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저자 앤 마크스는 존 말루프와 제프리 골드스타인에게 연락해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고 제안을 했고 그들은 기꺼이 자신들이 사들인 비비안의 자료를 사용하도록 허락하며 전기를 집필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녀의 인생을 복원하는 거대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녀의 가계도는 혼외자, 중혼, 부모의 외면, 약물 남용과 폭력, 정신 질환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그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며 살아간 한 여성의 이야기다. 가족을 벗어나 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식으로 선택한 직업 보모. 카메라를 들고나가 찍을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에 선택한 직업이었다.


사진교육을 특별히 받았는지 기록은 없다. 사진으로 수익을 창출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전문가로서 인정받거나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상태가 되지 못했다. 그랬던 그에게 가장 편한 피사체는 거리의 존재들이었다.

아이들, 도시에서 살아가는 여인들, 노동자 들, 사람이 뒷모집과 포즈의 확대 등 비비안의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처한 보편적이 조건을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라고 평한다.



1959년 일을 쉬고 6개월간 여행을 떠나다


겐스버그 집 보모로 일하던 비비안은 1959년 세상을 돌아보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6개월 동안 떠나있겠다고 말하고 LA로 가서 배를 타고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대륙을 탐험했다. 필리핀, 홍콩,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 예멘, 이집트, 이탈리아가 기항지에 포함되어 있었다.

장소는 달랐지만 주제면에서는 통일성이 있었다. 지역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인물을 담아냈다. 재미난 점은 여행 중에 전 세계 빨래들을 흑백과 컬러 필름으로 기록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비비안은 셀 수 없이 많은 필름을 쓰느라 빈털터리가 됐다. 돈을 빌려달라는 편지도 쓰기까지 했다. 뉴욕으로 돌아온 비비안은 생명보험을 해지해 돈을 마련하고 잠시 머문 뉴욕을 담는다.

센트럴 파크에서 떠오르는 풍선이 아이아버지 얼굴을 가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초점을 맞추어 셔터를 눌렀다. 명작이 이렇게 탄생이 되었다.


신문을 모으는 사람이 되다


비비안은 예전부터 신문을 있는 그대로 혹은 머리기사만을 모아서 자주 사진에 담아왔다. 하지만 강박적으로 오래된 책과 잡지 무엇보다도 일간지를 엄청나게 많이 모으기 시작했다. 그녀의 욕실은 필름과 신문으로 가득 차버렸고 결국 고용주의 차고까지 수집품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되었다.

발각되지 않았을 뿐 심각한 장애가 표면을 향해 서서히 떠오르는 중이었다. 뉴욕에서 종종 비비안은 사진기자처럼 행세할 때가 있었는데 시카고에서 한층 심각해졌다. 비비안은 여우처럼 교활하게 목표물 주위를 빙빙 돌다가 정확한 순간을 포착해 달려들었다.


1966년 말, 오래 일한 겐스버그 가족과의 이별

아이들과의 일상뿐만이 아니라 안정적인 생활을 잃게 된 비비안의 마음은 사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신문이 그녀의 방안에 가득 쌓이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겐스버그 가족과의 결별은 비비안의 내면을 파괴했고 수집벽을 더욱 악화시켰다.


자신의 사진을 찍는 걸 허락하지 않은 비비안


모순적이게도 자신의 사진을 찍는 걸 허락하지 않은 그녀는 그런 시도가 있었을 때면 완강하게 저항했다. 비비안의 사진을 찍으려는 남자를 우산으로 때린 적도 있다고 한다. 자신 모습이 얼론에 실리면 가족이 자신을 찾을 수 있다고 걱정했는지 모른다.


점차 신문을 더 쌓아두어 새로운 가정에서 돌보는 잉어 레이먼드를 체벌하기도 하고 잉어에게 남자를 혐오하는 발언을 하거나 남자 자체를 지나치게 두려워했다며 비비안이 어쩌면 어떤 형태로든 남자에게 학대를 당했을 수 있을 거하 짐작했다.


