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간단 생활놀이
전은주(꽃님에미)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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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면 모든 것을 아이에게만 집중해서 해야지 했었는데, 나란 사람 천성적으로 참 이기적인가보다. 아이를 위한 짧다면 짧을 헌신적인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곧 나를 위한 취미생활에 빠져들었으니 말이다.(나로썬 독서와 여행 등) 요즘 엄마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에 사실 금새 주눅이 들곤 한다. 깨끗하게 청소하고, 맛있는 밥 해먹이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와 놀아주기도 놀이학교 못지 않은 열정으로 놀아준다. 나도 어릴적엔 각종 상상력을 동원해서 사촌 동생들하고도 참 잘 놀아주고 그랬는데 어른이 되어 내가 아이와 노는게 재미가 없어지다보니 정작 사랑하는 내 아들을 위해서는 그러질 않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정말.

아이 또한 엄마가 사랑해주는건 분명한데 놀때는 재미나게 잘 안 놀아준다 생각하는지, 아빠나 할머니랑 놀때 더욱 신이나서 놀 정도였다. 헉, 이러면 안되는데..

 

이 책은 '제주도에서 아이들과 한달 살기'의 저자 전은주님의 책이다. 그 책을 워낙 재미나게 읽고 또 주위에도 입소문을 낼 정도로 마음에 들어했던 책인지라 저자분의 또다른 책이라길래 관심을 갖고 읽게 되었다.

 

여행을 앞두고 아이와 긴긴 비행시간, 혹은 아이에게 지루할 수 있는 긴긴 시간 등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싶어 아이가 좋아하는 레고와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스마트패드, 그림을 그릴 스케치북 등의 평소 아이템을 챙겨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이 책을 보니 레스토랑, 지하철, 버스, 놀이 동산에서 기다리면서도 엄마와 잠깐씩 , 혹은 스스로 놀 수 있는 재미난 놀이거리들이 무궁무진했다. 이런건 미리미리 챙겨서 읽어보고 가면 좋겠다 싶었다.

특히 아이가 걷기 싫어할때 코너가 눈에 띄었는데 핸드폰 카메라 기능으로 한글 자모음이나 알파벳 등을 찾아 아이가 사진을 찍게 하며 걷게 하는 식의 방법도 재미났다. 또  워킹워킹 워킹 워킹 합합합. 이라는 영어 동요 음반에 많이 나온 이 노래로 아이들을 쫓아가듯이 하면서 전진하게 하는 방법도 재미나보였다. 이렇게 놀아주면 우리 아이도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필텐데.

 

남들보다 일찍 제주도에서 아이들과 한달 살기를 하고 올 정도로 생각이 트인 엄마인 꽃님에미님은 역시나 이 책에서도 억지로 만들어지는 놀이들이 아닌 아주 간단한 일상 속에서 아이들과 재미나게 놀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해주고 있어서 유용해보였다.

아이가 좋아하는 강아지풀 종종 뜯어주긴 했는데 놀아볼 생각을 못했었는데 바랭이풀, 강아지풀로 싸움을 하는 것, 서로 걸고 잡아당겨서 먼저 끊어지는 쪽이 지는 것, 차안에서 머리카락 싸움도 종종한단다. 우리 아이도 칼싸움 이런거 참 좋아하니 이거 해주면 참 좋겠다 싶었다.

 

영어 공부에 대해서도 엄마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텐데, 책에 나온 영어 공부는 위씽 하나면 영어 유치원 1년치 해결되겠다란 꽃님에미님의 이야기가 가슴에 콕 와닿았다. 나도 그런 글귀를 본 것 같아서 위씽을 사놓긴 했는데 아이에게 한두번 틀어주고 땡. 사실 그게 아니라 엄마가 영어 동요 50곡 외워서 율동하면서 불러줘야한다는것, 헉. 율동까진 힘들더라도 외우는것부터 해봐야겠다 싶었다. 저자분은 손놀이로 아이와 놀아줄때 반 이상은 영어동요로 놀아준다고 하니 아이에게 억지로 영어노래 들어~ 하고 말하는 것보다 영어 놀이하는 법을 배워가면서 아이와 직접 놀아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마음 먹었던 대로 아이가 잘 따라와주지 않는다고 화만 내기엔 내가 참 못해줬던 엄마였단 생각이 든다. 아주 간단한 것조차 아이에게 놀아주지 않고 엄마 혼자 아이에게 문제집만 들입다 들이밀고 놀땐 딴 사람과 놀라고 하고, 이런 엄마가 어디 있을까. 제대로 반성해봐야겠다.

