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집 1 안데르센 동화집 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빌헬름 페데르센 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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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안데르센의 일생에 대한 짧은 그림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의 재미있는 동화책들만 읽고 알아왔던 나로써는 안데르센의 일생이 사실은 미운 오리새끼의 그것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시간이었다. 단지, 그의 일생만이 언급된 그림책이라 잠깐 잠깐 소개되는 그가 쓴 동화 제목들을 보면서, 다시 안데르센 동화를 읽게 되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일이었다.

 

어려서 안데르센 동화 몇편씩을 읽지 않고 자란 어린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너무나 유명한 인어공주서부터, 엄지아가씨, 들판의 공주(열한마리 백조와 공주이야기), 완두콩 위에서 잔 공주 등 그가 이야기해주는 재미있는 동화들은 정말 무궁무진했다. 그토록 재미나게 읽은 책이건만 어른이 되고 나니 집에 남아있는 그림책이 따로 없었다. 엄마 아빠가 읽고 자란 그림책을 보관하고 있다가 아기에게도 물려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집처럼 우리집에서도 어릴적 내 동화책을 따로 보관하지는 않았기에..

 

어른이 다시 되어 만난 안데르센 동화책은 완역본이라 하였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책.

게다가 몇편은 어렸을적에도 미처 못 읽어봤던 글들이라 새로운 재미가 있었다. 이미 읽어본 동화들도 다시 읽으니 여전히 재미있었고 말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읽을 수 있게 글씨도 적당히 큼직하고, 내용은 여전히 재미가 있다. 동화란 이런 것이다를 새삼 다시 느끼게 해줄 정도로.. 언제든 동심으로 돌려줄 그런 동화랄까?

사실은 몇 동화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이 읽기에 이런 내용이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것도 있었다.

 

어른인 지금 읽기엔 재미있지만, "길동무"의 경우에 착한 요하네스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슬픈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여행을 떠났다가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 결과에서는 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실상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동화들이 이처럼 완역본에서는 성인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들이 있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걸까? 어렸을 적에는 공주의 부모를 죽였다던가 하는 내용은 없고 그저 두루뭉술하게 행복한 결말로만 넘어갔던 것같은데 말이다.

 

안데르센 본인은 어려운 집안 환경과 정신병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덕분에 혼자 놀고 공상해야하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으면서도 그의 누구보다도 뛰어난 상상력으로 아무나 만들지 못했을 뛰어난 어린이 명작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동화들은 지금도 고전 중의 고전이 되어 우리와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니 그를 진정한 동화의 임금이라 할만하지 않을까?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아이와 함께 많은 동화들을 읽어왔지만, 역시 안데르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정말 즐거운 동화 속 환상 세계로 빠져들었으니, 안데르센에게 다시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2권도 있다고 하니 꼭 읽어보고 싶다. 2권에도 내가 못 읽어본 동화들이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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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 길 내는 여자 서명숙의 올레 스피릿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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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제주 할망들은 서둘러 달려오다가 넘어지는 손주들에게 말하곤 했다.

"재기재기 와리지 말앙 꼬닥꼬닥 걸으라게(빨리빨리 서둘지 말고 천천히 걸어라.)'

-들어가며



제주를 여행한지 여러번, 여러해가 되어가지만 올레길에 발을 올려본적은 아직 한 번도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의 나의 여행은 임신했을때의 태교 여행, 그리고 아기가 6개월, 16개월 정도 되었을때의 여행이었던지라 되도록 쉬는 여행을 하자는 취지로 렌터카를 빌려 그저 숙소에서 쉬고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고 오는 여행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해동안 제주도를 오가면서 올레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실제로도 제주도에 가서도 올레에 대한 플랭카드가 나부끼는 것을 보기도 하였다.