이 시기에 찍은 자화상은 그림자를 비추고 있다. 그녀의 감정이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삭막하고 험악한 환경에서 좌절감과 외로움을 표현하는 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저장 장애와 강박


1974년 레이먼드 가족이 이사할 무렵 비비안은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칠 아주 심각한 저장 장애로 고생하고 있었다. 어떤 것도 버리지 않았다.

레이먼드 가족과 7년간 지내면서 수천 장의 사진을 그 가족에게 준 사진은 잉어의 할머니 사진 한 장뿐이었다.


비비안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 거부당해 감정적인 손상을 입은 뒤, 결국 정신 질환에 시달리며 자기 자신도 돌볼 능력이 없던 어머니 손에 전적으로 맡겨져 자랐다. 남자에게 질색하는 반응, 중성처럼 꾸미고 돌보는 아이들에게 이상한 충고를 하기까지 저자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그들은 비비안의 행동에서 신체 혹은 성적 학대의 흔적이 보인다고 확인해 주었다.


비비안의 사진에는 여성은 자주 등장하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묘사되지만 남자는 모든 연령에서 좀 더 냉소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저장 장애는 적절한 개입이 없으면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어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단계로 넘어간다. 교류하지 않고 고립되어 사회생활을 못하며 그 때문에 상처받고 분노해 더욱더 사람들과 멀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8톤에 이르는 물건들


신문과 책 사진 관련 물품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를 빌리느라 모은 돈을 모두 써버리게 된 비비안 마이너.


급기야 고용주에게 자기 방에 가자 말라고 경고했고 문에 열쇠를 달기까지 했다. 저장 장애 때문에 해고된 적도 여러 번 있었고 고용주들은 성격적인 기벽이나 정신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미적 감각이 탁월했고 무늬나 모양 질감에 예민했던 비비안이 신문을 병적으로 수집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의 미적 감각으로 평범한 물건을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갖춘 이미지로 변신시켰다.


자화상의 변화


그녀가 거리에서 피를 흘리고 말이나 자동차에 치여 납작해진 고양이, 쓰레기와 자신을 연결하는 자화상 사진을 찍은 이유는 고민해 볼 법하다고 정신분석학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화상 사진에서 비비안 모습은 전형적인 프랑스 여인으로 시작해 점차 진지한 사진작가로 바뀐다. 인화한 상태로 보관한 사진은 대부분 뉴욕에 있을 때 찍은 것들이다. 수집벽이 심해지면서 자화상 사진에 신문을 배치해 넣었는데 이는 적어도 무의식적으로는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80&90년대 말년의 사진

80&90년대 비비안은 사진작가가 되는 걸 고민했다는 흔적이 그녀의 소지품에서 보인다. 이 시기는 자화상은 사라지고 주로 밖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사진이 대부분이다.


1990년대 500통 분량의 컬러 사진을 찍었지만 한 통도 현상하지 않았다. 그 시기의 사진에는 사람도 거의 없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도시의 일상에서 소외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말년에는 대부분 신문을 찍었다. 1996년 더는 보모로 일하지 않으면서 거의 사진을 찍지 않고 카메라를 손에서 놓았다. 기력이 쇠하면서 열정을 소진한 듯하다.


임대 아파트에서 수집벽으로 나와야 하자 오랫동안 돌봤던 겐스버그 세 형제에게 도움을 구해 아파트를 얻어 죽기까지 그곳에서 머물렀다. 대형 쓰레기 수거함을 뒤져 뉴욕타임스를 구해내고, 젊은이들이 시사에 관심이 없다며 묻기도 하고 점차 좁은 아파트에서 물건에 둘러싸여 여생을 살다 간 비비안. 


2008년 11월 머리를 부딪힌 후 합병증까지 와 장기 요양 시설에서 치료받다 2009년 4월 21일 83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겐스버그 현제가 비비안의 상태를 세심히 살펴줬고 화장을 하고 장례식을 치르고 그들과 비비안이 함께 뛰어다니며 야생 딸기를 수집했던 보호림에 뿌려주었다.


사진은 세상에 참여할 수 있는 촉진제였다


친밀함도 거부당하는는 일도 모두 두려워했던 비비안은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았고 결국 자신이 모은 물건에 둘러싸여 혼자 사는 삶에 만족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외모와 사람들과의 단절 덕분에 비비안은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면서 전 세계를 여행하고 예술을 즐기고, 사진 기술을 연마할 수 있었다.