아빠와 같이 떠나지 않는 이번 여행길에선 좀더 아이와 돈독한 시간을 보내고 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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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 - 감정조절 누리과정 유아 인성동화 2
강경수 글.그림, 최혜영 감수 / 소담주니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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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화를 잘 내지 않고 참는 사람이 화를 내면, 걸핏하면 버럭버럭 화를 내는 사람보다 훨씬 더 무서울 때가 많다.

우리집 식구들이 좀 조용조용한 편인데 특히 신랑은 더 해서 평소에 조용하다가도 은근히 화를 내면 정말 무섭단 생각이 들곤 했다.

아이가 아빠를 닮아선지 사실 무척이나 착한 편이다. 다른 아이를 괴롭히고 때리기는 커녕 오히려 누가 때려도 참을 정도라 마음이 쓰이고, 미끄럼틀에서 느릿느릿 못 내려가고 있는 동생(모르는 )을 한참을 기다려 주었다가 타기도 하는등, 사실 또래 아이들의 참을성 없는 행동에 비하면 좀더 유순하게 잘 참는 편이라 이걸 좋아해야할지 조금은 네 욕심 차리라고 말해줘야할지 , 요즘 세상이 하 수상하다보니, 아이의 착한 행동을 무조건 그렇게 고수하라 말하는것이 또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나의 이러저러한 고민과 별개로 이 책은 화를 참기 힘든 유아들의 마음을 대변한 책이다.

주인공 솔이는 여느 개구장이와 마찬가지인데다가 골목대장 성향을 갖고 있어서 다소 심술궂어보일 지라도 다른 친구들을 울리면서까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대로 다 해야 직성이 풀린다. 아마도 이런 친구와 함께라면 우리 아이는 물건을 뺏기거나 음식을 뺏기는 역할이 아닐까 싶어 염려스럽지만.

 

솔이는 왜 자꾸 화가 날까.

사실 심술을 부리려고 친구들을 괴롭히려고 하는 행동들은 아니었다. 자기 나름으로는 다 이유가 있는 행동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 (나만의 것이 아닌데, 착각이 들수도 있는 시기다 유아기는, 문제는 청소년이 되어서도 네것, 내것 구분 못하는 아이들이 문제인것이지)을 친구가 가져가서 화가 났고, 또 점심 시간에는 친구가 안먹는 음식이 마침 내가 좋아하는 거라 먹었을 뿐이다. 게다가 내 허락도 없이 내 자리에 앉은 친구에게도 화가 났다. 이래저래 화가 났는데, 선생님은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우는 아이들의 편만 들어서 엄마를 유치원까지 오게 만들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아이의 잘못이 역력해보이지만 아이에게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사실 어른들과, 아이들과 대화로써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지만 순간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쉽게 폭발하고 말았던 것이다.

 

화가 나는 일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 화를 어떻게 풀 것인가. 화가 난 기분을 표현하는 방식이 중요한 것이다. 이왕이면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나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을 것이다. 나 또한 화가 난다고 사실 주위 사람들에게 풀면 안되는데 가장 사랑하는, 그러면서 가장 나를 필요로 하는 나의 아이에게 짜증을 내며 (예를 들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놀기만 한다고) 괜히 더 소리를 지른 아픈 기억이 많다. 왜 그럴까. 그러지 말아야지. 화가 난 원인은 다른데 있는데 왜 죄 없는 내 아이를 잡고 있었던 것일까.

 

책 속의 솔이도 친구들에게 화를 내고 물어버리기보다 그 순간의 감정을 진정시키고, 다른 방식으로 풀어봤으면 좋았을 것이다.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해서, 엄마가 장난감을 안사준다고 생떼를 쓰며 엉엉 울다가, 내가 왜 울고 있지? 하는 아이의 순수함에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 아이들도 어른들도 어쩌면 그렇게 카타르시스가 필요했던 것일텐데..

