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소리 그림책
김충원 지음 / 진선아이 / 2010년 9월
품절


며칠전 아침 , 새벽 늦게 잠들어 아침에 통 못 일어나고 있는 엄마를 깨우며 아기가 어디선가 갖고 온 책으로 쿡쿡 찌르며 읽어달라고 졸랐다. 아야아야, 알았어. 하고 일어나보니 동물 소리 그림책.

100여마리 동물의 독특하고 다양한 소리가 들어 있는 이 책을 한번 읽어 준 이후에 아들 눈이 반짝 반짝 빛나더니 바로 완소 책이 되었나보다. 자던 엄마까지 정신없이 깨우면서 제일 먼저 읽어달라고 하였으니 말이다.




눈도 잘 못 뜨고, 쫙 갈라지는 목소리로 읽어줘도 너무 재미있다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코끼리 편을 읽어달라고 졸랐다.

사실 처음부터 읽어줄때 어떤 내용이 있나 유심히 바라보고 듣더니만, 코끼리가 물총을 쏘고, 뿌우~ 하고 크게 우는 장면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가보다. 나도, 코끼리가족이 물장난하면서 눈에 물총 맞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아들도 나랑 생각이 같았다니 더욱 귀여울뿐.




아기아빠는 처음에 이 책을 보고서, cd에 동물 소리들이 녹음되어 같이 들어있는 책인 줄알았댄다. 생각해보니 그런 책도 괜찮을 것 같다. 좀더 재미있게 구성해서 동물들의 소리를 실제로 귀로 들으면서 책장을 넘기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엄마가 입으로 신나게 소리를 내주며 읽어주고 있다.

미술 교육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계시는 김충원 선생님의 작품이라 그런지 동물들의 그림도 무척 재미나고 인상적이다.



아이 교육을 염두에 둔 작가님 답게, 동물 그림 낱말카드까지 별책부록으로 한아름 넣어주셔서.. 정성껏 오려서 아이와 한글 공부하고 동물 이름 맞추기 할때 쓰면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지금은 그림책 보면서.. 젖소 어디있어? 코끼리 어디있어? 하고 묻는 수준이었는데, 카드로 다시 한번 정리해서 놀아주면 더욱 좋아할 것이 눈에 선하다.


익숙한 가축동물들이 모여 사는 동물 농장을 시작으로 우리집 뒷뜰에 옹기 종기 모여 있는 동물들도 만나고, 들에 나가보면 만날 수 있는 동물들도 무궁무진하다. 숲에 나온 동물들에도 이야기가 있어서 오소리때문에 겁먹은 다람쥐의 모습이 정말 실감나고, 응가를 누고 있는 아기 여우의 모습에서는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동물들을 찾고, 소리를 들려주면서 각각의 동물들이 어우러지는 그 장소에서 이야기를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재미까지 쏠쏠하도록 지어진책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엄마조차 처음 만나는 동물도 간혹 섞여 있을 정도였다.


산과 강에서 만나는 동물들, 정글과 밤중의 숲에서 만나는 동물들, 호수 위의 새와 동물들, 아프리카 초원과 바다에서 만나는 동물들, 극지방의 동물들과 호주, 그리고 사바나의 동물들까지.. 모든 동물들을 이렇게 나누어 만날수 있다는것이 무척 신기했다. 아이들에게도 익숙한 동물들을 찾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동물들을 배워가고 알아가는 재미, 그리고 신기한 동물들의 소리를 귀에 익히는 재미까지 다양한 재미와 볼거리가 가득한 책이었다.



작은 곤충들인 벼룩과 무당벌레들의 움직임서부터 작은 새의 소리를 내며 이동하는 경로 등등 각 페이지별로 하나씩의 곤충과 새들이 나타나 그 소리대로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이동하는 재미도 있었다. 강아지도 멍멍멍 하고만 짖는게 아니라 월월,캥캥이라고도 짖고, 고양이는 야옹, 캬옥 등의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도 아이에게 알려줄수 있는 새로운 정보. 소리의 크고 작음에 따라 글자가 크고 작아지고 두껍고 얇아지고 등등의 포인트를 주어 엄마가 강약을 조절해 읽어주면 더욱 생동감이 나게 해주는 센스까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코끼리 파트와, 코끼리를 닮아 좋아하는 코끼리 바다표범, 바다 코끼리가 나오는 극지방 동물들..

