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특히 눈에 들어온 건 저자가 노년을 경쟁에서 벗어난 수용의 시간으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젊었을 때처럼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휘둘릴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대신 지금의 나를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삶을 단단히 지탱한다고 말한다. 이는 노년뿐 아니라 인생의 어느 순간에도 적용될 수 있는 지혜다. 바쁘게 달려가던 일상에서 문득 멈춰 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성장의 또 다른 길목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의 글에는 특유의 서정성이 배어 있다. 중학교 시절 교내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던 경력이 있다는 대목을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책 곳곳에서 시냇물 같은 문장이 흘러나온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노래하듯,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계절의 흐름, 산사의 고요 속에서 길어올린 문장들이 마음을 맑게 한다.
특히 여러 종교의 수도자들과 매월 한 번씩 이어간 영성 모임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10년간 지속된 이 모임이 저자에게 해독제이자 자양분이 되었다는 고백은 결국 삶을 지탱하는 힘은 관계와 나눔에서 비롯됨을 새삼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