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현수동 - 내가 살고 싶은 동네를 상상하고, 빠져들고, 마침내 사랑한다 아무튼 시리즈 55
장강명 지음 / 위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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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계몽시대 이후의 현대인은 근본적으로 이런 소망을 이룰 수 없는 것 아닌가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서 하늘을 가득 채운 구름이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다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만 한참 보고 있어도 압도적으로 거대하고 아름다운 불가사의를 얼마간 경험하게 된다. 풍성하게 살고 싶다면, 그런 체험을 정기적으로 꼭 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 < 아무튼, 현수동, 장강명 > 중에서

그러나 점점 사회제도들이 자동차에게 유리하게 바뀌었다...예를 들어 무단횡단이라는 개념이 발명되었다. 우리는 어린아이들에게 그 개념을 밤낮으로 들려준다.
...현대 도시는 걷는 사람이 들어가면 안 되는 길을 뼈대로 삼아 만들어진다. - < 아무튼, 현수동, 장강명 > 중에서

어떤 이들은 재생과 부활을 말하기도 한다. 도시재생이라는 단어는 듣기에는 그럴싸한데 실체는 애매해서, 담론은 무성하지만 합의는 별로 없다. 경리단길처럼 성공 사례로 꼽혔던 곳이 순식간에 몰락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복잡한 네트워크에 대한 우리의 앎이 중세시대 의학 수준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도시계획가들은 중세시대 의사들처럼 대상을 터무니없이 모르면서 자신만만하게 외과수술에 나서는 것 아닐까. - < 아무튼, 현수동, 장강명 > 중에서

홍대 상권의 초창기 모습, 지금의 연남동이나 망원동 거리 풍경이 근본적으로 비눗방울이나 무지개 같은 짧고 불안정한 현상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떤 거리, 어떤 동네를 항시 그렇게 들뜬 상태로 붙들어두겠다는 욕심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닐까? 그런 장소들의 매력은 시간적으로든 공간적으로든 늘 우연성과 의외성에 있지 않던가? - < 아무튼, 현수동, 장강명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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