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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피해자
마동주 지음 / 닥터지킬 / 2024년 1월
평점 :

내가 정말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 44년을 살아오는 동안 허파로 숨을 쉬는 생명은 쥐새끼 한 마리도 죽여본 적이 없었다.
P.09 , [피해자] 중
정말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몰입하여 읽은 책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의 전율과 책장을 덮었을 때의 여운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책 뒷편에 적힌 서평 중 '흡입력에 홀려 정신없이 읽었다', '첫 장을 열고 중간에 멈출 수가 없었다' 라는 말이 있었다. 추천사가 공감가는 책은 정말 드물지만, 이 책이 그 몇 안되는 사례 중 하나였다. 책을 펼친 순간 빠른 전개와 정교하게 짜여진 구성에 이끌려 정신없이 읽어 내려갔다. 그러면서도 빈틈없이 흘러가는 서사는"잘 짜여진 사건 재구성 프로그램"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물어보다뇨?
그럼, 그 자식이 없다고 하면 없는거고 있다고 하면 있는겁니까?
사건이 있던 날 제 딸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면 CCTV 영상부터 확보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그 자식이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는데, 만약 제 딸이 찍힌 영상을 고의로 지우거나 영상 저장장치를 빼돌리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P.123 , [피해자] 중
'한국 성범죄 소설' 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 '도가니'였다. 그 책은 피해자의 아픔에 감정 이입하며 읽는 내내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가득했던 소설이었다. 이 작품 또한 '한국 성범죄'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고 하여 비슷한 각오로 읽기 시작했다.심지어 책 제목도 '피해자' 이니, 오죽할까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접근법이 조금 달랐다. '복수극'이라는 말에 걸맞게, 직접 피해자인 아이가 아닌 그 아이의 아버지가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복수극이다. 또한 책을 읽다 보면 '혹시 작가가 경찰 출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세하고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였다. '사건 재구성 프로그램'들을 듣고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빨려들어가기 좋은 소설이었다.
아이는 엄마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평소 아끼던 곰 인형을 끌어안은 채 아파트 발코니 밖으로 뛰어내렸다.
아내는 피투성이가 된 채 숨진 아이를 본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녀 역시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그 날 그의 아이와 아내는 지옥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 혼자 지옥에 남았다.
P.134 , [피해자] 중
소설 '도가니'가 피해자의 아픔을 통해 눈물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면, 소설 '피해자'는 그 아이와 아내를 가슴에 품고 지옥과 같은 현실을 살아가야하는 아버지의 입장에서의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의 처절한 복수 과정으로 때때로 잔인할 정도로 디테일한 묘사로 인해 분노와 아픔을 동시에 안겨주는 그런 소설이었다.
소설 '피해자'는 단순히 복수극이 아니다. 이는 피해자가 남긴 상처를 품고 살아가야만 하는 '남겨진 자들의 감정과 선택'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잔혹한 서사와 긴박한 전개로 하여금 단순한 감정을 넘어 다양한 시선에서의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주인공의 복수가 마냥 정의로운 것은 아닐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 가해자에게 그만큼의 대가를 주지 않는다면, 과연 복수를 한 그들을 탓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저 재미로만 읽는 소설이 아닌, 몰입감과 함께 사회와 정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소설이었다. 추리, 범죄 등 사건들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며, 책을 펼친 순간부터 계속해서 다음이 궁금해지고 엄청난 몰입력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 범죄,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분
2. 사건 재구성 프로그램을 즐겨보시는 분
3. 흡입력 있는 책을 찾고 계시는 분
* 본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