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제로
롭 리이드 지음, 박미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들은 책에 관한 방송에서 미국인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우리의 상식 그 이상의 것이 문화로 이어져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그냥 야구를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야구의 역사와 거의 함께 하는 것이 그들의 인생인 것이다. 그렇게 설명을 해주니 그야말로 딱 와닿았다. 정말 그랬다. 미국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야구에 대한 사랑이나 야구에 대한 기억력 등은 공감하기엔 좀 거리가 먼 그런 것이었다. 이 책의 느낌도 조금 비슷하달까? 음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실 음악을 이토록 중심에 놓고 이야기하기는 힘들텐데.

저자가 미국인의 감성, 그것도 본인이 리슨닷컴의 설립자로 음악과 저작권 등에 꽤 민감한 느낌을 가졌을 사람인지라 자신의 감정과 미국인의 취향에 백분 공감하는 그런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외계인 역시 지구의 음악에 최대한 공감했다 이런 소재로 말이다.

 

한때는 인류가 우주에서 꽤 발달한 문명 축에 속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 적도 있겠지만 여러 sf 영화 등을 보면, 사실 외계인에 비해 우리가 월등히 문명화된 사회라고 단정지을만한 상황은 아닌 듯 하다. 외계에서 보냈을 UFO등의 비행접시 등은 꽤나 빈번하게 출몰하는데 반해, 정작 지구인들은 외계인이 어느 행성에 사는지 짐작조차 하고 있지 못하는 정도의 문명 수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외계의 고등한 생명체에 비해 하나 나을 것 없어보이는 지구인들일지라도, 딱 하나 그들을 매료시킬만한게 있다? 그게 바로 그들을 죽음의 희열에까지 이르게 한 것이 바로 지구의 음악이다! 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주요 골자였다.

이어제로라 함은 1977년, 그들이 지구의 음악을 한 시트콤 드라마 엔딩 컷에서 처음 접해서, 너무나 큰 문화적 충격에 빠지게 된 해를 말하며, 지구의 음악을 들은 해부터를 원년으로 삼고, 마치 그 이후의 문명만이 존재하는 듯, 구분을 지을 정도로 지구의 음악을 지나치게 허황될 정도로 대단한 것으로 묘사를 해두었다.

 

공감하기는 조금 힘들지만, 아뭏든 저자의 이런 논리가 맞다고 치고.

문제는 외계인들이 이토록 지구의 음악에 열광하게 된 것은 그렇다 쳐도, 그들이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생활을 하다보니 그들이 불법 다운로드 받은 지구의 음악들이 대부분 저작권법에 걸려서, 우주의 전 생명체가 불법 다운로드받은 금액이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르러, 그들은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차라리 지구를 없애버리자~ 자멸이라는 방식으로 없애, 빚을 청산하자라는 세력이 생겨났다는게 결정적인 문제점이 되었다. 이런 황당하고도 이기적인 발상이 있나? 싶은데 지극히 미국적인 발상이다 싶었다.

 

사실 페이지는 휙휙 잘 넘어간다.

더군다나 중간중간 한국과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해 눈을 똥그랗게 만들게 하기도 하였다. 아니, 여기서 왜 한국인이 등장하지? 미국의 정 반대편에 있는 나라로 꼽자면 일본도 있고 중국도 있고. 우리나라를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했나? 하고 여기기에는 어쩐지 좀 비꼬는 듯한 말투라 곱게 들리지가 않았다. 워크래프트에서 만나는 한국인이라 함은 대부분 외계인이라 생각하면 된단다. 한국인은 메이플 스토리라는 것을 하지 워크래프트에서 활동하지도 않고, 그 증거로 대통령을 물어도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할거라나. 음.

게다가 미국의 적은 이제 북한만 남아있는지. 음악 저작권에 대한 문제와 빚 청산 등에도 북한은 늘 제외국가로 남아있다.

