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들
레브 그로스먼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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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 중의 수재인 쿠엔틴이 프린스턴 대학 면접관을 만나러 가던 길에 일생이 달라질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면접관은 죽어 있었고, 쿠엔틴과 친구 제임스에게 남겨진 봉투로 인해 그의 인생은 제임스와 확연히 달라지고 말았다. 항상 현실에 만족하지 못했던 쿠엔틴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줄 관문이 바로 그 봉투였던 것이다. 봉투를 열고 책을 펼치자 그는 전혀 새로운 곳에 서 있었다. 그가 어릴적부터 꿈꿔왔던 소설 속 필로리는 아니었지만, 미국 북부의 어느 지역이라는 그 곳에서 그는 다짜고짜 마법학교 입학시험을 치루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그는 합격하였다.

 

필로리 앤드 퍼더는 채트윈 가의 다섯 명의 아이들이 괴짜인 이모와 이모부와 함께 시골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우연히 발견한 마법의 땅에서 벌이는 모험을 묘사하고있다. 17p 주인공인 쿠엔틴을 마법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고, 그의 인생에 크게 좌우된 이 소설은 실존하는 소설은 아닌듯했다. 어쨌든 나니아 연대기를 연상케하는 줄거리를 지닌 필로리 앤드 퍼더. 그리고 주인공 쿠엔틴이 마법학교에 들어가 공부한다는 설정은 해리포터의 유명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또한 쿠엔틴이 마치 교수님을 괴롭히기 위해 잠깐 마법을 흐트리게 했던 장난으로 이계에서 야수가 나타나 모두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던 섬뜩한 장면은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에서 주인공 아마테라스가 아기였을 적에 이계의 괴물을 불러냈던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마법사들, 이 책은 내가 알고 있는 많은 환타지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그 환타지들이 미처 들려주지 않았고, 우리도 궁금하지만 어디에 물어보지 못했던 그런 부분들을 속시원히 긁어주고 들려주는 그런 소설이었다. 너무 세밀하게 묘사가 되어 있어서 사실 읽다가 그 월반 시험 과정 등에 진짜 내가 몰입이라도 되는 양 숨이 막히기도 하였다.

 

일반 환타지 소설이나 무협지 등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묘사가 되어있긴 하나 어른인 우리가 보기에는 미흡하기만 한, 그저 운이 좋아서 모든 일이 우연찮게 들어맞고, 잘 해결이 되는 그런 경우와 달리 이 책속의 주인공 쿠엔틴은 무척이나 똑똑한 수재였지만, 역시나 모두가 똑똑한 천재들만 모인 브레이크 빌스 마법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공부를 한다. 그리고 그 마법이라는 것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받은 자에게 내려지듯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들이 묘사가 되어 있었다. 어쩐지 우리 나라의 민족 사관학교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달까? 예전에 봤던 다큐멘터리에서 그들이 치열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쿠엔틴 역시 그에 못지 않은 학생이 아니었을까 싶은 심정이 들었으니말이다.

 

소설 중간중간 계속 등장하는 필로리 라는 소설, 그 5권의 내용들이 중간중간 소개가 되면서 쿠엔틴과 그 소설이 절대적으로 관련이 있음이 중요하게 암시가 되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이 따로 있는 책인데 내가 미처 못 본 책은 아닌가 싶어 검색도 해보았다. 필로리로 검색해보니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만 검색이 되고, 또는 마법사들이라는 이 책이 뜨는 것을 보니, 아직 번역이 되지 않았거나 아니면 실제는 존재하지 않는 책속의 책인 생각도 들었다.

 

마법학교에 들어온 쿠엔틴의 부모님이 실제로 아들이 명문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마법은 속임수라는 생각이 들어 불편해지긴 했지만, 현실의 부모를 납득시키지 않고 아이가 없어지는 것보다는 타당성이 있는 대처가 아닐까도 싶었다. 어쨌거나 그 디테일이 놀랍기만 했던 마법사들. 그래서 이 책이 뉴욕에서 베스트셀러로 한참을 인기를 끌었던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듯 생생히 전해져 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자네들이 마법사가 된 이유는 자네들이 불행하기 때문이야. 마법사가 강한 이유는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야. ..제군들은 자네들을 부수려고 하는 세상을 부수는 법을 배운 거야." 345p

 

졸업할때까지의 전 과정이 세세하게 펼쳐지고, 졸업을 하던 날 포그 교장이 졸업생들에게 해준 말이었다.

