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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 - 착한사람들을 위한 처방전
후쿠다 가즈야 지음, 박현미 옮김 / MY(흐름출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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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이라는 표지의 글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말은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다. 나의 의견을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 속은 시원해도 뒷끝이 개운하지 않아서 며칠동안 찜찜한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내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무조건 사람들의 의견을 따랐을 경우에는 '그때 이야기할 걸.'이라는 생각에 마찬가지로 개운치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대화에 대해 생각하며 나만의 기준을 세워보기로 했다.

 

이 책의 지은이는 후쿠다 가즈야. 게이오대학 환경정보학부 교수인데 자신은 학자가 아닌 문필가라고 말한다.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보수언론인이자 문예평론가로 정치, 사회, 음악, 인생론, 실용서 등 폭넓은 분야에서 왕성하게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책 『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을 통해 어른들의 대화에 관하여 촌철살인의 비법을 전달해주고 있다.

 

프롤로그를 읽다보니 기본부터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대화의 기술에 관해 읽거나 들었던 것들을 싹다 원점으로 돌리고, 내가 왜 그런 책을 읽으려고 했었던건지 먼저 짚어보게 된다. 저자는 '타인을 상대하는 나 자신을, 그리고 누군가와 대화하는 나 자신의 생각과 스타일에 대해 사색해 보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습니다.(9쪽)'라고 말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생각해봐야할 문제를 지금껏 고민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집중한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 나 자신의 생각과 스타일에 대해 먼저 사색해봐야겠다고 주제 설정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직설적으로 심장을 내리꽂는 대범함을 보인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었다가 당혹스러움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내가 바로 저자가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사귀고 싶지도 않은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것이 좋고 긴장감 없는 관계야말로 최고의 인간관계라고 말하는 순진무구한 사람' 부류에 속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초반부터 불편한 마음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된다면 읽기를 멈추었을 텐데, 의견을 피력하는 데에 거침이 없고 그의 말에 공감하게 되니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대화를 하는 것에 대해서부터 기본 개념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말은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거나, 서로 친해지거나, 서로를 위로해 주는 장난감이 아닙니다. 싸움을 위한 무기이고 싸우든 사랑하든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는 칼날입니다. (38쪽)

 

순진무구하고 단순한 인생을 동물들의 본능처럼 여긴다는 것이 처음에는 듣기 불편했지만 계속 강조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인지된다. 인간 세계는 불투명하고 혼란스러우며 그것이 인간 세계를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만의 스타일을 정립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그에 관해 사색하게 된 점만으로도 큰 소득이 있었다. 진정한 대화의 고수는 남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는 점을 떠올려볼 때, 그동안 책으로 대화를 배우려고 했던 것은 하수의 방법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해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유머를 사용하는 법에 대해서도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기계적인 예의에 대한 생각 등 사람과 만나 대화하는 것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대화를 잘하려면 부단히 갈고 닦으며 긴장하고 고민해야하는데, 그동안 한 권의 책으로 쉽게 습득하려고 했다는 점도 반성하게 된다. 아무리 고수의 반열에 오르더라도 사람 관계에서 긴장감이 없는 편안함만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촌철살인의 시원스러움과 기본을 생각하는 자세가 돋보이는 책이다. 흔히 말하는 '착한' 것이 관점에 따라서는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것도 생각해본다. 얇은 책이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부분으로 생각하게 되고, 나 자신의 대화법을 들여다보고 고뇌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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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9월이 되었네요.

잊기 전에 8월달에 읽은 책들을 정리해봅니다.

2015년 8월에 읽은 책 중 저에게 의미를 던져 준 책 5권을 소개합니다.

 

제 멋대로 기준이지만,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  제 생각을 바꾸고, 저에게 변화를 일깨워준 책을 위주로 하였습니다.

 


 