그리고 이번에 처음 보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듯 자꾸만 짚어가며 좋아하는 흰긴 수염고래와 돌고래와의 만남들.


이 책을 다보고, 동물원에 가거나 동물 다큐멘터리를 같이 보면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이 더욱 많아지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 나온 엄마들의 독후활동 예를 보면서..

인터넷에서 익숙했던 아기엄마들 닉네임이 나와 반가움을 느꼈다. 그분들은 날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아는 분 같아서 무척 반가운 그런 느낌 말이다.

다른 엄마들은 이렇게도 활용하는구나 하는 생각에다가 엄청나게 많은 동물들을 자연스럽게 한장면씩으로 포착하여 만날 수 있는 이 즐거운 그림책으로 해낼 수 있는 놀이는 무궁무진하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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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의 전설 2 - 가훌을 찾아서
캐스린 래스키 지음, 정윤희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1부에서 만난 네 마리의 올빼미와 플리시버 부인이라는 눈먼 뱀까지.. 그 다섯의 가훌나무를 찾기 위한 여정은 2부에서도 계속된다.

까마귀 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내고, 단순하고 부부애가 지나친 검정가면 올빼미 부부도 만나고 , 연기가 나는 동굴을 발견해 살쾡이까지 무찌르고 나니 죽어가는 올빼미 한마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차라리 성 애골리우스였다면..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남기고 죽었다.

 

네 어린 올빼미들은 많이 자랐음에도 여전히 두려움에 휩싸였다. 성 애골리우스보다도 더 무서운게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소렌의 마음을 계속 옥죄어오는 죽은 올빼미의 말에 피부인이 그들의 어린 마음을 걱정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묵은 거울호수는 너무나 평온하고 따뜻한.. 다른 곳과 계절이 달라 여름이 지속되면서 풍족한 먹이와 편안한 생활을 지속할 모든 것들이 마련되는 곳이었다. 네마리 올빼미 용사들은 편안한 생활에 젖어 거울호수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된채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안이함이 주는 위험함. 나이많은 피부인이 이 사실을 깨닫고 올빼미들을 다그쳐서 그 곳으로부터 떠나도록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북쪽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만난 가훌 나무.

그 가훌에서 그들은 드디어 용사들을 만나고, 제대로 된 수업을 받기 시작한다. 질문을 해도 되는 그런 수업. 넷이 당장 용사가 될 수 없음에 안타까웠지만, 각각의 특성을 살려 팀이 나뉘어져 할 일들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아직도 표시가 남아 있어. 하지만 에질리브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한테도 보이지 않지. 에질리브는 강하고 현명한 올빼미란다.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올빼미일 거다. 그러니 아무 올빼미나 선택하지 않아. 에질리브는 표시가 있든 없든 너를 선택했어.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야한다. 소렌. 176p

 

가훌에서의 수업은 환타지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해리포터의 마법학교의 그것처럼 체계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소렌을 알아보는 에질리브의 안목 등에서 시작되는 표지는 특별한 해리포터 올빼미가 된 것처럼 두근거리게 하는 일이었다.

올빼미들은 각각의 능력을 살려 다양한 과목을 듣고, 그 안에서 발군의 능력을 발휘한 팀으로 배정이 되었다. 하고 싶은게 있었던 다른 올빼미들과 달리 하고 싶은게 없었던 소렌은 두가지 팀에 동시에 배정이 되고, 세 발톱으로 흉칙한 외모를 지닌 에질리브 소속임을 알고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소렌은 다른 올빼미들과는 다른 육감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음이 판명되고 점점 그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주인공으로서의 소렌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하는 듯한 2부.

