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고려거란전쟁 : 구주대첩 세트 - 전2권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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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역사 속 인물 중 누군가에게 ‘전설’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우리는 그를 마치 신화처럼 떠올린다.

『고려거란전쟁: 구주대첩』을 읽기 전, 나에게 강감찬이 딱 그런 존재였다.

‘귀주대첩의 대장군’이라면, 당연히 위풍당당하고 압도적인 인물로 그려지겠지.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기대를 의도적으로 배반한다.

강감찬은 역사적으로 고려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생각보다 적다.

그래서인지 소설에서 그가 처음 등장했을 때, 웅장한 영웅보다는 왜소하고 나이 든 관료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장면은 약간의 충격처럼 다가왔다.

“정말 이 사람이 나라를 지켜낸단 말이야?” 하고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이 인물을 진짜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강감찬은 처음부터 전쟁을 외치지 않는다.

용맹하게 앞장서 싸우는 장수라기보다는, 조용히 사람들 사이를 조율하며 움직인다.

그의 말 한마디, 침묵 한 번이 모두 의도적인 선택이라는 걸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장군이 싸움을 피하자고 말하는 이 장면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그가 지키려 했던 건 전투의 승리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었다.

기회를 기다리는 침묵, 버티는 용기, 결정을 미루는 책임감.

그 모든 시간이 쌓인 끝에, 마침내 맞이한 구주대첩은 단순한 전투가 아니라 ‘삶의 선택’이었다.

아, 이 사람은 싸운 게 아니라 ‘선택’해온 사람이구나—이게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다가온 감정이었다.



역사 + 정보 + 서사 = 진짜 살아 있는 역사소설

이 책을 읽으며 또 좋았던 건, 단순히 이야기만 풀어가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

중간중간 실제 전투가 벌어진 지역의 위치나, 당시 쓰였던 무기 그림, 고려와 거란의 군사 제도 같은 정보들도 꽤 자세히 담겨 있었다.

그래서 ‘아, 이게 그냥 소설이 아니라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쓰인 이야기구나’라는 게 더 와닿았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읽다가 ‘오, 이건 잘 정리돼 있네’ 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도 많고,

나처럼 역사에 막 깊게 들어가진 않았던 사람에게도 배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왜 이런 전투가 벌어졌는지’, ‘이 장소가 어디쯤인지’, ‘이 병사들이 입고 있는 복장이 왜 저런지’ 같은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훨씬 생생하게 다가왔다.

뭔가 소설인데 다큐도 같이 본 느낌이랄까?

정보가 많다고 해서 지루하진 않고, 오히려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다가 ‘잠깐, 이건 뭐지?’ 싶은 궁금증을 그 자리에서 풀어주는 친절한 설명서 같았달까.

이런 게 있어서, 소설 속 인물들이 좀 더 실제 사람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고려거란전쟁: 구주대첩』은 단순한 전쟁 소설이 아니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서사, 살아 있는 인물 묘사, 그리고 잘 정리된 배경 정보까지—읽다 보면 마치 고려라는 시대를 직접 살아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강감찬이라는 인물을 영웅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 바라보게 된 경험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이 책은 역사에 익숙한 사람에겐 깊이 있는 재미를, 초보자에겐 친절한 길잡이를 내밀어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진짜 강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강감찬은 그 질문에 아주 조용하고도 단단하게 대답하는 인물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역사라는 게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왔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조금은 더 가까이 느끼게 된다.

그래서 더 좋았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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