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쟁 같은 맛
그레이스 M. 조 지음, 주해연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6월
평점 :

p.6 이 책은 우리 가족사에 켜켜이 쌓인 층을 벗겨내 어머니를 애도하고, 당신에게 붙은 온갖 꼬리표를 넘어서는 존재였던 그분의 모습을 기억하려는 내 개인적 여정의 일환이었다.
그레이스는 2008년에 어머니의 죽음 이후, 다시 어머니의 생애를 새롭게 복기하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사회적 죽음을 맞게 된 원인을 조사하던 중, 그분이 한국을 떠나는 것을 선택한 게아니라 그곳에서 쫓겨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60년대 한국은 재건, 도시화, 급격한 산업화로 변혁의 기로에 놓여있던 시기다. 국가를 재건하는데 초점이 맞춰지던 시기였기에 국민의 복지는 우선이 아니었다.
p.64 결국 종전은 오지 않았고 미군 기지와 미군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은 더욱 번창했다.
신흥 국가였던 한국은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을 미국에 의존했고, 평범한 한국 사람들이 생활을 꾸리는데 필요한 비용의 상당 부분이 미군 기지에서 나왔다.
여성들의 경우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공장 아니면 미군 기지뿐이었다.
p.8 우리는 혼혈 아동을 한국 국적자에서 배제하는 국가 정책과 우리 어머니들에 대한 지독한 사회적 낙인 때문에 한국에서 추방당했던 것이다.
1972년 여름, 그레이스의 가족은 미국의 셔헤일리스로 아버지를 따라 이민을 간다.
엄마는 미국사회에서 이민자로서 그들 사이에 적응하기 위해 처음 시도한 것이 요리였다.
요리를 만들어 그들을 초대하고 그들과 음식을 나누며 그 생활에 적응하려고 했었다.
책 속의 음식과 요리에 관한 이야기는 그런 엄마의 삶을 대변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p.434 엄마는 음식을 즐기면서 군사화된 정신세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나는 엄마를 위해 요리하는 여러 해 동안 나 자신의 정신적 탈식민화 과정을 거쳤다.
조현병에 걸린 엄마는 음식을 거부했다. 그런 엄마를 다시 마음을 열게 한 것이 음식이었다.
다양한 음식은 엄마의 기억 속에 있었고 세상과 문을 닫았던 엄마는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게 된다.
p.437 엄마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다시금 현재에 충실하면서, 과거에 대해서도 열려 있어 처음으로 내게 한국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6년에 걸친 이 좋은 시절에 엄마는 내게 요리하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우리가 함께 나눈 음식을 즐겼다.
<전쟁 같은 맛>은 조현병에 걸린 엄마를 통해 한국전쟁, 기지촌 생활, 미국이민을 그 당시 한미관계로 인해 고통받았던 우리 과거를 보여준다.
역사 속 우리의 모습은 여전히 가슴 아프다. '군자'라는 한 여성의 삶을 이야기했지만 우리의 상처있는 과거를 되볼아보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