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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랑데부 미술관
채기성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9월
평점 :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은..
오직 한 사람의 이야기로 완성된
하나의 작품만을 전시하는 곳이에요."
P.15 ,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 중
'단 하나의 작품만을 전시하는 전시관'이라는 말에 꽂혀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고,
그때의 내 선택은 너무나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이라는 책은 감성적이고 다층적인 소설로,
한 미술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킨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미술관 자체를 단순하게 예술 공간으로만 설명한 것이 아닌,
각 인물들의 삶 일부분과 교차하며 그들의 감정이 드러나고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설명한다.
첫 시작은, 아나운서를 꿈꾸었던 '호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6년간을 노력했으나 계속해서 낙방하고,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미술관'에 취업하게 된다.
취업에 대해 절박한 마음에 미술관 일자리에 대한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미술에 대해 전혀 연관이 없던 호수는 며칠을 출근하면서도 계속해서 다니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이 미술관은 조금은 독특한 미술관이었는데...
부암동에 위치한 랑데부 미술관은,
다른 미술관과는 조금은 다른 독특함을 가지고 있었다.
관람객들로부터 사연을 받아 단 한 분의 이야기로 단 하나의 작품만 내놓는 것.
작가의 이름도 없고, 그저 본인들의 사연만을 듣고 작품을 하나 만들어주는 곳이다.
다만, 그 작품은 그저 '작품'만이 아닌, 그들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듯한 곳이며,
그들에게 따뜻한 햇살이 되기도, 그들의 뭉친 응어리를 풀어주기도,
또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희망을 주기도 하는 곳이다.
소설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 의 독특한 점은, 매 장마다 주인공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각 인물들은 저마다 사연을 지니고 있고,
그 사연이 작품이 되어가는 과정과 그것을 음미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마치 단편 이야기처럼 구성되어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독립적인 듯 하면서도 서서히 서로의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며 하나의 큰 서사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각기 다른 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들어,
독자들로 하여금 매 순간순간 해당 인물이 되어, 본인이 치유받는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되어있다.
"내가 사연을 남긴다면, 어떤 작품이 탄생할까..."
읽다보니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소설 속 인물이었다면, 그리고 내가 사연을 남겼다면.
그 사연이 선정되어 작품이 된다면, 나의 사연은 어떤 작품으로 탄생할까?
소설 자체의 내용도 참 탄탄했고, 그 자체로도 힐링이었다. 그치만 내가 놀란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바로, "작품". 하나하나의 작품이 사연과 너무나도 잘 맞닿아있었고, '정말 이런 미술관이 있는 건 아닐까',
혹은 '어떤 작가님께서 이런 작품을 만들면 좋겠다며 이야기해준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모든 작품이 신선했고, 그리고 와닿았고, 내게 힐링이 되었다.
만약, 정말 이런 미술관이 있다면..
꼭 내 사연을 남기는 것이 아니더라도, 매주 혹은 매달 관람하러 가고싶다.
어쩌면 나의 사연이 아니어도, 이 소설에서 받았던 치유처럼
누군가의 사연으로 인한 작품으로도 나도 모르는 상처를 치유받게 될 테니까 말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1. 힐링이 필요하신 분
2. 미술작품 감상하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
(진정으로 눈으로 감상하는 느낌을 느낄 수 있음)
3. 잔잔한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