5위 영상미가 돋보이는 소설 [타이베이의 연인들]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잔잔한 이 느낌을 조금 더 누리고 싶다. 이 책을 읽는 시간동안 내 머릿속에는 구체적인 영상들이 아른거린다. 얼마 전 여행하면서 보았던 단수이의 거리, 타이베이의 밤 풍경, 스쿠터가 빼곡히 주차된 공간 등 희미해진 기억을 떠올려본다. 여행 사진에 담겨있는 컷에 생기를 불어넣고, 이어질 듯 말 듯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까지 살짝 양념을 더한다. 깔끔하고 담백하다. 이 책의 저자 요시다 슈이치는 사람들의 평범한 삶에 숨결을 불어넣어준다. 이 책을 되도록 오랫동안 읽게 된 이유였다. 어느 누구의 에피소드도 소홀하지 않았다. 은은한 향이 나는 듯한 소설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영상미였다. 이 소설 속의 글을 읽다보면 타이베이의 거리가 떠오른다. 그곳의 분위기와 냄새까지도 살아나게 한다. 흑백화면을 컬러로 색칠해주고 생생하게 3D화면으로 눈앞에 펼쳐낸다. 타이완의 거리를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는 주인공이 된다. 여행 중 만난 누군가를 몇 년 만에 떠올리기도 하고, 새로운 인연을 찾아 짧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햇빛 좋은 날 아침에 바라본 바다의 잔잔한 물결을 닮은 책이다. 은은한 채색에 아득하게 보이는 수채화같은 소설이다. 8월의 마지막을 이 책과 함께 기억하게 될 것이다.

 


 

4위 기분 좋은 이 느낌, 동화같은 책 [하루100엔 보관가게]

 

 

앞을 볼 수 없는 가게 주인과 고양이 사장님 그리고

소중한 보관품이 들려주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이 책 『하루 100엔 보관가게』를 이 설명만 보고 선택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이었고 느낌이 좋았다. 한여름밤에 동화속 세계를 엿보는 시간이었고, 선악 구분 없이 훈훈해지는 기분이다. 세상사가 복잡하니 따뜻한 동화같은 이야기를 꿈꾸게 된다. 그런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여름날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들었다가 기분이 좋아진다. 큭큭 웃음이 난다. 몽글몽글한 고양이 느낌, 비누 아가씨의 향기, 앞이 보이지 않는 사장님이 보관가게에서 보내는 일상 등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상상 속 세계에서 그림을 그려 나갈 것이다.

 


 

3위 10인의 예술가, 10가지 테마, 그리고 제주 여행 [제주작가 제주여행]

 

 

무심결에 들춰보다가 가슴이 설레고 결국 다른 일을 다 제껴두고 읽게 되는 책이 있다. 이 책이 나에게는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기대 이상이었고, 마음을 설레게 하는 책이다. 10명의 예술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보며, 제주도에서 자신의 색깔을 물씬 뿜어내며 작품에 몰두하는 열정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의 작품을 보며 제주 자연을 다시 떠올리게 되고, 내가 바라본 제주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보고 싶은 욕망이 일어난다. 생동감 있게 내면의 예술성을 살려내는 책이다. 제주를 바라보는 또다른 시선을 제공해준다.

 

 

이 책의 장점은 제주에 관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 사진이 담겨 있다는 점이었다. 작품을 보기 위해 미술관에 가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기에, 방안에서 책 한 권으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훑어보는 시간이 의미 있다. 잠자고 있는 예술혼을 깨워 흔들어 놓아서 읽는 내내 설레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쓰게 되는 책이었다. 마음에 드는 구성과 알차게 채워진 예술이 마음에 드는 책이다. 제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 특히 제주의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일독을 권한다.

 

 


 

2위 떠난 고양이에게 쓰는 편지 [깃털]

 

 

 

 

이 책의 저자는 클로드 앙스가리. 음악과 동물을 사랑하는 문학선생이다. 현재 브르타뉴 지방의 최서단 피니스테르 주 두아르므네에서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녀가 쓴 여러 권의 책들 중 고양이와의 인연과 만남에 대한 이야기인《고양이들의 샛길》이라는 책이 궁금해진다. 이 책 《깃털》은 시적인 감흥과 철학적인 고찰을 통해 고양이와의 교감을 섬세한 필치로 써내려간 책이다. 그런 점이 이 책을 읽는 데에 깊이를 더하고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은 상실에 대한 책이다. 사랑하던 고양이 '깃털'을 잃고 난 후 고통스러워하다가 독백 형식으로 편지를 써나간 것이다. 지독한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글쓰기를 통해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상실감을 극복하고 있다. 글쓰기는 치유의 방편이다. 지독한 고통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놀라운 치유력이 있음에도 우리는 고통스러운 당시에는 글을 쓸 생각을 하지 못한다.

곧바로, 나는 네게 편지를 쓸 수가 없었다. 가장 생생한 고통의 정점에서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눈물. 예고 없이. 아무 때나. (114쪽)

 

생생한 고통의 정점에서 조금씩 빠져나오면 펜을 쥘 힘이 생긴다. 그때부터 마음 속에 응어리맺힌 슬픔이 서서히 풀리며 치유의 시간은 시작된다. 저자는 그 순간 그들의 추억을 한 권의 책으로 쏟아부었던 것이다. 행복도, 고통도,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도, 마음에 되새긴다. 그렇게 그녀는 구원을 받는다.

