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 - 악마의 심리 상담소에서 당신의 천국행을 도와드립니다
야초툰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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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왜요? 제가 못할 것 같으세요? 방법은 생각보다 쉬워요.

이미 그들은 지옥에 살고 있거든요.

지옥의 신님은 인간들이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으세요?

...

그들은 끝도 없이 자기를 증명해야 하는 미로 속에 같힌 세상에 살고 있어요.

P.167 , [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 중




악마가 심리상담을 한다니, 상상조차 쉽지 않았다. 그저 독특한 발상에 이끌려 책장을 넘겼지만, 곧 작가의 창의적 서사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악마와 심리상담이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엮어냈을까? 하는 이 흥미로운 질문으로 내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야기의 주인공, 악마 베스탄은 첫 등장부터 압도적이다. 그는 악마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존재로, 엄청난 사이코패스에다 이름만으로도 다른 악마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존재다. 놀라운 창의력과 업무 해결 능력까지 갖춘 그였지만,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성격 탓에 지옥의 체계를 자주 뒤흔들었다. 결국 악마의 신조차 베스탄의 행동으로 골머리를 앓게 되었고, 그에게 특별한 과제를 부여했다. 그것이 바로 '악인 갱생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게 된 배경은 꽤나 흥미롭다. 지옥은 선한 영혼에 비해 급증하는 악인 영혼들로 인해 업무 과부화에 시달리고 있었다. 결국 악마들조차 '야근 지옥'에 갇혀버린 셈이었다. 반면, 천국은 한가로운 평화를 만끽하고 있었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악마의 신은 이승으로부터 악인을 교화해 천국으로 보내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사실상 말이 혁신적인 프로젝트일 뿐, 사실상 골머리를 앓게 만든 베스탄을 눈에서 치워버리기 위한 벌에 가까운 프로젝트였다.




소설의 약 2/3 지점까지는 악인을 상담하며 어떻게든 그들을 선하게 변화시키려 애쓰는 베스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인간 선애가 등장하는데, 그녀는 악마의 곁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려 베스탄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심지어 지상에 내려온 베스탄을 안쓰럽게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후반부로 접어들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베스탄의 운명이 급변하기 시작하고, 그가 상담했던 이들은 서로 얽히고설키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선하디 선했던 선애마저 베스탄과 얽히게 된 이유가 밝혀지며 독자는 깊은 충격에 빠진다. 게다가 지옥의 체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나며, 이야기는 한층 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악인과 선인에 대한 정의'였다. 이야기 중반부, 작가가 던진 이 질문은 독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선인의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막바지에 접어들며, 악인과 선인이 되는 경계가 재정리되면서 이러한 감정은 점차 해소된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깊은 안도감과 여운이 맴돌았다.




천사들이 악마와 짝을 이루어 죄를 지은 영혼들을 지옥 불로 안내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무한한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

천사들은 이미 사랑을 위해 눈이 멀었고,

자신이 무엇을 하든지 상관없어 보였다.

타락한 천사의 모습 그 자체였다

P.25 , [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 중




「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는 독특한 소재와 서사를 바탕으로 인간의 본성과 도덕의 경계를 깊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악마라는 상징을 이용해 인간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고, 독자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인상적이다. 읽을수록 사건들이 촘촘하게 얽히는 것부터, 예측하지 못한 반전들까지 이어져 단순한 재미를 넘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특히나 '악인'에 대한 정의가 변하는 것이,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해서 머릿 속에 남는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 독특한 설정과 새로운 시각을 좋아하시는 분

2. 인간의 본성과 도덕성에 관심이 많으신 분

3. 감정 이입이 잘 되는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

4. 여운이 남는 책을 원하시는 분




* 본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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