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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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 인물의 삶을 정교하게 복원해낸 깊이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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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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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첫 문장부터 궁금증을 유발한다. 한 여성의 삶이 이토록 거칠고 힘들 수도 있구나! 지나칠 수 없이 읽게 만드는 장르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는, 한 편의 스릴러이자 감정의 드라마처럼 페이지를 끌고 간다.

이마치라는 노년의 여배우는 잊히는 기억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놓지 않기 위해 발버둥친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상인지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그녀는 자신이 걸어온 길과 마주하고, 사랑과 상실, 성공과 외면의 순간들을 하나씩 다시 꺼내 든다.

그리고 그 복원의 과정이 하나의 추리처럼 전개된다. 한 장 한 장을 넘길수록, 그녀가 쌓아온 삶의 결이 얼마나 복잡하고도 아름다웠는지 드러난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감정들이 불쑥 올라와 나 역시 그녀처럼 과거의 나와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정한아. 『친밀한 이방인』, 『리틀 시카고』 등을 통해 특유의 날카롭고도 섬세한 문체를 선보여 온 작가다. 그녀의 문장은 늘 고요한 결을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에 배어 있는 감정의 파장은 깊고 넓다.

이번 『3월의 마치』에서도 그는 삶의 가장 연약한 지점을 건드리되, 결코 무너지지 않는 인물의 내면을 묘사하며 강한 여운을 남긴다.

기억을 잃어가는 인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한아는 이 인물에게 따뜻한 존엄과 내면의 힘을 부여함으로써, 망각과 고통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인간다움의 불씨를 그려낸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며 흘려보낸 수많은 장면들이 얼마나 쉽게 잊히고 또 얼마나 절실하게 되살아나는지 깨닫게 된다.



『3월의 마치』는 제목부터 묘한 긴장을 안긴다. 3월, 봄의 초입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되레 겨울로 되돌아가는 듯한 기운을 품고 있다. 이마치의 인생도 그러하다. 빛나는 청춘의 시절을 지나, 흐릿해지는 기억과 몸의 쇠락을 받아들이는 시간. 그녀는 알츠하이머라는 이름 아래 점점 자신을 잃어가지만, 기억을 재현할 수 있는 가상현실 공간 W에서 오히려 더 선명한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이 공간은 기술적 장치를 넘어서 이마치의 내면, 혹은 무의식 그 자체와도 닮아 있다. 이곳에서 그녀는 과거의 다양한 시절을 살아가는 자신을 마주하며, 각기 다른 감정의 파편을 다시 껴안는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순간, 욕망과 질투에 흔들렸던 밤, 상처를 남기고 떠났던 날들이 하나둘 그녀 앞에 펼쳐진다. 이마치는 그 장면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기억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밀도를 그대로 되살리는 일이기에 이 여정은 고요하지만 처절하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문득, 무대라는 공간의 은유가 떠오른다. 배우였던 이마치가 다시 무대 위로 오르는 것처럼, 삶의 주요 장면들이 하나씩 재연된다. 극장 안 조명이 꺼지고 다시 켜지는 순간마다, 그녀는 어쩌면 처음보다 더 진실한 표정으로 그 장면을 살아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과정은 회상도, 미화도 아닌 살아 있는 재현이며, 그만큼 생생하고도 고통스럽다.

정한아 작가의 문장은 절제된 듯하면서도 강렬한 감정을 길어 올린다. 과잉 없이, 그러나 건조하지 않게 삶의 이면을 포착하는 힘이 있다. 『3월의 마치』는 이마치라는 인물을 통해 시간과 기억, 자아와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기억이 사라져가는 와중에도 그녀가 지켜내려 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감정이다. 화려함도, 유명세도 아닌, 자신이 실제로 느꼈던 순간들이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오랫동안 이마치의 눈빛이 마음에 남는다. 『3월의 마치』는 누구나 사라지기 전에 자신을 마주하고 싶어 한다는 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과거의 자신을 용기 있게 응시하고, 가장 진한 감정 앞에서 스스로를 다시 껴안고자 했던 한 여인의 고백이자 기록이다. 이마치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내 안의 낡은 기억들도 조용히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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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인상파 - 터너에서, 모네, 고흐까지
야마다 고로 지음, 허영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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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내막을 알게 되었고, 기대 이상의 수확을 얻었다. 인상파를 이렇게 두툼한 한 권으로 만난 것도, 인상주의 미술을 이토록 흥미롭게 읽은 것도 처음이다. 인상파를 스쳐 지나가는 조연이 아닌 주인공으로 온전히 조명한 책, 그들의 혁신과 갈등, 성공과 좌절을 생생하게 담아낸 책이다.