네 죽음은 내 어린 시절의 상처, 생명의 유한함과 사랑하는 이들의 상실에 대한 분노를 일깨웠고 아버지에 대한 애도에 다시 불을 지폈다. 우리 삶의 조건인 모든 참혹함에 대항하여 나는 글쓰기밖에 다른 구원을 모른다. 삶을 연장해 가기 위해. (108쪽)

 

하지만 이 책이 상실에 대한 책인 것만은 아니다. 사랑의 시간이 컸던 만큼 상실감의 무게에 짓눌리고 고통스러워한 것을 표현했다. 이 책을 통해 고양이 깃털과 인간 클로드 앙스가리의 교감을 짐작해본다. 8년의 시간을 함께 존재하며 행복했던 일상을 눈앞에 펼쳐내듯 그려낸다. 떠난 고양이에게 쓰는 편지라는 부제를 보고 어떤 내용인지 짐작하고 읽어나갔기에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그들의 행복한 시간에 마음이 아리고, 헤어짐의 고통에 마음이 쓰리다. 편지를 받는 이는 떠난 고양이라지만, 읽는 이에게 자신만의 기억을 떠올리도록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나직하게 울부짖는다.

 

이 책을 눈여겨 보는 사람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떠나보낸 적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아끼던 강아지가, 고양이가, 어느 날 사라져버린다면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클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범위는 동물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모두 포함해야할 것 같다. 클로드 앙스가리의 처절한 고통을 공감하며 어느 순간 촉촉히 눈가가 젖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행복한 기억을 함께 한다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 무엇이든 내 마음 속에 늘 함께 하는 것이니까.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은 죽은 이의 진정한 무덤이다. 유일한 무덤. 내가 사는 한 너는 내 안에서 산다. (100쪽)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에는 편지지가 한 장 붙어있다. 읽고 나면 주변의 존재들이 달리보일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쓰고 싶어질 것이다.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자. 언어가 달라도 서로 교감하고 있는 반려동물이나 언어가 같아도 교감하지 못하고 있는 주변사람에게 손편지를 한 장 쓰는 여름밤이 오래 기억될 것이다.

 


 

1위  메신저로 재현한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톡 1]

 

 

재미있다. 무척이나 흥미진진해서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은 메신저로 재현한 조선왕조실록이다. 조선왕조실록이 아니라 조선왕조실'톡'이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역사의 장면을 '톡'을 통해 보여준다. 이 책은 웹툰을 바탕으로 조선사를 연대순으로 재구성한 역사교양만화인데, 학생들이나 일반인 모두 저자의 독특한 상상력에 웃으면서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역사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다. 역사는 아주 오래 전에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처럼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산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무적핑크. 서울대학교 디자인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조선왕조실톡> 한 회를 그리기 위해 실록뿐만 아니라 관련 역사서와 자료들을 섭렵했다고 한다. 쉽게 그려지고 쓰인 책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렇게 한 권으로 엮이기까지 상상 이상의 노력과 공을 들였으리라 예상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역사에도 충실한 흥겨운 책을 써낼 수 있었으리라. 이 책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인생 살다보면 별일이 다 일어난다. 그러니까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나를 친추했다. 그리고 갑자기 쏟아지는 친구신청 알람. 놀라서 친구목록을 확인한 나는, 더욱 놀랐다." (12~13쪽)

놀랄만도 하다. 태조, 세종, 양녕대군, 황희, 연산군, 이순신, 영조, 고종......조선시대의 그분들이 친구신청을 하고 카톡으로 그들의 일상을 볼 수 있다는 상상은 흥미롭다.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매력 넘치는 캐릭터의 만남으로 이 책에 매료되었다. 이렇게 바라보니 역사가 친근하게 느껴지고 부담없이 읽어나가면서 기억에 쏙쏙 남는다.

 

이 책 1권에는 1부 건국패밀리(태조-정종-태종), 2부 성군패밀리(세종-문종-단종), 3부 폭군패밀리(세조-예종-성종-연산군)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36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제법 두툼한데,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일단 손에 잡으니 저녁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끝까지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는 아쉬움에 허전했지만, 이 책이 1권이면 앞으로도 계속 출간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아쉬움을 달랬다.

