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플래너 0~4세 - 노 스트레스 초간단 육아 매뉴얼
조 윌트샤이어 지음, 안진이.이고은 옮김 / 나무발전소 / 2010년 8월
구판절판


한국 나이로는 세살, 다음 달에 두돌 생일을 맞이하는 우리 아기의 연령대에 딱 맞는 육아서를 만났다. 0~4세의 아이를 둔 부모를 위한 육아서, 육아 플래너.

아이가 있다 보니, 아이의 연령대에 맞는 그림책이나 육아서를 발견할때마다 손이 먼저 가고, 얼른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워낙 많은 책들이 나와서 그 책들을 모두 다 읽을 순 없겠지만, 지금 우리 아기에게 혹여 놓치는 부분은 없을까 싶어 기회가 닿는다면 더 많이 알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대다수 평범한 부모들에게 요즘의 육아서들은 스스로의 무능력을 절감하게 하고 스트레스와 죄책감만 잔뜩 안겨준다. ..성실히 아이를 키우려 하지만 몸과 마음이 너무나 고달픈 우리 시대의 부모들을 위해 쓴 책이니까. 육아법을 일일이 설명하기 보다는 실제 부모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우리와 우리의 어린 아이들이 모두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탐색하고자 했다.

(그리고 꼬마 독재자와 함께 살면서 최대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도. )

6p






이 책의 저자는 영국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조 윌트샤이어로 두 아이의 엄마다. 까다로운 유명인사들과 인터뷰를 하며 사람다루는 기술을 육아문제에 적용한 육아서를 집필하여 유명인사가 되었다 한다. 외국인 작가다보니 음식 문제라던지 하는 부분에서는 우리나라 문화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책 본문 속에서도 예를 든 이들의 이름이 다 외국아이들이었고 말이다. 재미난 것은 중간중간 Action tip으로 소개된 상자 속 글들은 한국 엄마들의 사례였다는 것. 그래서 처음에는 응? 내가 잘못 봤나? 하고 다시 읽어보기도 했는데 분명 한국 엄마들의 사례가 짬짬이 팁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그래서 외국 작가가 쓰는 육아 문제와 우리나라 부모들이 보는 육아 문제와의 거리감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는 완충역할을 할 수 있었다.


책에 나온 여러 이야기 중에 사실 많이 공감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한 것들이 아이의 수면 교육과 기저귀 떼기 등이었다. 소위 순하다고 해서 밤에 잘 자는 아기를 둔 엄마들은 그 고충을 모를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 아들도 무척이나 잘 잤다. 갓 태어났을때 엄마 젖이 부족해 분유를 충분히 주었을때는 정말 너무 오래 자서 문제였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잘 나오지 않았음에도 모유 수유를 고집했고, 워낙 모자란 탓에 분유와 혼합을 하더라도, 되도록 모유를 주려고 노력했던 터라 충분히 배를 채우지 못했던 아들은 제대로 잠이 들지 못해 예민해지는 듯 했다. 그리고, 백일의 기적이라는 그 시기가 지나고 이백일이 되어도 아들은 밤에 깊이 잠들지 못했다.




아기를 안고 날밤을 새우기 일쑤다 보니, 다른 일들은 하나도 할 수가 없었고, 워낙 잠이 많았던 나는 그저 잠만 자지 못하는 그 상황이 세상 그 어떤 일들보다도 힘들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아기에게 배불리 젖을 먹이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이유식을 시작할때까지 이어졌고 말이다. 다행히 아가는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고 억지로 교정하지 못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니 밤에 길게 잠도 자게 되었다.



잠을 못 잘때에는 베이비 위스퍼 같은 책을 세트로 모두 들여가면서 모조리 읽어댈때도 있었지만, 강압적으로 우리 아기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배불리 먹인다면 모를까 배가 고파서 우는 아기를 억지로 재운다는게 사실 내 마음으로는 용납이 되지 않았기에..



이 책에서도 수면 교육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이 되고 있다. 많은 이야기들을 다루다보니 수면교육을 비중있게 다루지는 않았지만 읽으면서 예전 내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엄마젖이 충분히 잘 나오거나, 분유수유로 언제나 배가 잘 부르는 그런 아기라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할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사실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읽게 된 파트는 4장 여행 파트와 7장 대소변 파트였다.