또한 쿠엔틴이 졸업후 마법사로서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장면도 더이상 아이들만의 환타지가 아닌 어른들의 진지한 고민 같아서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환타지를 읽으며 이토록 공감해보기는 처음이라 어색한 느낌도 들었다.

 

마법학교의 놀라운 경험들도 있었지만, 그 과정은 다소 지루하고 빡빡한 일정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졸업이 전부가 아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쿠엔틴이 현실에서 짝사랑했던 친구 줄리아, 그리고 브레이크 빌스에서 짝사랑했던 여교수, 그리고 그의 사랑이 된 한결같았던 아름다운 앨리스까지... 그들의 사랑이야기 또한 주된 중심으로 자리하였다. 똑똑한 청소년들의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담겨 새로웠던 환타지.

 

또한 그들의 필로리라는 소설이 마법사들인 그들에게 주는 의미는 어떻게 결론이 지어질지..

사실상 중반부까지는 마법학교에서의 공부와 졸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쿠엔틴이 마법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 이어진다. 그리고, 그전에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복선처럼 여겨지며 모두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진짜 흥미진진한 모험은 이제 시작이었던 것이다. 필로리는 실존했던 곳이고, 필로리고 가는 문을 그들이 열게 된것이었다. 쿠엔틴이 평생을 꿈꾸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게 된것.이제 정말 재미있어 지는구나 하며 후반부를 읽다보니 어느덧 마지막장을 덮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작가가 이 책 후속편을 집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으니 책을 덮는 아쉬움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것. 어른이 되어 읽는 판타지가 너무나 현실적이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처음에는 난감하기도 했던 소설이지만, 읽을 수록 얻어지는 재미가 새로웠던 소설이었다.

 

거억거억거억.. 쿠엔틴이 즐거움에 질렀던 그 소리를 과연 나도 그 모습(?)으로 낼 수 있을지 떠올려보며 후속편을 기다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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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칭찬대로 아이가 자란다 - 72개의 Q&A로 배우는 아이의 바른 습관을 키워주는 칭찬과 꾸중의 지혜
야마구치 카오루 지음, 박정애 옮김, 허은정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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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루에도 몇번씩 바뀌는게 엄마의 마음인가 봅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우리 아기, 바르게 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아주고 싶은데 떼 쓰고 투정 부릴때 혼을 내야할지, 그저 정말 칭찬으로 일관해야 할지 책이나 언론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내주어서 어떨땐 혼동이 오기도 하니까요. 오늘도 아기엄마인 친구를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하루에도 참을 인자 세번씩을 쓰는 것 같아. 아이가 떼를 쓰면 제때 훈육하는게 도움이 된다 싶어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혼을 내지. 그런데 다른 아가엄마들은 안 그런가봐. 어떻게 마음 아프게 아기에게 소리를 지르냐면서 그냥 아기가 원하는걸 해주는 것 같아. 너도 내가 보기엔 잘 참는 것 같고.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마냥 아기가 해달라는걸 다해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못된 행동을 할때 그냥 방치를 할 수도 없고 아기가 바르게 자라나길 바라는 엄마들의 마음을 반영해 어떤 훈육법이 좋을지 고민하게 되는건 당연한 일인것 같아요.

 

이 책의 저자 야마구치 카오루님은 도쿄대학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응용행동 분석학을 전공한후 현재 도쿄가쿠게이대학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계신 분입니다. 그의 양육법과 교육 프로그램은 일본 부모들과 교사들에게 폭넓은 호응을 얻고 있고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와 교사들에게는 거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합니다.

 

정말 책에는 일반 아이들부터 시작해서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의 예까지 다양한 예시가 질문과 대답 식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엄마, 교사들의 질문에 친절한 답변이 수록된 방식이어서 궁금했던 부분을 찾아 읽기 편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발달장애라는 말을 아이에게 적용하는게 무섭고 두려운 일이지만, 병원에 가보지 않아 그렇지 발달장애라는 판정을 받는 일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닌것 같더라구요. 실제 제 주위에 친구 하나도 아기가 발달장애 판정을 받아 큰 충격을 받았는데, 행동이나 언어 구사가 많이 느리긴 하지만 절대적으로 다른 문제가 보이는 아기는 아니거든요. 그래도 병원에서 특정 진단을 받으면 부모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듯 충격을 받게 되는 듯 하여, 친구의 아픈 마음에 절절히 공감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더 유심히 읽어보게 되었네요.