지구의 자멸을 막는 논리로, 3차대전을 일으킬뻔한 이라크를 침공한 부시 대통령의 혜안에 감사해야한다는 것도 어리둥절하게 만든 면이었다.

 

미국식 블랙 코미디라고 해야할까. 그들의 유머감각에 공감하기에 나의 감성과 맞지 않아 조금 그러했던 소설이었는데..

기발한 발상이라는 점만 높이 사고 싶은, 조금 아쉬운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손맛이 그립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엄마 손맛이 그립다 - 사시사철 따스한 정성 담아 차려주던
김경남.김상영 지음 / 스타일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친정엄마의 손맛이 담긴 밥 한끼이다.

워낙 요리솜씨가 좋은 친정엄마의 정성어린 밥상을 받고 자랐음에도, 배가 불렀는지 파스타나 피자 등의 양식이 좋다며 외식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철부지였다. (지금도 큰 변함은 없지만) 그런데 객지 생활이 10여년쯤 이어지다 보니, 사먹는 밥도 물리기 시작했고, 더군다나 한식을 밖에서 사먹어보고 마음에 든 적은 거의 없었다. 퇴근 무렵 집집마다 풍겨나오는 저녁 짓는 냄새, 특히나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등의 평범한 엄마 밥상 냄새에 사무치게 집밥이 그리워 눈시울이 붉어진 적도 많았다. 대학때는 기숙사와 하숙, 그리고 직장 다닐때는 자취 생활을 하였는데 말이 자취지, 거의 아침, 점심, 저녁을 밖에서 사먹고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 집에 와서도 간신히 지어보기 시작한 밥은 그렇다쳐도 반찬도 할 줄 아는게 없고, 사먹는 반찬은 입에 맞지 않아 고역이었던 것이다. 그런 시절을 보내고, 결혼하면서 다시 친정 근처로 내려오게 되었는데, 집에서 내가 요리책 보고 화려하게 만든 그 어떤 메뉴보다도 엄마가 베테랑 솜씨로 평범하게 차려내신 그 밥상이 너무나 맛있어 늘 친정 밥상을 갈구하는 중이다. 물론~ 이젠 나도 한 아이의 엄마니 늘상 가서 얻어먹기만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예전 직장에선 사실 선배님 한분이 시집을 가셔서 할 수 있는 요리가 없으시다고, 친정 집에서 갖다가 끓이기만 하면 되는 찌개 상태로 갖다 끓여드신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었다. 결혼 후 나도 그러지 않을까. (싱글일때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요리책 보고 시늉하는건 어지간히 할 수 있어서, 제멋대로 요리보다는 요리책에 충실한 레시피로 나름 그럭저럭 맛을 내며 신혼 1년을 무사히 보냈다. 지금도 요리책을 보고 참고할 때가 많지만 사실 엄마처럼 책 없이 바로바로 뚝딱 만들어보고 싶고, 뭘 먹어보고 어떤 재료가 들어갔나 바로 맛을 따라낼 수 있는 그런 솜씨가 참 부럽기는 하다. 그래서 엄마께 그 맛있는 된장찌개나 해물탕 등의 레시피를 여쭤보면.. 물양이나 재료 분량 등이 사실 엄마 손대중, 눈대중인게 많아서. 아직 초보인 내가 따라잡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듯 하다. 계량화된 레시피에 익숙해서일수도 있고 말이다.




이 책은 <노다 상영의 손님상 차리기>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던 김상영님과 그 친정어머니께서 같이 내신 책이다.

