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관절은 남성보다 느슨하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호르몬(에스트로겐과 릴랙신)의 농도가 월경주기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은 힘줄과 인대의 콜라겐 형성 속도를 늦춘다. 그래서 월경주기 가운데 에스트로겐 수치가 치솟는 배란기에 특히 부상이 잘 일어난다.·······릴랙신은 에스트로겐과 마찬가지로 콜라겐의 전환을 촉진하고 관절을 고정하고 있는 힘줄과 인대를 느슨하게 한다.(261-262쪽)


마을 의료기관에서 가장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 가운데 하나가 손목이나 발목이 삐어서 오는 사람에게 하는 치료다. 병 자체도 그렇거니와 치료 내용도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병의 상태를 알기 위한 간단한 문진을 제외하고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치료 방식이 다를 뿐 한의사든 정형외과 양의사든 기본적으로 보여주는 동일한 백색의학 일상routine이다. 이 일상에서 녹색의학은 화들짝 깨어난다. 손목이나 발목이 삐어서 오는 여성일 경우, 필수다. 배란기를 확인한다. 월경주기·임신·출산에 따른 손·발목 관절 문제를 이야기한다. 사실 이 정도만으로도 백색의학과 녹색의학은 확연히 구분된다. 이야기를 좀 더 넓혀본다.


관절이 어디 손·발목뿐인가. 손·발가락, 팔꿈치, 어깨, 목, 등, 허리, 대퇴, 무릎·······그러고 보면 관절이 아니면 몸이 아니다. 몸이 아니면 생명이 아니다. 생명으로서 펼치는 실천, 관계, 안정, 균형, 지지, 표현, 지향들이 모두 관절에서 나온다. 실천, 관계, 안정, 균형, 지지, 표현, 지향들에서 여성은 남성과 다르다. 개인 생리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정치경제적 지평에서도 다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열악한 조건 속에 놓인다. 이 조건 때문에 여성이 더 많은 관절 병에 이환된다. 한 여성이 반복해서 관절 병으로 찾아온다면 녹색의사는 반드시 그 여성의 삶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녹색의사는 발목 삐어서 무심코 침 맞으러 온 여성의 인생 문제를 숙의할 줄 아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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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은 면역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특히 여성의 경우 그 영향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231쪽)


여성들과 진단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매우 자주 발견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무세균성 방광염이다. 백색의학은 이를 신경성 방광염이라 할 것이다. 그들 식으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정신인성 방광염이라 해야 하지만 말이다. 무세균성 염증은 말 그대로 외부세균이 아닌 내부 요인으로 일어난 염증이다. 여성의 경우 “부부싸움”이 급성 방광염을 일으킬 수 있다. 부부싸움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져서 급성 방광염을 일으킨 것이다. 남성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만도 적잖이 놀라운 사실이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톺을 일이 있다.


면역력이 약해져서 염증이 생겼다는 말의 내용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익히 아는 바를 따르자면, 면역력이 약해진 결과 외부 세균을 막아내지 못해서 염증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미 밝혔듯 외부세균은 염증 요인이 아니다. 내부요인이 염증을 일으킨다. 그 내부요인이 대관절 무엇인가?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라 부르든 스트레스 물질이라 부르든 여성의 정신에서 일어난 어떤 ‘공격’이 내부요인이다. 요컨대 자기공격이다. 자기공격이 일으킨 급성 방광염을 무세균성 방광염이라 한 것이다. 이 또한 자기면역질환의 하나인 셈이다.


논의의 여지는 있다. 백색의학이 제기하는 이의는 기각한다. 백색의학의 면역이론은 아직 조각조각이다. 형식논리에 터한 이종면역 개념을 근간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 논리로는 자기면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특히나 여성이 왜 자기면역질환에 더 잘 걸리는가를 둘러싼 논쟁에는 메리앤 리가토가 소개한 이론만도 3가지가 물려 있다. 그렇게는 해결 불가능하다. 면역 또한 비대칭의 대칭이라는 큰 진실 안에 있다. 여성은 몸, 아니 생명현상 전체가 훨씬 더 복잡 미묘한 역설이다. 임신이라는 금강 화두를 깨치면 녹색면역 열반에 든다.