 

우리 아기도 언어나 행동 발달이 빠른 편이 아니어서 혼자 걷는게 많이 느렸고, 지금도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아도 그래도 믿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거든요. 책에는 많은 엄마들의 고민상담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섯살 여아가 유치원에서 다른 사람 손을 자꾸 꼬집어 고민인 경우, 장난이 너무 심해 때려서라도 바로 잡아야하는게 아닌가 고민되는 경우, 그리고 q24의 경우 제가 관심있게 지켜볼, 세살인데 말을 잘 못해요 라는 부분이 나왔더라구요.

대답은 운동발달을 촉진하면 언어도 발달한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언어발달은 흉내내기와 가리키기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말하게 하는 것보다 언어발달을 뒷받침할 수 있는 주변의 발달, 즉 운동발달을 촉진시키는 것이 효과가 높습니다. 75p 사실 엄마, 아빠 , 맘마, 기린 등의 기본적인 단어를 말하고 또 웬만한 내면 용어는 다 알고 있는 듯, 책에 나온 사물이나 아는 것이 나오면 다른 책이나 인형들을 갖고 와서 같이 매칭하는 것을 보면 입밖에 소리내어 말하는게 느릴뿐이지 다 알고 있는 것은 분명했거든요.

 

또 세살된 (아무래도 지금 우리 아기가 세살이다 보니, 세살 아이의 경우가 가장 눈에 쏙쏙 들어왔던 것 같아요. 나이별로 찾아볼수있어 정말 유용한 책 같았네요.)여아의 경우 뜨거운 냄비나 가스레인지를 만지려고 해서 고민하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답변 중에는 하지마! 하고 엄하게 제지한후 이런 것은 하면 안되는 거야 라고 그 행동을 직접적으로 인용하면서 되풀이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엄한 얼굴로 이것은 안돼 라고 단호한 어조로 말하셔야합니다. 126p습관적으로 왜 무엇이 안되는지 일일이 지적하곤 했던 제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었네요.

 칭찬이 왜 중요한지, 훈육, 특히나 매를 들거나 화를 내는 훈육이 왜 바람직하지 않은지는 머리글에 잘 나와 있었구요.

 



 

만약 칭찬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것은 아이가 올바른 행동을 했을때마다 계속해서 칭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칭찬에 대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아이가 칭찬받을 행동을 할때마다 단 한번도 놓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칭찬해주어야 합니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 '연속강화'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칭찬을 받을 행동을 하면, 바로 그 즉시에 칭찬해야 합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즉시 강화'라고 합니다. 204p 



 

사실 칭찬하는 것보다 때리고 소리지르며 혼을 내는게 엄마 마음으로는 더 힘들때가 많았습니다. 아직 어린 아기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칭찬으로 바로잡을 수만 있다면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고 바로 잡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었던 것 같아요. 단지 이러면 우리 아기 버릇이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가끔 화도 내고, 방에 혼자 두기도 하는 등의 벌을 주곤 했는데 너무 어린 아기의 경우에는 혼을 내도 그게 혼나는건지 모르기도 하더라구요. 그냥 상처만 받기도 하구요. 왜 잘못을 했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알고 시정할때 대화로 해결한다는것도 사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만큼 부모의 부단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 자녀 교육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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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
마이클 셰이본 지음, 이선혜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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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든 것이 과장된 오늘 밤, 모든 것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되어 보이는 내 눈에는 그들이 마법의 힘을 발산하는 아서의 모습이나 그의 곁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너무 눈부셔서 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39p

 

헤어진 여자친구, 갱 단원인 아버지, 그리고 피츠버그에 홀로 있는 나.

어느 여름. 마지막으로 갔던 학교 도서관에서 이름이 같은 아서라는 멋진 청년과 독특한 분위기지만 분명 아름다운 플록스를 만나게 된다. 분명한 것은 그 두 사람이 먼저 내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

 

아서와 함께 그의 친구들을 만나게 될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또 제인과 그의 애인 클리블랜드의 존재까지 알게 되었다. 악명 높은 클리블랜드는 보지는 않았으나 다들 당연한듯 입에 올리는 궁금한 인물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제인 덕택에 클리블랜드에 대해 더욱 궁금해지기도 하였고. 

