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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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띠지에 있는 [새로운 조조 모예스의 탄생! ‘미 비포 유의 장점을 다 갖혔고, 끝내주게 재밌다!‘]는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를 감명 깊게 읽고 영화까지 본 내가 볼 때는 과장 광고다.

 

미 비포 유는 읽으면서도 안락사(존엄사)‘, ’불치병(?)을 앓는 사람과의 사랑등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거나 토론할 주제나 소재가 많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재미없는 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마치 펜팔(?)이 연애편지(?)로 발전해 가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십 대 소녀들이 아닌 어른들을 위한 로멘스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우스(house)가 집(home)으로 변해가며 티피와 리언이 각각 가진 트라우마(정서적 학대, 마더 콤플렉스)를 서로 도우며 치유하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리언과 티피, 이 두 사람과 함께하며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거티, , 레이첼, 리치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티피와 리언은 각자가 받은 아픔이 더 빨리 완화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저스틴이나 리언의 엄마처럼 친밀한 관계를 맺기 어렵고, 사랑하는 사이라면서도 무시당하거나 굴종적인 관계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나 데이트폭력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티피를 통해 그 덫에 빠진 것을 알아차리고 빠져나오도록 외치고 있다고 느꼈다.

 

어떻게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할지 모르는 리언과 같은 현대인들에게 사람 사이에 이렇게 관계 맺고 존중하며 사랑하고 살 수 있다고 힌트를 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말보다는 글로 대화하는 것이 더 편하다. 그것이 내가 하는 일에서는 사람들에게 크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어 힘들고 괴로웠다. 이 이야기가 내게 글이나 편지로 다시 도전해 볼 수 있는 용기를 준 부분이 나에게는 기쁨이고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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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마음사전
복효근 지음, 김해선 그림 / 지식프레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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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한 번에 읽기 힘들었다. 빠르게 읽기도 쉽지 않았다. 책 제목처럼 사전이라 글이 딱딱해서도 아니고, 책의 부피가 두꺼워서도 아니다.

 

내용도 쉽고, 사전이지만 이야기체나 일화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낱말을 저자의 입장에서 정의하고 그것과 관련된, 그렇게 정의하게 된 사연이 쓰여있다. 교사판 아름다운 가치사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림(삽화)도 내용과 잘 어울린다. 따스하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림은 없이 배경색이 노란색이나 검붉은 색으로만 표현하여 그 감정을 오히려 더 잘 표현하기도 하였다.

 

저자가 교사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기쁨, 슬픔, 분노, 부끄러움 등의 감정이나 생각을 기록한 일기나 자서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이들, 동료교사, 관리자, 학부모, 사회와 부대끼며 산 역사의 기록이다.

 

하나하나 사전(?)의 뜻풀이를 보며 읽는 나도 아프고, 부끄럽고, 슬프고, 안타깝고, 힘들고, 기쁘고, 뿌듯했던 감정들이 떠올라 180여쪽도 안 되는 책을 이렇게 오래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나의 교사 생활을 헤집고 아픈 부위를 도려내고, 꼬매기도 하였기에 수술칼 같은 책이다. 마지막 단어가 행복이다. 정년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교사의 삶에 수많은 아픔과 슬픔, 부끄러움 등을 용기 있고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었던 바탕에 이 행복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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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평전 - 문익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 문익환 평전
김형수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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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있는지도 몰랐다. 온라인 독서토론의 책이 아니었다면 사지도 않았을 것이고, 앞으로도 한참 몰랐을 도서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배우 문성근의 아버지, 영화 1987에서 이한열 열사 추도식(?)에서 열사들의 이름을 부르며 애통해하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문익환 목사였다.

 

처음에는 문학가인 이 책의 저자의 문체가 너무 화려하고 문익환 목사에 대한 찬양이 지나친 것 같아, 문익환이라는 분을 잘 만나고 알아가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제가 산 시대(1987년 이후)에 일이나 사건들 속에서 문익환 목사님도 계시다는 것을 떠올렸다. 겹치는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어떤 사람들이 통일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처럼 저에게도 조금 더 친숙해졌다. 그래서, 며칠 만에 수백여 쪽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나타나는 이 분의 삶 전체에 흐르는 슬픔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북간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찬란함과 달리 성장하면서 청년기 이후에 겪은 일제 강점기, 6.25전쟁, 군사독재가 원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구약의 예언자들처럼 살았다고 나오는데, 맨 뒤에 연표를 보니 예례미아 선지자에 대한 연구와 묵상이 많이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아 눈물의 선지자인 예레미아에 특히 동화되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예레미아도 이스라엘(히브리) 민족이 말씀에 순종하지 않아 전쟁으로 나라가 망하고 이스라엘 민족이 포로로 끌려가는 것을 경험하며 애통해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문익환 목사님은 모세처럼 늦은 나이(?)59세 때인 19763.1 구국선언으로 역사의 중심부에 등장한다. 어찌보면 대기만성이지만, 온전히 준비된 후 등장하게 된 인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남자들보다도 여자들이 더 지혜롭고 용감하다는 것이다. 문익환 목사님의 사모님이신 박용길 여사를 비롯한 많은 여성들의 재판이나 옥바라지 투쟁이 그 예이다.

 

김형수 작가의 눈으로 문익환 목사님을 보니, 말씀이 바탕이 된 꿈을 가지고 민족주의적인 기독교인의 삶을 산 분이며, 작가의 말처럼 고구려 유목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말년에는 통일 운동에 온 삶을 쏟으신다. 그래서, 작가는 전반적으로 목사님에 대한 찬사가 넘쳐나도록 쓴 것 같다.