마냥 억압하고 안되고 그런 것에 너무 연연했던 건 아닐까.

 

아이가 짜증을 내고 화를 내면, 그게 잘못됐다고 소리지르고 혼내기 보다 왜 아이가 화가 났을까 조곤조곤 들어봐야겠다.

나 또한 아이를 대하다 화가 나는 일이 혹여 생긴다면 바로 소리지르기보다 잠깐 숨을 가다듬고 화를 다 푼 후에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육아서를 많이 읽었다면서도 사실 바른 육아의 실천이 참으로 힘들게만 느껴진다.

우리 아이가 엄마의 감정 이입으로 화를 잘 내는 아이가 되지는 않기를 바라며.

그렇다고 너무 감정을 억압하고 꾹꾹 눌러 언제 폭발할지 모를 화산이 되기는 더더욱 바라지 않으며

속상한 마음, 화가 나는 마음이 생길때 열심히 뛰놀고 다른 재미난 것들을 하고 엄마와 화를 풀어가는 방식을 찾아보자고 이야길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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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이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피카이아
권윤덕 글.그림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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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인데 판형이 꽤 커서 놀랐고, 또 그 두께에 놀랐습니다.

피카이아는 또 무엇일까 궁금했구요. 책을 읽으며 가볍게 읽히는 아이들용 동화인줄 알았다가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먹먹한 현실에 놀랐고, 저자 분 이름을 찾아보고 또 놀랐지요. 인터넷 서점에서 저자분 책 중에서 "만희네집""일과 도구"등의 책이 평이 참 좋아서 아이를 위해 얼마전에 구입을 했었거든요. 그 저자분의 신간이라니, 이번엔 밝기만 하지 않은 아이들의 이야기, 핍박받고 상처받은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피카이아는 환타지에 나올 법한 어느 멋진 말이 아닌 캄브리아기의 생물의 이름입니다.

피카이아와 혁주가 묶여서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아!

맨 처음에는 골든 레트리버 개인 키스가 등장을 했어요.

동물병원에서 깨끗이 목욕을 하고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는 군요. 어디를 갈까 하고 강아지를 따라가보니 훨훨 날듯이 달려서 도서관 그곳에서도 2층 모임방으로 올라갑니다. 2층 모임방에는 아이들이 키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키스를 끌어안고 귓속말로 자기 비밀을 이야기하고, 키스에게 한사람씩 책을 읽어주기도 합니다.

 

작가는 2010년 순천 기적의 도서관에서 하는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합니다. 아이들이 개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산만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잊고 점차 자신감을 찾아가는 것에 착안해서 이 동화를 집필하게 되었다하네요.

 

평범한 아이들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6개의 이야기들은 인간과 바퀴벌레, 인간은 함께 살아간다, 인간은 치유하며 성장한다, 인간은 사회를 만들어 간다, 인간도 동물이고 자연이다, 인간의 먼조상 피카이아로 마무리됩니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인간 보편적인 이야기로 승화되는 제목이랄까요.

그 중심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고생대의 생물 피카이아,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그 무수한 생명 중에 단 하나 살아남아 인류와 모든 동물들의 조상이 되었다는 피카이아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 피카이아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의 똑똑한 상담원이 되어주는 친구 혁주가 있습니다. 알고 보면 혁주 역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였는데 말이지요.

 

 

 

너무나 아름다운 표지이고 행복해보이는 동물들과의 일상이건만 아이들의 삶은 순탄하고 행복해보이지 않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밑바닥부터 고생중인 상민이의 부모님과 할아버지, 아무리 노력해도 상민이네는 삼겹살 하나 배불리 사먹을 수 없고 남들 다 다니는 학원조차 다니기 힘이 듭니다. 영어를 못한다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어눌한 그의 몸짓, 행동 등으로 아이들에게 무시를 당하며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아왔습니다. 상민이는 그런 불공평한 삶에 대한 궁금증이 많습니다. 혁주에게 물어봐야지. 상민이는 생각합니다.