 

"아트 벡스타인이 쓴 '갱 단원의 아들'이라는 책을 찾고 있어." 82p

 

아트 벡스타인은 아르바이트 가게로 자신을 잡으러 온 어느 오토바이 족을 보고, 드디어 아버지에게 원한을 가진 자에게 목숨을 잃는다고 생각하였다. 장난끼로 똘똘뭉쳤던 그는 바로 클리블랜드였다.

 

20대의 피어오르는 젊음을 간직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소설.

아트가 수시로 마치 영화배우처럼 잘 차려입은 그와 그녀들(그해 여름 새로이 알게 된 플록스, 아서, 클리블랜드, 제인 모두)에게 감탄하며 그들의 친구임을 자랑스러워 할 정도로 아트는 그들에게 푹 빠져 있었다.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플록스와 아서 사이에서 방황하게 되는 것까지 말이다.

 

"넌 미친 여자친구를 버리고 또 다른 여자친구를 얻었어. 그녀도 하찮기는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립스틱을 바르고 향수를 뿌리고 직업도 있지. 네 인생은 한마디로 '수표 고마워요, 아버지'야." 219p

 

25살에 논문으로 제출한 이 소설이 너무나 뛰어났던 까닭에 담당 교수님이 에이전트를 소개해주어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베스트 셀러에 오른 소설. 영화로도 만들어져 2009년에 미국에 개봉되기까지 한 작품이었다. 마이클 셰이본의 데뷔작인 이 소설 이후로도 그는 수많은 상을 수상한 작가로 거듭났다. 퓰리쳐상, 휴고상, 네뷸러 상 등 뛰어난 기지를 발휘하는 그의 능력은 작품 속에서 더욱 빛이 나는 듯 하였다.

 

갱 단원인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든 나는 친구인 아서의 말 그대로 '수표 고마워요 아버지'였는지 모른다. 그런 나에게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두 사람이 나타났고, 두 남녀 사이에서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고 방황하기도 하였다.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잇지 않고, 밝은 세상에 나아가길 바랬던 터라 아들이 사귀는 여자, 혹은 남자친구들까지도 아버지에게는 하나하나 걸러보고 평가해야 할 대상이었던 것이다.

 

사실 어느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였겠지만, 힘을 가진 아버지의 권력은 더욱 막강했던 터였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젊은 날의 열정을 담고 있는 소설이었지만, 나또한 20대를 보내고, 어떤 이를 만난 적도 있었지만, 이들의 사랑처럼 눈먼 곡예를 하듯 완전하게 나를 잃는 사랑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작가가 표현해낸 사랑이야기보다 나는 그의 하나하나의 상세한 묘사들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해하기 힘든 성적인 면들보다는 그저 아트가 살고 있는 집을 묘사하고, 제인의 아버지의 말투를 묘사하는 등의 색다른 표현 기법이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수프와 샐러드를 먹는 동안, 내가 아기였을 적에 엄마와 함께 포브스 구장에 놀러갔던 잊지 못할 일요일 이야기를 아버지가 꺼내는 바람에 나는 계속해서 심장마비를 일으킬 지경이었다. 내 팔에 온통 소름이 돋을 만큼 아주 오래되고 예쁘장한 이야기였다. 228p

 

내 팔에 온통 소름이 돋을 만큼 아주 오래 되고 예쁘장한 이야기라는 그 이야기에 나는 그대로 시선을 고정시킬 수 밖에 없었다.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누워서 그해 여름은 참 열에 들떴던 때였지. 하고 과거를 회상하듯. 어쩌면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 이야기 또한 아트에게는 아주 오래되고 예쁘장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던..기분이 들었다. 물론 아트가 표현한 바는 역설적인 표현이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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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 보면 저절로 공부가 되는 엄마표 놀이 + 학습
연후맘 지음 / 미디어윌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이번 달에 두돌 생일이 있는 우리 아들.

어제 처음으로 문화센터에 다녀왔답니다. 낯가림도 요즘 들어 더욱 심해지고, (가족들과만 있어 그런지 낯선 사람들을 보면 숨기 바쁘답니다.) 하필 어제따라 늦잠까지 자는 통에 선잠 깨자마자 들어간 문화센터에서 놀랐는지 울면서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답니다.

