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 그 사람 그 개 - 아련하고 기묘하며 때때로 쓸쓸함을 곱씹어야 하는 청록빛 이야기
펑젠밍 지음, 박지민 옮김 / 펄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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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는 총 9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대부분의 배경이 중국의 촌락이고, 1990년대 초부터 8~90년대까지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겪는 일들이 그려지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화려하거나 눈에 띄지 않지만 각 분야의 생활의 달인이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9가지 이야기들 중에 인상 깊은 몇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첫 이야기는 오랜 세월 우체부를 한 사람의 이야기이고, 세 번째는 가족이나 집안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여겨 뱀 같은 동물의 생명도 존중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네 번째는 물고기 잡이의 대가 이야기도 있다. 여섯 번째 배움에서는 교사의 입장이라서인지는 몰라도 화가와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정말 가르친다는 것이 무엇이고, 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행히 내가 자네 아들에게 나를 스승이라 부르게 하지 않았고, 다행히 나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가르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자네 아들의 재능은 나도 가르칠 수 없는 것이야. 가르친다고 모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안 가르친다고 해서 다 못하는 것도 아니야.’라는 말을 통해서 여러 번 곱씹게 한다. 마지막은 낙타를 사람처럼 존중하고 대접하는 이야기도 있다. 물고기 잡이의 대가도 필요 이상의 물고기 잡는 것은 하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현대화되고 돈에 노예가 되어가는 시대에 욕심을 절제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이제까지 중국의 현대문학은 거의 접한 적이 없었다. 이 이야기책은 이처럼 모든 이야기들이 흔히 촌락에서 있음직한 이야기지만,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음식처럼 자극적이지 않다. 은은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부터 온기를 불어 넣어준다.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일상의 밥상 같다고 여겨진다.

 

  한 가지 아쉽다면 거리의 단위를 로 한 것이다. 10리가 4km정도 된다는 것을 지금 시대에 아는 사람이 많을까? 가로나 옆줄로 km단위로도 나타내어 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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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풀꽃도 꽃이다 - 전2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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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로 인해 책을 읽을 여유가 없던 내 아내가 재미있다고, 두 번째 보기 시작했다. 나도 재미있어서 밤늦게까지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왜 조정래 작가의 책이 나왔다하면 베스트셀러가 되는지 체험했다.

왜 공권력도 사교육을 위한 불법을 눈감아주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을까? 대장장이, 디자이너의 꿈을 택한 아이들의 이야기, 혁신학교, 대안학교 이야기 등의 작은 물방울들이 단단한 둑을 새어나오거나 부딪치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 경쟁과 기득권의 카르텔이 견고함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오늘(825) 어느 기사에서는 교대에서 수시로 검정고시 출신은 거부한다고 한다. 댓글들도 반수 이상이 이것을 찬성하고 있다. 학교생활을 하지 않았기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잘 지도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그 한 이유다. 그런 이유라면 나는 반대한다. 오히려 공부만 잘했기에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교육현장의 현실이다. , 존속 살인이나 소위 말하는 잔혹동시 등 여러 사건들이 있었지만, 기득권이나 언론, 부유층 등은 교모하게 은폐하거나 왜곡해서 겉으로 표출된 사건에 내면 또는 이면에 뿌리박은 이 암덩어리의 뿌리를 캐내지 못하게 하고 있지 않은가? 디자이너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부모로부터 독립(?)한 아이가 오히려 친구(?)들에게 은따를 당하지 않는가? 소위 교육자라는 나도 몰랐던 일제 잔재에 의한 식민지는 물론이고, 이 책에서도 나온 영어로 대표되는 자발적 문화 식민지까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이 구조는 어떻게 허물어뜨릴 수 있을까?

자식들 겉은 낳지만 속을 낳지는 않는다는 속담처럼, 다른 독립된 인격체라고 인정을 하고 존중을 해야 이 망국적인 사교육 광풍에서 해방이 될텐데, 부모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엄마가...... 그렇다고 아빠가 더 나은 것도 아니다. 아빠는 투명인간이요 찌질이다.

학교나 교사는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데, 많은 부분 찔린다. 교육자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라는 물음도 다가온 책이다. 이 책에서는 제2의 성직이라고까지 한다.