 

각 웹툰의 끝에는 '실록에 기록된 것'과 '기록과 다른 것'을 싣고 있어서 어떤 부분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것인지 한 번 걸러낼 수 있다. 그저 허구인가 생각되어 웃고 넘어갔던 이야기가 사실은 실록에 기록된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을 때 이야기는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조선왕들의 삶이다. 웹툰의 내용만 있다면 무언가 살짝 빠진 듯한 느낌이 들지만, 각각의 이야기 끝에는 '실록 돋보기'라는 부분이 있다. '역사에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를 찾고 있는 이한 해설로 조선사의 숨겨진 에피소드를 '실록 돋보기'에 담아낸 것이다. 재미와 학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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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5-09-06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100엔보관가게, 저도 참 좋았습니다.
리뷰를 쓰고 싶어서 옆에 꽂아놓았는데 시간이 안 나는군요. ^^

그리고 10가지 테마, 제주 여행 책 소개 감사합니다. 장바구니에 쏘옥~

카일라스 2015-09-08 18:25   좋아요 0 | URL
따뜻하고 기분 좋아지는 책이지요. 다른 책들도 좋았답니다~^^
 
제주 낭만 여행 - 사진과 함께 떠나는 아름다운 산책
김미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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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관한 책은 여러 종류가 있다. 제주 여행의 정보를 담은 책으로 정보 제공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책이 있는 반면, 여행자들의 감성을 담은 느낌 위주의 책도 있다. 제주의 역사를 다룬 책이라든가 요즘에는 제주이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도 있다. 어떤 책이든 제주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사진과 함께 떠나는 아름다운 산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사진으로 제주 구석구석을 만나보게 되었다. 먼저 이 책의 앞에는 '제주의 사계'를 사진으로 담아놓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계절에 맞는 사진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사진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계속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총 여덟 파트로 나뉘어 제주를 담았다. 각각의 제목이 낭만적이다. 제주 '낭만' 여행이라는 제목답게 낭만을 가득 담아낸 느낌이다.

제주, 비밀의 화원을 만나다

제주, 향기에 취하다

제주, 바람에 머물다

제주, 시간 여행자가 되다

제주, 사랑에 빠지다

제주, 절경을 즐기다

제주, 행복을 느끼다

다른 제주를 만나다

이렇게 여덟 가지 제목을 달고 여행지가 분류되어 있다. 각 여행지는 간단한 감상과 사진이 담겨있는데, 저자가 사진을 전공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사진으로 전해주는 느낌이 남다르다. 고향이 제주인 것이 더해져 자신만의 시선과 감각으로 제주를 담아냈다.

 

이 책은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감수성 풍부한 친구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으며 여행지를 점찍는 기분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여기도 가보고 싶고, 저기도 가보고 싶어진다. 이미 가본 곳이어도 내가 놓친 부분을 보러 다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저자의 이야기에 은근히 젖어들어, 잊고 있던 여행지를 떠올리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면 '포착 한컷'이라는 장에 사진이 담겨 있다. 조리개, 셔터 스피드, 감도, 초점거리, 측광모드 등을 알려주며,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팁을 알려준다. 사진에 관심이 있지만 제대로 된 사진을 찍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알찬 정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하면서 작품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자연 풍경을 눈에만 담기에는 아쉬움을 느낄 때, 이왕이면 멋진 사진으로 담아 추억으로 남기고 싶을 때,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사진에 관심이 별로 없더라도 상관은 없다. 다른 사람이 찍어놓은 아름다운 사진을 감상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일단 제주 여행을 하게 되면 사진으로 담고 싶은 장면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정보를 소홀히 하지 말고 익혀두면 제주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여행 중에 읽을 책이 아니라 여행 전이나 후에 읽어볼 책이다. 이왕이면 여행 전에 읽어서 사진 노하우를 배워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의 낭만 산책과 더불어 제주 사진을 감상하고, 사진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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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손편지 - 관계를 바꾸는 작은 습관
윤성희 지음 / 스마트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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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를 쓰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컴퓨터에 저장해놓게 되고, 한참을 쓰던 다이어리는 아예 장만조차 안하게 된 지 몇 년이 흘렀다. 그러다보니 글씨를 쓰는 시간이 어색하다. 물론 학창시절에는 편지를 주고받던 시기가 있었다. 외국 친구와 펜팔을 하기도 하고 떨어져지내는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기 때문에 우편함을 열어볼 때면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누군가에게서 편지를 받았을 때의 기쁜 마음을 잊고 지낸지 꽤나 오래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우편함에 무언가가 있으면 청구서라든가 속도위반 벌금 고지서 정도일 것이라 생각하고 철렁하는 느낌이 든다. 예전의 떨림과는 사뭇 다른 떨림이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받으려면 나부터 편지를 쓸 결심을 해야할 것이다. 예전에는 집에 예쁜 편지지를 사서 모아놓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스티커도 하나씩 마련해두었는데 여러 번 이사를 하다보니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래도 특히 요즘같은 시기에는 손편지가 더욱 반가울 것이다. 희소성마저 느껴지고 감동이 크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된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며 설레던 마음과 편지를 받을 때의 두근거림을 오랜만에 떠올렸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보고 싶은 생각에 이 책 『기적의 손편지』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손편지의 힘'을 일깨워준다. 왜 손편지인가에 대한 글로 시작하여 손편지로 기존 관계 다지기, 손편지로 새로운 관계 만들기 등 손편지로 인간 관계를 돈독하게 하도록 도와준다. 연예인들이 손편지를 쓰는 이유에 관한 글도 인상적이다. 팬들이 그들의 진심을 글 속에서 보게 된다는 것은 당연지사. 또한 영화 「백야행」에 출연했던 한석규는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받았지만 자기 옷이 아니라는 생각에 영화사의 캐스팅 제의를 거절했다가, 박신우 감독이 보낸 장문의 편지를 받고 영화에 출연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밖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손편지의 힘을 느끼게 된다. 손편지는 진심을 전하는 최고의 도구라는 것(18쪽)을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공감하게 된다.  