아기와 함께 국내 여행은 몇번 다녀봤지만 처음으로 버스를 세시간이나 타고 (아기와 버스 자체가 처음이다) 다섯시간이나 비행기를 타야하는 장거리 여행은 9월 초 계획한 이번 여행이 첫 여행이기에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기대되는 마음이 더 컸지만, 두돌이 안된 아기와 여행을 가려니 어른들만 갈때보다 짐도 두세배 더 많아지고, 마음의 부담감 역시 커졌다. 이 책의 작가분도 두돌 딸과 첫 비행기 여행을 가는데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걱정을 하였다 한다.



아기 좌석을 굳이 안끊어도 되는데 따로 끊자고 할 정도였고, 여행 담당자들을 얼마나 귀찮게 닥달했는지 모른다고 반성하고 있었다. 자유여행이라 가이드에게 기댈 수도 없어서 나는 오로지 혼자서 이 모든 짐을 떠맡아야 했다. 그래서 저자가 적어놓은 파트를 더욱 꼼꼼이 읽었다. 그 중 인상적인 부분이 아기를 달래기 위해 단 것을 너무 많이 먹이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이가 지나치게 흥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 것을 먹고 아이가 흥분하는 것을 보지는 않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아기가 아장아장 걷다가 길을 잃을수도 있으니 아이에게 미아방지용 팔찌를 채우거나 팔에 볼펜으로 전화번호를 적어두라는 조언도 기억해둘만한 것이었다.



여행을 다녀오면 곧 두돌이 되는 우리 아들, 모유를 두돌까지 먹여야지 했는데 모유 뗄 일도 걱정이고, 기저귀 뗄 일도 걱정이다. 출산 후에는 모유 수유라는 커다란 산맥이 있다고 친구가 말을 해주었는데, 젖떼기와 기저귀 떼기도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 없는 듯 하다. 이 책에서는 12개월이 지나면 기저귀 떼기를 시도한다고 나와 있었는데, 다른 책들에서는 18개월 이후부터 시작해서 24개월 이후를 권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약간 차이를 느끼기도 하였다. 뭐, 빨리 시작해도 잘 해내는 아기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어쩐지 머리글부터 소제목까지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한 이야기들이 많아 더 정이 가는 육아서였던 육아 플래너. 육아서의 장점이 한번 읽고 덮어버리는 책이 아니라 필요할때마다 다시 찾아보는 그런 책이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여행을 다녀와서 심호흡 다시 하고 본격적으로 기저귀 떼기도 하고, 단계적으로 아이에 맞는 그런 것들을 시행하도록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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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올리비아 올리비아 TV 시리즈 7
나탈리 쇼 글, 재러드 오스터홀드 그림, 김경희 옮김 / 효리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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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 아들의 친구 윰양은 어려서부터 문화센터를 다니기 시작해서, 지금도 일주일에 세번 정도의 교육을 받으러 다닙니다. 그중의 하나가 트윈클 영어발레인데, 아이가 예쁜 슈즈와 튀튀 등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이 무척이나 예쁘다고 하더라구요. 친구보다 6개월 어리고, 돌쯤 되었을때가 바로 신종플루가 대유행했던 한해라서, 문화센터 가려던 생각을 애초에 접어야했던 저로서는 두돌이 되어가는 이제서야 아가를 데리고 문화센터에 다닐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물어보니 발레 수업에는 모두 공주님들만 있다고 해서 우리 아들을 위해서는 음악수업부터 신청하기로 했지요. 낯가림이 한참 심해서, 문화센터에서 잘 적응할까도 걱정이기는 한데, 아이들을 좋아하는 터라 어쩌면 잘 적응해줄거라 기대감도 조금 갖고 있어요. 아이와 함께 직접 가보지는 못한 발레.

그 이야기를 동화책으로 만나 친구 딸의 발레 수업을 생각하며 즐거이 읽어주었답니다.