임신은 당최 의학의 영지가 아니다. 백색의학이 주제넘은 의료화로 임신을 의학에 우겨넣은 뒤, 여성 생명 전체와 분리해버렸다. 사달은 여기부터다. 임신은, 하든 않든, 여성 생명을 본령에서 역설이게 한다. 다른 생명체를 자신의 몸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구조와 운동 체제이기 때문이다. 다른 생명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기 생명 일부를 내어준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임신은 근원적 자기 비움, 그러니까 자기부정이다. 자기부정을 향해 구성된 생리 메커니즘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결곡히 인식해야 여성면역의 통짜 진실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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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성 모두 높은 압력에 대항하여 혈액을 뿜어내기 위해 근육질량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더 커진 혹은 비대해진 심장의 기하학적 특성은 남녀 간에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고혈압 여성의 심장은 벽이 두꺼워져 남성의 심장에 비해 탄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불리하게 된다.(167쪽)

  부부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여성은 문지방을 밟는 순간에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반면남성은 그 반대라고 한다.(179쪽)

  전형적인 심장 발작 징후는 가슴 한복판에 타는 듯한 통증과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다.·······그런데 심장 발작을 경험한 여성의 20%가량은 매우 다른 징후를 보였다. 배의 위쪽 또는 등에 통증을 느끼고, 숨이 가빠지고, 토할 듯하며, 땀이 흠뻑 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소화불량이나 급성담낭염으로 오진이 내려질 수 있다. 숨이 가빠지는 것은 불안 발짝으로 오인되기 쉽다. 의사들은 이런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여성들에게 제산제나 신경안정제를 주고 집에 돌려보내곤 한다. 그러면 많은 환자들은 훨씬 심각한 상태가 되어서, 혹은 이미 치료시기를 놓친 채 응급실로 되돌아온다.(182쪽)


국정감사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우리사회 양극화는 임계점을 이미 넘어선 듯하다. 상위 0.1%의 소득이 중위소득자의 248배에 달한다. 상위 10%가 전체 개인 토지 97.6%을 소유한다. 어디 이뿐이겠나. 양극화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성역 없이 차질 없이 자알 진행되고 있다.


양극화는 자본 포르노가 일으킨 토건의 종착역이다. 0.1%가 99.9%를 수탈하는 인류 최후의 노예제사회가 목하 오르가즘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광란무인지경이다. 이 광란의 불길에는 무궁한 불쏘시개 하나가 숨어 있다. 근원적 급진성을 보이며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깬 사람들조차 간과하고 넘어간다.


지식욕 포르노다. 이는 다른 욕망의 과도한 추구는 탐욕으로 인식하면서 지식의 과도한 추구는 문제 삼지 않는 기이한 맹점에서 탄생한 불멸의 불쏘시개다. 본디 지식의 추구는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것이되, 그 폭발적이고 무제약적인 격화가 일어난 이후, 문명 자체가 이를 제어하고 나선 적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붓다가 무기無記를 본보이고 맹자가 천착을 경계한 일은 있으나, 거대문명의 타락 본령이 노골화하면서 지식의 추구는 이성과 과학의 이름으로 한껏 부추겨져왔다. 전지하면 전능해지리라는 야심 때문이다. 전지가 여는 전능이 상위 0.1%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묵시를 깨닫지 못하면 인류는 결국 이 지식욕 포르노란 불쏘시개 때문에 홀랑 불타 없어지고 말 것이다.


지식욕 포르노는 지식의 양극화를 몰고 온다. 0.1%만 알고 쉬쉬한다. 99.9%는 몰라서 수탈당하다 죽는다. 지식의 양극화는 지식 사용의 양극화를 몰고 온다. 알아도 어쩔 도리가 없어서 수탈당하다 죽는다. 생리적으로 여성은 심장질환에서 남성보다 불리하다. 사회적으로도 여성은 심장질환에서 남성보다 불리하다. 마지막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의료적 기회에서마저 여성은 남성보다 불리하다. 이것이 백색문명의 속살이며, 백색의료체계의 민낯이다.


녹색의학은 지식욕 포르노에 반대한다. 남김없이 알아내겠다며 홀로 질주하지 않는다. 내남없이 앎을 공유하여 공생하겠다며 멈춘다. 완벽한 지식의 사적 소유는 불완전한 지식의 공적 소유 앞에서 무릎 꿇어야 한다. 아라한은 부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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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이장애는 한마디로 음식을 섭취하는 방식이 심각하게 왜곡된 상태를 말한다. 성별에 따라 식이장애의 양상이 다르고 최선의 치료 방법에도 차이가 있을 수·······있다.(141쪽)

  ·······식이장애를 일으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은 사람들이 체격에 대해 가지는 생각이 큰 영향을 준다.·······(143쪽)

  남성은 정상체중의 105%에 이를 때까지는 자신이 날씬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여성은 정상체중의 87% 이하여야 스스로 날씬하다고 생각한다.·······(145쪽)

  따라서 식이장애의 치료는 환자의 성별에 따라서 달라져야 한다.·······성 상담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성 상담 또한 환자 성별에 따라 다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여성 거식증 환자 대부분 성관계를 갖지 않거나 성적으로 소심한 편이다. 반면 성정체성 혼란 문제는 거의 전적으로 남성 거식증 환자에게서 나타난다. 남성에 비해 여성 환자는 성적 학대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치료 과정 중에 이러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알아보아야 한다. 여성 환자일 경우에는 1:1상담이 더 성공적이고, 남성 환자의 경우에는 모두 남성으로 이루어진 집단치료가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치료자와 관계가 성립하면 치료자 성별은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남성 치료는 남성 전문가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146-147쪽)


