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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이야기
세스 고딘 지음, 박세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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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카루스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이 이야기는 너무 욕심부리지 말라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복종과 순응을 유도한다. 나또한 동의했었다. 하지만 왜 나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일까? 한계를 초월해 자기변화와 성공을 향해 갈 수 있다는 용기를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로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책을 읽어서 갇혀있는 내 사고의 틀을 깨고 비상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원하는 결과가 될테다. 그래서 이 책 <이카루스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이카루스의 신화를 찬찬히 소개해준다. 처음에는 다들 아는 신화 이야기를 하다가, 이 신화 속 숨어있는 이야기를 알려준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다이달로스가 이카루스에게 너무 높게는 물론, 너무 낮게도 날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점이다. 수면에 너무 가까이 날다가는 날개가 젖어 물에 빠져 죽을 수 있으니까.'(27쪽) 우리 사회는 필요한 부분만 편집된 이카루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복종과 순응을 유도한다. 사실 너무 낮게 날아가는 것도 위험한 일인데, 산업사회에서는 울타리 안에서 가만히 있는 것을 종용한다.

 

 이 책에서는 기존의 틀을 깨고 아티스트적인 자세를 갖추라고 한다. 새로운 틀을 구축하고, 사람과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정해진 규칙 없이 시도하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아트다. 아티스트란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용기와 통찰력, 창조성과 결단력을 갖춘 사람이다. (33쪽) 이렇게 아트와 아티스트에 대해 붉은 글씨로 강조하고, 행동하기를 권고한다.

 

 이 책의 '오래된 선전문구들'을 읽다보니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 생산 중심적인 산업 문화가 발전하는 동안 우리에게 강요된 것들이다. 소란을 피우지 마라, 지도자를 따라라, 힘들어도 참아라, 그대로 있어라, 아이들에게 복종을 가르쳐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지 마라 등 궁금해도 가만히 있고, 남들보다 튀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아이들에게는 순종을 미덕으로 가르친다. 그에 따라 우리는 자신의 색깔을 나타내기보다는 남들과 비슷비슷하게 자신을 억누르는 것을 배우며 자라난다. 이 책은 그러한 틀을 깨는 데에 도움을 준다. 깰 생각도 하지 못했던 틀을 깨닫고 비상을 꿈꾸게 도와준다.

 

 복종의 유혹을 느낄 때마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자. 그러노라면 자신이 어떻게 훈련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으며, 다가오는 기회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90쪽) 그냥 복종하는 것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보다 쉽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익히게 된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한다면 그런 뻔한 인생말고 나만의 삶을 살아나가고 싶어진다. 이 책에서는 누구나 진정한 아티스트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마음을 바꾸게 한다.

 

 자신의 세계관을 버리기 전까지 우리는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없다. (196쪽) 이 책을 읽고 나니 적어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방해하는 틀을 깨고자 시도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생각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용기와 통찰력, 창조성과 결단력을 갖춘 아티스트로 거듭날 마음 자세를 가져본다. 이 책을 읽으며 세상을 보는 시선을 틀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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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이드북 거꾸로 읽기
뱅상 누아유 지음, 이세진 옮김 / 걷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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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거나 잡지를 보거나, 다른 경로를 통해 알게 되는 책이 있다. 요즘들어 이 책을 잡지에서 추천도서로도 보고, 책을 읽다가 발견하기도 했고, 오늘의 책으로 선정된 것을 보기도 했다. 궁금했다. 여행지에 가면 나의 여행이 가이드북처럼 근사하게 진행되지 않아서 난감할 때가 많다. 어떨 때에는 가이드북에서 주는 정보가 전혀 맞지 않을 때도 있었다.