학교나 가정이나 민주주의 또는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수결에 의한 표결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을 그대로 존중하는 것을 말한다. 민주주의의 가치인 인간의 존엄, 자유, 평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아지똥이나 명심보감에도 보면 天不生無祿之人 地不長無名之草 라고 하여, 하늘은 자기의 일감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내지 않으며, 땅은 자기의 이름을 가지지 않은 풀을 키우지 않는다.라고 하지 않는가? 어느 인터뷰에서 조정래 선생님이 강교민의 뜻을 말씀해주셨고, 책을 읽어보면서 각 에피소드에 흐르는 주장도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언급한 인터뷰에서는 조정래 선생님은 교수나 기술자나 연봉이나 월급을 같게 하는 혁명적인 방법을 해결책의 하나로 제시하시기도 하셨다. 이것에 대해서는 조금 안이하게 생각하신 것은 아닐까하고 감히 반문해본다. 현재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일한 일을 해도 월급이나 연봉의 차이가 상당한 것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월급이나 연봉을 어떤 직업이든지 같게 하면, 당장 좌파나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어 물타기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존속 살인이나 잔혹동시처럼 말이다. 또 설사 모두가 동의해서 같아진다고 해도 남보다 더 낫다고 여김을 받고 싶기에 차별을 하고 싶어하거나 차별을 두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과 욕망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공부의 배신이라는 EBS다큐프라임 3부작도 이 책을 보며 많이 떠올랐다.

이재균 선생님이 낸 논술문제의 모범답안(?) 또는 예시답안이 궁금하다. 흥사단이야기인가? 일제의 잔재로 인해 왜곡되고, 암울한 교육 현실을 깰 실마리가 있지는 않을까? 조정래 선생님의 손자는 물론이고, 내 아이를 위해서도 답을 나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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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라도 괜찮아 난 책읽기가 좋아
이현 지음, 김령언 그림 / 비룡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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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이름을 가지고 재미있게 바꾸거나 별명을 짓듯이, 이 책에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재미있다. 주인공인 목을길게뻗으면구름에미마가닿을락말락해서비오는날몹시불편할만큼목이긴사우르스 미르가 대표적이고, ‘쥐라나뭐라나쥐’, ‘작고작은얼굴에입만삐죽테루스’, ‘쥐인듯아닌듯쥐’, ‘깜짝놀랄만큼사나운인상그대로성미도고약하기짝이없는사우루스 돌개등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름 때문에 계속 보게 된다.

  다음으로는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과학상식도 몇 개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왜 공룡알에서 새끼들이 거의 부화되지 않는지 궁금하게 만들기에 계속 보게 되고, 그 이유가 나중에 나온다.

  책 속에 배경은 눈이 오고 추우며, 미르가 아빠, 엄마와 헤어질 뿐만 아니라 깜짝놀랄만큼사나운인상그대로성미도고약하기짝이없는사우루스 돌개로 인해 미르에게 위기와 추위가 잠깐 오기도 하지만, 등장인물들 간에 이루어지는 관계는 따스한 것도 특별하다. 이 때문에 돌개로 인한 위기도 벗어난다. 아주 큰 공룡과 아주 작은 동물 간에 서로 다르지만,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평범한공룡은 듣지 못하는 작은 동물들의 말소리도 알아듣게 되는 특별한 관계가 된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고 약한 존재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봄같이 좋은 환경에서도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피해와 아픔을 줄 수도 있지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피해와 아픔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빙하기 같이 험란한 세상이라도 도움을 주거나 받고 특별한 사람이나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그리는 이야기 같다.

  장애인, 다문화가정, 아이들, 여성 등 같은 작고 약한 사람들과 같은 말을 쓰고, 말의 의미는 알지만,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않거나 못하고, 무시하거나 못들은 척하는 빙하기 같은 경쟁사회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1학년) 뿐만 아니라 고학년(5, 6학년)이상의 아이들까지 시나브로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도록 마음을 먹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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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세트 - 전3권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장영재 옮김 / 더클래식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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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 가식, 모순, 수치 그리고 진솔

   1권을 읽고 떠오르는 낱말들이다. 톨스토이는 자신과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이런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러시아 귀족의 모습을 통해 사람은 위선과 가식으로 화장을 하고 있는 모순된 존재라고 여긴 것 같다. 톨스토이 자신도 레빈이나 바렌카처럼 고결하고 진솔한 삶을 살고자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 오죽하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도 있겠는가?

   안나도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고는 남편에 대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다르게 보기 시작한다. 첫 눈에 이런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가능할까?

   수치라는 말도 많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식으로는 염치라고 해도 될까? 정말 부끄러움을 알아서 쓰는 말일까? 접대용 멘트였을까? 둘 다 인 것 같다. 처음에는 안나도 수치를 느끼지만, 사랑의 콩깍지(?) 때문에 점점 양심이 마비되어 간다.