사실 가훌을 찾기까지의 여정과 수업을 받는 2부 전반부는 느리게 진행되는 듯 하여 다소 지루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소렌의 능력이 조금씩 발휘되기 시작하고, 갑자기 부상당한 원숭이 올빼미 새끼들이 무수히 발견되는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다시 1부에서의 재미를 되찾기 시작했다. 소렌이 행복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도 절대로 잊지 못하는 가족에 대한 기억. 그 실마리도 조금씩 풀리려 하기 시작하기에 3부가 더욱 기대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3d 영상이 돋보인다는 영화 가디언의 전설에서는 내가 읽은 소설 속 멋진 장면들이 생생히 보여질 것 같았다.

소렌이 정말 죽음의 순간에서 살아나는 곡예 비행을 하는 그 순간이 가장 기대가 되면서..

3권으로 넘어가는 손길이 빨라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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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의 전설 1 - 올빼미 요새 탈출
캐스린 래스키 지음, 정윤희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어린 올빼미 소렌의 파란만장한 삶과 모험 이야기를 읽고 있자면 어느덧 나도 그들의 삶에 동화되어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가디언의 전설 1부를 읽었다. 10월 28일에 영화로도 개봉을 한다고 하니, 몇부까지의 이야기가 영화로 소개가 될지 궁금해지기도 하였지만, 아이 엄마로써 극장에 갈 상황이 못되는 터라, 이렇듯 책으로 읽을 수 있음에 행복감을 느끼게 되었다.

 

원숭이 올빼미종인 소렌네 가족은 심술쟁이형 클러드의 존재만 빼놓으면 모두가 화목한 가정이었다. 귀여운 여동생 에클렌틴이 난치로 부리를 살며시 쪼아 탄생하던 장면의 흥분에서부터 하나하나 성장해나가는 소중한 의식들. 부모가 가르쳐주던 그 정중한 예절과 의식들은 어린 아기 소렌을 지탱하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부모가 외출한 사이에 형 클러드가 일부러 밀어서 아직 날지도 못하는 어린 소렌을 떨어뜨리고, 소렌은 악의 무리인 올빼미들에게 납치되어 성 애골리우스 학교로 오게 되었다. 그 곳에 가던 도중 같이 납치되는 요정 올빼미 길피를 알게 되어 서로에게 큰 의지와 힘이 되어 주게 된다. 

 

올빼미의 부엉이의 차이도 잘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대충의 외양만 기억하고 있던 올빼미라는 동물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되는 소설이었다. 그 작고 여린 난치로 알을 깨고 나오고, 가슴 속 모래주머니의 울림으로부터 (마치 우리의 심장마냥 그들에게는 모래주머니가 있다.) 전해지는 기운을 바탕으로 그들은 머리에 떠오르는 그 이상의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작가가 수년간 연구한 다양한 올빼미들의 연구 결과에 더불어 작가의 상상력까지 결합되어 새롭게 환타지로 만들어진 올빼미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가디언의 전설. 우리가 몰랐던 그 세계로 같이 빠져들어가는 것이 이토록 신나는 일일 줄이야

 

끔찍한 어둠의 협곡이라는 성 애골리우스 학교는 어떤 곳인가?

뻔히 부모가 있는데도 고아로 치부되고, 이름 대신 번호로 호명이 되고, 질문은 절대 금물이었으며, 진실을 왜곡하게 되는 달빛 깜빡임이라는 무서운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어린 올빼미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성 애골리우스 학교의 목적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게 달빛 깜빡임에 대한 이야기야. 옳고 그른 걸 구별할 수 없게 된대. ..달빛을 너무 많이 쏘이면 그렇대. 68p

계속 이름을 반복하다보면 결국 아무 의미 없는 소리로 변했다. 결국 특별함과 본래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70p

 

취침 방법까지 가르치려고 들다니! 웃음 금지! 웃음치료! 성 애골리우스 학교의 설립 목표는 어떤 건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

.금보다 귀중한 부스러기는 또 뭐고? 104p

 

심지어 자기도 모르게 질문을 하다가 깃털이 뽑혀버리는 끔찍한 형벌을 받기도 한 소렌. 날지못하는 신세가 될까봐 두려움에 떨던 소렌에게 길피는 참으로 힘이되어주는 친구였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 먼저 도망칠 수 있는데 왜 나를 기다리겠다는 거야?"

