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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 사랑의 과학화 - 자연주의 출산의 거장이 전하는 21세기 사랑의 의미
미셀 오당 지음, 장 재키 옮김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14년 5월
평점 :
질병이 생기는 근본적 원인은 싸우지도 도망가지도 못하는 환경, 불리하게 갇혀버리거나 위협당하는 환경이·······다. 즉 수동적으로 굴복할 수밖에 없을 때 건강은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주도권을 가진 위치에 있게 되면 건강이 증진된다.
·······통제할 수 없는 불운한 상황에 빠진 때에만 호르몬이 균형을 잃는데, 이는 우리가 희망을 잃거나 포기할 때만이 자기 파괴의 과정이 시작된다는 것을 말해준다.(133-134쪽)
기가 막힙니다. 아무리 우매하다지만 일국의 대통령이란 지위에 있는 자가 단 한 사람에 매달려 거의 모든 판단을 어찌 이렇게까지 그르쳐왔는지 도무지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오장육부’라는 표현은 함량 미달입니다. 최순실은 박근혜의 신모神母입니다. 그러니까 최순실은 어미 영매靈媒고 박근혜는 새끼 영매인 것입니다.
이는 저항이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두 눈 멀쩡히 뜨고 “자기 파괴”의 늪으로 빠져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는 이렇게 도저한 병을 얻고 철저한 병자가 된 것입니다. 치료가 불가피합니다. 그 치료는 의학의 경계를 넘어서 인문적 지평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정치적·법적 치료(!)를 누락할 수 없음은 물론입니다.
박근혜보다 더 위중한 환자가 있습니다. 박근혜에 부역하면서 이용해먹는 무리입니다. “서로 다른” 최순실입니다. 새누리(=신천지)당, 국정원, 법원, 검찰, 경찰, 우병우 등으로 대표되는 고급 관료, 최태민 일가를 포함한 통속종교 집단, 조·중·동, MBC, KBS, 어버이연합 등 관변 조직·······알면 안 대로 모르면 모른 대로 저들은 박근혜에 빌붙어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은 세력입니다. 저들은 병의 경계를 넘어 인간성 바깥으로 치달아 갔습니다. 의학적·인문적 치료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오직 정치적·법적 치료만 가능합니다. 가차 없이 치료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병보다 더 더욱 위중한 병은 백성이 걸린 집단우울증입니다. 이 글을 쓰는 도중 박근혜 지지율이 9.2%로 떨어졌다는 보도가 떴습니다. 박근혜 찍은 제 손을 찍어버리고 싶은 백성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분노는 그들을 어떻게 파괴할까요. 물론 또 어떤 어리바리한 아이콘 하나 만들어 세우면 또 거기에 헛된 희망을 걸 테지요. 그러면서 그들은 좀비의 시간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입니다.
빙의에 저항하고 중독을 거부해온 사람들은 아프지만 그나마도 스스로 치료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들이 한층 더 건강·강인해져야 박근혜-최순실 정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박근혜, 최순실, 그 부역집단 징치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건강·강인한 사람들을 지키고 새로이 키워내는 일입니다. 이것이 근원적 예방치료며 근원적 양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