 

칼데콧 수상 작가이자, 애니메이션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올리비아. 유명세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아직 아기에게 직접 보여준 적은 없었어요. tv 만화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동요나 호비 등을 너무 좋아해서 되도록 자제해주려 노력하는 편이었거든요. 사실 tv만 안 봤지, dvd는 너무 좋아해서 걱정일 정도랍니다. 그런 우리 아기에게 이 책을 보여주니, 천편일률적인 네모난 책이 아니라 우선 모양부터가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귀여운 꿀꿀 친구 올리비아를 보니 아기가 좋아하네요. 엄마도 사실 학교다닐때 잠깐 무용 수업시간에 듣고, 또 대학땐 교양강좌로만 접했던 무용인지라, 튀튀, 레오타드, 파드되 이런 용어들이 새롭게 다가오더라구요. 아주 잠깐이었지만, 올리비아가 가족과 함께 멋진 발레 공연을 보고 발레리나를 꿈꾸며 연습하면서 소개된 그 용어들이 쏙쏙 쉽게 귀에 들어왔답니다.

 

게다가 이 검은 고양이 보세요. 올리비아와 함께 춤추는게 귀찮은지 눈이 다 감겨 있네요. 어쩜 이렇게 귀여울 까요? 공주님들이라면 정말 드레스 같은 튀튀를 입고 예쁘게 앙증맞게 춤추는 모습이 정말 환상적일 것 같아요. 가끔 놀러가면 윰양이 발레 흉내를 좀 내곤 했는데, 그 모습이 제대로 앙증맞았었거든요. 튀튀까지 입고서 추는 모습을 보면 아마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저까지도 껌뻑 넘어갈 것 같아요.

 

지나치게 겁이 많은 엄마 덕에 문화센터에 일찍 못 다닌 우리 아들이었지만, 얼마전 아빠 생신때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갑자기 한 다리를 번쩍 들어올리는 공연을 하지 않겠어요? 넘어질까봐 살짝 벽에 기대어 서서 다리를 번쩍 번쩍 들어올리는데, 그때마다 그 큰 눈을 다 감고, 애교 샤방샤방, 눈웃음 가득하게 미소를 띄우니 가족들 모두 환호하고 인기 만점이었답니다. 신랑은 대 가수가 온다한들 이렇게 멋진 공연이 되겠냐고까지 했구요.

 

마침 이 책을 읽은 얼마 후였던 터라 아들이 책이 생각나 다리를 올리며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었는지, 어떤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우리 아들도 발레 배워봤음 좋겠단 생각이 드는 하루였답니다.

 

발레리나 올리비아~

멋진 친구와의 만남으로 아이와 즐거운 시간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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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도감 - 장난감을 만들며 놀자! 체험 도감 시리즈 6
기우치 가쓰 글, 다나카 고야 그림,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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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의 구분을 짓는다기 보다 성향의 차이였겠지만, 어릴 적 오빠는 유난히 무엇인가를 뚝딱거리며 만들기를 좋아하였고, 나는 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짓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었지만, 방학숙제로 나온 만들기 숙제를 오빠에게 부탁하고, 오빠의 그림 숙제는 내가 대신 해준 적도 있었다. 오빠의 손에서 요술처럼 뚝딱뚝딱 완성된 것을 보면 무척이나 신기했지만, 내가 본드를 들고 붙이고, 조립하고 하는 것은 영 소질에도 안맞는 듯 하였고, 무엇보다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난감하기 일쑤였다.



어릴적에는 지금처럼 많은 장난감이 있지도 않았지만, 게다가 시골 할머니댁에라도 가는 날엔 정말 아무것도 갖고 놀게 없어 무척 심심할때가 많았다. 뛰어노는 것도 한계가 있어 지루해질 무렵, 오빠는 집에서 하던 부루마불 게임을 머릿속으로 생각해내곤 종이를 오리고 글씨를 써서, 거의 흡사하게 부루마불 게임을 만들어 내어 한참 재미있게 놀았던 적이 있다.


이 책은 우리 아들과 놀아주기 위해 직접 엄마 아빠가 장난감을 만들어주거나 아니면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에 같이 만들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일찌감치 관심을 갖고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책을 읽다보니 어릴적의 공작왕 오빠가 생각이 났고, 지금부터 약 20년전에 출간된 적이 있는 책인지라 (1991년판이 있었다.) 한참 오래된 책임에도 어쩜 이렇게 다시 봐도 재미나 보이는 장난감이 많은 건지, 우리 어릴 적 놀던 수공 장난감들을 우리 아가들에게도 만들게 할 수 있겠단 생각에 흥분이 되는 그런 책이었다. 사실 요즘 엄마표 놀이, 엄마표 학습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새로운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이런 책들이 예전에도 나와 있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주로 여행, 요리, 육아, 소설 등에 편중되다 보니 신랑이 역사 서적이나 인문 서적을 좀 읽어보는게 어떻냐고 했다가, 이 책은 눈에 유독 들어서 관심을 갖고 보았다고 하였다. 20여년전의 책이라고 하니 본인도 대학 다닐때 1910년 경에 쓰여진 한의학 책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며, 나온 시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사람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그 감동의 깊이가 중요한 것이라 하였다.