"소렌, 질문 잘했어. 너만 두고 떠날 순 없잖아. 너는 내 친구니까. 우선, 너와 함께 탈출하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펠릿 몇개보다 못한게 될거야. 두번째로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잖아." 108p

 

도토리 향이 나는 들쥐 고기, 뱀고기 등 인간으로서는 상상만 해도 징그러운 것들이 아기 올빼미의 시선에 동화되어 읽다보니 정말 그들에게는 소중하고 맛있는 양식으로 인정이 되었다. 무서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어둠의 협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린 올빼미 둘이서 힘을 합쳐 버텨내는 과정은 실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끔찍한 형벌과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게다가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아기들의 힘이란..

어른인 나 조차도 소렌과 길피와 같은 용기를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현실에 순응하는 법을 너무 일찍 깨우쳐서일까.

 

부모의 도움과 사랑을 받고 한참 자라야 할 시기의 어린 올빼미들이 끔찍한 운명에 맞서 도전하는 이 모험담 이야기는 진정한 친구와의 깊은 우정, 그리고 자신이 날 수 있다라는 꿈에 대한 강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씩씩하고 강인한 아기 올빼미들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항상 누군가 보살펴줘야만 하는 올빼미로 살게 아니라 운명에 맞서기로 결심했어. 

평범한 올빼미로 살지 못할 바에야 고귀한 목적을 이루는 일에 타고난 단점을 활용하는 편이 낫잖아. 157p

 

게다가 날못운을 지니고 태어난 호르텐스조차 알고보니 진실로 훌륭한 올빼미였음을.. 그들은 가슴 속 깊이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인고의 노력 끝에 소중한 친구들을 희생하고 힘찬 날개짓으로 비상하여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용기있는 그들은 어디선가 아기 올빼미와 알들이 또다시 납치되어 그들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악의 무리에 맞서야 한다는 새로운 의지로 똘똘 뭉치게 된다. 모험은 이제야 시작된 것. 소렌네 가족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길피네 가족은 정말 가디언들이 사는 가홀나무로 간 것인지..

 

유난히 청력이 발달한 원숭이 올빼미 소렌 , 체구는 작지만 똑똑한 길피, 역시 작지만 무척 빠르게 걸을 수 있는 굴파기 올빼미, 엄청나게 힘이 센 트와일라잇. 이 네 고아 올빼미들의 똘똘 뭉친 의기투합은 그들을 가홀 나무로 이끌 것이고 진정한 모험은 이제 시작된 것이다.

한동안 극장에 안가고 잘 버텨왔는데, 책을 읽고 나니 영화에 대한 욕심이 새로이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2, 3권에 이어질 멋진 가디언의 전설을 책으로 먼저 만나는게 급선무다. 나날이 성장하는 소렌과 길피, 그들의 친구가 어떤 모험을 해내고, 1부에서 만난 무서운 세력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모래주머니에 힘이. 아, 나는 모래주머니가 없구나. 아뭏든 불끈 힘이 솟는다. 용기있는 올빼미들의 비상이 시작되니 나 또한 끓어오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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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튼
케이트 모튼 지음, 문희경 옮김 / 지니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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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소설은 1919년부터 24년까지의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는 1999년 그레이스 할머니의 현재와 과거의 교차된 이야기로 진행되는 소설이었다.
영국의 리버튼 대저택. 그레이스는 14살 어린 나이에 리버튼 대저택에 하녀로 들어가게 되었다. 어머니가 있었던 곳,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가 더이상 계실 수 없는 그곳으로 말이다. 엄마의 비밀을 모르고 들어간 그레이스는 그 곳에서 저택의 세 어린 남매를 만나게 되었다. 모두가 숨막히게 아름다운 남매들. 16난 데이비드, 14살 동갑내기 해너, 그리고 10살난 에멀린 . 외동으로 자란 그레이스는 저택의 하녀생활이 힘들었지만, 열심히 해내고 또래인 그들에게 호감을 갖고, 그들의 평생을 섬기는. 특히나 해너의 평생을 함께 하는 하녀이자 친구같은 존재가 되어간다.