어릴 적부터 요리를 즐겨 만들던 엄마 밑에서 자라서인지 유독 입맛이 예민하고 또 엄마를 닮아 손맛이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엄마한테 요리를 진득하게 배운 적은 없었습니다. 요리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거나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만 급한 마음에 전화기로 손이 먼저 가고, 내가 물어볼 말만 후다닥 묵어본 뒤 딱 끊어버리는 매정한 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엄마의 요리를 진득하게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prologue



요리책이라도 스토리텔링이 잘 되어 있는 책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책은 레시피북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어중간한 선을 띠고 마는 안타까운 면도 있다. 이 책은 전자에 해당되었다. 레시피북으로써의 원 요리책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마치 우리 엄마에게 바로 전수받는것처럼,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거나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과의 추억 등을 같이 곁들여 들을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충실하게 멋지게 수록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손이 가서 끝까지 읽어내리게 된 그런 책이었다.




수제비를 처음 끓여먹으려는데, 막막해서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거니, 엄마가 양파를 꼭 넣으라 하셨단다.

게다가 엄마와 나의 육수 색깔이 달라 왜 다르냐 여쭤보니 엄마는 멸치 육수에 말린 양파 껍질을 넣어서 그렇다고.

말린 대파 뿌리 등을 넣는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양파껍질은 처음 봤다. 늘 흙이 잔뜩 묻은 양파 껍질은 서둘러 벗겨 버리기 일쑤였는데..

그 양파껍질에 혈압도 낮추고 당도 낮추며, 항암 작용까지 하는 퀘세틴이라는 식이 섬유가 풍부하고 토마토에 많아 몸에 좋은 플라보노이드까지 들어있어서 심혈괌 질환과 위장병, 결장암, 당뇨, 비만 등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양파 껍질은 깨끗이 씻어 말린 후 냉동 보관을 했다 사용하면 된다 하였다. 음,양파껍질의 효능은 우리 엄마께도 알려드리면 좋을 것 같다.




기본 멸치 국물 외에 맛을 드높이기 위한 고수들의 비법인, 집안 비법 육수와 양념장 만들기가 먼저 소개가 되었다.

엄마표 멸칫국물에는 파뿌리 외에 요 양파껍질, 무, 말린 표고, 보리새우, 멸치,다시마 등이 푸짐하게 들어갔다. 비율은 책에 소개되어 있다. 맛간장, 집된장, 초고추장 등도 시판 재료를 사지 말고 집에서 몸에 좋은 재료로 우려 만들수 있는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었다.



지금은 많이들 사먹는 양념 김이지만 어릴 적에는 엄마가 직접 구워서 기름 바르고 소금 발라주신 양념김이 최고였다. 김 하나만 새로 구워도 밥맛이 좋아져서, 김 하나만으로 밥 한그릇 뚝딱하기도 하였는데 요즘은 시장이나 마트에서도 기계로 구워 파는 김 등이 나오고, 공장 기계 김도 나오는등 다양한 양념김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대신 예전의 그 맛은 추억으로만 남아 아쉬운 느낌이다.




,

엄마표 다양한 밑반찬들서부터 멸치 육수 하나로 모든 맛을 내는 국과 찌개, 그리고 일요일에는 햄버그 스테이크 등의 별식을 만들어주고, 간식으로도 길거리 음식이 아닌 집에서 직접 튀긴 도넛과 크로켓 등을 만들어주신 어머니. 정말 내 어릴적 우리 엄마의 모습을 보는 듯 하였다. 정작, 난 왜 하나뿐인 내 아들에게 간식 하나 제대로 못 만들어주고 떡 사주고, 빵 사주고 그러고 있는겐지..

자식을 여럿씩 키워내도 먹거리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정성을 다하신 우리 친정엄마들을 돌아보며 참 지금 나의 게으름이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그런가 하면 늘상 불고기 재울때마다 책을 찾아보곤 했는데 고기 양념의 비율이 100g에 간장 1스푼이라는 비결도 접할 수 있었다. 아, 그렇게 기억해두면 정말 편리하겠네. 이런 대목은 정말 귀에 쏙쏙 들어왔다.




