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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은 우리와 생활패턴이라든지 모든 면에서 많이 비슷하다.
먹는 음식도 그렇고 유행도 그렇고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그런지 무척이나 친근한 느낌이다.
도피행 에서도 주인공 이름만 일본 이름이지 나머지는 우리나라와 아무런 이질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황혼이혼이 유행이라고 했던가? 아이들이 다 자라서 결혼만 하면 이혼을 하고 남은 여생을 자유롭게 보내고
싶어하는 여자들이 많다고.
가정주부들은 아마도 다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결혼 초기에는 남편과 알콩달콩 살고, 얘기게 생기면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이 지내고
아이가 자라 초등학생, 중학생 쯤 되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지만 무기력감을 많이 느끼게 된다.
자식이 딸이면 자라면서 친구처럼 동생처럼 잘 지내다가 나이가 들어 남자친구가 생기면 점점 엄마와는
거리가 생긴다.
아들들은 더 심하다. 재롱은 전혀 없고 퉁명스럽고 거칠기만 하다.
집에 있어도 외로움이 더 커져만 가는 주부에게 애완동물은 동물 이상의 커다란 의미가 있다.
아마도 남은 여생의 반려자로 생각하지 않을까?
주인공 또한 다 커버린 딸들에게서 느끼는 배신감(?)과 일에 빠져 사는 남편으로 부터 자신을 이해하고
돌봐주는 것은 오로지 토토라는 이 애완견 뿐이었으리라.
그런 개가 대형 사고를 치고 다른 곳에 맞겨지면 그 다음은 안락사가 자명한데 어찌 가만히 앉아서
가족이 죽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까?
주인공은 야밤에 남편의 비자금 통장을 들고 개와 함께 가출을 시도한다.
자전거를 타고, 화물차를 얻어 타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집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 전원주택에 자리를
잡게 된다.
비록 한달 조금 넘는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개와 단둘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생을 마감하는
주인공은 아마도 행복하게 삶을 마감했으리라.
비록 소설속의 이야기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일본에서만이 아니라 아마도 전세계에 이와 같은 일은 앞으로 심심치 않게 일어날 것이다.
가족간의 정을 중시하던 우리의 유교사상이 점점 사라지는 요즘 가족의 중요성을 점점 더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