 규칙 셋, 놀이엔 반드시 세 사람만 참여할 수 있다. 60p
 
남매는 상상놀이를 하며 게임을 즐겼다. 아이들이 즐긴 이 비밀의 게임으로 말미암아 머나먼 날, 아니 중대한 그 날 바로 그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특히나 아름답고 똑똑했던 해너는 여느 여자애답지 않게 모험심이 강하고, 여성 참정권에 관심을 갖고, 귀족 아이와 다르게 평범한 여성처럼 사무직 일을 하고싶은 요즘 말로 아주 진취적인 그런 여성이었다. 그 당시 현실과는 맞지 않아 갑갑하게 살아야했던..
이 소설은 그레이스의 일대기 이야기이자, 그녀가 바라보는 해너, 에멀린, 그리고 로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쟁으로 많은 남자들이 죽고, 살아 온 남자들조차 상처를 갖고 돌아온다.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살 수 없었기에, 평범하게 살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여럿, 혹은 수십명 죽이면서 미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전쟁 신경증이라는 병명이 붙은 그런 증세를 보이며 예전과 다른 불안함, 악몽 등에 시달리게 되었다.
 
마커스 생각이 난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온 세상을 허우적거리며 돌아다니는 아이. 시들어버린 여름 꽃처럼 해너와 에멀린과 리버튼의 환영에 짓눌린 내 피붙이. 시간과 공간에서 달아난 아이. 보송보송한 아기였다가어느덧 장성해서 사랑하는 이를 잃고 마음이 텅 비어버린 아이.
 
그래서 아이에게 녹음 테이프 하나를 남기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 아이에게는 비밀을, 오래된 비밀을, 긴 세월 숨겨온 비밀을 털어놓을 생각이다. 104p
 
1924년 리버튼 대저택 호숫가에서 젊은 시인 로비가 목숨을 끊었다. 그 자리에 목격자였던 해너와 에멀린은 그 일 이후로 멀어져 두 번 다시 이야기를 나누지 않게 되었다.
 
통속소설과 추리소설에 빠져있던 내게 해너는 소설 속 여주인공 같았다. 아름답고 똑똑하고 용감한 여주인공.
우리는 같은 지역에서 한 집에 살던 또래 여자아이엿다. 나는 해너에게서 결코 내 것일 수 없던 눈부신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167p
 
삼각형에서 한 점이 떨어져 나간 뒤에 나머지 두 점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갔지. 두 점을 잇던 끈이 팽팽하게 늘어져 한계에 다다른 거야. 나는 눈을 질끈 감았지만 끈은 끊어지지 않았어. 668p
 
 하녀 그레이스, 그녀는 해너가 죽은 이후에 모든 진이 다 한 기분으로 한동안 거의 아무런 기운이 없이 살았다. 딸에게도 애정을 느끼지 못했던 그녀는 손자 마커스가 태어나자 그녀가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받들었던 해너 자매에게 느끼는 그런 기분 이상으로 또다른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이다. 하녀에서 평범한 주부로 그리고 다시 고고학자라는 길을 선택하게 되고, 그의 손자 마커스 또한 책을 좋아했던 할머니의 영향인지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다.
 