가장 올레에 대해 많이 접하고, 변화를 느낀 것은 바로 책을 통해서였다. 올해 들어 내가 읽은 제주 올레책만 해도 이 책 이전에도 벌써 세권에 달하고, 이 책 이후에 읽을 책까지 하면 내가 가진 제주 올레책만 5권에 이른다. 모두 제주 올레만 다룬 책으로, 전국 걷기 여행이나 제주도 100배 즐기기에 실린 제주 올레 코스편을 고려한다면 소장한 책은 몇권 더 늘어가는 셈이 된다.



가보지도 못하고 어느 덧 일상이 되어버린듯 귀에 익은 올레.

책을 통해 여러 코스 소개를 받고, 멋진 코스 설명과 코스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하지만, 정작 올레의 핵심 이야기는 빗겨나간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던차에 만나게 된 이 책.

바로 올레길을 최초로 기획하고, 이 모든 붐의 선구자격인 놀라운 여성 제주 올레 이사장 서명숙님의 이야기인 것이었다. 비록 그분이 낸 제주 올레책은 이전에도 제주 걷기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한번 더 있었다 했지만, 내가 읽은 그녀의 제주 올레 책은 이번편이 처음이었다.





"와, 지중해는 왜 가니?" "제주도가 이렇게 아름다웠어?" 서로 과격하게 감탄사를 주고 받았다.

서귀포시에서 몇년전 큰 돈을 들여 조성한 돔베낭길에서 시작된 탄성은,

제주올레 첫 탐사대원 수봉이가 삽과 곡괭이로만 만든 '수봉로'와 공무해안에서는

아예 신음소리로 바뀌었다.

"이 길이 훨씬 마음에 드는데요. 이게 진짜 올레길인가보죠?"



현대카드 정태영사장과의 올레길 27p









돔베낭길, 수봉로 .. 마치 키치조지, 다이칸야마 등의 도쿄 지명이 가보지도 않고 내 머릿속에 입력된 것처럼 (역시나 도쿄 여행준비를 하다말고 포기한적이 있어서 치밀하게 준비했던 기억으로 머릿속에 지명이 입력되어 버린 것이다.)제주 올레의 여러 지명들도 내 머릿속에 여러 군데 입력이 되어 있었다. 여러 책을 읽다보니 비슷한 지명 이야기들이 나오면, 다녀온 곳인듯 반갑기까지 하였다. 제주도에서 올레를 만나 감탄하고 흥에겨워 하는 무릇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져있는 이 책.


이제 그만 자요! 우리 근무시간이 넘 길어요. 눈 뜨면 출근, 눈 감으면 퇴근이란 말예요." 55p



인덕이 많은 것인지 안정되고 보장된 직장을 버리고, 제주에 내려와 그녀 곁에 머무는 일꾼들, 그 중심에 있는 세 여성들과 같이 합숙하며 매일 제주 올레에 대한이야기로 꽃을 피우자 종이인형이라는 별명을 지닌 막내 민정씨가 한말이었다.

그 어떤 직장에서 정말 눈떠 있는 모든 시간을 직장을 위해 투자할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즐거워 하고 기꺼이 하는 일이기에 가능하다는. 그래서 대기업의 서포트도 거부하고, 정부의 얼마 안되는 찬조금과 이사장의 책 인세 등에 의존한 적은 돈으로 운영될지언정 소중하고 따뜻한 제주 올레 만들기를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그런 따뜻한 이야기들이 채워져 있었다.


믿어지십니까? 저희 부자가 지난 일주일 동안 나눈 이야기가

십칠년동안 한집에서 살면서 나눈 이야기보다 더 많다는거. 129p



이제 갓 두돌을 넘긴 우리 아기, 우리 아기도 사춘기가 될때까지 우리와 한 이야기가 이토로 적다면 어떡하지? 제주 올레꾼의 어느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아기와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부모자식사이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권태기가 올 수 있는 부부사이에도 올레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그저 덤덤하게 올레길을 걷다가 나누기 시작한 대화가 더욱 부부 사이를 단단하게 엮어주고, 하는 일까지 잘되게 했다는 횟집 부부의 사연서부터, 올레길 혼인지에서 최초로 결혼한 부부의 이야기까지.. 올레에서는 정말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줄줄이 흘러나온다.