 

그러나, 700쪽이라는 많은 분량임에도 이 분을 온전히 알았다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목사님도 자신을 높이기보다 자신을 낮추고 비우신 경우가 많기에 더 그렇다. 작가도 문익환 목사님이 목자보다는 양들처럼 사셨다고 하지 않는가? 신앙이 있었지만,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이나 작은 자들에게 배타적이지 않았기에 장례식 때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이 상여를 따랐으리라. , 요한복음에도 예수님의 삶과 아야기를 다 기록하려면 하늘과 바닷물을 다 써도 기록할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이 책의 작가도 온전히 쓰지 못하고 남겨 둔 자료도 많다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급하게 서평을 쓰는 이유도 다 정리하고 쓰려면 못 쓸 것 같기 때문이다. 나중에 또 기록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수정하거나 추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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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의 장풍
최영희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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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단순한 공상과학 아동·청소년 동화나 소설이라 생각했다. 최배달도 등장하기에 무협지의 기운(?)도 느껴진다. 읽어가면서 공상과학 이야기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청소년이나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이루고자하는 꿈이나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나 본질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차가운 수치와 기호로 이루어진 데이터로만 분석하고 결정하고 만드는 지적 설계자들의 세계와 이들이 만든 시뮬레이션 지구의 따스한 심장을 가진 무작위성(자유의지)의 지성체인 인간 이야기이다.

 

오류X가 아닌 깨어진 가정의 아픔을 가지고 있으나 아이돌 덕질로 외로움을 달래던 요즘 아이 현아가 우연히(?) 꽃다발 선물처럼 받게 된 락싸멘툼(장풍)을 홍익인간의 마음으로 사용하며 살아가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좌충우돌 성장기라고도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정말로 다른 사람(존재)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지 설계자 손미카가 현아를 경험하며 알아가는 것을 통해 보여준다. 정의를 위해 살던 연인 루이즈의 불의한 죽음 때문에 지구를 멸망시키려던 설계자이자 군인인 수거함의 삶도 등장한다.

 

현아에게 입력된 최배달의 데이터를 통해 끊임없는 물음이 삶을 가른다고 이야기하는 부분, 수거함과 최배달이 정의에 대해 마이클 샌델과 무도인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부분과 한 사람의 불의한 죽음은 한 세계의 종말등을 통해 이야기책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인문학 또는 철학서이기도 한 것처럼 만든다.

 

여짓여짓, 갈마드는, 매조지 등의 순우리말이 아주 적절한 상황과 맥락 속에 자연스럽게 사용되어 이야기의 감칠맛을 더 해준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나니아 연대기를 떠올리게 하는 구절들도 보이고, ‘기억이라는 것을 통해 미카가 다시 시뮬레이션 지구에 올 수 있었던 것을 보며 세월호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설계자가 이 지구에 내려오는 모습은 터미네이터나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부활을 연상시키기도 한다(한편으로는 기독교인은 설계자들의 모습이 오류가 많고, 불완전하게 보여 불편할 수도 있다). , 작가가 과학적인 지식을 제대로 알고 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등장하는 과학 이론이나 지식, 개념을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이와 사랑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자 하나 어그러졌을 때의 외로움, 아픔과 고통도 느낄 수 있다. 이 외로움, 아픔과 고통을 등장인물들이 각자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삶의 색깔이나 모양이 다른 것도 볼 수 있다. 때로는 현아나 미카처럼 죽움도 마다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어떠한 삶을 살아가느냐 하는 선택의 부분은 이 책을 읽는 사람의 몫이다. 현아 말처럼 사람은 훈계질을 싫어하는 무작위성을 가진 지성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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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 더 자유롭고 행복한 페미니즘을 위하여
이리아 마라뇬 지음, 김유경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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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 남성우월주의(우리나라로 바꾸면 남아선호사상)는 우리나라 문화의 특성인 줄 알았다. 유교문화가 강한 동양, 그 중에서 우리나라만 아직 양성평등이 아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오해를 깨는 책이다.

 

서양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스페인에 사는 스페인인 저자는 이 가부장제, 남성우월주의가 여성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소위 가해자라고 지목된 남성들도 결국은 피해자이기에 페미니즘을 통해 페미니스트가 되어 몸과 생각, 삶에서 함께 자유로워지자고 한다.

 

다양한 사례와 예시로 쉽게 설득되게 만드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한 예로 남성들은 대화를 통한 갈등이나 문제 해결보다 폭력이 앞선다는 예시나 남성다움, 여성다움으로 제한하는 다른 여러 실제 사례로 드는 예시를 통해 생활에서 저의 언행이나 행동 양식이나 방식을 돌아보게 만들어주었다.

 

사회의 제도나 문화, 사상, 가치관 등에 의해 수동적인 삶을 살거나 끌려가지 말고, 스스로 몸이나 삶의 방식을 결정하고 선택하는 삶을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도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페미니즘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동의와 공감이 되는 부분도 많고 학교 현장이나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Advice’ 코너등을 통해 제공한다. 그러나, 다양한 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 등 일부는 너무 극단적이고 급진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적지 않고, 유전자에 새겨져서 타고나는 것도 있는데 모든 것을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제라는 틀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하거나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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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랄라 2020-08-04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유전자에 새겨진 걸 얘기하려면 페미니즘이 아니라 생물학을 전공했겠죠? 독서는 이것저것 잡히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한 분야를 정해서 그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으며 해당 주제의 패러다임과 방법론, 기본이 되는 가정들과 논의의 진행 과정 등을 이해하는 게 좋습니다.

다양한 성을 인정하자는 주장이 극단적이라면.... 우리 문화 속에도 남성 여성 중성 무성 양성 등등이 전통적으로 존재했다는 것부터 배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 신화 시대나 로마 시대의 다양한 성들에 대해서도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이것저것 읽아봐야 교양이 전혀 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