 

성적을 올리기를 바라는 부모의 모습, 미정이네의 고민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고민일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아직 어린 아들에게지만 아들이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포기가 되지 않으니 말이지요. 미정이는 엄마와 다른 그 꿈을 키워가기가 힘이 듭니다.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차마 말할 수도 없습니다

 

 

 

아이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윤이, 윤이가 커져버리는 것은 (윤이의 존재를 인정받은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은) 끈적이 오빠 앞에서뿐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역겹고 힘이 들었습니다. 어수룩한 아이들에게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 아직 어려서 제대로 자기 몸하나 지킬줄 모르는 어린 꽃을 꺾어버리는 그 파렴치한에 치가 떨렸지요.

 

이 밖에도 많은 아이들이 자기안의, 혹은 자기를 둘러싼 가족의 문제 등을 끌어안고 있습니다.

혁주는 어쩐지 아이면서 아이같지 않은 박식함을 갖고 있어서, 특히나 피카이아 등의 동물 문제에 대해선 척척박사인지라 아이들에게 의지가 되는 존재 같았습니다. 그래서 혁주의 이야기를 들을때 그 아이의 상처를 듣고 더 가슴이 아팠는지 모르겠어요. 혁주가 왜 그리 피카이아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피카이아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 찾아보았는데 학창시절에 배웠던 플라나리아와 비슷해보이는 몸체더라구요.

인류의 최초 기원으로 밝혀졌지만 그보다 오래전에 살았던 하이코익시스라는 화석이 발견되면서 최초의 척추 동물에서 탈락하게 되었다 하네요. (위키백과 참조)

 

아이들의 이야기를 피카이아라는 (작가가 알고 있던 당시의 지식으로는 맞았을) 인류 최초의 기원이 되는 척추동물에 연계해 풀어놓는 현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근본적인 고민 문제가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의 아픔을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개, 고양이, 그리고 아주 먼 같은  공통의 뿌리인 피카이아로부터 찾아 해결해보려는 작가의 의도가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림도, 글도, 그리고 전혀 새로운 존재였던 피카이아도. 우리가 남이 아님을, 서로가 서로를 외면하기 보다 서로를 따뜻이 어루만지고

아이들 모두 행복한 삶을 꿈꾸게 되는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기를 그렇게 기대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답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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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09-2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보고 가요.
행복한 하루보내세요. 러브캣님~~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 -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에세이
최준영 지음 / 이지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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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대학 후배가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왜 그렇게 매일 글을 올리세요. 별로 잘 쓰는 것 같지도 않던데." 

딱히 반발할 수가 없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후배에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 올릴땐 매양 잘 썼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다음날 보면 쥐구멍을 찾고 싶은 거다. 삭제해 버릴 수도 없는게 이미 '좋아요'나 '댓글'을 달아준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부끄러운 글을 밑으로 내리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게 바로 매일같이 글을 쓰는 이유가 된 셈이다.

 

진실한 소통을 위한 글쓰기, 부끄러움을 극복하기 위한 글쓰기의 장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프롤로그

 

눈에 유독 와박히는 글이었다. 나도 내가 쓴글이 부끄러워 차마 서평을 쓸 생각을 못하던 때가 있었다. 거리의 인문학자로 널리 이름을 알린 작가분에 비하면 일개 블로거에 지나지 않는 초라한 나이지만 부끄러움은 블로그를 통한 소통 자체를 가로막고 있었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서평단을 응모하고, 처음 받았던 책을 읽고 서평이란걸 올려보는데, 내가 쓴 글을 나와 내 지인들이 읽는 것만도 부끄러운데 이게 무슨 글이나 된다고 감히 모든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블로그와 카페 등에 당당히 올릴까 싶어서 그게 참 싫고 부끄러워서 망설였던 기억이 있었다. 서평이란게 사실 일종의 강제 약속 같은 거라 어쩔수 없이 올리기 시작했던 그 글. 처음에는 글이 문단이 나뉘어져 있지 않아 읽기 힘들다. 글씨체가 이게 뭐냐 눈 어지럽다 별별 말을 다 들었지만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맞아. 읽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너무 내 생각만 할 수는 없는 거잖아 하면서 말이다.