 

신종플루, 수족구 등만 아니었어도 돌때부터 문화센터를 다닐 예정이었는데 이런 저런 핑계로 늦어지다 보니 집에서 엄마와 가족들과만 있어서 아기가 심심해하는 것 같아 많이 미안하기도 했고,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지요. 문화센터 뿐 아니라 집에서도 책읽기 이외의 새로운 놀이들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전에 읽은 공작도감도 무척 흥미로운 책이었는데, 아직 어린 우리 아기에게는 많이 어려운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만 되어도 직접 만들어볼 난이도의 작품이 많은데 우리 아기는 아무래도 엄마가 만들어줘야 할 것들이 많았거든요. 이 책을 보더니, 신랑이 우리 아기에게는 이 책이 딱 좋겠다 라고 말을 했답니다. 3세부터 8세까지 아이들을 위한 책이었으니깐요. 이제 3세인 우리 아기에게는 앞으로 5년간 재미나게 놀 수 있는 이야기거리들이 풍성하게 들어 있어 유익한 책이 될 것 같아요.

 

사실 엄마들 하는게 쉬워보여도 막상 집에서 아기와 놀아주려면 뭘 하고 놀아야 할지 막막한 적이 많았답니다. 어느 책에서 본 물 웅덩이 설거지 놀이가 재미나 보여서 거실에 수건을 깔고 대야에 물을 받아 놀게 해주었더니 좋아는 하지만, 흘린 물에 아기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크게 다칠 뻔한 적도 있었답니다. 사실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하면서 놀아줘야하는 거겠지만, 우리 아이 단계에 맞으면서 좀더 상황에 맞게 적용할 방법들이 있겠다 싶었어요. 책에 나온 것 중에서도 취사 선택해서 따라 할 수 있는 것부터 조심스럽게 따라하기 라는 생각이 들었단 거죠.

 

각종 문화센터 등에서도 엄마들이 미처 챙겨주지 못하거나 하는 오감 발달, 혹은 다양한 신체 활동 등을 통해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는 수업을 하는 것 같았답니다. 첫 수업만 듣고 와서 아직 많은 것은 모르지만, 블로그의 리뷰나 첫 수업에 대한 소감은 그랬지요. 사실 저처럼 게으른 엄마가 아니라 아기에게 정말 많은 관심과 시간을 쏟는 엄마들이라면 인터넷이나 이런 책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많이 습득해서 집에서도 충분히 아이의 발달을 위해 많은 것들을 해줄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의 저자 연후맘 김복실님이 바로 그런 대표적인 엄마신것 같았어요. 벌써 창의 폭발 엄마표 미술놀이라는 책에 이어 이 책이 두권째 책이었구요. 각 놀이 학습 별로 나이 단계가 표시되어 있어서 우리 아이 연령에 맞는 놀이 법을 찾아 놀아줄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었답니다.

 

2~3세의 우리 아기의 경우에는 대, 소근육 능력이 발달하는 시기로 공 던지고 받기와 끌고 다니는 장난감을 무척 좋아하는 시기라 하네요. 이 시기에는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놀이가 좋다고 합니다. 8p 이렇게 나이별로 어떤 자극이 필요한지 설명을 해주고, 저자분이 설명해주는 놀이도 같이 언급이 되어 있어 연령에 맞게 놀아주면 될것같아요.

 

유난히 수다스러운 엄마가 유독 아기앞에만 서면 물건 이름만 가르쳐주고 자세히 설명할 줄을 몰라 당황하기 일쑤인 제 단점을 보완이라도 해주듯, 각각의 놀이법 중에는 엄마가 설명해줄 부분까지 콕 집어서 놀이 중간중간 아이의 두뇌를 자극해줄 그런 팁들이 섞여 있는게 마음에 들었네요. 두서없이 설명해주는 것 같고, 아직 어려운 설명 같아도 아이들이 스폰지같은 능력으로 마음껏 흡수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정말 많은 것을 알려주고 놀아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에 항상 답답함을 느끼곤 했거든요.

 

뭐든 자주 만지고 재미나게 즐길줄 알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유난히 신중한 성격인 우리 아기는 처음 보는 것을 덥썩 만지기 보다는 오래 관찰하고 안전하다는 확신이 든 후에야 조심스레 손을 뻗어 만져보는 스타일이랍니다. 그래서 이번에 대천에 놀러가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를 하는 다른 또래 아기를 보고, 우리 아기도 모래를만지게 해주려고 하니까 쉽게 다가 오지 않더라구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면 계속 놀려고 한다는데 아직은 그게 재미나다는걸 깨닫지 않은 것 같았어요. 엄마의 다양한 자극이 아쉬워졌던 순간이었답니다. 책에서는 즐거운 갯벌 체험을 찰흙으로 해보라고 알려준답니다. 처음 보는 바다에서 철퍼덕 앉아 놀라고 했으니 아기가 놀랄만도 했다 싶어서 집에서 찰흙이나 밀가루로 노는 방법을 먼저 알려줄까 하네요.