 

 지금은 여행 가이드북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지만, 예전에는 인도 여행 가이드북이 얼마 없었다. 일본인들이 가지고 다니는 가이드북의 번역본이 가장 일반적이었는데, 틀린 정보가 많았다. 석양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바닷가에서 해 질 때만 기다렸는데, 정반대편에서 해가 지고 있거나, 타지마할에 야간에 들어가면 입장료는 조금 비싸지만 좋다고 했는데, 야간개장을 하지 않는다거나, 그런 기본적인 여행 정보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니, 맛집이나 숙소 관련 정보는 오죽했을까? 사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이 여행지 정보이기에 여행 책자 속에 있는 정보도 수시로 변하는 것이니 100% 믿을 것은 못된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이 책에 솔깃했다. 여행작가의 민낯을 파헤쳐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고, 어떤 내용을 새로이 알게 될지 궁금했기에 이 책 <여행 가이드북 거꾸로 읽기>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실제로 여행 가이드북 15권을 집필했다는 뱅상 누아유의 글이다. 이 책을 읽으며 여행 가이드북을 쓴다는 것에 대한 환상은 와장창 깰 수 있었다. 어떤 직업이든 밖에서 바라보면 환상을 가질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일을 하다보면 실제로 그렇지 않은 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하는 작가의 경우, 특히나 외부에서 환상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나또한 그랬으니.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좀더 여유있게 여행을 다니며 멋진 곳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일반인들보다는 훨씬 풍요롭게 여행을 채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삐딱한 현실이 보인다.

 

 이 책을 읽다보니 여행 가이드북 작가의 여행은 그렇게 여유로울 수는 없겠구나, 느끼게 된다. 빡빡한 일정, 한정된 예산, 원치 않는 곳으로의 여행, 여행지에서 혼자 돌아다니고 혼자 밥먹으며 정보에 대해서는 치밀하게 기록해두어야하고, 때로는 직접 묵지 않는 숙소에 대해서도 작성해야 한다.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바쁘게 돌아다녀야하는 그들에게 낮잠은 사치일 정도. 생각만해도 강행군이라 골치가 지끈거린다.

 

 때로는 삐딱함 속에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삐딱한 시선이라 짜증이 나기도 한다. 이 책을 보다보면 가이드북은 참고만 할 일이지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강하게 믿을 것은 못되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가이드북을 보고 간 곳에서 나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고 자책할 일이 아니라, '이런 문장을 쓰느라 고생했겠구나!' 생각하면 그뿐이다. 좋은 곳은 아주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안좋은 곳은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해보자. 여행 가이드북을 쓸 때에는 좋은 말만 쓰든가 아예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100쪽)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어떻게 행간을 읽을 것인가'를 보면, 그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의 현실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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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일기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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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는 '겨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제목에 솔깃해진다. 제목에 먼저 눈길을 주게 되었고, 폴 오스터라는 이름에 다시 한 번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빵굽는 타자기>, <뉴욕 3부작>, <달의 궁전>, <선셋파크> 등 수많은 소설과 산문을 발표한 폴 오스터의 작품이라는 데에서 궁금한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책 뒷 표지에 보면 "폴 오스터는 분명 천재다."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추천사가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의 추천사에 동의하게 된다. '<겨울 일기>는 오스터가 늙어가면서 죽음에 관한 단상을 관찰자 시점으로 담담하게 서술한 작품이다.'라는 설명 한 줄에 이 책이 궁금해져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폴 오스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당신은~'이라는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해나간다. 시점의 차이가 읽는 맛을 이렇게나 다르게 해준다니, 새로운 느낌이 든다. 책 속의 문장을 천천히 곱씹으며 읊조린다. 콜럼부스의 달걀처럼 느껴진다. 왜 나는 지금껏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왜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객관화해서 펼쳐나가는 시도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글쓴이의 생각을 나열하면서도 읽는 사람에게 와닿게 하는 힘이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그런 일이 당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어날 리 없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도 당신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당신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한다. (7쪽)

 

 '당신은~'으로 진술되는 이야기는 인생의 어느 시점으로 오가며 인생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저자는 아주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어찌보면 감추고 싶은 일상 속 사소한 생각까지, 솔직담백하게 객관적 시선으로 진술해나간다. 그의 섬세한 필치를 따라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나 자신의 과거 속 시간과 교차되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 책은 언제 읽어도 자신만의 회상과 교차되는 마법 속으로 안내할 것이다. 잊어버린 줄만 알았던 과거 속 시간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묘미가 있다.