비비안은 비범한 자질로 모든 장애물을 기회로 바꾸었고, 자신의 삶을 안전하고 만족스럽게 가꾸어나갔다. 비비안의 기원과 그 작가의 운명을 생각해 보면 비비안은 충분히 탁월한 삶을 살았다.


사진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 외에도 세상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촉진제였다. 비비안의 카메라는 세상을 향하는 문을 열어, 사회생활이 서툰 이 사진작가를 전 세계, 수천 명에 달하는 다양하고도 흥미로운 사람들에게 연결해 주었다.


사진은 비비안 마이어에게 세상과 이어지는 중요한 연결고리였고, 비비안은 원할 때면 언제라도 세상으로 들어가 자신이 있어야 할 정당한 위치를 요구했다.


#비비안마이어

#북하우스

#앤마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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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2
강영숙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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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공간 계동을 비추며 시작하는 <라이팅 클럽>은 글을 쓰는 두 모녀의 이야기이다. 골방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는 '김 작가'를 엄마로 둔 소설의 화자 '나'. '나'는 엄마라고 부리기보다 '김 작가'로 부르며 글쓰기 방 이외의 일에서는 무심한 그녀 대신 집안일을 해가며 살아가는 여성이다. 두 사람의 삶을 부정적으로 그려가지도 궁핍하게도 그려가지도 않는다.

김 작가에게 찾아오는 이들은 대단한 글쓰기를 기대하며 오는 이들이 아니었다. 동네 아주머니들, 김 작가를 꼬시기 위한 건달 등. '나'는 김 작가의 딸 아니라고 할까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하다.

이렇게 한두 시간은 복수심으로,

또 한두 시간은 슬픔을 이기기 위해,

또 한두 시간은 다른 사람이

글 쓰는 나를 보고 있다는 걸 자각하면서

세 날의 칼을 교대로 갈아내면 글은 써진다.

써지긴 개뿔!

누군가 거짓말 말라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글쓰기 모드 59p

글쓰기에 대한 할머니네 집 마루에서 뜨거운 보리차에 혀를 데었을 때 하나의 문장이 저절로 떠오르는 기쁨을 맛보면서 고통이 스스로 변화를 일으켜 다른 감정으로 전이된 것 같은 경험을 한다.

글을 쓰리라! 글을 쓰리라!

죽어도 쓰리라. 그 문장이 좋은 문장인지

나쁜 문장인지 알 수 없었지만

글이 저절로 떠오르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한 기쁨은 매우 컸다.

글쓰기 모드 59p

화자인 '나'와 J 작가와의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묘사한 '설명하기와 묘사하기'에서 재미있는 발견을 하게 된다. J 작가와 만나기 전에 한참 동안 실제 묘사의 묘미를 보여주는 작가의 솜씨. 그 몇 장면을 곰곰이 보며 묘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독자들에게 힌트를 준다.

지금이나 그때나

창덕궁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늘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는 느낌.

나무들이 뿜어내는 기가 너무 강해

궁 안을 걷기가 무서웠다는 느낌,

정작 계동에 살 때는 못 가 보고

몇 년 전에 들어가 몇 시간 둘러보고 난

창덕궁의 인상은 그랬다.

설명하기와 묘사, 76p

화자인 나는 마을에서 소설로 유명 인사가 된 J 작가에게 글을 보여준다. 그와의 글쓰기 과정은 '글쓰기 모드, '설명하기와 묘사하기', '너의 라이프 스토리를 말해 줄래', '두 마리의 토끼'를 통해 실감 나게 진행이 된다. 글쓰기가 무엇인지 글을 쓰는 자가 가져야 할 태도 구체적 기술까지 생생하게 그려진다. 강영숙 작가가 J 작가의 입을 빌려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것으로 들려온다.

재밌게도 친구들을 빌어 모성에 대한 묘사를 하는 '나'를 보며 마치 모성 이데올로기와는 전혀 관계없는 김 작가를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엄마가 아니라 함께 사는 제3자로 여기며 살아가는 딸인 화자는 요란할 것은 없지만 덤덤히 자기 생을 만들어가는 힘을 보여준다.

