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트 영매탐정 조즈카 2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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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보통의 추리, 미스터리 작품과는 다르다. 바로 ‘도치서술’(=inverted) 구조의 추리소설이라는 점이다. 도치서술이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뒤, 영매탐정 조즈카에게 추적당하는 ‘범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말한다. 처음 읽어보는 범인 시점의 추리소설이라 초반에 다소 당황하기도 하였으나, 조즈카와 범인 간의 추리배틀이 워낙 흥미롭게 진행되는 덕분에 충분히 장르 문학의 재미를 느껴가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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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괴이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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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대놓고 ‘십자가’와 ‘괴이’라는 두 단어를 엮은 만큼, 이 책은 십자가를 소재로 한 공포 장르의 소설 여섯 편을 묶은 앤솔러지이다. 공포 장르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취향으로 인해 그리 즐겁게 읽었다고 하지는 못하겠으나, 그런 장르를 평소에 좋아하고 즐겨 읽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라 추천할 만하다는 생각 또한 든다. 단편이기도 하고 장르의 특성상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작품을 읽는 게 훨씬 흥미를 극대화할 수 있으므로, 개인적으로 조영주 작가와 주원규 작가의 작품이 가장 좋았다는 감상 정도만 남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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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찰란 피크닉 오늘의 젊은 작가 45
오수완 지음 / 민음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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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출간되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이하 오젊작)를 좋아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잘 읽질 않았던 것 같다. 원래부터 유명한 <한국이 싫어서> 혹은 <보건교사 안은영> 등의 작품은 이미 읽어버렸고, 그 외에도 유명한 작가들의 오젊작 소설은 다 읽어보았지만 최근 출간된 오젊작 시리즈의 작가들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읽은 <아찰란 피크닉> 역시 처음 들어보는 작가님이었다. 더더욱 평소 좋아하지 않는 판타지 장르의 작품이어서 기대를 한층 내려놓고 읽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게 웬걸, 정말 너무 재밌게 읽어버렸다… 판타지적인 세계관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빚어지는 인물들의 갈등들이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실제 모습과도 겹쳐져 보여서 너무도 현실감있고 몰입감 넘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듯한 소설이 아닐까 싶었으니 말이다. <아찰란 피크닉>은 ‘아찰’이라는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학생 7명의 시점이 각 장으로 구성되어 전개되는 소설이다. ‘아찰’이 되기 위한 조건이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온몸에 종기가 나기 시작하다가 그것이 터지고 그곳에서 털이 자라나 온몸을 뒤덮게 되면, 그는 그렇게 아찰이 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아찰이 될지 모르는 불안과 공포 속에 사는 주인공들은 아찰이 존재하지 않는 곳, 이 나라 ‘아찰라’ 안에 있는 피라미드 속 ‘헤임’이라는 곳으로 들어가야만 그 불안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종평(종합 적합도 평가)’라는 시험을 보고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그를 위해 벌어지는 인물들 간의 시기와 질투 및 악독한 노력 등의 모습이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소설의 설정, 왜인지 낯설지 않은 기시감이 느껴지지는 않는가? 그렇다. 나는 <아찰란 피크닉>을 읽으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준비했던 시절이 너무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입시 지옥이라고도 불리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 속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아찰란 피크닉>에서 다시 한번 접할 수 있었다. 때문에 판타지 세계관을 그리고 있음에도 현실감 또한 놓치지 않아 너무도 재밌게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 소설이 완전한 ‘디스토피아’로만 그려졌다면, 나는 이 소설에 그리 높은 평가를 하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나 피드에 올린 작가님의 사인 구절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소설은 ‘구원’의 이야기로 결말을 맺는다. 명확한 선과 악이 구분되어 선이 악을 구원하는 구조가 아니다. 복잡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일곱 명(혹은 그 이상)의 아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게 되는 끝맺음이다. 과연 우리는 서로를 구원할 수 있는 존재일까? 이 질문에는 선뜻 대답을 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러나 간절하게 그렇다고 믿고 싶기도 하다. <아찰란 피크닉>에서 그리고 있는 인물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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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 박화성과 박서련의 소설, 잇다 6
박화성.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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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단13기

작가정신에서 출간되는 ‘소설, 잇다’ 시리즈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만남을 통해 한국 문학의 근원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시, 또 함께’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의 취지에 걸맞게 이번에 작정단 13기로 읽은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박화성의 작품을 통해 근대 시기의 우리나라를, 박서련의 작품을 통해 그 시기가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된 지금의 우리나라를 면밀히 엿볼 수 있었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라는 박서련 작품의 제목은 박화성의 소설 중 첫번째 수록작 <하수도 공사>에서 유래하였다.