할머니가 젊은 영화 감독의 제의를 받아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며 마커스를 위해 녹음을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66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함 없이 정말 너무나 재미나게 읽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궁금했던 그레이스만이 간직했던 그 비밀과 해너와 에멀린 이야기는 거의 끝, 아니 아예 끝 부분에 나온다. 그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도 소설은 무척이나 재미있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결말까지 읽고 나니 가슴이 너무나 갑갑해왔다.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같은 분위기가 풍기고, 그 안에 미스터리까지 감춰진 로맨스 소설. 이 안에서 나는 사랑을 읽었고, 그리고 비극으로 끝나버린 가슴아픈 이야기를 읽었다. 줄리엣과 로미오가 서로의 사랑을 지속하지 못하고 결국 죽음으로 끝을 맺은 것처럼 이 소설 역시 편지의 오해로 인한 비극이었기에 더욱 애닯게 느껴졌다.
재미있는 소설들을 많이 읽었다 생각했는데, 이 소설은 올해 읽은 소설 중 손에 꼽을 소설이 될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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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못 잊을 어머니 손맛 - 구활의 77가지 고향음식 이야기
구활 글.그림 / 이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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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북 경산 하양에서 태어나 매일 신문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낸 구활님의 어머니 손맛을 그리워한 77가지 음식 이야기.
살아 계셨으면 닭이라도 한 마리 잡아 곰국에 밥을 말아 한 그릇 같이 드셨으면 좋았을텐데, 이승까지 오시기엔 길이 너무 멀다. 구활님의 글은 이 책으로 처음 만나봤지만, 어려서 듣고 자란 부모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옛 이야기 같아 재미있었고, 또 공감가는 이야기들에는 고개가 끄덕여지고, 소박하지만 맛있어 보이는 새로운 메뉴들에는 침이 꼴깍 삼켜지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어머니 손맛을 그려낸 요리 레시피가 담긴 책일까? 싶었다 물론 책 표지를 보면 그런 생각은 금방 사라지지만.. 오히려 읽다보니 부모님 어릴 적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따뜻한 감성의 책이었다. 아버지께서 먹는 이야기 좀 그만 좀 해라 할 정도로 어느 순간부터인가 맛있는 음식은 내 주된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 나도 모르게 입밖에 내놓는 말들이 다 그런 이야기였나보다 싶은 마음에 자제를 하려 노력하긴 하지만, 맛집과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워지는 건 비단 나뿐이랴.
 
오늘날의 화려하고, 기교가 넘치는 그런 요리들은 아니지만,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 어렵기에 그것밖에 못 먹었지만 그래도 어머니 사랑이 가득한 그 맛이 너무나 그리워지는 구활님의 사모곡 같은 이 에세이 집을 나는 너무나 구수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께 권해드리면 더더욱 행복해하실 그런 책이란 생각도 들었고..
 
맛있게 먹어대던 부대찌개가 사실은 미군들의 잔반들을 한데 모아 끓인 꿀꿀이죽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는 부모님께도 듣고, 여기저기서 들었어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런이야기였다. 보기만 해도 냄새가 나는 잔반을 끓여서.. 그들이 먹다 남긴 소시지 하나라도 건지는 날에는 대박 행운이라며 기뻐했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아프기도 하였고, 아냐, 잔반이 아닐거야. 깔끔하게 남은 음식을 돌린게 아니었을까? 하고 괜히 위안삼아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책에는 정말 솔직하게 나온다. 냄새나는 잔반이라고 묘사되지는 않아도 먹다 남긴 흔적을 끓여 내놓은게 꿀꿀이죽이었다는 사실을.. 그 음식 하나 사먹으려도 홀어머니께 책 산다 뭐 산다 거짓말 해서 용돈을 타내어 배를 채우곤 하였다는 뒷 이야기까지도 말이다.
 
아, 그리고 우유떡.
이것도 엄마께 들은 이야기여서 반가운 소재였다.
분유를 배급으로 받으면, 쪄먹어서 이도 안 들어가게 딱딱하게 먹었다 하시었다. 아니, 왜 물에 타먹으면 되지? 쪄서 먹어요?
엄마께서도 글쎄, 그때는 먹는 방법을 몰라서 그랬던가? 하면서 어렴풋이 회상하셨는데, 구활 저자님 이야기를 들으니, 물에 타 먹고 다들 설사병이 나서 (우유를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서 아마 그랬을 듯) 물에 타 먹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아까운 식재료가 처치곤란하여 누군가가 우유떡을 해먹었단 소리에 너도 나도 해먹기 시작했단다.
 