슬슬 읽으려고 했지만 탐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처음에는 가볍게 넘겨볼 생각이었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흥미로워서 쉽게 책을 덮을 수 없었다. 마치 인상파 화가들이 눈앞에서 붓을 휘두르며 그림을 완성해가는 듯한 생생한 서술 덕분에, 읽는 내내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인상파를 미술사적 흐름 속에서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도전과 실험의 과정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의 치열한 고민과 변화의 과정이 깊이 있게 담겨 있다. 마네가 기존의 화풍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을 때의 반응, 모네가 빛을 포착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주했던 작업 방식, 드가가 무대 뒤편의 삶을 집요하게 포착했던 이유 등, 화가들의 예술적 여정이 작품과 함께 조명된다.

뛰어난 발상으로 엮어낸 신선한 화풍들과 대화체 설명이 잘 어우러져 긴장감을 준다. 미술사 흐름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화가들이 시대와 마주하며 고군분투했던 순간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림 한 점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속에 담긴 고민이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기존의 아카데미 화풍과 맞서며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도전이 흥미롭다. 살롱전에서 번번이 낙선하며 인정받지 못했던 시절, 새로운 시도를 위해 서로 의지했던 화가들, 그리고 마침내 미술사에서 중요한 흐름 중 하나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이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인상파의 탄생 이전, 그들이 영향을 받았던 화가들과 흐름을 설명하며, 2부에서는 본격적인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업과 관계망을 다룬다. 3부에서는 인상파 이후의 흐름, 즉 포스트 인상파 화가들이 어떻게 이 유산을 이어받고 발전시켜 나갔는지를 탐색한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화가들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네와 르누아르가 함께 그림을 그리며 영향을 주고받았던 과정, 피사로가 젊은 화가들에게 끊임없이 조언하고 이끌어 주었던 이야기, 세잔이 홀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 과정 등, 인상파 화가들의 관계와 예술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빛과 색이라는 인상파의 핵심 요소가 있다. 기존의 어두운 실내화에서 벗어나 빛을 포착하고자 했던 화가들의 노력이 어떻게 현대 미술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이 겪었던 미술계의 냉대와 좌절, 후원자들과의 관계까지 상세하게 서술된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세심한 편집과 인쇄 품질이다. 책장이 두꺼운 편이어서 뒷장의 글씨가 비치지 않으니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미술책에서 종이의 질감과 인쇄 상태는 그림을 감상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색감이 선명하게 살아나도록 종이의 톤과 질감을 조정했고, 번짐 없이 깔끔한 인쇄 상태를 유지해 작품 본연의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덕분에 인상파 화가들이 연구했던 빛의 변화와 붓 터치의 질감까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작품을 설명하는 글과 그림의 배치도 안정적이다. 그림이 본문에 밀려 작은 크기로 들어가는 대신, 감상에 적절한 크기로 배치되어 있어 눈에 부담 없이 들어온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미술관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들고, 자연스럽게 화가들의 시선과 붓질을 따라가게 된다. 책을 통해 그림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쾌적한 경험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세심한 편집이다.


