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oved - 늙지도 어리지도 않은 이상한 나이
김수린 글.사진 / 엘컴퍼니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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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20대는 방황 그 자체의 기간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뚫고 가는 느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답답함,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힘에 겨운 느낌. 그런 느낌으로 20대를 보냈다. 그 무력감, 별 의욕도 없이 지나온 그 시절이 기억난다. 20대가 지나가니 홀가분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회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5살 때부터 '난 누군가에게 종이에 사인을 해주는 사람이 될 거야.'라며 스케치북에 사인 연습을 했던 아이는 7살에 알게 되었던 가장 재미잇는 장난감, '카메라'를 만나 사진작가를 꿈꾼다. 15살에 혼자 한국을 떠나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고작 21살에 자신이 꾸는 꿈이 삶의 전부라고 믿었던, 그리고 당찬 그 확신 하나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 <청춘을 찍는 뉴요커>를 펴냈다......(하략)..... (작가 소개 中)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작가 소개를 읽고 나서였다. 어린 시절 남다른 재능을 보일 때, 그리고 그 재능으로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갈 때,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에 휩싸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테다. 이 책에 어떤 사진과 이야기를 담아냈을지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은 beloved: 늙지도 어리지도 않은 이상한 나이. 유난히 그 나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의 20대 어느 날을 떠올린다.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청춘이었다고 회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그 시절을 또렷이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절하게 다짐하던 그 시절 어느 맑은 날이 떠오른다. 도대체 뭐가 그리 힘들었을까. 왜 그리 고통 속에서 나자신을 괴롭혔을까.

 

 이 책을 읽는 느낌은 그랬다. 글에서 버겁고 힘겨운 느낌이 전해졌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별의별 시시콜콜한 것까지 감상적으로 표현해내서 읽으면서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책의 첫 인상이 그랬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힘들게 자신을 괴롭히는 것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나는 과거의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 시절의 나를 위로한다. 너만 힘든게 아니었다고 다독인다. 그리고 나는 그 시절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말하고 있는 저자가 부럽기도 했다.

 

어쩌면 지금의 방황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자꾸만 헷갈리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그런 감정들이, 20대라는 나이에는 당연히 거쳐 가야 할 순간일지도 모른다. 지나고 보면 이때를 그리워할 때가 오리라고 나는 믿고 있다. (129쪽)

 

  이 책 속에 있는 사진이 주는 강렬한 느낌 때문에 이 책의 느낌이 좋았다.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진을 찍은 작가의 세상을 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생동감 넘치고 독특한 사진들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래서 특히 soorin's little tips for wannabe photographer가 눈에 쏙 들어왔다. 사진에 대한 노하우를 공개해주는 느낌이다. 사진을 찍을 때에 꼭 염두에 두고 싶은 말이다. 사진과 청춘의 어느 순간을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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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 스케치북
존 버거 글.그림, 김현우.진태원 옮김 / 열화당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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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자 생각한 것은 표지에서 보게 되는 드로잉의 역할이 컸다. 펜에 물을 묻혀 쓱쓱 그려낸 듯 생동감이 느껴지는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들어 드로잉에 대한 열정이 시들어가고 있는데, 이 책을 보며 그 열정을 되살리는 시간을 갖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이 책은 나에게 다가왔다.

 

 

 이 책의 저자, 존 버거에 대해 읽으면서 놀랐다. 1926년 런던 태생으로, 미술비평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평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소개한다. 중년 이후 프랑스 동부의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시골 농촌 마을로 옮겨가 살면서 농사일과 글쓰기를 함께 해오고 있고, 저서도 다양하고 많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이 다양한 활동을 하는 모습으로 보여지나보다.

 

 이 책을 읽고자 펼쳐들었는데, 저자의 말이 색다르게 담겨있다.

 

이 사랑스러운 파슬리 드로잉은

오직 이 책의 한국어판을 위한 작품입니다. - 존 버거

 

미소짓게 되는 서문이었다. 한국어판 서문을 대신하여, 존 버거가 글과 함께 보내온 드로잉이라고 한다. 백마디 말보다 한 눈에 들어오는 서문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의 구성은 독특했다. 지금껏 드로잉책은 드로잉 관련 기법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담겨있거나, 여행 혹은 일상 속의 사색이 드로잉과 함께 구성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철학과 드로잉의 만남이었다. 드로잉과 스피노자, 그 조합이 글도 그림도 마음에 들어오게 한다. 꽤 괜찮다는 느낌을 받은 책이었다.