 

저자와 닮은 듯 다른 이야기지만 어찌 됐건 나의 블로그 소통은 그렇게 시작됐다. 블로그에 직접 내가 올린 서평을 올리고, (처음엔 부끄러워서 몇번씩 다시 읽고 수정하고 하다가 나중에는 내 글 다시 읽는 것도 부끄러워 그냥 올리기도 하였다. 서평 열심히 수정해서 올리시는 분들한테는 뭐야 한번의 재고도 없이 그냥 올리는 글이란 말야?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자꾸 수정하다보니 처음의 글이 아닌 자꾸 산으로 가는 글을 발견하고 내 자신에게 부끄럽더라도 오늘의 글을 그냥 올리고 다음에 더 나아진 나를 보자고 생각했다. 저자의 대답과 비슷한 결론이 아니었나 싶다. 그 글을 뒤엎기 위해서는 아니었지만 어찌 됐건 나의 글은 이어졌고, 이후로 어떤 글이건 쓰다보니 조금씩 나아진다는 착각도 들었다. 우선은 자신이 생긴다. 어렵다 하기 싫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없어지고, 나만의 서평 노하우 등이 생겼다. 책을 읽고 자유로이 소통하는 나만의 교감 같은 것을 담아내고 싶었다. 그냥 따로 틀이 짜이지 않은 거라면 그렇게 나의 생각을 담아냈다.

자꾸 읽고 쓰니 가능했던 일이다.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나니 블로그를 통해 친구들도 만나고 좋은 관계도 많이 생겼다.

 

저자는 페이스북에 꾸준히 자신의 글을 올린다 그렇게 소통을 한다. 부끄럽지만 부끄러움을 극복하기 위한 글을 말이다.

 

어렵지도 않다. 심지어 그가 강연했던 교도소에서 어느 죄수 대표로부터 "저렴한 강의 잘 들었습니다"라는 인사를 듣기도 한다.

강연을 한 연사에게는 참 기분 나쁜 말일 수 있었다. 저렴하다의 의미가 긍정적으로 쓰일 상황은 아닐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죄수가 출소하면서 만나고 싶다 연락한 교수는 바로 저자 한명이었다한다. 그 많은 연사들을 놔두고.

저렴한의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될수있다. 편안하다. 이해하기 쉽다 등등으로 말이다.

 

저자의 글은 쉽게 편안하게 읽힌다.

긴 호흡은 아니나 그렇다고 생각마저 짧게 만드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노동운동하는 김진숙님이 동료로부터 학번에 대해 들었을때 처음에는 몰라서 당황하였고, 그 다음에는 운동에 학벌, 출신을 따지는 그들에게 분노하는 감정이 들었다 한다.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대학 나왔다는게 대단한게 아닌데도 대단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나 역시 당연하게 그렇게 나 위주로만 살아온 것은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좀더 나은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 지독한 편견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기도 싫은 오원춘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끔찍하게 살해당한 여성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았는데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옷 한벌 제대로 바꿔입지도 못한채 검소하게 생활하던 여성이었나보다. 세상에 살해받아 마땅한 사람이란 없다. 하지만 오원춘이 표적으로 고른 여성은 너무나 안타까운 꽃봉오리였단 생각이 들었다.

 

노숙인들, 죄수들 수많은 거리의 사람들에게 강연을 하는 터에 거리의 인문학자, 거지 교수라 불리우기도 하는 최준영님.

그의 글에는 사람 냄새가 담겨 있어 좋다. 난체 하는 허영을 좀 빼면 어떠한가. 사람 냄새 가득 뭍어있는 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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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치열한 무력을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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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이라는 책을 읽어본 적은 없는데, 책 제목은 너무나 귀에 익은 책이었다. 인문서적이나 철학 책 등을 즐겨 읽지 않는 터라 잘 모르기도 했지만 인문서적 서평가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했던 책이었나보다. 