대화체 설명 덕분에 당시 화가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왜 그렇게 그렸나요?"라고 묻고 싶은 순간,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들려준다. 모네가 수련 연작을 고집했던 이유, 드가가 무대 뒤 무희들의 모습을 집요하게 관찰했던 과정, 세잔이 "사과 하나로 세상을 뒤흔들겠다"라고 말했던 순간까지, 이 책은 정보 전달을 넘어 화가들의 내면까지 가까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림을 감상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경험이었다. 색감과 구도를 보는 것에서 벗어나, 그 안에 숨은 화가들의 실험 정신과 예술적 열정을 읽어내게 된다. 이 책이 전하는 긴장감은 바로 그 과정에서 온다. 인상파 화가들은 정체되지 않았고, 끝없는 도전과 변화 속에서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직접 그 여정을 체험하도록 만든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이게 된다. 색감 하나, 붓 터치 하나에도 담긴 깊이가 느껴지고, 그들의 실험과 도전이 새삼 경이롭게 다가온다. 느긋하게 읽으려던 계획은 무너졌지만, 그만큼 깊이 빠져들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한 권으로 읽는 인상파』는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인상파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은 사람, 그리고 예술이 변화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탐구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다. 인상파 화가들의 삶과 예술을 한 권으로 정리하면서도,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생생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이 돋보인다. 인상파의 빛과 그림자를 오롯이 담아낸 이 책은, 미술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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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읽어주는 여자의 간단 요리 레시피
레시피 읽어주는 여자 지음 / 혜지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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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도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 요리가 꼭 어렵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생기게 해주는 실용적인 요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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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읽어주는 여자의 간단 요리 레시피
레시피 읽어주는 여자 지음 / 혜지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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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책 표지에 적힌 문장을 보자마자 멈춰 섰다.

"요리가 너무 귀찮은 사람도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집밥."

그렇다.

나 요리가 너무 귀찮다.

재료 손질부터 조리 과정, 설거지까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피곤해진다.

요리에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한 끼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책장을 넘기자마자 반가운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손 까딱하기 싫은 날에도 먹을 수 있는 요리."

내가 원하던 바로 그 해답이었다.

이 책은 요리를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요리를 덜 하고도 한 끼를 뿌듯하게 해결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그리고 그 해결책이 무척이나 현실적이어서 마음에 드는 책이다.



이 책은 간단하고 맛있는 요리 123가지 레시피를 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요리법만 나열한 것이 아니다.

"손 까딱하기 싫은 날", "혼자서 간단하게", "둘이서 더 맛있게", "주말 아침에 어울리는", "밤은 늦었는데 출출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 맞춰 요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각 레시피는 복잡한 조리 과정 없이도 맛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종이컵과 밥숟가락으로 간편하게 계량할 수 있으며, 냄비 대신 전자레인지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요리도 많다.

설거지를 최소화하면서도 맛있는 한 끼를 완성할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또한 유튜브에서 공개되지 않은 미공개 레시피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익숙한 재료로 새로운 맛을 내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간단한 재료 조합만으로도 색다른 요리를 완성할 수 있는 팁들이 가득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요리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이다.

요리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귀찮아하는 사람도 이 책을 따라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만족스러운 한 끼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펼쳐볼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간단하고 맛있는 요리가 포인트다.

어렵고 복잡한 과정 없이도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레시피를 보면 특별한 기술이나 고급 재료가 필요하지 않다.

냉장고에 있을 법한 기본 재료 몇 가지와 전자레인지, 프라이팬만 있으면 충분하다.

맛 또한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간단하지만 감칠맛이 살아있는 레시피가 많아 "이렇게 쉬운데도 맛있다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요리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 직접 요리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힘들 필요도 없다.

이 책에는 아무리 귀찮아도 이 정도는 하겠다고 생각되는 레시피들이 가득하다.

복잡한 손질이 필요 없는 재료, 최소한의 조리 도구, 그리고 간단하게 완성되는 메뉴들이 대부분이라 요리에 대한 부담이 확 줄어든다.

이 책은 요리에 대한 진입장벽을 확 낮춰준다.

귀찮아도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 요리가 꼭 어렵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생길 것이다.

요리란 거창한 기술이 아니다. 내 입맛에 맞는 요리를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요리에 대한 자신감을 주는 책이어서 요리 초보는 물론이고 간단하게 맛있는 요리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요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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