"비싼 비행기 타고 제주까지 걸으러 오겠어?"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진짜 미친 짓을 벌이는 건 아닐까. 회의와 함께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던 차에

'사람이 사람답게 걸을 수 있는 길'을 열망하는 이가 있기에 그이가 시대를 꿰뚫는 혜안을 가진 대작가이기에 (조정래 선생님) 큰 위안을 느꼈다.

선생의 칼럼은 전의를 상실하고 비틀거리는 내게 흔들어준 응원의 깃발이었다.

161p



올레가 뭔지도 잘 모르고 있던 내가, 노란 색, 파란색 화살표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감을 잡아갈 무렵, 올레에 대한 모든 것을 확실히 정리해주는 듯한 올레 총사전 격인 이 책을 읽으며 없던 길을 내고, 잊혀진 길을 찾아 무보수로 헤멘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침체되었던 제주도 서귀포를 더욱 살려놓았던 고향의 애국자가 된 서명숙님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도시에서 각박하게 살아온 당신, 인생 무대에서 잠시 공연을 쉬어보는 건 어떠신지. 놀멍 쉬멍 걸으멍. 200p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당신에게 독이 되거나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타인의 시선' 타인의 취향' 이기 때문이다.선입견을 갖지 말고, 당신의 느낌과 당신의 감각을 따르기를. 그날 하늘이 당신에게 허락한 날씨를 최대한 즐기기를.



결론은 이것저것 자료만 뒤적이거나 모든 동선을 치밀하게 계산한 뒤에 떠나려고 하지 말라는 것. 최소한의 생존장비와 설레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곳이 올레길이라는 것. 떠난 자만이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는 걸 명심하시길. 207p



여전히 지금도 책을 찾아 정보를 얻고 있는 내게 일침을 가하는 듯한 말이었다. 사실 나도 올레길에 발부터 척하니 올려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아직 어린 아기와 올레길을 횡단한다는게 사실 아직 두렵기는 하다. 하지만 책에 나온 것처럼 초등학교 입학전의 아이도 우비를 입고 할아버지 손을 붙잡고 올레길을 아장아장 걷고 있듯이, 등산을 사랑하고, 걷는 것을 좋아하시는 부모님과 함께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꼭 올레길에 발을 올려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숨어있는 길, 잊혀진 길을 찾아내면 대형 특종을 건진 것처럼 엔도르핀이 팍팍 솟는걸 어쩌랴. 그 맛에 나는 토목공화국 토목 특별자치도에서 오늘도 길쟁이로 살아간다. 252p




올레꾼들은 말한다.

길에서 행복했노라고, 누군가 자신을 위로해주는 것 같았노라고,

몸과 마음의 상처가 치유 받은 느낌이라고.



나는 대답한다.

자연속에 깃든 여성적인 에너지가

당신의 아픔을, 고통을, 서러움을, 고단함을, 외로움을

위로하고 토닥거리고 껴안아주었기에 절로 몸과 마음이 나았을 거라고.



285p







읽기만 해도 그 아름다움이 절로 전해지는 듯한 올레에 대한 그리움.

사실 올레길에 발을 올려놓고 자연이 주는 그 푸근함을 제대로 만끽하기 전까지는 내가 상상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그저 환영에 지나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아주 잘 찍어놓은 사진과 글쟁이들이 멋지게 써놓은 글들로 잔뜩 고무받고 있는 지금이지만..



올레를 진정 사랑하는 최고의 올레꾼 서명숙 이사장님의 글을 읽고 나니..