그야말로 세 살부터 여든까지 살과 전쟁하는 이 세상은 먹는 문제로 인간을 정신질환에 빠뜨리는 데까지 왔다. 먹기를 마다하고, 먹자마자 게워내고, 먹기로 들면 배터지게 먹고·······사람만이 앓을 수 있는 병이다. 식이장애가 모두 비만과 연루된 것은 아니다. 성과 관련된 부분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식이장애의 전경은 결국 자기부정을 밑절미 삼은 에피소드의 다양한 변주로 어우러져 있다. 자기부정이 손 뻗은 여러 곡절을 소상하게 짚어야 진실을 알 수 있다. 여성·아이·성소수자가 먹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단도직입 목숨 차원에 대인 문제라는 것이다. 식이 왜곡은 증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 본령은 우울이다. 타인에게 부정 당하느니 차라리 먼저 스스로 부정을 단행하는데, 하필 먹는 것이 그 방편일 따름이다. 식이장애를 독립 범주로 만든 데는 학문적 천박과 영업적 계략이 맞물려 있다. 이 또한 백색의학의 진경 가운데 하나다. 백색의학은 인간 욕구의 뿌리에 유의하지 않으니 식·색·수면욕을 마치 아무런 상호연관이 없는 듯 따로따로 다룬다. 근원 치료를 덮고 대증요법으로 질병장사에 매진한다. 대증요법은 크게 두 가지 이익을 노린다. 근원치료가 안 되므로 환자를 계속 노예로 묶을 수 있다. 증상 중심으로 세분하면 돈벌이 판수를 늘일 수 있다. 이 자체가 백색의학의 ‘식이장애’다. 녹색의학은 환자와 만나는 시공에 자본을 최소한만 배치한다. 도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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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3 2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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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4 17: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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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대장증후군은 통증과 복부 팽창, 배변 빈도와 변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장의 몇 가지 장애를 일컫는 말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가장 흔히 발생하는 소화기 질병으로·······발병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3배에서 6배까지 높다.······여성은 월경 직전에 더 큰 통증을 호소한다. 여성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에게는 매우 심한 월경통이 있을 수 있다.(127-129쪽)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쓰지만 정확하게는 과민성장증후군이라 해야 한다. 실제 통증은 소장의 기능 장애와 관련성을 지닌다. 과민성장증후군 또한 『이브의 몸』(7)에서 언급한바, 생체의 리듬 조절에 관여하는 GABA 비활성문제와 닿아 있다. GABA를 연결고리로 과민성장증후군은 월경통과 연결된다. 대다수 한·양의사들은 월경통의 원인을 자궁에서만 찾는다. 아직 메커니즘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극심한 월경통은 과민성장증후군 통증과 결합하거나 일치할 것이다. 임상 실제에서 원발성 월경곤란(월경통)Primary dysmenorrhea(menorrhalgia)의 일부는 과민성장증후군 통증의 오진일 수도 있다. 진통제의학으로는 알아차리지 못할 진실이다.


GABA는 또 다른 연결고리로 작동한다. 과민성장증후군은 다양한 정신장애 혹은 정신병과 연결된다. 우울장애, 불안장애, 양극성장애, 망상장애, 그리고 조현병(정신분열증)까지. 연결이란 표현은 사실 매우 모호하다. 원인과 결과를 주고받는다고 하면 진실에 가장 근접한 표현이 될 것이다. 백색의학은 과민성장증후군과 월경통, 그리고 정신장애를 각기 다른 전문의가 상호연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따로따로 진단하고 치료한다. 아픈 사람이 겪는 불편은 시간이나 비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질병 현상을 전체로 보지 못한 채, 분절된 정보·요법을 제공 받음으로써 근본 치료의 길에서 멀어진다. 달리 봐야 할 것은 같게 보고, 함께 봐야 할 것은 떨어뜨려 보는 혼란이 낳은 억압이며 폭력이다.


녹색의학은 같음 속에서 다름을, 다름 속에서 같음을 읽는다. 육중하되 경쾌하며, 날카롭되 너그럽다. 요법 포르노에 꺼들리지 않고 질병을 통짜로 치료한다. 과민성장증후군과 원발성 월경곤란(월경통)과 우울장애를 가로지르는 통합처방을 내린다. 이런 점에서 녹색의학에 가장 근접한 의학은 우리가 한의학이라 부르는 동아시아 전통의학이다. 아, 물론 현실 한의사들 모두가 한의학을 이렇게 구사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디나 그러하듯 백색문명은 절대 디테일의 지배력을 자랑한다. 찰나마다 깨어 있지 않으면 누구라도 창졸간에 백색문명의 노예가 된다. 녹색의학은 이 백색문명을 돌파하는 깃발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백색문명은 모든 사람을 모든 병에 걸리도록 하는 저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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