책에는 각종 도구나 손 등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공작법들이 소개되어 있었고, 초등학교 3학년생을 기준으로 난이도를 네가지로 나누어 각각의 난이도를 보고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다. 아직 어린 우리 아기가 직접 만들 수는 없겠지만, 엄마가 만들어주면 너무나 재미있어 할 그런 작품들이 제법 있었다. 그래서, 비싼 외국 회사들의 움직이는 , 또 소리가 나는 그런 장난감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엄마, 아빠가 뚝딱 만들어줄 수 있는 장난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싶었다.





공작도감은 장난감을 만들며 놀고 싶을때 장난감 만드는 순서와 노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

신문지가 구렁이가 되고, 비닐 주머니가 문어로 바뀌며, 골판지가 예쁜 집으로 변신합니다.

공작도감에는 장난감 만드는 법이 무려 120가지나 실려 있습니다.

-저자 기우치 가쓰








게다가 요즘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인터넷 게임등에 빠져서, 책도 덜 보고, 이렇게 손을 이용해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기 힘든 일이 많은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아이가 직접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칼, 송곳, 망치 등을 이용해 만드는 것들도 있었지만, 난이도가 있거나 위험한 도구를 사용해 만드는 작품들은 부모와의 협력 아래 만들어내는 과정이 곁들여진다면 아이들에게 더욱 힘이 되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만들어진 장난감으로 어떻게 갖고 놀면 좋을지 방법까지 그림으로 설명이 되어 있는 책이라 어려움 없이 아이, 부모 모두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간 느낌을 전해준 책.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아기를 위해 더욱 소중하게 쓰여질 명저라 생각되는 책, 공작도감과의 만남으로 신랑과 오랜만에 책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더욱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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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나 소설
김규나 지음 / 뿔(웅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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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놓친채 읽어내려가기도 한다. 바로 그 소설이 단편인지 장편인지도 생각지 않고, 그저 맞닥뜨리듯 읽다가, 어? 단편이었네? 이렇게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인지라 그 의외의 놀라움이 기쁨이나 아쉬움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단편 소설을 장편 소설 못지 않게 좋아하는 터라, 이 책 역시 짬짬이 쉬어 가며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다고 생각을 하였다. 게다가 한편 한편의 작품이 모두 수준급이어서 이 책이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만이 소리를 낸다.
하지만 팽팽함은 언제 끊어질 지 모를 불안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당신은 아내가 행복한 줄 알았다.
...그런데 겨울이 끝나 가면서 발 밑에서 살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
18.19p 칼
 
설마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여러 책을 읽다보면 어떤 책은 아, 너무 쉽게 쓰여진 책 아닐까? 싶은 아쉬움이 들때도 있다. 그냥 허투로 결말을 내어버린다거나, 그냥 중언부언 말을 흐려 버리는 그런 글을 만날때의 난감함이랄까?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정말 공들여 썼다는 느낌. 그리고 작가의 내면의 깊이가 느껴진다는 그런 느낌이 진하게 배는 그런 책이었다. 띠지에 나왔듯 조선일보 신춘문예 심사평에서 윤후명, 서영은님이 "흔들림 없는 문장 속에 등장한 부검의의 존재, 섬세한 묘사, 죽은 당신을 통해 발라낸 우리들의 실존, 여태껏 등단 않고 어떻게 있었을까? 라고 말했듯. 정말 어디 계시다가 이제 나타나신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 오후의 햇살이 칼날에 부딪혀 여자의 눈을 찔렀다.
 여자는 칼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한순간 몸을 떨었다.
115p 코카스칵티를 위한 프롤로그
 