더욱 올레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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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부크 부인의 초상 샘터 외국소설선 4
제프리 포드 지음, 박슬라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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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나를 보지 않을 것, 그게 유일한 조건이에요. 48p

 

당대 최고의 화가인 피암보는 어느날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그가 받은 그 어떤 급여를 모두 합친것보다도 더 많은 액수를 제안하며,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화를 그리라는 것이었다. 단, 절대 그녀를 보아서는 안되고, 다만 그녀에게 외모 외의 질문을 던지며, 그녀를 상상해서 그리되 꼭 그녀와 닮게 그려야 한다는 황상한 제안이었다. 실물과 다른 초상화들, 의뢰인의 입맛에 맞게 각색하듯, 새로이 창조된 초상화를 그려주던 피암보는 예술적 한계에 부딪힌 평범한 날들에 좌절하다가, 묘한 제안을 받고 망설이던 끝에 수락하게 되었다.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그녀.

병풍 뒤에 숨어서 그가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어릴적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 그녀의 일생.

 점성술사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 아버지의 직업은 눈의 결정을 보고 미래를 예언하는 직업이었다. 그리고 절대로 사실이라고 믿기 힘든 그런 일들이 그녀 주위에 일어났고, 그녀 또한 쌍둥이 눈 결정체의 힘으로 무녀가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다. 병풍 뒤에서 다른 사람의 질문에 미래를 보며 점을 칠 수 있는 능력을 얻어 엄청난 부를 쌓게 되었다는 것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묘연하기만 한 그녀.

이야기만으로 인물을 형상화한다는게 가능한 일일까?

나 또한 그런 엄청난 액수의 제안을 받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소설이기에 위험한 일이 기다리고 있는게 아닐까 싶으면서도 이런 악마의 유혹같은 제안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게다가 뛰어난 실력을 가진 화가라면 본인의 한계와 능력을 시험해보고자 하는 또다른 욕구로 그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었겠다란 생각마저 들었다.

 

그제야 나는 내 성적 욕구가, 다시 말해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터무니 없는 기대가 샤르부크 부인의 본연의 모습을 그리지 못하게 가로막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진짜 샤르부크 부인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환상의 여인을, 그녀가 아니라 나 자신을 그리게 될 터였다.

"명심해라. 피암보, 초상화란 어느 정도 그리는 사람의 자화상이란다. 모든 자화상이 초상화인것처럼 말이다."112p

 

병풍 뒤의 자신의 모습을 그리라는 샤르부크 부인의 황당한 제안에 미친듯이 고민하던 피암보는 그가 상상한 숱한 여인들이 모두 그가 생각한 최고의 미인들이었음을 깨닫는다. 아마도 그런 황당한 제안을 자신있게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녀의 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졌던게 아닐까도 싶었고.. 남성들의 미녀에 대한 일반적인 환상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는 한계에 부딪혔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그녀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어떻게든 실마리를 마련하기 위해 그녀의 과거에 관련된 사람들을 수소문해보기도 하지만, 그녀가 말한 황당한 이야기들이 진실임을 입증해준 그런 이야기들일뿐. 어릴 적 그녀 모습을 그저 병풍뒤의 모습으로 기억하는 이야길 듣기도 하였다. 게다가 병풍 뒤에만 있을 줄 알았던 그녀는 심지어 피암보의 뒷조사까지 직접 다니기까지 했다. 내가 스쳐지나가는 여인 중에서도 내가 간과했던 사람들 가운데서도 샤르부크 부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를 심하게 옥죄어 오는 작품에 대한 갈망.

 

나는 여자로서 엄청난 힘을 얻었어요. 외모는 비밀에 싸여있지만 남성들이 원하는 힘, 즉 그들의 운명과 미래에 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나는 내 외적 형상과 내적 자아가 서로 동등하게, 하나로 받아들여질때까지 세상에 나가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난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393p

 

병풍 뒤의 삶에 대해 그렇게 말을 한 샤르부크 부인.