친정엄마가 직접 쑤어주신 도토리 묵을 보며, 오늘은 도토리묵 무침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임신했을 적에 엄마가 교통사고로 몇 개월을 입원하시면서, 도토리묵 무침(엄마표로)도 먹고 싶고, 옥수수 찜도 괜시리 먹고 싶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 찡해진다. 내가 해먹으면 되는데, 입덧할때 내가 손댄 요리는 맛이 없게 느껴지고,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들이 참 먹고 싶었는데 입원 중이시니 먹을 수 없고.

마침 엄마 병실에 갔다가 어느 분이 집에 가시며, "도토리 묵이나 무쳐 먹어야지" 하신 한마디에 도토리묵 무침이 그렇게나 먹고 싶어졌는데.. 어디 가 말도 못하고 집에서 낑낑대니.. 신랑이 무심하게 그런건 관광지에서 팔텐데..그런덴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잖아. (애초에 사줄 생각이 없었다. 관광지가 비싸건 맛 없건. 좀 임산부 사줘보고 그러지 ㅠ.ㅠ) 했던게 생각나 이후로도 도토리묵 무침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엄마는 더 짠해하시면서 이후로 나만 보면 도토리묵 무침 해놨다. 와서 먹고 가라 하시게 되었고 말이다.


음.. 암튼 이 책에도 그 도토리묵 묵밥, 무침, 그리고 감자찜, 옥수수찜 (쉬워보이지만 엄마표의 비결이 있는 법이다.) 등이 소개되어 있어서, 임신했을때 이 책이 있었더라면 나 혼자서라도 해먹을 수 있었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책. 엄마 손 맛이 그립다.

나도 우리 아들에게 우리 엄마 집밥이 가장 맛있어~ 이런 말을 들을 수 있게 집밥을 좀더 맛있게 잘 해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다짐해본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꿀꿀페파 2014-01-22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잘보고 갑니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리카와 히로의 책은 몇권 갖고 있는데, 읽어본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아리카와 히로의 책을 먼저 읽어본 이들의 칭찬을 들어왔기에 믿고 읽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 자체를 먼저 읽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니 올해 읽은 최고의 책으로 꼽는 이들도 있었고, 너도나도 추천하는 통에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몰랐던 고양이들에 대한 상식(?)같은 것들을 몇 편 접할 수 있었다.

고양이의 사랑의 계절이 봄과 가을인데, 봄에 태어난 길고양이들은 살아남을 수 있지만 가을에 태어난 길고양이새끼의 경우, 대개 추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는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또 고양이는 자기 꼬리를 누가 만지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기에, 정말 친한 주인이 아니고서는 꼬리를 만지게 허하는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양이의 시선에서, 또 각자의 시선에서..

유독 주인공 남자의 시선에서만 소개되지 않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그 남자 주인공과 그가 키우는, 아니 그의 가족인 고양이 나나와의 이야기, 주인공 남자가 개인 사정으로 인해, 5년동안 사랑으로 키워온 고양이 나나를 지인에게 맡기기 위해 찾아다니는 여행을 담은 그런 이야기였다. 고양이와 남자와의 여행이라 고양이 여행 리포트

 

참 멋없이 내가 적어놓았지만 이야기는 너무나 재미나고 그리고 사랑스럽다. 고양이의 시선이나 말투도 사랑스럽지만, 고양이 나나를 거둬들이고 키운 주인공 사토루라는 이 남자, 어찌나 착하고 밝은지..세상에 이런 법 없이도 살 사람이 다 있을까 싶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다시 눈물이 나려 하지만.

이야기인데도 왜 이리 몰두가 되고, 결국 눈물을 뚝뚝 떨구게 만드는것인지..

과연 스토리 텔링의 여왕이라는 아리카와 히로다왔다.

