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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한민 지음 / 저녁달 / 2024년 11월
평점 :

과학이 지식의 기반이 되기 이전,
사람들은 자신에게 깊은 인상을 준 자연의 변화나 사건이
어떤 초자연적 존재에 의해 일어난다고 이해했다.
P.43,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中
무교인 나는 종교에 대해 깊이 고민하거나 탐구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무속 신앙을 비롯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에 대한 호기심은 강한 편이었다. 그런 나에게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는 단순히 종교를 설명하는 책을 넘어, 종교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종교인을 위한 신앙 서적이 아니라, 마치 역사서에서 종교라는 한 챕터를 떼내어 공부하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종교는 인간에게 무엇을 주는가?
종교는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게 해준다.
P.60,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中
해당 서적은 종교를 단순한 믿음의 체계로 한정하지 않고, 인류 역사의 중요한 축으로 설명하고 있다. 종교는 단지 개인적 신앙이 아닌, 사회의 규범을 만들고, 공동체를 결속하여, 문화와 문명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특히나, 종교가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는 도구였다는 저자의 관점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인류는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은 물론 삶의 고난을 마주하며 종교라는 장치를 만들어냈다. 책을 읽으며, 종교가 단지 신의 존재를 믿는 행위가 아닌, 삶의 불확실성을 견뎌내기 위해 만들어진 인류의 발명품이라는 점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역사는 먼 이야기 같다는 느낌에 종교를 항상 현재 시점에서만 생각하곤 했다. 특히 요즘처럼 사이비 종교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는 종교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역사 속에서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깊이 들여다보며, 종교에 대한 나의 시각도 자연스럽게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믿음의 본질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종교를 단순히 비판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그것이 인간과 사회에 미친 긍정적 영향도 함께 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은 종교의 역사를 시간 흐름에 따라 구조적으로 설명하면서, 마치 인류 문명 연대기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고대 사회에서 종교가 법과 규범의 역할을 했던 부분이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종교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왔는지를 다루며, 종교가 인류 문명의 한 축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책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종교가 단지 신앙의 영역을 넘어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마치 '인간은 땅 위에서 산다. 왜냐하면 산소를 다량으로 마시며 사는 생물이니까' 라는 말처럼, 너무나 당연해서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이었다.)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는 단지 종교인의 신앙을 다룬 책이 아니다. 오히려 종교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무교인 나조차도 이 책을 통해 종교를 낯설어하거나 경계하기보다, 종교를 인간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맥락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책은 신앙의 문제를 넘어, 인간이 왜 믿음을 만들고 의존해왔는지를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종교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역사를 배우고 싶은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미래에도 종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 인간은 오랜 시간 동안 종교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불확실성을 통제했으며 다른 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불안과 우울을 다스려왔다.
발전한 과학기술은 종교의 근간을 위협하지만 인간은 아직 종교를 대체할 그 무엇을 찾지 못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종교가 필요하다.
P.368,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中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 종교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
2.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
3.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 본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