피암보는 그녀의 꼭두각시가 된 느낌을 지울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과감히 그녀의 작품을 포기하겠다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피암보는 과연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화를 완성시킬 수 있을까? 보지도 않고 그녀를 그려낸다는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나름대로 많은 구상 끝에 그림을 그려나가려고 하는 찰나마다 수시로 나타나 그를 괴롭히는 샤르부크. 바로 그녀의 남편까지도 그녀 이야기 속에서는 죽은 사람이었다.

 

눈의 결정이 예언하는 미래의 일과 똥 속에서 얻어진 결과물이 예언한 것이 일치하는 무서운 점지력이 보이기도 하고,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 도시가 점점 공포에 쌓이기도 한다.

처음엔 거액의 돈에 대한 집착으로 시작되었던 일이 갈수록 그를 힘들게도 만들었다가 결국엔 완성시키겠단 강한 의지로 귀결되게 만드는데..

 

기묘하고 두렵지만, 마냥 무섭지만은 않으면서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멋드러진 소설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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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링 calling - 빅마마 이지영 터키 소나타
이지영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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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노래 잘 부르는 가수가 드문 요즘 (컥!) , 빅마마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노래 잘하는 가수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빅마마의 이지영님이 터키 여행을 다녀온 후에 쓴 에세이
 
좋아하는 가수의 여행 에세이이자, 가고 싶었던 나라인 터키에 대한 이야기인지라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사실 아직 못 가본 곳이라 그런지 많은 이야기가 실려있었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그저 그녀의 감성을 살짝 표현해내는 마치 시 같은 그런 함축적인 표현들과 그리고 그녀가 여행지의 감흥에서 또 글을 쓰며 떠올린 노래들. 정말 그녀의 표현대로 그녀가 추천해준대로 노래를 옆에 틀어놓고, 같이 여유있게 읽어보면 더 좋을 그런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처럼 쉼없이 달려가다가 공원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면 정말 가슴이 갑자기 뻥 뚫리는 심정이 되지 않는가? 활자가 빼곡히 적힌 그런 책들만 읽다가 사진이 더 많은 이 책을 읽으며 처음엔 좀 당황했다가 나중엔 여유를 찾게 되었다.
 
그래, 좀 쉬어가자.
 
이제 발을 뗀 격이지만, 부르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으니 내일이 설렌다. 44p
 
역마살이 있다는 그녀, 이집트도 다녀오고 유럽도 다녀왔댄다. 그녀가 적어내린 이 말. 정말 가슴에 와닿았다. 부르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이 없으니 내일이 설렌다는 그말. 나또한 다녀본 곳이 별로 없으니 앞으로 언젠가는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설렘에 하루하루가 더 즐거운지도..
 
 터키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걸어 인사를 나누면, 십중팔구 차를 권한다.
그리고 차를 다 마실 때까지 여행자의 곁에서 말동물르 해준다.
차만 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간까지 내준다.
차와 함께 여유와 마음을 따라준다. 75p
 
몇년전부터인가? 터키의 한국전 참전과 더불어 많은 끈끈한 감정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면서, 터키라는 나라에 대해 더욱 큰 환상을 갖게 되었다. 동서양의 문화가 합쳐져 문화유산으로도 볼거리가 충분하지만 자연적 요소로도 볼거리가 충분하다는.. 그래서 유럽을 다녀온 사람들이 그 다음으로 터키를 많이 선택하고..또 다녀온 많은 이들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강추해서 더욱 가고 싶어진 나라 터키.
게다가 터키 사람들이 한국인에 우호적이라고 하니 더욱 애정이 갔다.
 
이지영님은 터키 사람들이 차를 권하고 시간과 마음까지 내어준다고 하였다.
앞으로 내가 간다면 패키지로 갈 확률이 높으니 자유여행에서 만날 그 행복을 누리긴 힘들겠지만.. 어쩐지 가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사람 못지않게 따뜻한 사람들이구나.하면서 말이다.
 