 

아기 철분제를 먹이면서 약병에 딸린 스포이트를 사용하곤 했는데, 아기가 스포이트로 색깔물을 빨아올려서 휴기에 떨어뜨리는 놀이를 하게 한다는 건 아직 생각지 못했었어요. 사실 놀이방법이 다양하여도 우리 아기에게 어떻게 놀게 하기 막막한게 많잖아요. 적절한 나이에 두뇌를 자극하고, 소근육, 대근육을 쓰게 하는 재미난 놀이들. 멀리서 찾지 않고 이런 책의 도움을 받아봄이 바쁜 엄마들에게 효과적인 시간관리가 될것같기도 하네요.

 

4세부터 할 수 있는 부글부글 거품이 솟아나요는 산과 염기의 격렬한 중화반응을 이용한 것으로 아이들이 신기해하면서도 재미나 할 수 있는 과학 놀이겠어요.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도 이 놀이가 있었는데, 사실 초등학교 다닐때도 무척 재미나게 했던 실험인지라 어린 아기들에게도 재미나게 느껴지는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도 싶었네요.

 

놀이 속에서 익히는 한글 놀이 같은 경우에는 나이 차이도 있지만, 아이들의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니 아이 단계에 알맞은 놀이를 선택하라고 되어 있었어요.그냥 읽고 쓰기보다 글자를 자석으로 낚시 놀이하기도 하고, 첫소리 자음을 찾아 그림 카드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바느질을 하면서 한글을 익히기도 하는 등 참신한 시도들이 돋보이는 대목이었어요. 일찍부터 한글을 가르치는 분들도 많지만, 조급함을 가지지 않으려 하는 저로서도 참고하고 싶은 방법이 많았답니다.

 

엄마표 교육을 통해 힘도 들고, 슬럼프도 겪어서 방문 교육을 해볼까 고민도 해봤다는 저자 연후맘님. 결국에는 아기가 좋아하는 엄마표 홈스쿨링을 계속하기로 마음먹고 조금씩 방법을 바꾸어 놀아주고 가르쳐주는 방식을 택했다고 하더라구요. 100% 홈스쿨링을 고집할지 방문 교육이나 어린이집 등의 시설 교육을 병행하게 될지 아직 완전한 계획을 세운 건 아니지만, 연후맘님의 재미나 보이는 많은 놀이 학습들이 우리 아기를 키우면서 앞으로 하게 될 엄마와의 많은 추억 시간들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답니다.

 

잘 모르면 책을 펼쳐놓고 차근차근 해보려구요.

하나하나 배우는 심정으로 아기와 함께 하다보면, 저도 응용력도 생기고 아기와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엄마표 놀이, 부족한 초보엄마에게 아기와의 소중한 시간을 되새기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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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나라 백성의 나라 - 상 - 북리 군왕부 살인 사건
김용심 지음 / 보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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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관 포청천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보았다. 얼굴이 유난히 검고, 이마에 초승달 무늬가 있는 포청천의 명판결들도 인상적이었고, 개작두, 용작두 등의 tv에 나오는 용어 모든 것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때 tv시리즈를 보며 포청천만큼이나 기억에 남았던 사람이 바로 전조 하가경이었다. 포청천의 오른팔이자 뛰어난 무예와 수려한 용모를 자랑하던 전조는 아마도 많은 소녀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지 않았나 싶다. 포청천 이야기를 지금도 친구들과 나누다보면 전조 이야기를 한마디씩 빼놓지 않고 하는걸 보면 말이다.

 

바로 이 책 임금의 나라 백성의 나라는 포청천이 아닌 전조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그때는 그저 엑스트라나 조연에 지나지 않는다 여겼던 그가 주인공이 된소설. 게다가 너무나 인간적이고 멋진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다시한번 그때의 추억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동생 친구 하나는 전조 역을 맡았던 하가경의 열혈팬이 되어 한때 집안에 하가경 포스터로 도배를 한 적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책이 나온걸 알았다면 아마도 누구보다도 먼저 읽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이 소설을 동생 친구에게도 권해주고 싶었다.