알루미늄 도시락에 우유 가루를 엷게 깔고 밥할때 함께 쪄내면 우유떡이 된다.
우유 떡은 뜨거울땐 약간 부드럽지만 식고 나면 차돌멩이로 변했다.
아무리 단단한 이빨로도 깨물어 먹지는 못했다.
쉬는 시간에 교실 벽에 붙어 해바라기를 하고 있을때 아이들이 딱딱한 우유 떡을 꺼내 갉아먹곤 했다.
24p
 
된장 소믈리에라 자처하는 저자는 전용 된장단지를 가져본적이 있다고 한다. 그 안에는 풋고추, 통마늘, 마늘홰기, 콩잎, 미역줄거리, 명태 통마리, 말린 무 .. 양은 많지 않지만 종류가 다양한 보물단지를 채워넣다 보니 된장단지가 쉬(구더기)의 천국으로 변해 여름을 제대로 난적이 없었다 한다. 또 백조기 여러 마리를 몰래 된장 독에 묻었다가 된장 단지 금지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된장 장아찌가 그렇게 다양했던가? 장아찌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구활님의 식성에 많이 공감가지는 않았지만, 보물단지로 여길 만큼 행복한 된장단지였다고 하니 어쩐지 그 마음만은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했다.
 
어릴적 입맛을 잃지 못해서 된장을 끓일때 매운 고추 외에는 두부도 못 넣게 하고 떡국에 계란도 못 풀게 한다는데 어릴 적 입맛이 평생을 간다는 그 지론에 우리 부모님은 어떠하신가 하는 생각이 다 들었다. 가끔씩 시골 밥상이라면서 두분이 너무나도 맛있게 드시는 것들은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는 반찬들이 종종 있었다. 아마 그 때 그시절에 먹던 반찬을 잊지 못해 그러셨을텐데.. 나도 어려서부터 엄마가 해주신 반찬이 가장 맛있는 것처럼 부모님도 그러셨을텐데 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들었다. 
   

 


빈식 부분을 보면서 옛 이야기들을 많이 떠올리게 되었고, 채식과 육식으로 이어지는 구활님의 이야기들에는 또다른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다.
이 책을 읽기 바로 얼마전에 6시 내고향이던가?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특이한 장, 시금장. 처음 접하는 그 고장 향토 음식을 이 책 속에서 또 만나니 이 또한 반가운 일의 연속이었다. 작가가 설명해주는 그대로를 나는 티브이 영상으로 보았고, 고향이 충청도인 나와 아버지 (그 프로 애청자이시다)는 아, 저렇게 만드는 장이 다 있구나 하면서 신기해하였다. 보리껍질 중 왕겨를 한풀 벗겨낸 다음 현맥 상태를 팔분도로 깎을때 나오는 고운 가루를 반죽해서 도넛 모양을 만든 후 짚불에 굽는다. 구운 깨주먹이를 줄에 꿰어 부엌 벽에 걸어두고 서서히 숙성 시켜 여름에 절구에 찧어 가루로 만든다는 것.
 
육식 이야기편에서는 피라미에 대한 이야기만 다섯편이나 진행되어 웃음이 나기도 하였다. 육식이라고 해봤자 가난했을 시절 요즘처럼 풍족히 고기를 먹을 수 없으니 개울가에서 잡는 피라미가 주된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것. 우리는 참 입도 편하고 몸도 너무 호사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그 감사함을 잊고 살아서 문제지. 신랑 말마따나 이렇게 음식이 호사로워진것이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건데.. 나 어릴적만 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참고 절약하고 살았던 것 같으니 정말 요즘 먹거리 하나만큼은 넉넉한 그런 시대가 되었다. 아직도 끼니를 잇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어 모두의 행복이라 말하기엔 어렵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이 풍요를 낭비로 이어지게끔 살아서는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한다면 조금 더 절약한다는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절약하고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것. 추운 겨울날 옛날 이야기 해달라고 조르면 가끔씩 어릴 적 추억을 풀어놓아주시던 부모님의 이야기들을 훌륭한 입담을 가진 구활님의 추억으로 전해들으니 어릴적 받던 과자 종합 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처럼 행복한 기분으로 가득해졌다.
 
 
경북 지역만의 향토음식도 만나고, 물자가 풍족한 지금과 다른 수십년전의 독특한 음식 문화도 되새기고, 무엇보다도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만날 수 있었던 책, 어머니 손맛으로 과거로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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