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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자 - 조화로운 삶이란 무엇인가 ㅣ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
열어구 지음, 정유선 옮김 / 동아일보사 / 2016년 2월
평점 :
<열자>는 열어구가 지은 책으로 노자의 <도덕경>, 장자의 <남화진경>과 함께 도가사상을 담은 중국의 고전이다. 모두 8편 139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가사상에 바탕을 두었기에 도란 무엇인가의 본질과 속성을 주로 논의했으며 도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세상의 원리인 천명을 받아들여 삶 속에서 실천해나갈 것을 강조했는데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 제시하였다.
총 8편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보면 1편 천서(天瑞) 하늘의 상서로운 조짐이라는 뜻으로 열자의 우주관과 생사관이 담겨있는데 인간은 우주, 자연, 운명, 죽음 등에 맞서 싸우거나 겨루지 말고 순리대로 순종하고 따라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사람은 오랜 시간이 흐르면 다시 기로 들어간다. 만물은 모두 기에서 나와 다시 기로 들어간다.”
“태어날 때 죽음은 알지 못하고, 죽어서는 태어남을 알지 못한다. 올 때는 갈 것을 알지 못하고, 갈 때는 올 것을 알지 못한다.”
2편 황제(黃帝) 중국 전설 속에 전해지는 인물로 황제의 깨달음과 구체적인 실천을 담고 있다.
“최고의 말이란 말로 뱉어내지 않는 데 있고, 최고의 행동이란 행동하지 않는 데 있다. 모든 지혜로운 앎이란 천박하다.”
3편 주목왕(周穆王) 서주의 5대 임금으로 목천자라고 불린다. 여러 문헌에서 그는 상상 속의 서역을 여행하며 신기한 체험을 하는 왕으로 표현되고는 하는데 그 이유에서 3편에서는 주목왕의 신기한 여행기처럼 꿈과 현실을 오고가며 세상의 이치를 전하고 있다. 4편 중니(仲尼) 공자의 이름으로 도가 사상과 유가 사상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무위로 다스리는 도가사상의 우월함을 보여주고 있다.
“도란 본래 사물의 변화에 순응하는 것이다. 사물이 도를 어긴다 해도 도는 사물을 어기지 않는다. 이러한 도를 잘 따른느 사람은 귀를 사용하지 않고 눈도 쓰지 않으며, 힘을 사용하지 않고 마음도 쓰지 않는다. 도를 따르고자 하면서 눈과 귀와 육체와 지혜를 사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5편 탕문(湯問) 탕은 하나라를 멸망시키고 은나라를 세운 인물인데 탕임금의 질문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에서는 인간 능력 밖의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수용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는 경지를 전하고 있다. 6편 역명(力命) 열자의 자연관과 인생관에 대한 내용을 담았는데 어떤 상황이나 일에 대해 주어진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와 섭리에 순응하며, 운명을 자연스럽고 즐겁게 받아들이라는 내용이다.
“자연이란 묵묵히 이루어진다. 말없이 공평해지고 안정되며, 말없이 보내고 맞이하는 것이다.”
“스스로 오래 살 수 있는 것이지 남이 목숨을 보태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스스로 명이 짧은 것이지 누가 덜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셈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7편 양주(楊朱) 전국시대 위나라 사람으로 양자라고도 한다. 양주가 주장한 자신만을 위한다는 ‘위아설’에 부정적인 시각은 있지만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추구한다는 다른 측면의 그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8편 설부(設符) 하늘의 도에 부합하는지를 논한다는 뜻으로 어떠한 행동에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살펴보는 인간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로움을 주면 이익이 돌아오고, 원망하면 화가 돌아온다. 안에서 보내면 밖에서 호응하는 것은 오직 사람의 정뿐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사람은 내보내는 일을 삼간다.”
<열자>에서는 도가사상을 중심으로 천명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그것이 세상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삶의 태도는 운명에 맡기기(운명), 비워라(비움), 깊은 통찰을 통한 균형 잡힌 관계 맺기(균형)를 제시했다. 그런데 비움과 균형의 철학은 마음에 스스로 와 닿지만 모든 일이 운명적으로 그리 된다는 운명론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아마도 현재와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가 달라서 오는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고전이 이렇게 쉽게 읽힐 줄은 몰랐다. ‘우공이산’, ‘백아절현’, ‘조삼모사’와 같은 고사성어가 탄생할 정도니 어느 고전보다 쉽게 읽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려운 도가사상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올바른 기준도 정립할 수 있었다.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는 역시 고전을 통해 얻어야 한다는 믿음에 확신이 생겼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읽고 기존의 인생관에 순리대로 살아야겠다는 인생관을 새롭게 덧칠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삶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고 사고의 확장과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시야를 갖고 싶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