삘릴리 범범 사계절 그림책
박정섭 지음, 이육남 그림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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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책 ‘범범’


박정섭(글), 이육남(그림), 『삘릴리 범범』, 사계절, 2022


 ‘옛날 옛적 아주 먼 옛날에’


 이렇게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여백의 미가 가득 담긴 수묵화의 느낌을 준다. 이 책의 매력은 “과연 이 내용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 그림들에 있는 것일까?”라는 부분을 계속 생각을 하며 넘기게 되는 책이다. 책의 크기가 큰 것을 보면 분명히 이 책이 주는 그림에 대한 크기도 아주 큰 느낌이다. 


 소금 장수와 부동산 토선생 그리고 호랑이들로 연결되는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삶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숨겨진 수묵화 속에 현실을 담은 그림들은 전통적인 해학을 ‘아이패드’로 보는 느낌처럼 독특하고 오묘한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게 전통과 현실을 오가는 그림들 속에서 결국 이야기의 결론은 “아! 그랬구나!” 하는 반전의 매력마저도 신선하다.


 이 책은 물론 그림책이니 어린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곁에 두고 자주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물론 이 책의 글들과 세세한 그림들 속에서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어른들이 감상해도 좋을 하나의 작품을 만난 듯하다. 


그날 밤, 호랑이들은 소금 장수를 잡아먹고 

그동안 번 돈도 몽땅 챙기기로 했어.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돈도 줍고

이런 걸 보고

일ㆍ석ㆍ이ㆍ조라고 하지.


 이 책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범범’이다. 물론 앞에 ‘삘릴리’가 있지만, 이것은 소리일 수 있으니 함께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최근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가 ‘이상한’이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사실 이상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던 것처럼 이 그림책 ‘범범’도 뭔가 딱 이렇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는 그런 고전과 현대의 만남 같은 신기한 매력을 준다.

  

 이 책의 그런 매력을 어린 학생들은 창의적인 대화의 시작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어른들도 이상하고 알 수 없는 ‘범범’의 매력을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추억과 현실을 오가는 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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