 

 

 

 

길고양이였던 나나는 다른 차들과 달리 은색 왜건 위에서만은 마음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 그것을 인연으로 은색 왜건의 주인인 사토루를 알게 되었고, 이후로 사토루는 길고양이 나나를 위해 (나나란 이름은 나중에 사토루가 키우게 되면서 붙여준 이름이다.) 하루에 한번씩 꼬박꼬박 식사를 챙겨주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나나가 교통사고를 당해 너무나 큰 고통에 빠지게 되면서, 자신이 기댈 유일한 힘인, 은색 왜건의 주인공을 찾아 구슬프게 울부짖고, 그 목소리를 알아들은 남자가 정신없이 잠에서 깨어 나나가 불러준 것에 감사하며, 드디어 함께 동고동락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이 행복했던 5년의 세월에 대해선 언급이 없고, 갑자기 개인 사정으로 인해 나나를 지인에게 부탁하러 다니는 여행기가 시작되었다. 남자의, 그러니까 사토루의 실직으로 인해서라지만, 서서히 드러나는 개인사는 그보다 더한 이유가 있어서임이 밝혀진다.

 

 

 

가족과도 같았던 나나를 키워달라 부탁하려는 곳들은 하나같이 사토루의 너무나 절친한 그런 친구들이었다. 초등학교때 친구, 중학교때 친구 그리고 고등학교때 친구까지 .. 그들 모두 사토루에겐 더할나위없이 좋은 친구들이었고, 나나를 기꺼이 맡아준다 하였으나, 나나가 있을 만한 사정이 되지 못하여, 결국은 아무 곳에도 나나를 맡기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마도 친구들도 그리고 그렇게 찾아다닌 사토루도 잘 알고 있을... 끝까지 나나랑 함께 하고 싶었던.. 어디에도 나나를 두고 싶지 않았던 사토루의 마음이 나나를 통해 잘 드러난다. 나나도 그냥 그렇게 사토루와의 여행을 즐겼을 뿐이었다. 나나는 사토루 외엔, 그 누구의 고양이가 될 수도, 되고 싶지도 않았다.

글을 쓰면서 또다시 코끝이 찡해온다.

 

 

 

 

 

누구보다 힘겨운 처지로 태어났음에도, 누군가에게 세상 누구에 뒤지지 않을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 사랑을 신이 시기한 것일까. 한 순간에 그 사랑을 모두 잃어버리고.. 세상 누구보다 힘든 처지가 되었음에도 결코 비뚫어지거나 외로워하지 않았다. 밝고 낙천적이었지만 어린 아이의 속이 얼마나 힘들고 상처 투성이었을까. 그럼에도 오히려 친구들을 더 챙기고 보살필 정도로 살뜰한 그런 아이였다. 그 속은..그 깊은 마음은 나나 뿐 아니라 친구들, 그리고 이모인 노리코 등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전해졌으리라.

 

사토루는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나를 껴안았다. 사토루와 같은 눈높이에서 먼 지평선을 볼 수 있도록.

 

사토루가 자랐던 마을. 파란 모종이 살랑대는 전원.

무섭게 묵직한 소리를 내는 바다.

이쪽으로 막 다가설 것 같은 후지산

안정감 최고였던 상자 텔레비전.

멋진 아주머니 고양이 모모.

건방지고 고집스러운 호랑이 털 무늬 도라마루.

배에 몇대나 되는 차를 삼키는 커다랗고 하얀 페리.

애완동물 방에서 사토루에게 꼬리를 흔들어주던 개들.

굿럭이라고 인사해준 친칠라.

끝없이 펼쳐진 홋카이도의 넓디넓은 땅.

길가에 핀 보라색과 노란색의 씩씩한 꽃들.

바다 같은 억새밭.

풀을 먹는 말.

새빨간 마가목 열매.

사토루가 가르쳐준 마가목 붉은 색의 농담.

섬세한 자작나무 가로수.

활짝 트인 분위기의 묘지.

그 곳에 꽂은 무지개색 꽃다발.

사슴의 하얀 하트 무늬 엉덩이.

...지면에서 자란 크고 크고 크고 쌍무지개.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웃는 얼굴.

나의 리포트는 이제 곧 끝난다.