모성이라는 것이 자연법칙이 아니라는 것,

아이를 낳고 물리는 순간 저절로

여성의 신체 안에 부여되는 선천적 기질이 아니라는 걸

알에 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성인이 되어 만난 내 가까운 친구들 중에도

모성 없는 애들이 되어 만난 내 가까운 친구들 중에도

모성이 없는 애들이 꽤 여러 명 있었다.

모성은 없지만 그들도 결혼해야 했고

아이는 낳아야 했다.

설명하기와 묘사하기 p.83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다른 장르와 비교했을 때

소설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제일 비슷하기 때문이야.

설명하려 들지 말고 보여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 주라고"

그러니까 어떻게 보여주냐구요.

정말 답답하네!

설명하기와 묘사하기 102p

묘사, 묘사, 묘사를 해라.

나는 사실 그 말 때문에 일대 혼란을 겪었다.

그런데 J 작가는

묘사가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내 말을 잘 모를 거야.

하지만 간결하고 분명한 묘사 뒤에

반드시 작가의 사고 과정이 드러나야 해.

그런 건 묘사가 아니라 진술이지.

작가의 사고, 작가의 판단에서 오는

힘이 있는 진술이 반드시 들어가야 해.

이렇게 주인공이 기차 타고 갔다가

기차 타고 오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게

소설의 다는 아니라구.

묘사와 진술 그 두 가지가 적절히 섞여야 해.

좋은 문장이란, 좋은 소설이란 그런 거야.

하지만 학생은 아직 묘사를 잘하기에도 바쁘지.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나아졌어.

두 마리 토끼 P.173

화자 '나'가 미국에 가서 자신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바로 글쓰기였다. 주 중은 네일숍에서 일을 하고 주말은 글을 쓰고. 또한 김 작가를 보고 배운 대로 글쓰기 공동체인 '라이팅 클럽'을 만들어 함께 삶을 나누며 살아간다. 희한하게도 몸은 미국에 있었지만 그녀가 쓰는 글들은 계동 어느 골목길을 배경으로 써 내려갔다. 이국땅에서 별 볼일 없는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팍팍한 인생 속에서 그녀의 문장은 술술 쓰였다.

서울에서도 뉴저지에도 나는

늘 밥벌이하기 바빴고 뭔가를 쓴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돈키호테 북 그룹 p. 228

또한 겨우 네일 아티스트로 살면서 주말마다 글을 쓰는 화자인 '나'를 놀린 N에게 "한번 써 봐. 인생이 얼마나 깊어지는데."(p.255)라고 말한다.

김작가와 나. 두 모녀는 작가로서 멋진 책을 내고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해픈 엔딩은 나타나지 않았다. 글에 메인 삶도 아니요. 삶을 이겨내는 힘을 글로부터 얻어 가려한 두 모녀였다. 글을 쓰려고 찾아 오는 사람들이 있기에 써야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거창하지 않아서 좋다. 어떠한 이유든 어떤 환경이든 오늘도 쓰고 있는 두 모녀. 그냥 쓰는거네. 별 거 쓰려하지 않고 오늘 만나는 일상을 그려나가는 힘을 보여준 그녀들을 보며 그냥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대단한거 쓰려 하지 말자고.

강영숙 클럽의 회원이 될것이라고 박민규 작가가 했던말을 두 손들고 환영한다. 일상공간을 살아움직이게 하는 힘이 최고다. 글쓰기에 과한 욕망을 부여했던 약간의 허영을 내려놓게 하는 친구의 조언같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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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정원 베틀북 그림책 112
오스카 와일드 글, 리트바 부틸라 그림, 민유리 옮김 / 베틀북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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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많은 거인이 맑고 순수한 아이들을 통해
나누는 나누는 삶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진정한 행복을 깨닫게 되요.

세월이 흘러 이제 거인은 늙고 쇠약해졌어요.
더 이상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없게 된 거인은 크고 푹신한 의자에앉아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어요. 그러면서 이렇게 혼자 말했지요.

"정원에 아름다운 꽃들이 정말 많구나. 
그렇지만 아이들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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