   톨스토이는 어떻게 사람의 내면을 이렇게 잘 알 수 있었을까? 줄거리만 알았을 때는 알 수 없는, 왜 사람들이 오랜 세월동안 고전이라고 말해야 하는지 밝혀주는 작품이다. 3권까지 하면 전부 1500여 쪽이 넘는 책이고, 120여쪽까지는 주인공(?)인 안나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지만, 읽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많은 등장인물 곳곳에 내 모습도 발견되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기 때문이다.

 

죽음

   2권도 500페이지가 넘지만 계속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다. 물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읽는 것을 중단하게 만들지 못한다. 2권 역시 탁월한 비유들이 많다. 러시아이고 100여년 전에 쓰여진 책인데도 그 비유가 이해가 된다.

   안나는 이기적이라 욕이 절로 나온다. 카레닌은 아들까지도 데려가라고 하는데, 그냥 브론스키와 떠나는 안나이다. 카레닌에 있어서는 이별도 죽음인데 말이다. 그런데, 또 자기의 욕망을 위해 아들을 보러 온다. 더 감정이입이 되는 것은 카레닌이다. 나도 남자라서 그런가? 아니면 감정이입이 안나보다 더 잘 돼서 그런가?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 생각되는 사람은 레빈이다. 2560여 페이지의 절반 가까이에 등장한다. 형을 통해 죽음이라는 문제와 직면하는 레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종교란 인간 삶에서 무엇일까? (노동)이란 인간의 삶에서 무엇일까? 한 예로 당시에 제기한 여러 사회문제(노동과 소득의 반비례 문제(3, p.198) )가 여전히 지금도 유효한 것을 볼 수 있다. 사람 사이의 진실한 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떠오르게 하는 인물이다.

   소설인데 희곡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심리와 행동 묘사가 탁월하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과 일상에서의 영성

   안나가 불행한 이유는 대가를 바랬기 때문인 것 같다.(3, p.391) 레빈이 톨스토이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해설을 보며 맞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잘난 체 하기 위해 또는 교양있어 보이기 위해 한자나 영어를 사용하듯 당시의 러시아는 프랑스어를 사모했나보다.

   영혼과 하느님을 위해 사는 것, , 하나님을 사랑하고 내 이웃을 사랑하는 삶이 자신의 삶의 목적임을 레빈은 발견했다(레빈에게 주어졌다)(3, p.450, p.454, 458, 463). 자신만 파고들던 안나는 결국 불행한 결말을 맞이한다. 삶의 목적을 발견했지만 레빈은 일상에서 평상시의 모습을 유지한다. 그럼에도 이것을 일상에서의 영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3, p.495) 복수하고 사랑하는 이가 아파하도록 하기 위해 죽음을 택한 안나와 달리 레빈에게 있어서 죽음도 두렵지 않게 하는 삶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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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이 빙글빙글 - 우당탕탕 야옹이 3 작은 곰자리 30
구도 노리코 글.그림, 윤수정 옮김 / 책읽는곰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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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택배로 도착하자마자 3학년인 우리 학급의 아이들에게 읽어주었지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이미 이 책을 사서 읽은 아이들도 몇 명 있었고, 이 책 말고, 이 시리즈의 1권과 2권을 읽은 아이들도 나타났어요.

 

당연히, 중간쯤 읽고 뒤에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물어보았을 때, 김이 빠지게 답을 말하는 아이들이 있으니 읽어주는 재미는 반감이 되었지요. 아직 3권을 못 산 아이는 어디에서 샀는지 물어보더니, 시내에 큰 서점에 자주가니 다음에 갈 때 꼭 사겠다고 하더군요. 이 책이 이렇게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인기가 많은지 초등교사인 저만 몰랐네요.

 

내용은 사필귀정또는 인과응보라고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쉬운 말로 하면 뿌린대로 거둔다.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난다.’이지요.

 

이런 내용을 유쾌하게 글과 그림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야옹이나 야옹야옹을 반복해서 사용하거나 시원하지만 은은한 그림을 통해 알려주지요.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자신이 한 행동에는 그에 따르는 댓가를 지불하거나 책임을 져야함을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글과 그림에 녹여서 말해주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에 써 있는 권장 나이는 4세부터지만, 4살인 우리 아들에게 읽어주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서 설명을 자세히 해주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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