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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하는 디자인 - 세상과 공존하는 열다섯 가지 디자인 제안, 개정증보판
방일경 지음 / 미술문화 / 2024년 9월
평점 :

아무리 똑똑하고 의도가 좋아도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는 기계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이들은 기계 내부의 작동에는 정통하지만,
시스템을 사용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이들에게 평범한 사용자의 상황에서 이해시켜야 한다.
P.35 , [배려하는 디자인] 중
공학계열에서 배우고 근무하다가 디자인으로 온지 이제 막 1년차. 디자인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던 내가, 지금은 디자인계통이라면 일단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려는 시기이다. 아주 기초적인 시기인 만큼, 신입때 들을 수 있는 피드백을 참 많이 들었다. 그 중 기억나는 많이 들었던 피드백은 '사용하는 사람을 배려해주세요' 였다. 앞서 발췌한 문구에서도 나오는 말이다. 엔지니어는 기계의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는 것. 그것을 피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한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을 들었고, 내가 이제는 엔지니어 관점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디자인을 바라보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제품 하나하나 그리고 건물 하나하나에 놀라며 흡수하려 노력했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나올 수 있는 재미있고 배려심 넘치는 디자인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디자인 7가지 원칙>
1. 공평한 사용
: 누구나 불편함 없이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
2. 사용상의 융통성
: 다양한 상황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가?
3.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
: 사용 방법이 간단하고 직관적이며, 사용 시 피드백이 있는가?
4. 정보 이용이 용이성
: 정보의 구조가 간단하고, 이를 전달한느 방법이 다양한다?
5. 오류에 대한 포용력
: 사용에 있어 위험한 실수에 대한 예방책이 있는가?
6. 적은 물리적 노력
: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최소한의 신체 노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7. 접근과 사용을 위한 적절한 크기와 공간
: 이동이나 수납이 용이하고,
다양한 신체 조건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가?
P.15 , [배려하는 디자인] 중

깨끗이 씻어내는 샴푸에는 가로로 균일하게,
가지런히 정리하는 린스에는 세로로 모아지도록 홈을 새겼고,
윤기 나게 해주는 트리트먼트는 매끄럽게 디자인했다.
재질의 사용성과 직관적인 효과와 매치되어 있다.
P.96 , [배려하는 디자인] 중
처음 샴푸통 디자인을 보면서, '저렇게 놓으면 헷갈리지 않나? 너무 미적인 것만 추구한 것 아니야?' 라고 생각했다가 설명을 읽어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머리를 감을 때는 거의 눈을 반쯤 감은 상태일 것이다. 가능하면 상표를 보지 않고 직관적으로 판단하여 사용하고 싶을 것이다. 그 니즈를 잘 파악하여 작은 배려를 넣어 만든 상품이라는 것이 보여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약통의 디자인이 실수를 부른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약통은
대부분 같은 모양으로 되어 있어 사람들의 혼란을 야기한다.
... 약통 뚜껑을 열면 '딸깍' 소리와 함께 뚜껑에 표시된 요일이
자동으로 다음날로 바뀌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편리하고 유용한 디자인이다.
P.107 , [배려하는 디자인] 중
약통 상품의 경우, 당장이라도 선물드리고 싶은 분이 생각나 전화기를 들 정도였다. 이제 내 또래의 부모님 분들께는 섭취하시는 약의 양이 점점 늘어나는 시기다. 아무래도 몸 여기저기가 아프실테니.. 그러신 부모님을 한번씩 관찰하다보면, 가끔가다 "아이고, 내가 오늘 아침에 약을 먹었었나?" 라는 말씀을 하실 때가 있다. 그저 기억에만 의존해서 약을 드시기 때문. 물론 요일이 적힌 길다란 약통에 칸칸이 넣고 사용하시지만 그마저도 귀찮을 때가 있으시기에.
이렇게 작은 것에도 하나하나 배려가 묻어있다는 그 자체가 매력적이게 느껴졌고, 그로 인해 이 책 자체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들을 배려하는 만큼 나에게도 쉼터가 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디자인을 하다가 정말 답이 나오지 않을 때, 한번씩 쉼터처럼 들렀다가 가는 책이 되지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 디자인 계통에 계신 분
2. 특히 상업디자인 하시는 분
3. 디자인에 관해 관심이 많으신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