“용희! 나는 용희를 정말로 사랑하오. 그러나 나는 우리의 사랑이 현재 우리 정세에 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 억제하는 때가 많소. 그러나 용희는 어쩐지 누가 아오?” (54p)

“용희! 전에도 한 말이지마는 우리의 사랑은 현재의 우리 정세에 합할 수 없지 않소.” (87p)

<하수도 공사>에서는 하수도 공사의 대금을 치르지 않아 노동자들이 경찰서에 가서 항의를 제기하는 내용, 그리고 주인공 동권과 용희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언뜻 보면 너무도 다른 결의 두 서사가 자칫 따로 놀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근대 시절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내용들이라 하나의 사회를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물 흐르듯 충분히 잘 읽혔다.

이를 테면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신분 격차 때문인 것인데, 부잣집 딸 용희를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없는 일개의 노동자 동권. 두 사람의 관계가 양반-평민 이라는 명목적인 신분 상에 놓여있지 않다 해도 충분히 그 격차를 받아들일 수 있는 당시의 시대상이 무척이나 절감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이 과연 현재를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나라와 많이 다를까?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정당한 임금 및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여 노조를 설립하고 시위 및 투쟁을 행하는 건 광화문 거리를 나가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실이고, 아무리 지금 신분제도가 없어졌다고 한들 재력에 따라 ‘급’이 나뉘고 주변 사람들의 ‘질’이 달라지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대 문학에서 현대의 모습이 투영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곧 문학이 가진 힘이라는 결론을 귀결되었다. 아무리 오래되어도 고전이 칭송받고 계속 읽히는 이유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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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 달달북다 4
이희주 지음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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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서포터즈2기

‘달달북다’ 시리즈는 지금 한국문학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12인의 신작 로맨스 단편소설과 작업 일기를 키워드별(로맨스×칙릿, 로맨스×퀴어, 로맨스×하이틴, 로맨스×비일상)로 나누어 매달 1권씩, 총 12권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선보이는 단편소설 시리즈이다. 가벼운 판형과 가격으로 독서하는 데에 부담이 되지 않는 터라 관심을 갖고 있는 소설 시리즈였고, 좋은 기회에 ‘달달 서포터즈 2기’에 참여하여 총 세 권의 책을 받게 되었다.



이번에 읽은 <횡단보다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는 긴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대지진을 겪은 이후 ‘그것’들이 보이게 된 주인공 소우는 고향 교토에서 도망쳐 나와 도쿄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횡단보도에서 불행한 교통사고를 목격하며 “열일곱 살로도 천칠백 살로도” 보이는, 나이도 정체도 가늠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만나게 된다. 미지의 그 존재는 소우에게 자신을 ‘천사’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그 천사가 소우의 집에서 하룻밤 묵은 것을 기점으로 천사와 소우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고, 그렇게 주인공 소우는 정체불명의 수호천사에게 점차, 한없이 빠져들기 시작한다.



‘퀴어’라는 타이틀의 시리즈 제목으로 인해 다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으나, 적어도 이 작품 만큼은 주인공들의 성별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그저 아프디 아픈 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읽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어서 좋았다. 게다가 한줄평에서 언급한 ‘반전’ 또한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 단편의 분량 안에서 반전을 넣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터지만 그걸 해낸 이희주 작가의 필력에 감탄을 표하고 싶다. 아주 만족스러운 감상으로 이번 작품을 읽었고, ‘달달 서포터즈 2기’로 활동하며 읽게 될 다음 시리즈의 작품에 기대를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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