거리의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사람이 먹고 남은 빵을 접시에 높이 쌓아 공원 벤치에 놔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말 못하는 동물도 감정은 느낀다.
그래서인지 거리의 동물들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덕분에 공원에서 쉬어 가는 여행자의 눈과 마음이 즐겁다. 93p
 
그저 평범하게만 살아와서 그런지 스타는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요즘 그런 스타들이 내어놓은 많은 여행 에세이들을 읽으며, 마치 그들이 내 주위 사람인양 친근감을 갖게 되는데, 이 느낌이 그리 싫지는 않다. 그냥 거리에서 만나도 낯이 익어 어쩐지 아는 사람 같이 혼자서 반가운데, 그런 느낌에 플러스하는 것 같달까?
어쨌거나 그 에세이를 읽으면서도 어쩐지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을 것 같은 지영님의 마음이 조금씩.아주 조금씩 보인 것 같아 그냥 그게 반가웠다.
 
 

 
오히려 제가 잠시 방황하는 시간에 썼다는 것이
당신 앞에 솔직한 고백입니다.
 
누구나 같은 크기의 마음의 공간이 주어집니다.
오늘 그 안에 무엇을 챙겨넣으셨나요.
어떤 생각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셨나요.
 
당신과 내 마음의 공간이 여유롭길
그리하여 참 아름다운 것을 만났을때
망설임없이 마음에 담아 취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241p

 
 그녀가 솔로음반 준비중이라는 말이 프로필에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슬럼프와 방황기라는 말들이 들어간 것일까? 사람에게 상처받고, 힘들어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어쩐지 가서 위로해주고 싶은 오지랖이 생긴다. 따로 배워 본 적은 없지만, 그래서 자유로이 그리는게 더 행복하고 나중에는 스케치북이 아닌 정말 걸작을 그려보고 싶다는 그녀. 아티스트로서의 지금의 삶이 정말 위안이 된다는 그녀.
 
이지영님이 추천해주는 음반들을 찾아 다시 이 책을 읽어보면 더욱 감흥이 클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음악가답게 그녀의 책 역시 차례를 다시 들여다보니, 음반 순서처럼 정열이 되어 있었다.
그래, 언제 음악과 함께 이 책을 다시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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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소통법 - 신화의 나라, 이집트에서 터득한 대화의 기술 51가지
이정숙 지음, 조창연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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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대화 전문가 이정숙님이 아들 내외와 함께 이집트 여행을 다녀 온 후에 내놓은 그녀만의 참신한 여행기이다. 이집트라는 접하기 어려운 여행지의 에세이라는 데서도 매료가 되었지만, 책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이 책은 평범한 여행 에세이만도 아닌, 대화의 기술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인것이다. 저자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현지 사람 혹은 같은 관광객들을 통해 얻어진 생각을 기반으로 해서, 대화의 기술 51가지를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평소에 아무리 말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낯선 사람과의 대화, 혹은 비즈니스 자리에서의 대화 등에 능숙하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만해도 친한 가족, 친구들과의 대화에는 자신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앞에서 하는 연설이나 혹은 낯선 사람과 처음 만나 하는 대화에는 무척 서툰 편이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할때 그런 대화 능력이 얼마나 중시되는지 처절하게 깨달았기 때문에 대화의 기술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픈 생각들이 있었지만, 그런 대화들이 실상 좀 딱딱하게 씌여져 있어서 읽을때 머릿속에 쏙쏙 남는다는 인상이 남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난 책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우선 딱딱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먼저 자리했던 것 같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흥미를 갖는 여행 에세이에 기반을 둔 책이라 두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자신의 주효 분야를 이렇게 재미난 여행 에세이에 풀어내었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독창적으로 느껴졌다.
 

 
화자 입장에서 상대방의 마음 열기부터 언어 해석 일치까지 화자가 책임진다는 마인드부터 세팅해야 한다. 이 장에서는 소통에 필요한 마인드 세팅방법을 소개할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소통 마인드 세팅 방법을 깨닫기를 희망한다.
 