 

손편지의 필요성을 일깨운 이후에는 구체적인 손편지 기술을 전수해준다. 안부편지, 감사편지, 축하편지, 칭찬편지, 부탁편지, 응원편지, 위로편지 등 일상에서 필요한 손편지의 전반적인 기술을 들여다보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던 일상에서 조금만 더 섬세하게 상대방을 배려한다면 인간 관계가 돈독해진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 특히 '별것 아닌 것도 감사하는 방법'에 담긴 일화를 보며 손편지를 쓰는 것은 세상을 보는 나의 관점을 따뜻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 느꼈다.

주위를 잘 살펴보면 감사할 일이 적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들부터 하나씩 돌이켜 보자. 출근하면 당연하게 올라와 있는 조간 신문, 화장실에 당연하게 걸려 있는 화장지, 식당 주인이 당연하게 베푸는 친절, 필요에 의해서 당연하게 계약하는 고객, 밤에 잠이 들고 아침이면 당연하게 일어나는 아이들까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연하게 행해지는 것들은 없다. (121쪽)

 

4장까지의 내용을 읽다보면 손편지를 쓰고 싶어서 근질근질해진다. 독서를 멈추고 편지를 써보기도 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써보겠다고 계획도 세웠다. 5장 '나만의 손편지 스타일 만들기'를 보며 나만의 손편지 원칙을 세워본다. 우표와 우체통에 관한 것까지 요즘 정보를 파악해둔다. 우체국에 갈 시간을 내지 못하거나 우표와 우체통 찾기를 미루다가 서랍 속에서 보내지 못하고 시간만 보낼 수도 있다는 것을 잘 기억해야겠다. 마지막으로 '필요할 때 찾아보는 손편지 예문'까지 빼곡히 담겨있으니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고자 하지만 무슨 말을 써야할지 막막해질 때 도움을 청해야겠다.

 

손편지에는 분명 인간 관계를 돈독히 하는 힘이 있다. 편지를 기다리며 설레고 받고나서 반가움에 펜을 들었던 기억, 자습시간에 몰래 펜을 꺼내들고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시간, 얼핏 떠오른다. 요즘 우편 요금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현실을 되새기며 아날로그 시대에 펜을 잡고 손편지를 쓰던 마음을 되살린다. 오늘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보내야겠다. 가을이 시작되었으니 그리운 사람을 떠올려봐야겠다.

 

손편지를 쓸 생각이 없던 사람도 서랍을 열고 뒤적뒤적 무언가를 찾아내 누군가를 떠올리며 편지를 쓰는 시간을 만들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 때 편지를 주고 받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었고, 새로운 인간 관계에서도 손편지로 더욱 돈독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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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이용덕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소설을 읽을 때에는 별다른 정보 없이 읽는 것을 선호한다. 이 책이 일본 소설이며 제51회 문예상 수상작이라는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읽어보게 되었다. 표지의 으스스한 그림을 보고 나서야 내가 이 책의 내용을 잘못 짐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가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라고 말한다면 외로움을 달래고 위로해주면서 살아갈 희망을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의 선입견을 와장창 깨준 면에서 이 책의 제목이 신선했다. 정 반대의 의미를 주는 제목으로 시작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옮긴이의 말에 이런 글이 있다.