 

사실 나보다도 먼저 이 책을 읽으셨던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제목은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 아니었는데, 책은 참 재미있더구나. 대부분의 책이 초반에는 지루하고,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곤 하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재미있었어. 처음부터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묘미가 있고,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는 그런 소설이었단다. 참 괜찮더구나."

라고 하셨다.

많은 책을 읽으시면서도 특별히 어떤 책이 재미있다는 말씀을 잘 안하시는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시라 읽기전부터 더욱 기대되는 책이었다. 그래? 어떤 내용일까? 포청천이 아닌 전조의 이야기는.. 하면서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5년전 천자의 나라로 나온 소설이 다시 제목을 바꿔 신간으로 나온 책이라 하였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속지 제목과 작가 이름이 겉표지와 달라 당황하기도 하였지만 띠지의 설명을 보고 이해하기로 했다.

 

북송 제 4대 황제인 인종은 양양 왕이 일으킨 반란과 자신을 꾸짖는 말에 충격을 받고, 진정한 왕의 의미를 찾아 암행을 결심한다. 얼굴에 인피면구를 쓰고 전조와 함께 북리 군왕부에 동행하는 이정선생이라는 서생으로 따라나선것이다. 물론 수상쩍기는 해도 얼굴을 전혀 못 알아보게 된 황제를 전조가 알아볼리 만무했고, 뛰어난 인물보다 더 아름다운 강직한 마음과 굳은 절개를 지니고 있던 전조와 함께 하는 일정 속에 황제는 서서히 그에게 감화되어 갔다.

 

포청천의 문제해결능력이 정말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어나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전조의 기지 또한 포청천에 버금갈 뛰어난 능력이 아니었나 싶었다. 하나하나 풀리는 것을 보면서 반전 아닌 반전의 재미를 느꼈고, 역시 포청천의 오른팔이자 의붓아들 못지 않은 전조다 하는 생각을 했다. 뛰어난 무예와 강직한 성품을 지닌 전조에게 감화되는 사람이 비단 인종뿐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그와 의형제를 맺고 지키려하는 이들이 있음에 나 또한 눈시울이 붉어지며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여인이란, 그토록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건만 얼마나 용감하고 강한 존재인가.

사내란. 아령의 말처럼 세상을 뒤집는다 큰소리쳐도 정작 제 입성 하나 추스르지 못한다.

북리운천이 서부를 지배하는 열혈지왕이라 자처하면서도 자신의 딸조차 거두지 못한 것처럼.

그러나 여인이란, 세상을 뒤집을 생각 따위 갖지 않아도 누구보다 용감하게 운명과 싸운다.

하권 88p

 

책을 읽은 사람들은 알수 있겠지만 북리운천의 무서운 음모와 망나니같았던 북리현의 대립 또한 하권에서 그 베일이 벗겨지며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랬던 거였구나 하면서 전조의 눈을 통해 우리에게 진실이 전해져 온것이다.

 


 

그 검조차 없는 세상, 그 검을 녹여 낫과 호미를 만드는 세상.

황제마저 잊혀져 백성들이 저마다 평화로이 살고,

그래서 누구나 다 똑같은 하늘의 자식으로 저 하늘이 내려주는 햇빛과 바람, 빗물과 솜눈을 함께 받으며 평화로이 사는 세상,

진정한 천자의 나라.......

그 꿈을 자네가 보여 주었네.

내가 이제 그것을 지키려 하네.

그것만으로 용서해주면 안되겠나?

하권 239p

 



 

암행을 나온 황제가 황제의 명으로 처형을 당할 뻔한 기괴한 상황은 정말 그의 암행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이었는지 오싹하게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길가에서 정말 비명횡사했을 수 있는 무서운 상황들, 전조라는 뛰어난 인물이 없었더라면 살아남기조차 힘들었을 연약한 하나의 인간.

 

하늘같았던 천자 황제는 그렇게 전조와 가까운 이가 되었고, 전조를 통해 성숙한 황제가 될 수 있었다.

 

이 책을 말로 어찌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친구를 구하고, 의형제를 구하고, 황제를 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중심에 전조가 있음을.. 중세를 근세로 바꿀, 진정한 천자의 나라로 만드는데 전조라는 한 인간이 있었음을 기억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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