탄탄한 문장력, 그리고 유려한 글 솜씨.
책을 읽다가 좋은 표현이 나오면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살짝 책을 접곤 하는데, 이 책은 그렇게 접힌 부분이 무척이나 많았고, 각 단편들마다 거의 매번 그런 접힌 부분들이 나오곤 했다. 그리고, 이런 글을 볼때마다 글을 쓴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바다에서 갓 건져 올려 파닥이는 은빛 갈치처럼. 어둠 속에서 몸부림치는 그들의 상처 난 영혼이 느껴져 나는 소름끼쳤다. 헤어질 수 밖에 없었으리라. 사랑이란 반드시 간격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더이상 다가갈 빈 공간이 없다는 것은. 너무 먼 단과 나처럼 대화도 섹스도 이미 존재하지 않는 먼 사이만큼이나 위험한 것이다. 너무 멀어서. 혹은 너무 가까워서 사랑은 가끔 참을 수 없이 슬프다.
153p 거울의 방
 
단순히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만도 나는 이렇게 어렵단 생각이 들고, 뭔가 흡족하지 않은 표현들에 아쉬움이 가득하기만 한데.. 김규나 작가의 표현들을 보면, 정말 딱 떨어지는 그런 표현들이 너무나 많다.
 
실체를 알려고 하면 할수록 두려워지는 것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배운 그날 이후, 나는 많은 것들을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고 싶지 않아도 알아지는 것들은 세상에 너무 많았다.
217p 테트리스2009
 
그녀의 나이가 43이라고 하셨던가? 여자 나이 마흔에 비로소 느끼게 되는 어느 경지가 있는 걸까?
예사롭지 않은 그녀의 표현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사실 소설속 여주인공들의 삶과 사랑은 우울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읽는 동안은 이입된 감정으로 힘든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실연을 겪고 있다거나, 아픈 사랑으로 상처받은 상황이라면, 다시 또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책이 어쩌면 치료약이 될 수도 있겠지만, 평범하게 아기와 신랑과 살아가는 삶을 살다보니, 아픈 사랑으로 힘들어하는 이야기들이 사실 힘들게 느껴졌다.
 
나 또한 적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아직도 순수한 사랑만을 꿈꾸고 지금의 이 사랑이 영원한 사랑이라 믿고 싶은 소녀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사랑이라는 그 이면에 숨겨진 칼날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지 모른다.  
 
아, 어리석은 당신. 당신이야말로 하늘이 정해준 나의 운명이었던 거예요. ..왜 진작 말하지 않았나요.
206p 차가운 손
 
 
 어려서 읽었던 소공녀, 소공자가 아무리 해피엔딩이었어도 중간에 고난을 겪는 과정이 너무나 길었기에 읽는 내내 고통을 겪어야 했던 그런 느낌을 이 책을 읽으며 받았던 것 같다. 훌륭한 작가의 좋은 표현으로 술술 잘 읽히면서도 인상적인 그런 단편소설들이었음에도 행복하지 않은 그녀들의 사랑과 삶 이야기가 내게는 또다른 칼이 되어 꽂히는 듯 했다.
 
아직 상처까지 감싸안을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것일까?
따뜻하고 행복한 이야기를 더 좋아하고, 아이들 문학을 더 즐겁게 더 재미나게 읽는 것을 보면, 나의 미숙함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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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의 강 살림 YA 시리즈
마쓰우라 히사키 지음, 박화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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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이와 그 아이의 아이, 그리고 또 그 아이의 아이도 이곳에서 강이 흐르는 모습을 보며 살아가겠지?
늘 같은 모습인 것 같지만 단 한순간도 같았던 적이 없는 저 강을 바라보면서 말이야.
강은 늘 새로운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어. 23.24p
 
일본 만화 하면 자극적인 소재가 가득한 성인물이 아닐까 하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내이웃 토토로, 추억은 방울방울 등의 여러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나면서 천천히 그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게 되었다. 애니메이션이 상당히 발달한 문화다보니 다양한 장르로 발전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들 만화들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르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들 뿐 아니라 강의빛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이 소설의 원작 만화 또한 무척이나 감성적인 만화였다. 그 만화를 사정이 있어 끝까지 보지 못하고 앞 부분만 보았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다시 나와 읽게 되니 앞 부분의 영상이 생각나면서 그때의 그 기분으로 다시 돌아가 볼 수 있었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개발이라는 이유로 생태계를 마구 파괴시키는 행위, 그 속에서 피해를 겪는 많은 집단 중에 곰쥐 가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타타는 곰쥐 가족의 장남 쥐이다.
엄마가 병으로 일찍 죽고, 아빠와 동생 칫치와 행복하게 살던 타타는 어느 날, 귀를 찢는 듯한 무서운 불도저 소리와 전기 톱 소리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그리고 절대로 집을 떠나지 않겠다던 아빠 또한 생존을 위해 가족을 데리고 새로운 집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 와중에 무시무시한 시궁쥐 집단을 만나 위협을 느끼고, 그들을 피해 상류로 올라가려 하지만, 그들은 자꾸만 곰쥐 가족을 쫓아다니며 괴롭힌다. 엄마처럼 하얀 빛을 띄어 유난히 적에 노출되기 쉬운 어린 칫치, 아빠와 타타는 칫치를 보호하기 위해 더욱 노력을 하지만, 여행 과정에서 맹금류에게 칫치가 잡혀먹힐뻔한 위기에 처하기도 하였다.
 