 

 당연히 저자와 같은 기억은 아니다. 문화도 환경도 성별도 전혀 다른 인생이다. 하지만 내 과거 속 시간이 교차되어 떠오른다. 기분이 묘하다. 책을 읽을 때에 공감할 수 없으면 그 책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데, 이 책은 전혀 다른 인생이기에 공감할 만한 것이 없음에도 나만의 생각으로 교집합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나 자신 또한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점으로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고, 지금의 나를 미래 어느 순간의 내가 담담하게 회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흔적들에 점을 찍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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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실수하라 -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모든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조언
닐 게이먼 지음, 임헌우 옮김 / 시공아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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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보면 일단 표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표지의 색깔, 글자 디자인 등이 단순하면서도 한 눈에 와닿게 표현되어 있다. 표지의 강한 느낌에 이끌려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책이다. 일단 이 책 소개를 보니 궁금한 마음이 생겨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화려한 겉모습에 유혹되어 이 책 <멋지게 실수하라>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미국 작가 닐 게이먼이 2012년 5월 필라델피아 예술대학의 졸업식장에서 졸업생들에게 19분 동안 연설한 내용을 그래픽 아티스트 칩 키드Chip Kidd의 타이포그래피 작품으로 출간된 것을 우리 나라에서 임헌우 계명대 교수가 번역하고 재디자인하여 출간된 것이다. 한국어판이기에 영어 알파벳과는 다른 느낌으로 새롭게 탈바꿈시켰다는 것에 독특한 느낌이다. 책 한 권을 읽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시간을 보냈다. 닐 게이먼은 휴고 상, 네뷸러 상 등을 수상했으며,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수많은 소설과 단편소설, 그래픽 노블, 아동용 책, 영화 대본을 썼으며,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는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모든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여섯 가지 조언을 담은 책이다. 졸업식장에서 19분 동안 연설한 내용이 책으로 엮인 것이니, 당연히 분량 면에서는 금세 읽을 정도로 짧다. 읽는 시간은 짧지만 핵심적으로 요약된 내용에 디자인적인 요소까지 더해져 또다른 매체를 통해 졸업 연설을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닐 게이먼의 진솔한 이야기와 핵심적으로 전달되는 여섯 가지 조언에 귀기울이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까지 넘어가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직업' 혹은 '일'이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뛰는 가슴이 멈추고 열정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그렇기에 책 속에 다음 글이 가장 눈에 띄었다.

 '저는 글을 쓰면서 글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 저는 무엇이든지 모험하는 것처럼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일처럼 느껴지는 순간 멈추었습니다.'(책 속에서)

 

 또한 예술적인 길을 가고자 할 때 어떤 마음 가짐과 조건을 가지고 발을 디뎌야할지 큰 틀에서 이야기해준다.

'당신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것 한 가지는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예술을 창조해 낼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책 속에서)

 

 내용만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아쉬운 느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내용만이 아니라 타이포그래피 작품으로 재탄생된 작품이니만큼 겉모습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디자인과 예술가의 창의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새롭게 다가오는 책이다. 닐 게이먼이 예술대학 졸업식에서 연설한 내용이니만큼 예술 관련 길을 걷기 시작하는 사람이나 프리랜서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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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날의 오후 다섯 시
김용택 지음 / 예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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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왜 시를 썼어요?"

