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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지 않을 자유 - 행복한 비연애생활자를 위한 본격 싱글학
이진송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너무 당연하게 생각드는 요즘의 연애는 사실 몇십년전만 해도 자연스럽지 않은 생활풍조였던 것 같다. 지하철이나 에스컬레이터, 공원 등 어디서든 애정표현을 즐기는 연애가 넘쳐난지는 얼마 되지 않았던 우리 사회였다. 게다가 자유연애가 공공연히 인정된 역사는 짧다는 저자의 말이 일리가 있다. 먼 과거까지 가지 않고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연애 결혼 반, 중매결혼 반, 그 윗세대는 연애는 커녕 얼굴도 보지 못하고 결혼하던 세대 아닌가?! 그런데 어쩌다 모두가 연애를 하고, 해야만 하는 사회가 되었는지 문득 의문이 들 정도가 되었다. 물론 나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고, 내 주변에 연애 없이 결혼한 커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예전에는 결혼 전에 연애가 필수 관문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연애는 결혼 전 거치는 당연한 일이다. 연애와 결혼이 과정과 결과로 엮이는 사고방식인 "사랑없이 어떻게 결혼을 해?"라는 질문은 역사를 돌이켜보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든다. 이렇게 바뀐 사회 풍조는 누구나 연애를 해야만 하는 연애과잉시대를 낳지 않았나 싶다. 연애를 강요하고 필수덕목이라 생각하는 연애과잉시대를 꼬집어 비판하고 비연애자들을 대변하고 있는 책인것 같다. 이 책은 그동안에 생각지 못했지만 변화된 사회풍조와 잘못된 시각을 풀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 친구 중에도 이른바, "모태솔로"가 있다. 33년동안 아직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았다는 모태솔로 친구를 보면 연애에 대한 갈망이 없는 듯 보인다. 사실 살면서 남자친구가 "꼭" 있어야 하는것은 아니지 않나? 남자친구가 없다고 삶을 영위하기 힘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주변에서는 걱정이 늘어진다. "모태솔로"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느낌이다. 연애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요소가 하나라도 포착되면, 그때부터 자신이 하는 말을 "열폭"이나 "정신승리"로 번역한다는 저자의 말은 비연애상태를 폄하하는 현실을 말해준다. "연애인구=능력자", "비연애인구=어딘가하자있는 사람"의 도식이 만연한 사회에서 연애중인 상태는 그 사람의 됨됨이나 가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여애는 그저 그 사람이 그 순간에 누군가와 맺고 있는 관계이자, 선택할수도 ,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삶의 형식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책을 읽으며 몰랐던 연애 관련 사건들도 보았는데 그 중에 인상깊었던 것은 신촌솔로대첩이라고 불렸다고 하는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 였다. 이런게 있었나 싶었는데, 이 새미프는 삼포세대에게도 희망을 주겠다는 취지에 기획되었다. 연애하지 않을 자유도 있지만, 연애를 가로막는 억압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회에서는 연애풍조를 조장하면서도 젊은이들의 사랑을 막고 있기도 하다. 고용불안정, 특정성적취향에 대한 억압등이다. 너무나 많은 기회비용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게는 사랑을 불가능하게 하는 현실이 되기도 한다. 취업이 안되어서 대학구내 식당은 1000원밥으로 위로하고 있는데 맘 편히 연애하면서 식사비, 영화비, 커피값등 하루에 몇만원씩 비용을 20대가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다. 솔직히 연애하기 힘든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사람들이 맘껏 사랑하고 연애할 수 있도록 희망 있는 사회가 되었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연애는 무엇이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 역시 연애를 결혼을 향한 관문쯤 하나로, 내 나이에 해야 할 당연한 일 쯤, 아니면 내 친구들이 다 하고 있으니 나도 했으면 하는 그런 시시콜콜한 생각을 하지는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친구들이 모두 연애중을 선언할때 나 홀로 덩그러니 있는 남겨진 기분에, 뒤쳐진 느낌, 조급한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진지하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인연이 닿고, 서로 좋은 감정을 키우며 알아가는,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는 일련의 자연스러운 교감이어야 할 연애를. "오늘부터 1일!"이라는 무대뽀 정신으로 덩달아 연애중을 선언하려 했던것은 아닌지 돌이켜 생각해보게되었다. 연애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결국 우리가 인생을 받아들이는 생각과 사회가 좀 더 다양해지고 인정받기 쉬워져야 하는 생각을 던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