 

 옮긴이의 말을 보면 존 버거는 영역본 <윤리학>을 인용하고 있고, 번역가는 라틴어판에서 직접 인용하는 길을 택했다고 한다. 다른 한글 번역판을 이용하거나, 적어도 존 버거의 영역본을 그대로 번역해도 되었을텐데, 노력이 대단하다. 기존의 번역판을 따르기보다는 좀더 <윤리학>의 원문에 가까운 번역을 새로 시도해보는 게 좋겠다는 것이 옮긴이 두 사람의 공통의 생각이었다.(180쪽) 그들의 노력 덕분에 곱씹으며 생각에 잠기면서 스피노자의 윤리학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존 버거의 이야기도, 스피노자의 <윤리학>도, 드로잉과 함께 적절하게 어우러져서 종합적으로 내 마음에 파고든다. 철학과 드로잉, 함께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따로, 글 따로가 아니라, 글에서 주는 느낌을 드로잉으로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고, 드로잉을 한 작품을 두고 거기에 부합하는 글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생동감 넘치는 힘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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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숨겨진 이야기 - 피타고라스에서 아인슈타인까지 과학자들의 실수와 위대한 발견
장 피에르 랑탱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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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과학 이야기가 특히 솔깃하게 들릴 때는 바로 '숨겨진 이야기'를 몰래 듣는 듯한 때이다. 과학의 숨겨진 이야기, 도대체 어떤 이야기에 내가 놀라게 될지 궁금했다. 제목만으로도 궁금함이 물씬 느껴지는 이 책, <과학의 숨겨진 이야기>를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읽어보게 되었다.

 

 

 내가 읽은 책은 2013년 9월 제2판 1쇄 발행된 책이다. 1995년에 초판을 발행했고, 2013년에 재판을 발행한 책이다. 95년에 이달의 청소년 도서로 선정되었고, 2000년에도 이달의 책 선정도서였다. 이번에 2판이 발행된 결과, 이 책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원제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실수한다'라고 한다. 데카르트의 명제 패러디다. 이 책을 펼치자 마자 차례를 먼저 훑어보았다.

시대를 통틀어 가장 어리석은 한 마디, 코페르니쿠스 체계의 진실과 오류, 성욕을 촉진하는 강장제, 가짜 원시인들의 박물관, 정자의 유충과 보이지 않는 난쟁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제목을 먼저 찾아 읽었다. 그러고 나서 처음부터 읽어보았다. 제목으로 나를 사로잡지 못했어도 내용만으로 충분히 경악하게 된다.

 

이 책을 보며 나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정말?" "말도 안돼." "어떻게 그런 일이?" 정말 어이없는 오류를 보고 기가 막힌다. 어쩌면 그 사람들이 나중에 자신이 한 말에 어이없어서 숨기고 싶어하더라도 애써 세상에 펼쳐놓는 것일테다. 또한 지금의 첨단과학도 나중에 보면 말도 안되는 웃음을 던져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숨겨진 이야기를 보는 것은 역시 흥미로운 일이다. 나 혼자 몰래 보는 듯한 오류 투성이의 과학, 그것을 들여다보며 생각한다. '나는 진실을 알고 싶은 것일 뿐이라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진이 없다는 것이었다. 원저가 그런 것이어서 그랬겠지만, 무미건조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이 함께 첨부되어 있다면 더욱 흥미롭게 시선을 고정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오류가 없으면 발견도 없다.는 옮긴이의 말에 공감하며 마지막 장을 넘겼다. 기묘하고 기발하고 유쾌하거나 추악한 오류들로 득실거리는 이 책.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3년간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일화도 옮긴이가 들려준다. 저자의 노력으로 한 권의 책을 통해 결집된 이야기를 읽게 되어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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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
에란 카츠 지음, 김현정 옮김 / 민음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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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뇌에 좋은 영향을 준다면 뇌에 좋다는 음식도 먹고, 뇌에 좋다는 습관으로 개선하고 싶은 것이 요즘의 심정이다. 자꾸 기억력은 떨어지고 머리를 쓰는 데에 둔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이라는 제목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사실 제목만 보고 생각한 내용과 실제 이 책을 읽으며 보게 된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이 책을 보며 나의 뇌에게 다섯 가지 선물을 하고자 마음에 담아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기네스북에 기록된 기억력 천재 '에란 카츠'다. 천재적인 기억술로 유명하며 500자리의 숫자를 한 번 듣고 기억하여 기억력 부문에서 세계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두뇌 능력 계발 및 형상에 대한 강의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 다국적 기업 및 기관에서 기억력 증진에 대한 강연과 세미나를 1000회 이상 진행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 저자 소개를 보고 이 책에 대한 호감이 증가한다. 에란 카츠는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지만 미처 깨닫지 못하는 잠재력을 깨워주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이 책은 다섯 챕터로 나뉜다. 그것이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이다.