이것은 절대 슬픈 일이 아니다.

우리는 여행의 추억을 세면서 다음 여행을 떠난다. 317.318p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이에자이트 2013-12-1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그림이 참 정겹습니다.특히 고양이의 눈.표지만 봐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군요.

러브캣 2013-12-19 23:31   좋아요 0 | URL
^^ 감사드립니다 참 만족한 소설이었어요
 
무서워, 무서워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
노경실 글, 김영곤 그림 / 씨즐북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어렸을 적에 읽었던 만화책 운세와 점 등의 이야기 중에 색깔에 대한 성격 분석이 있었어요.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이 노란색이었는데 노란색을 좋아하면 겁이 많다. 라는 것이었죠. 빨간색을 좋아하면 강한 것이고, 파란 색을 좋아하면 차분하고..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는 나도 대려 맞춰서 이야기할 것 같다 싶긴 한데, 어릴 적에는 와, 정말 그런 것 같아. 하면서 이후로는 좋아하지도 않던 빨간색도 일부러 더 좋아한다 스스로 세뇌하려 하고 (여자인데도 왜 자꾸 강해지려 했던 것인지..)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센 척, 강한척 했지만 겁이 참 많은 편이었어요. 아이들 그림책인 공룡 유치원에 보면 뿔리라는 여자 친구가 그렇죠 (겉보기로는 남자같습니다. 목소리도 그렇구요. 내가 공주할거야.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용감하고 친구들 사이에 강한 친구란 인상이 깊었는데 알고보니 물놀이를 무척 무서워하는 여린 데가 있었어요. 음, 어릴 적 제 모습을 좀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친구였죠.



특히 어릴 적에 제일 무서웠던 것은 바로 귀신이었어요. 전설의 고향이 너무너무 무서우면서도 또 어찌나 재미있는지 빼놓지 않고 보고서, 결국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엄마 아빠 사이에 끼어 들어가 잠을 자지를 않나 호기심은 많은데 결과는 늘 불면으로 이어지는 그런 일이 참 많았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무섭다고 울거나 그러진 않았었는데..




책 속의 주인공 훈이는 참 겁이 많아요.

사실 어린 아이 혼자 깜깜한 밤에 자려면 무섭긴 할 것 같아요. 우리 아들은 아직 엄마 아빠랑 같이 자는데.. 엄마 어릴적만 해도 사실 따로 방도 없었고 꽤 클때까지 엄마 아빠랑 다 같은 방에서 자고, 초등학생 되고 나서 따로 방을 쓸 적에도 동생이 있어서 혼자 잘 일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려 보이는 훈이가 혼자 자려니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아직 아이 잠자리 독립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훈이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또 제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니 아이가 무서워할만하겠다고 공감이 되었답니다.




훈이는 사실 귀신만 무서운게 아니었어요. 하다못해 낮에는 징글징글 기어다니는 벌레도 무서웠구요. 자기 그림자에도 놀라 겁을 집어먹기도 해요. 엄마도 아이가 그렇게 겁이 많으면 좀 걱정이 될 만하겠어요.

저도 우리 아들이 남자답게 좀 강한 면을 보였으면 하는데, 어릴적부터 조용조용한 성격에 (지금은 제법 개구지게 되었지만요.) 겁이 많은 편이라 무서운 것, (귀신 유령을 몰랐던 때라 사자 등의 동물을 무서워했어요.)을 싫어해서, 영어 시간에 나오는 사자 모습에도 기겁을 하고 그랬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림책인데도 입 쩍 벌리고 있는 사자나 호랑이를 싫어하였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조금 컸다고 그래도 그렇게까지는 무서워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 다시 훈이 이야기로 되돌아와서요. 그래서 훈이가 그렇게 겁을 먹고 무서워하는데에 저도 관심이 더욱 갔어요.