 
그 방법 중에는 이미 알고 있으나 실천하지 않고 있는 방법에서부터 다시 새겨 들을 만한 것들, 혹은 몰랐던 것을 새로이 알게되는 것들 등 다양한 방법들이 기술되어 있었다. 그녀 말대로 여행 에세이와 맛있게 버무려져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는게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고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란 사실 인도 숫자이기 때문에 정작 이집트에서는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처음 보는 숫자를 쓰고 있었다 한다. 그래서, 이집트 언어를 몰라도 하다못해 숫자라도 읽을줄 알면 기차 자리도 찾고, 정거장에서 필요한 간단한 업무를 할 수 있는데, 숫자를 읽을 줄도 모르고, 말과 글이 통하지 않으니 절대적인 문맹의 상태에 놓였다 하였다.
 
알렉산드리아에서 경험한 절대 문맹의 순간에 얻은 것이 많았어. 말과 글의 소중함, 그것을 갈고 닦아야한다는 자각까지도. 결핍의 경험은 귀한 줄 모르고 지나치던 귀한 것의 가치를 깨닫게 해줘. 말과 글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를 가지면 더 깊은 생각과 사려 깊게 말할 수 있는 태도를 갖게 해주지. 031p
 
게다가 인터넷, 그중에서도 블로그, 그리고 휴대폰까지는 어느 정도 사용하고 있었으나 최근에 나온 트위터, u-tube, ucc, 페이스북 등에 대해서는 뭔지도 모르겠고, 자꾸 외면하고 사용하지 않아온 내게 일침을 가하는 내용도 있었다.
 
전화와 인터넷이 세상에 나온 다음 그것을 먼저 사용한 사람들은 남들보다 먼저 자신의 존재를 널리 전파하고 자기 아이디어대로 세상을 이끌 힘을 만들 수 있었어. 반면에 이 도구를 사용하길 꺼리던 사람들은 대부분 뒤쳐졌지. 당신이 정말로 성공하고 싶다면 새로운 소통 수단을 남보다 먼저,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할걸? 053p
 
게다가 깎아내림이 미덕이라 생각해온 나에게 자극을 준 말도 있었다. 사실 나도 기존에 느껴는 왔으나 대범하게 실행하지 못했던 것들. 말이란 듣는 순간 내용대로 형상화되는 것이야. 내가 나를 비하해서 묘사하면 나를 유능하게 평가할 수 있는 사람도 무능한 나의 이미지가 형성화되어 나를 무능하게 평가하게 되는 것이지. 겸손한 태도를 버리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을 불필요하게 낯춰 묘사하지 말라는 말이야. 065p
정말 말은 그 즉시 형상화되는 듯 하였다. 실제로 직장생활을 하거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나를 지극히 하수로 낮춘다고 해서 겸손한 사람일세 하는 평가를 받았던 것보다는 그저 만만한 사람, 부리기 쉬운 사람 등으로 오인받기 쉬웠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그녀가 이집트 여행지에서 만난 상인들을 통해 철저한 식민지 패자의식이 뿌리박힌 아픔에 대해서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혹은 영국인, 프랑스인, 이탈리아인 등으로 국민의식이 구분되는 관광객들의 전형적인 관람 형태도 인상적이었다. 아직은 유럽 사람들과 흔히 접할 일이 없었던 터라, 그들이 어떻게 관람하는지 잘 몰랐지만, 근처일본이나 홍콩, 동남아 등지에 여행갔을때 만난 일본, 중국인들의 관광 형태도 국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하는 말에 백배 공감이 되었다.
 
저자는 타인과 나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역시 다른 민족을 만났을때도 그 차이를 인정해야 그들과의 대화가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여행기에서 벗어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기본적인 이집트 전설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던 재미난 책. 여행 소통법으로 나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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