일본 인터넷을 검색하다 찾아낸 어느 블로거의 지적대로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라는 제목 또한 두 가지로 읽힌다.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그런 생각일랑 접게 해줄 테니'라는 뜻인가, 아니면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기꺼이 도와줄 테니'라는 뜻인가. 어쩌면 세계는 이 양극단을 번갈아 오가는 거대한 혼돈인지도 모른다. 그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 그 결정에 이 압도적인 파멸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깊은 파장의 울림이 영혼을 뒤흔드는 문학의 힘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313쪽)

 

띠지에 있는 가장 현대적인 로맨틱 '악녀 소설' 탄생! 이라는 말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와닿지 않았다. 읽고 나니 알겠다. '현대적', '로맨틱', '악녀 소설', 이 세 단어가 각각 따로 노는 소설이다. 그러면서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제일 적절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한 남자를 파멸로 이끌어갈 수도 있겠구나, 생각한다. 이 책의 남자 주인공 도쿠야마는 아르바이트 동료들과 찾은 단란주점에서 하쓰미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쥐어준 명함에는 '야마나카 하쓰미'라는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그리고 '힘들거나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주세요. 언제든지'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여기서, 연락을 하지 않는다면 소설이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그 둘은 서서히, 그리고 급격히 서로에게 빠져든다.

 

이 책을 읽는 도중에는 그렇게까지 섬뜩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하쓰미의 책장에 줄줄이 꽂힌 책의 제목에 '살인','잔혹','지옥','엽기','고문','학살' 같은 오싹한 단어가 빽빽히 채워져 있었다는 것과 책의 내용을 말해주며 육체를 탐하는 장면이 특이하다고 생각한 정도였다. 하지만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묘한 공포가 휘몰아친다. 도쿠야마라는 한 인간이 소멸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심정이다. 텅 빈 껍데기만 남은 듯한 도쿠야마를 보게 된다. 그것이 하쓰미를 얻은 댓가라면, 과하다. 지나치게.

 

"죽읍시다. 동반자살, 그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 방법이에요. 유일한 방법, 제대로 존재할 수 있는 삶의 방식. 의지와 목적과 결과가 일치하고 게다가 성공의 순간이 그대로 영원이 되는 유일한 아이디어. 동반자살하자고요. 응? 응?" (164쪽)

하쓰미는 죽을 거라면 한시라도 빨리, 젊어서 아직 상처가 적은 동안일 때 동반자살을 하자고 한다. 하지만 그 다음에 자살시도의 장면이 나오지 않는 것도 예상 밖의 흐름이었다. 영화에서처럼 멋지게 자살하며 생을 마감한다든지, 서로 죽여주는 방법을 쓰지 않는다. 그런 점이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예상 외의 반전이었다.

 

이 소설은 파멸로 향해가지만 파멸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독자를 끝까지 순식간에 끌고 가는 것도 이 소설의 힘이지만, 마지막에 앞에 읽은 내용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며 또다른 의미를 해석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될 때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다. 제목부터가 이중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이 책을 선택하는 독자에게 혼란을 주었는데, 소설 내용 자체도 나를 혼돈에 빠지게 한다. 나도 이 소설의 덫에 걸려들고 말았나보다. 처음에는 거부하고, 그 다음에는 환멸과 타락을 인정하고, 뒤이어 파멸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이내 파멸만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유쾌하지는 않다.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 뒤통수가 뻐근하다. 그동안 소설 속의 세계가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면, 이 소설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이야기이다. 적어도 내가 사는 세계에서는 말이다. 거부하지 않고, 어떤 문제의식을 느끼지도 못하며, 서서히 소멸되어가는 도쿠야마에게서 무언가를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라는 제목을 다시 보니 으스스한 느낌에 밤잠을 설칠 듯한 예감이다.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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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2015-09-03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표지만 보고 지레짐작 했는데.. 리뷰 읽어보니 급 궁금해지네요. 읽어봐야겠습니당!

카일라스 2015-09-08 18:27   좋아요 0 | URL
일본소설이 그렇듯이 읽으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제가 한정해놓은 세계를 벗어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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