망각의 선물, 안전하다는 믿음이 주는 선물, 욕망 관리의 선물, 설득의 선물, 미의 선물.

이렇게 다섯 가지 선물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하나하나 깊숙이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제롬과 미선이 한국, 인도, 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각국을 돌며 뇌와 마음을 위한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 형식으로 진행되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게다가 각 나라를 직접 여행하는 듯 생동감 있는 진행에 빠져들어 이야기를 읽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었다.

 

 다섯 가지 선물 중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망각의 선물이다. 필요하지 않은 정보와 원하지 않는 기억을 삭제하는 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자 . 뛰어난 기억력은 성공에 도움이 되지만 뛰어난 망각 능력은 건강한 삶을 위한 축복과도 같다는 문장이 내 마음 속으로 파고든다. 어쩌면 요즘들어 망각의 능력을 발휘하고 부정적인 기억을 왜곡하고 있는 나의 뇌가 스스로 건강을 찾기위한 방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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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만세,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 - 조선어학회, 47년간의 말모이 투쟁기
이상각 지음 / 유리창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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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세종대왕 한글 반포 567주년 한글날이다. 또한 23년 만에 10월 9일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된 날이기도 하다. 정말 다행이고 반가운 마음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오염되고 있는 한글, 너무 심각하게 오염되어 웃기도 하고 안타깝게 생각되기도 한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은 주시경에 이르러 한글로 다시 태어났고,

그의 뜻을 이어받은 조선어학회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그래도 한글날이라도 한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이 책 <한글만세,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조선어학회, 47년 간의 말모이 투쟁기를 담은 책이다. 단순하게, 단편적으로만 알던 일을 한 권의 책을 통해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이 나에게는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우리 겨레어가 사멸될 위기에 처했다.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우리뿐이다. 세상에 있는 우리말을 모두 모으자." 1910년 대한제국이 일제에 병합되자 주시경은 김두봉, 이규영, 권덕규 등 제자들을 이끌고 최남선의 조선광문회에 들어가 조선어사전편찬부를 조직, 말모이 사업을 시작했다. (59쪽)

 수많은 생활 용어를 수집하는 노력 긑에 비교 분석 작업을 하고 정리하여, 말모이 사업을 시작한 지 4년여, 우리말 사전의 형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정력적으로 말모이 사업을 이끌던 주시경이 1914년 7월 27일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가난한 살림을 꾸리느라 애쓰던 부인이 옆집에서 얻어 온 찬밥을 상추에 싸서 먹다가 체해 일어난 사고였다.

 

 주시경이 세상을 떠난 뒤 국내의 한글 연구는 답보 상태였지만, 뜻있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활동으로 조선어연구회에서 조선어학회로 이름을 바꾸고, 한글맞춤법 통일과 표준어 및 외래어표기법 제정, 조선어 사전을 편찬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표준어와 외래어를 정하는 자리에서 있던 재미있는 일화는 양념처럼 첨가되어 웃음이 났다.

 

 그 이후에 기독교선교회의 한글 전용 및 동아일보의 브나로드 운동, 조선일보의 문자 보급반 운동 등으로 우리 삶에 널리 보급되어 알려지는 활동을 했다. 또한 일제의 압박 속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해방 이후에 우리 말글은 어떻게 살아남게 되었는지, 이 책을 보며 전체적으로 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본다.

 

 이 책을 한글날에 읽으니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며 한글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고, 미래에도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널리 쓰이고 가꿔져야 할 언어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조선어학회사건을 다룬 대중 교양서가 없어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우리는 이 책을 보고 우리의 한글 역사에 대해 생생하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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