 

 읽고 쓰는 것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의 근원이고 혁명은 오로지 문학으로부터 일어난다고. 한점의 유뵤나 유예도 없이 말한다. 읽고 쓰는 것의 집약인 책이 문명을 일으키고 세계를 바꾸는 변혁의 중신 동력이라고! 그의 확신에 찬 통찰에는 천재성이 번뜩이는 바가 있다. -문학평론가 장석주

 

잘라라 기도하는 그손을은 사유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잖아? 사유라는 것이 심심풀이도 시간 낭비도 아닌, 그 자체가 실은 생산적이라는 얘기니까 말이야. 그런 사람들한테 와닿는게 있어. 그런 의미에서 세상은 건전하다고 생각해. 이런 건전함의 배후에 불건전한 세상이 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역시 건전한 방향이라고 생각해. -가가미 아키라 (사사키와의 대담중에서)

 

미처 읽지 못한 전작에 대한 이야기를 본문 속에서 접하는데 대한 생경함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게 해주는 구절들이 있었다. 

 

철학하면 어렵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 내게 이 책이 사시키의 이야기가 와닿는 중요한 까닭은 책을 읽고 쓰는 그 이야기를 중시한다는 점이었다. 주로 문학 책을 좋아하는 나이긴 하지만 읽고 쓰는 과정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사유와 철학이 특별하게 와닿는 것은 나의 그런 생각과 일맥상통해서였다.

 

사사키: 저는 다른 사람이 10여 년간 쌓아온 것을 한번 읽음으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해가 안되면 무슨 이유에선지 화를 냅니다. 더 알기 쉽게 말해!라고. 게다가 소설이나 만화의 경우 어려운건 재미없어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중략..  다카노 씨의 오쿠무라 씨의 가지는 몇번을 읽어도 이해할 수 없기때문에 좋은데. 모르니까 재미없다는 생각은 독서에 '권력욕'을 투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작가의 주관적인 견해를 들을 수 있어 좋은 자리가 되었다.

이 책은 그러니까 저자의 다른 작가와의 좌담, 대담 등을 엮어 만든 책이라 할 수 있다. 생생한 육성의 현장이랄까

지루하고 어려운 것을 싫어하는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독서에마저 권력욕을 투사한 결과라니 움찔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저자의말마따나 딱 한번 읽고 저자의 온갖 경험과 사유가 아우러진 결과물을 감히 이렇다저렇다 평하는 것도 어거지란 생각도 들었다.

타르콥스키의 무료함을 참을 수 없이 좋아한다는 가가미 역시 저자의 이야기에 강하게 공감을 한다.

하나에와의 대담 중에도 하나도 모르겠다라는 그녀의 말에 사사키는 대답한다. 니체는 여름의 더운 오후에 샘물을 남김없이 마시듯 내 책을 읽어달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러려면 우선 목이 말라야하죠. 86p 모른다고, 다 이해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때가 되기를 기다려보라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과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 같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아, 왜냐면 열받았거든 편에서는 다카하시 겐이치로라는 작가의 소설의 마무리에 대한 이야기를 사사키가 꽤나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분석하는 대목이 있다. 일본 문학과 세계문학을 모두 제대로 파악하고 있고 이를 우리에게도 알기 쉬운 말로 게다가 결코 아는 척 으스대지 않으면서 몇십년 동안 얘기해주던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소설의 기교를 훤히 다 알고 있는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고꾸라지면서끝나요. 소설은 깔끔하게 끝나서는 안된다는걸 제게 가르쳐준 분이 여기있는 다카하시 겐이치로거든요? 207p

 

그에 대한 대답으로 다카하시는 답한다. 1960년대에 일어났던 일을 망각하고 있는 시대에 열받았었어요. 일본 문학 중에 뭘 읽어도 열받고 있었어요. 뭐가 싫었냐면 '문학보다 열받는건 없어. 뭘 잘했다고 으스대는거야'라는 거였죠. 208p

 

사사키의 대담 역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철학적인 부분은 내가 깊이 사유하고 싶은 부분이 아니었지만 책에 관한 부분은 새로이 공감해볼 필요가 분명 있는 부분이었으니, 무조건 내가 아는 부분에서만 옳다고 고집을 피울 필요가 없단 생각이 들었다.

 

사사키의 전작이 궁금해진다. 일본 작가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천재, 가장 놀라운 책 등의 찬사를 받은 책이라니 도대체 어떤 아름다운 문체가 무명의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했는지 진실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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