"심심해서 그랬어. 공부를 하다가 일을 하다가 이렇게 마루에 혼자 앉아 있으면 너무 심심한 거야. (중략) 아무튼 너무 심심하니까 세상이 다 자세히 보인 거야. 자세히 보니까 생각이 일어났어. 그 생각들이 내 마음의 곡식 같아서 버리기가 아까운 거야. 그래서 그냥 글로 옮겨 써봤어. 그랬더니 시가 되었어. 어느 날 내가 시를 쓰고 있어서 나도 놀랬다니까. 정말 심심해서 그랬어." (15쪽)

 

 이 책은 제목부터 나의 시선을 확 끌었다. '심심한 날의 오후 다섯 시'라니! 그냥 스쳐지나칠 듯한 일상 속 평범한 시간을 글로 엮어내 의미를 부여하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며 김용택 시인의 글 속에서 내가 잊고 있던 것을 발견하는 느낌이다. '나도 그런 적 있었어.'라고 생각하거나, 이렇게 표현하니 그 심정이 구체화되어 마음에 와닿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시인이 맛깔스럽게 표현한 것을 보며, 그 문장을 곱씹으며 감탄해본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어떨 때, 나는 내 속을 확 뒤집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고, 어떨 때 이 나라를 확 뒤집어엎어 버리고 싶을 때가 있고, 또 어떨 때는 이 지구를 확 뒤집어 빨아 탈탈 털어 빨랫줄에 널어서 가을볕에 고실고실하게 말리고 싶을 때가 있다. (67쪽)

 

이 책을 보며 '본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다. '세상의 모든 시작은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김용택 시인은 말한다. 한 그루의 나무를 자세히 보면 주위의 사물도 다시 보게 되고,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그리게 하는 것이 종합이고 통합이고 통섭이고 융합(80쪽)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동안 주위를 대충 흘려 보아가며 지내긴 했어도, 나무 한 그루 제대로 관찰한 적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우리는 본다고 하지만 제대로 보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또한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이 세상에 관계 맺지 않은 것은 없다. 봄바람이 하는 일과 봄비가 하는 일이 다 서로 도와서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그린다.'(88쪽) 시인의 눈으로 주변의 기본적인 것부터 둘러보는 시간을 갖는다. 누군가가 짚어줘야 그 의미를 알 듯도 한 평범한 나의 눈으로는 이런 글이 깨달음을 준다. 시를 통해 접할 때에는 그 뜻을 가끔은 곡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떠먹여주듯 설명을 해주는 산문은 그 의미가 더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다.

 

 '지친 내 육신을 발소리로 위로하다'는 마을 앞에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며 징검다리의 밤 물소리를 녹음한 경험인데, 집에와서 녹음기를 틀었을 때 그 많은 소리들 속에 자박거리는 자신의 발소리를 듣고 놀랐다는 이야기였다. 수없이 길을 걸었는데도 내 발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날은 내 발소리를 찾는 날이었다. (132쪽) 나 자신의 발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던가? 그냥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일상 속에서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 일상의 소소함에 눈길을 멈춰본다.

 

 이 책을 읽으며 시인의 감성을 엿보는 시간을 갖는다. 해 저무는 봄날을 견디지 못했다며, 해가 지면 산들이 부풀어 올라 무섭다고 표현한다. '강변의 봄 풀잎 속에서 푸른 어둠이 기어 나오고'(173쪽) 라는 표현을 보면, 해질녘 그 시간에 누구나 볼 수 있는 풍경이면서도, 시인의 감성이 없다면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보면서 시인 김용택의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에서 시를 읽어내는 시간을 가졌다. 힘을 빼고, 거스르지 말며, 작은 움직임을 관찰하여 시를 발견해내는 모습을 본다. 이 책을 보면 일상 속 평범함 속에서 시인의 눈으로 관찰해낸 진심을 느낄 수 있다. 진심이 담긴 글은 읽는 이의 마음도 움직인다. 그래서 읽는 이의 마음을 잔잔하게 하고, 공감하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또한 그 감성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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