사실 영화 라따뚜이를 보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다른 동물에 비해 쥐는 어쩐지 징그럽고 해로운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호감이 가지 않는게 사실이었다. 아무리 귀엽게 묘사된다 한들,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수백마리의 쥐만 생각해도 갑자기 식욕이 떨어졌으니 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귀여운 어린 아기 쥐들, 타타와 칫치를 생각하며 정을 붙이려 해도 처음에는 그 길다란 꼬리와 그들이 퍼뜨릴 세균 등이 생각나 혐오감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칫치와 타타가 겪는 각종 어려움들, 그리고 인간때문에 생겨난 그들의 고충과 아빠와 떨어질뻔한 상황에서 아기쥐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인 나로써도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기를 바라보며, 아기가 나오는, 사람이 아닌 아기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만 읽어도 어쩐지 더욱 몰입이되고 공감이 되어 가슴이 시렸던 것이다.
 
특히나 집을 처음 떠날때 먼저 만났던 젊은 쥐 부부가 겪은 고난을 보며 마치 인간사의 슬픈 일을 보는 듯 가슴 한구석이 콱 막혀왔다. 시궁쥐에게 남편쥐가 찢기는 것을 보고, 두 아기쥐의 죽음까지 겪은 후에 젊은 엄마쥐가 넋을 잃은채 아기 쥐 한마리를 안고, 자장가를 구슬피 부르던 그 장면. 나까지 눈물이 나려 해서 참기가 힘들었다.
 
도서관에서 그렌과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고, 게이치라는 마음 착한 소년의 집에 가서 보살핌을 받으며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타타네 가족은 고행스럽더라도 처음에 생각한 강 옆에서 살아갈 것을 고수하였다. 시궁쥐와 족제비 등, 그들을 공격하는 적이 많았어도 그들은 자유를 선택했고, 강에서 살아야할 운명이라는 생각을 고수하였다.
 

강은 결코 지치지 않아. 강은 끊임없이 흐르고 있을때 기쁨을 느끼거든. 저길 봐!
타타는 물 위로 솟아 있는 커다란 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물살을 가리켰다.
205p
 
나약해 보이는 곰쥐 가족, 사람들에게 아니 지구라는 아주 큰 단위에서 바라볼때에 그저 한낱 미물에 불과할 아주 작은 생명체, 그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기적이라고 작가는 말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남았다. 힘든 그 과정을 모두 견뎌내고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험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더 큰 모험이 남아 있다고 귀뜸까지 해주었다.
 
미키마우스 말고도 귀여운 쥐가 있다는 사실을 또다시 알려준 책, 타타의 강을 읽으며 귀여운 칫치와 타타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자꾸 그려보게 되었다. 또, 직접 읽고 만나봐야 할..그들의 모험 속에 등장하는 많은 동물들, 암컷( 스스로 항상 강조하는) 강아지 타미, (아줌마가 아니라는)고양이 블루, 참새 가족, (현명하지만, 말 많고 지나치게 앞서가는) 두더지 아줌마와 귀여운 아가 두더쥐들, 시궁쥐지만 현명한 그렌과 그 친구들, 그리고 인간이지만, 다른 인간ㄷ르과 달리 동물을 정말 사랑하고 보호하는 다나카 수의사 부부와 게이치 등 소년들.. 
 
재미있는 타타의 강을 만나 즐거운 시간이 되었고, 더 가슴벅찬 모험은 무엇이 될지..타타네 가족에게 불행한 일은 제발 없도록 책을 읽는 내내 마음 졸였듯이 다음 이야기에서도 해피 엔딩이 되길 바래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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