우리 아이를 더욱 공감하게 되고, 아이 본인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나만 무서워하는게 아니었구나. 다른 친구들도 이렇게 무서워하네 하고 자신의 감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게 되길 희망했거든요. 그리고 무서울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아이와 같이 고민해보고 싶었어요.






안그래도 금요일에 크리스마스 캐롤이라는 뮤지컬을 유치원에서 보러 가기로 했는데 선생님이 간단히 줄거리를 설명해주자 거기에 유령이 나온다고 아이가 안 보러 가겠다고 며칠전부터 걱정을 했었어요. 제가 키마 스티커 붙이고 용기를 갖고 가볼까? 하고 아이 마음에 좀 용기를 심어주려 해봤는데, 그때 잠깐 공감했다가 다시 또 무섭다고 하곤 해서, 선생님께 살짝 미리 조언을 구했지요. 선생님도 잘 달래서 아이의 뮤지컬 공연관람이 잘 이뤄지도록 도와주셨는데 (아침에 바빠서 키마 스티컨 잊고 그냥 갔구요.) 다녀와서는 "엄마, 나 용감했지? 근데 그래도 유령은 좀 무섭긴 하더라 얼굴도 안 보이고." 하고 이야길 했네요. 겪고 보면 다 별거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가 이해하면 좋을텐데..

사실 엄마인 저도 어릴적에 유령이랑 귀신이 어찌나 무섭던지..

그래서 무섭게 나오는 귀신 이야기는 되도록 안 보여주려 하는데 (똥떡이나 여우 누이라던지요.) 유령 이야기는 유치원에서 들었나보더라구요. 음, 하기는 아이 예전에 본 동화책에서도 유령이 나오긴 했네요.




공포라는 감정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본다는것. 무서울때 무섭다이야기하고, 화날때 화난다 이야기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작가님의 말씀마따나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알지 못해서 공포를 느끼는 것일수 있다 하니, 아이가 무서워하는 것들에 대해 그게 왜 무섭지 않은지.. 무턱대고 두려워하기만 하는 아이에게 차분히 설명해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사자는 힘세? 사자는 무서워? 하는 아이에게 그럼, 사자는 동물의 제왕이니 무섭지. 하고 성의없게 대답했던 예전의 제 모습이 부끄러워졌어요. 철창에 갇혀있고 우리는 안전한거야. 하고 이야길 해주긴 했었지만 말입니다. 아이가 좀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차분히 설명해줄 수 있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갖추어야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양이 앉는 자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츠지무라 미즈키의 <열쇠 없는 꿈을 꾸다> <오더메이드 살인 클럽> <물밑 페스티벌>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등을 읽어보았다.

아닌 책들도 있지만 많은 내용들이 청소년 성장기를 주로 다루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이번 책 역시 그런 내용의 책이었다. 1980년생의 작가로써의 그녀는 10대들, 특히 10대 여학생들의 마음을 꽤나 꿰뚫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심하게 자극적이진 않지만 (심지어 제목을 살인 클럽이라고 달아놓은 책 역시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선정적인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10대들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는 그녀만의 감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고, 재미 또한 떨어지지 않아서 츠지무라 미즈키의 책이라면 이제 덮어놓고 읽고 있는 중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째 반창회를 해오고 있는 친구들.

친구들의 주된 화제는 역시나 티브이에서 자주 얼굴을 비추는 스타 '교코'에 대한 것이었다.

학창 시절에 교코보다 더 예쁘단 말을 들어왔지만 현실은 작은 회사의 사무직인 사토미, 몸매도 퉁퉁하고, 외모도 뛰어나지 못해서 친구들 사이에 주목을 받지 못해 늘 예쁜 친구 들러리만 서야 했던 사에코, 세련된 옷차림으로 친구들 앞에 허세 작렬인 잘나가는 패션 업계의 이름난 디자이너라 속인 유키, 그리고 유일하게 남자의 시점으로 등장하는 지방 은행에 다니며 쭉 유키만을 좋아해온 시마즈, 그리고 지방 아나운서로 근무 중인 다카마까지..총 다섯명의 시점에서 교코를 둘러싼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 외에도 마사키, 기요세, 기에 등의 친구들이 등장을 한다.

 

첫 시작은 다소 섬뜩하면서도 말 그대로 미스터리한 느낌의 프롤로그로 시작을 하였다.

한 여학생이 농구를 하고 있는데, 다른 여학생 교코가 와서 무어라 말을 하면서 스스로를 창고에 가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태양은 어디에 있어도 빛나." 10년전 학창시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책을 읽으며 내내 이상하게 느꼈던 점은 344p를 읽으며 (반드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야한다.) 이해가 되지 않아, 읽고 또 읽고 나서 비로소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아,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았던 이야기들이 비로소 다시 읽히기 시작했다.

정말 재미나게 읽었는데, 이런 반전을 숨겨뒀을 줄이야. 신선한 반전때문에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였구나.

그런데, 내가 의문을 가지게 된 그 점들은 모두 복선이 되는 부분이었던 것이기에, 눈치가 빠른 미스터리 매니아라면 혹시? 하며 이미 앞뒤를 다 짜 맞췄을지도 모르겠다. 복선을 무수히 깔아놨음에도 나처럼 전혀 예상 못하고 있다가 탕 ! 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던 여학생이 오로지 '사랑' 하나 때문에 이 학교를 선택했다. 교코 스스로 친구들에게 풀어놓고 다닌 이 이야기는 그녀를 더더욱 여왕의 지위에 올려놓은 계기가 되었다. 얼굴도 예쁘고 모든걸 다 잘하고 거기에 상냥하기까지. 그런 그녀가 한눈에 반한 남자 기요세는 워낙 유명한 그녀의 짝사랑 이야기로 아무도 감히 넘보지 못할 그런 남학생이 되고 말았다.

유키는 자신이 갖지 못한 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모두의 주목을 받는 여왕의 들러리가 되고 싶어하고 그런 존재가 되었다.

사에코는 어릴적부터 친구가 없이 외로운 신세였는데 유독 착한 기에만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여주면서 기에와 단짝이 되었고, 나중에 기에를 좋아하는 남자친구 마사키와 셋이서 마치 3인조처럼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이 되었다. 시마즈는 아무 생각 없이 뽑아든 우산으로 야구를 하다가, 우산을 좀 휘게 하고 말았는데 그게 나중에 힘세기로 소문난 남자친구를 둔 유키의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 유키에게 관심을 지속적으로 두게 되었다. 사토미는 얼굴이 빼어나게 예뻐 주목을 받았지만 교코 무리와 따로 어울리는 아이는 아니었다.

 

그때 그 시절의 친구들, 한 남학생에 대해 전교생이 떠들썩하게 알 정도로 애정을 드러낸 여학생, 그 여학생이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유명했다는 것, 그 여왕이 남학생과 잘 되지 않으면서 서서히 나락으로 떨어져갔다는 그 이야기들이 서서히 베일을 벗고 드러나는 그런 이야기였다. 사실 그다지 무서울 것도 큰 화제가 될 것도 없을 것 같은 이야기인데, 꽤나 흥미진진하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나 유명인 누구 알아, 그럼 나랑 어떤 사이지. 하고 허세를 떨고 다니는 사람 치고 정작 그 유명인을 제대로 아는 경우는 드물단 생각이 들었다. 정말 친한 사람이면, 그렇게 자랑하지 않아도 될 것을 알고 있을테지, 그렇지 않기에 더욱 그렇게 허세를 부리고 다니는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맞게 말이다.

이야기를 하고 나면 더욱 스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만 말을 접을까 한다. 하고 싶은 말은 참 많은데.. 미리 알면 재미가 없으니 말이다. 모르고 읽어야 더 재미있는 소설,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허세 가득한 군상 속에 우리가 알던 친구들의 어떤 모습들이 숨어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